오늘 달리기 경기가 있었다. 운동장에서 조 배정을 받고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유준이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키 큰 세진이는 만만하게 서 있었다. 나는 달리기를 그리 잘하지 않아 뭐 1등할 생각도 안했다. 물론 유준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친구들과 놀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순간 가슴도 막 뛰고 겁이 났다. 꼴찌만 면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우리 조의 출발 신호가 울렸다.
“땅!”
달리다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세진이가 돌에 걸려 넘어졌다. 나는 ‘이제 꼴찌는 면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때 뒤를 보았더니 세진이가 없었다. 세진이는 어느새 바로 옆까지 와 있었다. 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뛰어 한발짝 차이로 들어왔다. 그렇게 떨던 유준이는 2등을 해서 자신만만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진이는 기가 팍 죽어 있었다.
‘하긴 달리기 잘하는 아이가 꼴등을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런데 나는 왠지 미안했다. 정정당당하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세진이는 자기의 실수라며 꼴등을 인정했다,
‘다음부터는 달리기를 더 열심히 연습해서 더 편한 마음으로 뛰고 1등도 해야지!’
이인혁(서울 을지초교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