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14~7.20까지 개최되었던 2007년도 대한민국종단(땅끝~고성 622km)에 참가하여 무사히 완주하였기 그 전말을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먼저, 이번대회에서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안봉현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저도 작년 종단 때 사고를 당했었기에 더욱 실감이 나며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종단에서는 2005년 종단때 엄청난 실수로 실격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기에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훈련도 비교적 충실히 하였고, 주로에서는 역주행과 충분한 수면 및 휴식을 취하는 등의 안전운행, 그리고 50km 마다의 CP와 주로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해 주신 진행요원들과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에 앞으로 혹시 이길을 달리고자 하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저의 주행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7.14 (토) 김동해,신원기,최진호,강신각,정동숙 님과 영등포역에서 만나 09:00출발하여, 나주에 1시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곧바로 버스가 연결되어 3시쯤 땅끝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식사를 하기로 하고 주차장 지키는 분에게 음식 맛있게 하는 집 있느냐고 물으니 입장이 곤란한지 다 똑 같다고 하기에 차를 타고 내려 오면서 보아 두었던 전라도 한정식집으로 일행과 함께 들어 갔다. 음식값이 생각보다 비싸 비교적 저렴한 15,000원짜리 게장정식을 시켰더니 우리의 기대수준과는 너무 다르다. 실망스러웠지만 어쩌랴! 일단 실컷 먹고나 보자 하고 밥을 1공기씩 더 시켜서 먹고는 거기서 짐을 꾸려 출발선으로 올라 갔다. 좀 무덥긴 했지만 다행히 날씨는 무척 맑았다. 18:00 드디어 144명의 선수들이 출발 계단을 내려 가야 하기에 일시에 몰려 나가는 장관은 없었지만 모두들 밝은 얼굴이다. 정동숙이가 개발했다는 발가락파스를 끼우고 달렸더니 어찌나 조여 대는지 1km쯤 가서 벗어 버리다 보니 박용각, 강신각님과 함께 맨 후미에 처지게 되어 5.3km지점인 통호마을에 50분만에 도착했다. 울산지맹 전성하회장님이 일행들과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고 있는데, 아마도 이번 종단은 Pace Maker를 하시기로 한 모양이다. 셋이서 계속 같이 달려 2:22만인 20:22에 이진슈퍼(20.4km) 앞에 가니 완도 장보고마라톤클럽에서 남녀 두분이 나와 콜라와 생수를 제공하고 계신다. 고맙게 잘 얻어 마시고 북일휴게소(29.8km)에 21:20 도착하니 해남마라톤클럽에서 수박화채를 제공해 주어 역시 잘 먹었다. 날씨가 무더워 땀이 비오듯 하고 목이 말라와 신전주유소(34.6km)에서 다시 음료수를 사 마시고, 다른 분들은 씻거나 간식을 드시고 있어 먼저 출발했다. 무안의 전남도청과 광주로 가는 갈림길의 개나리주유소(45.4km 5:17소요)에서 박석희님이 추월해 가고 이한기님과 같이 50kmCP인 팔암가든에 5:51만인 23:51에 도착 많은 분들이 먼저 와 식사를 하고 있어 나도 오리탕을 시켰더니 고기를 엄청 많이 주면서도 맛도 있어 천천히 다 먹고 화장실도 좀 보고 하다 보니 1시간만에야 다시 출발하게 되었다. 50cp를 출발할 땐 혼자였지만 곧 뒤쫓아온 김현우님 등 여러분과 함께 강진읍 우회도로를 따라 성전가는 4차선도로에 접어 들어서는 윤붕현,양중환님과 같이 달리게 되었다. 두분과 pace가 맞아 풀치터널을 지나 장흥로타리를 지나 가는데 조영근님이 순주행 방향에서 왜 역주행 하느냐며 그대로 계속 달려 영암읍으로 들어 가란다. 원래 여기서 직진하면 영암읍을 거치지 않게 되어 4.6km정도가 짧아진다는 점을 주최측에 이야기한 결과 취하게 된 조치라서 괜한 짓을 했다는 원망도 좀 들었다. 청풍원휴게소까지 잘 갔는데 거기서 두분은 휴게소로 들어 가시고 춘양로타리를 지나 영암읍으로 들어 가면서 다른 두분과 합류했는데 이재만,명재현님이다. 두분과 같이 영암읍내로 들어 가 배가 고프기에 가게를 찾아 들어 가다 보니 시장을 지나 24시편의점이 있어 빵과 우유를 먹고 기운을 좀 차렸다. 15분 정도가 소요되었지만 배고파 고생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04:50에 나오니 날이 밝아오고 있다. 영암초교를 지나다 주로감독차 오가는 신영우님을 만났고 앞서 가셨던 유영대님도 만났다. 여운재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영암에서 먹은 간식덕분에 쉬지 않고 달려 올라가 금정면으로 가는 도중 다시 뒤 쫓아온 명재현,이재만님과 함께 가다 김성균 강진울트라조직위원장님을 만나 4명이 같이 달렸다. 그러나, 세지면에는 혼자 들어가 가게에서 음료수 1잔 마시고는 눈앞에 보이는 사거리에서 바로 우회전하여 들어 갔더니 그 안쪽에서 차를 몰고 나오던 분이 이길은 막힌 길이니 더 올라가서 우회전해야 한단다. 그럴 리가 없다 생각했으나, 지도를 한참 들여다 보고서야 다시 나와 200m쯤 더 가니 그제야 코스도에 표시된 새현대약국이 나온다. 지도를 자세히 보지 않고 경거망동한 벌을 받은거다. 100CP에 13:06만인 07:06도착 선두 박석희님은 1:20전인 5:45에, 권자현,김광복,이선종님등 2위그룹도 1:10전에 벌써 도착했다 떠나셨더군. 밥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그냥 먹기로하고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전라도 음식답지 않고 부실했다. 국물에 말아 겨우 넘기고 46분만인 07:52출발 날씨는 여전히 맑고 무더워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한기님을 만나 한동안 같이 달리다110km 지점의 언덕길에서 Xport news의 조연자 기자님이 사진을 찍어 주셨고, 여기서 고화중님을 만나 광주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사실은 힘이 들어 못 쫓아 갔는데, 고화중님이 많이 늦추어 주는 바람에 겨우 따라 갈 수 있었다. 해태마트앞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고화중님이 좀 쉬신다기에 혼자 먼저 나서 광주시내를 빠져 나오는데 힘이 없어 계속 걸었다. 맥주를 1잔 마시면 힘이 좀 날까 싶어 도중에 맥주도 1캔 사 마셔 봤는데 별로 효과를 느끼진 못했다. 희망의원(폐업, 130.0km) 앞 약국에서 김현우님이 일러준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로시텐’ 연고를 구입하여 발바닥에 열이 날 때와 종아리가 당길 때 발라 보았는데,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김현우님 덕분에 큰 통증을 느끼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기에 감사드린다. 도동재를 걸어 올라가 보촌대교를 가는 길에 주로 페트롤중인 안종길님을 만났고, 좀 쉬고 오겠다던 고화중님에게도 추월을 당했다. 고화중님의 가볍게 잘 달려 가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웠다. 유산교를 지나 담양읍내에 들어 서서는 별로 어렵지 않게 150cp를 찾아 들어 갔다. 22시간40분만인 16:40이다. 김홍석님과 김완수님이 반겨 주시며, 김홍석님이 샤워를 하도록 애써주어 샤워를 하고는 일단 잠부터 자야겠다 했더니 주인이 방에서 자도 좋다고 한다. 20여분 동안 잘 자고 제육덮밥을 먹었는데, 남도음식답게 푸짐하고 맛있었다. 150cp도착한지 1:35만인 18:15 출발 선두 박석희님은 2시간전인 14:49에, 김광복,권자현,이선종님도 16:36에 떠나셨더군. 이제 부터는 진짜 혼자다. 비교적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추성삼거리에서 미에로화이바 500ml를 사 마신 후 추성재를 걸어 올라가 추월산 터널을 지난 후 어둠에 쌓인 담양호를 지나 용치삼거리(164.4km)에 20:41에 도착하여 슈퍼에서 빵과 음료를 사고, 우유는 없어 불가리스를 2병 사 배낭에 넣고 어렸을 때 말로만 들었던 쌍치로 향했다. 도중에 비가 왔지만 시원하고 좋아 흠뻑 맞아 두었다. 쌍치는 밤에 보기에도 꽤 커 보인다. 쌍치사거리에서 직진하려는데 또다시 비가 쏟아 지기에 이번 비는 피하는게 좋을 것 같아 마침 불꺼진 주유소가 있고 졸립기도 해 화장실을 찾아 들어 가니 아주 깨끗하진 않았지만 냄새도 별로 안나고 바닥이 바싹 말라 있어 좋기에 거기서 한숨 자고 20여분만에 일어나 보니 비가 말끔히 개어 있다. 깜깜하여 주변 풍경은 전혀 볼 수 없는 가운데 산내면을 통과 계곡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경치가 참 좋을 것 같은데 못 보고 가는게 못내 아쉬웠다. 산내면을 지나 복호3거리에는 정읍마라톤클럽에서 우회전 하라고 프랑카드를 크게 걸어 놓아 이리갈까 저리갈까 고민스럽지 않아 좋았다. 그런데, 이 5km도 채 안되는 길을 가는데 어찌나 졸립던지 어떻하든 cp에 가서 자려고 참고 달리다 보니 왜 그리 지루하던지… 겨우 32시간 42분만인 7.15(일) 02:42에 200cp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두 박석희님은 00:13에, 2위그룹 세분도 1:34에 벌써 출발하고 안 계신다. 여기서도 식당에서 먼저 잠부터 잤는데, 30분만에 일어나 생각은 없었지만 김관섭 cp팀장님이 권하기에 순두부를 시켜 먹었더니 맛이 의외로 좋아 그냥 갔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선두보다 거의 5시간이나 늦은 5:00에 출발했다. 엄재를 올라 가는데 구길은 공사중이어서 신길로 갔다. 신정3거리에서 250cp에서 기다리겠다는 봉사자분을 뵈었고, 전주까지 구길로 계속 달렸다. 역시 차량이 많지 않아 좋더군. 구이면에서 우유와 빵을 사 먹고 전주로 들어 섰다. 꽃받정이 사거리에서 직진을 했는데, 아니 무슨 도청소재지의 중심도로가 이러냐 싶게 계속 언덕길의 반복이다. 할 수 없이 오르막은 계속 걷다가 내리막에서는 잠시 달리곤 하면서 전주시내를 빠져 나와 호성동에 이르니 배가 고프다. 마침 손짜장집이 있어 10:55 들어가 짜장면 치고는 좀 비쌌지만(₩7,000) 이때 아니면 언제 돈을 쓰랴 하고 삼선짜장을 시켰다. 그런데, 이 수타짜장이라는게 주문 받고 그때부터 면을 손으로 쳐 뽑아내는 거라서 시간이 보통 걸리는게 아니다. 취소할 수도 없어 다리도 주무르고 250cp의 김정숙팀장님에게 전화도 걸면서 기다려 30여분만에 나온 걸 보니 야! 이건 굉장하다. 이날 평생 이렇게 맛있는 짜장은 못 먹어 보았다. 언젠가 다시 이길을 지나 간다면 필연코 다시 한번 사 먹고 싶다. 1시간만인 11:50 나와 소양교를 지나 봉동~고산간 신도로를 달렸다. 코스도의 용봉교(245km)는 고산교의 오기인 것 같았고, 비를 맞으면서 경천휴게소에 가니 갑자기 앞에 달려 가고 있는 한사람이 보인다. 곧 잡힐 듯 하더니 속도를 내면서 멀어져 가 250cp에 도착해 보니 오승권님이다. 호성동에서 짜장면 먹고 있는 동안 앞질러 가셨던 것 같다. 같이 시원한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고 수박화채도 먹고서 35분만인 15:25출발 그러나 곧 화장실이 급해 주유소 화장실에 들어 갔다 나오는 바람에 오승권님과 떨어지게 되어 또 다시 혼자 달렸다. 말골재를 지나 운주면을 우회하는 도로에서는 뜻밖에도 김순임님을 만났다. 이번대회에 신청 했으나 부득이한 사유로 참가하지 못했다며 잘 달리라고 격려해 주신다. 대둔산 수련원(270.1km)을 48시간 14분만인 18:14에 통과했다. 원래는 48시간에 300km는 달릴려고 계획했었는데,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데다가, 안전도 고려하여 욕심을 내지 않은 결과다.
대둔산을 오르는 배티재를 걸어 올라 가 대둔산3거리 훼밀리마트에 들어 가 17茶를 사고, 배낭에 넣어온 조미오징어가 너무 짜 못 먹겠기에 캔맥주를 하나 샀다. 오승권님은 한 5분전에 떠났다고 알려 주더군. 조미오징어를 안주로 맥주1캔을 마시면서 배티재 정상에 19:10에 올라서서는 바로 내리막을 내 달려 진사면을 지나면서 이가네 손짜장을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결국 복수면에 가서야 저녁을 먹을려고 식당을 찾고 있는데 오승권님이 오더니 배티재 정상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길이란다. 오승권님을 먼저 보내고 두리번 거리고 있자니 구미에서 오신 박종택님과 백승열님이 보시고는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해 보신탕집에 들어갔다. 냉온수기도 없어 온수도 못 마시고, 국물을 좀 더 달라고 했더니 고기를 너무 많이 줘 그런다며 자화자찬이신 할머니가 내 놓은 보신탕은 그러나 평범함을 넘진 않더군. 어쨌든 잘 먹었고, 박종택님이 계산까지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45분만에 식사 마치고 나오니 비는 여전히 오고 있다. 랜턴 밧데리가 중국산이라서 어두운가 하여 국산으로 사서 교체했어도 여전히 별로다. 알프스 모텔을 찾아 가는데 이정표를 못 보았는지 없었는지 모르지만 예정에 없던 3거리가 나타나기에 우선 직진을 했는데 100여m쯤 가면서 보니 앞은 깜깜한데 오른쪽으로는 모텔들이 많아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은 것 같아 다시 3거리로 돌아가 오른쪽길로 갔다. 과연 한참만에 알프스모텔이 나타났고 진행차량이 지나가면서 조금만 가면 300cp란다. 도로 높이가 다른 길이 나타난다더니 정말 웃기는 도로가 나타난다. 역주행을 하니 나는 높은 도로를 달리게 되더군. 대전시와 충청남도 경계선은 터널 한 가운데를 지나는 것 같고, 터널을 지나서는 300cp가 오른쪽에 있을 것 같아 순주행을 하면서 내려가다 보니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안영LPG 충전소가 보인다. 54시간만인 7.17(화) 24:00에 300cp에 들어 가니 팀장님을 비롯하여 조영근님 등 여러분이 반겨주신다. 박석희님과 권자현님은 3시간전에 벌써 떠났으며, 김광복님과 고화중님은 자고 있고, 오승권님이 곧 바로 출발하고 있다. 우선 짐을 챙겨 놓고는 손발을 씻고 잠부터 잤다. 실컷 자고 일어 나니 43분동안 잤더군. cp팀장님이 된장국에 밥을 말아 주어 맛있게 먹고 01:30에 출발했다. 산성4거리를 향해 가는데 쪽창문이 설치되어 있는 사창가가 아직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어 놀라웠다. 계속 일직선으로만 달려 나가 태평5거리를 지나 수침교를 건너 유등천변 도로를 달리자니 갓길이 조금도 없는 그야말로 자동차 전용도로라 차량통행이 많은 때라면 운전자들에게 욕깨나 먹겠더군. 난 02:40에 통과하니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무난히 통과했고 한밭대교도 지상으로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역시 차량통행이 거의 없기에 지하도를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낮에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다음에 코스를 짤 때는 이길은 피해야 할 것 같다. 둔산대교를 지나 MBC를 거쳐 원촌교를 건너자 마자 바로 천변도시고속화도로로 들어섰다. 이길은 자동차 전용도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갓길이 있어 위험하진 않더군. 그런데, 300CP에서 잠을 충분히 못잔 탓인지 또 졸립다. 마침 갑천LPG충전소가 불이 꺼져 있고 화장실은 열려 있기에 화장실에 앉아 졸다가 깨니 23분이 경과되었다. 다시 나와 이번엔 안전하다 싶어 순주행을 하고 있는데 경기지맹의 이정옥 전회장님이 지나 가시다가 격려를 해 주신다. 이 전회장님과는 묘한 인연인 것 같다. 작년 537때도 주유소 화장실에서 자고 나와 조금 달리다 만났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case다. 상당히 지루한 길을 달리고 달려 신탄진에 들어가 CT웨딩홀 앞에 가니 조마루감자탕집이 있기에 들어 갔다. 고기를 먹지 않고 밥만 먹으면 배가 너무 빨리 고파와 가능하면 고기를 함께 먹기로 했기에 뼈다귀해장국을 시키고 있자니 김광복, 고화중님이 바로 들어오신다. 해장국을 먹고 김광복님은 좀 자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누웠고 고화중님과 같이 나왔는데. 금강을 건너 야트막한 오르막을 올라 고화중님을 먼저 보낸 후 볼일을 좀 보고 혼자 달렸는데, 우록리 현도 산업단지 앞에 가니 또 다시 졸음이 밀려와 길옆 논두렁에서 눈을 붙였다. 13분만에 눈이 떠져 다시 외천사거리를 향해 가는데 비가 쏟아진다. 분평사거리 자전거할인점에서 수은전지 깜박이를 5개나 샀다. 2005년도에도 바로 이집에서 샀었는데, 작고 가볍고 오래 가 더 사려고 해도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아 사지 못했기에 거금 5만원을 투자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 문제이니까… 청주시내까지는 비를 맞아 가면서도 비교적 좋은 컨디션으로 잘 달려 갔다.
청주시내를 역주행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경기가 아니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 언제 다시 달려보랴 하고는 당당하게 활개치며 시내를 달렸다. 내덕5거리에서 러너스하우스의 김창천님과 규현아빠를 만나 힘을 받고는 350cp는 한참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잊어 버리고 달리고 있는데, 신흥고를 지나 도로관리사업소앞 다리를 건너 가려고 하는데 누가 불러 보니 김남식님이다. “아니 cp는 한참가야 한다던데?” 하니 이리로 옮겨 왔단다. 주자들의 식사편의를 위해 일부러 식당앞으로 옮긴 것 같더군. 7.17(화) 11:45으로 출발후 65시간45분이 지났다. 식당인 ‘백제의 땅’에 CP에서 봉사중인 정양홍님과 함께 들어가 역시 고기를 먹기 위해 갈비정식을 시켰더니 고기가 꽤 많이 들어 있다. 입맛도 갈수록 좋아져 맛있게 먹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자 버렸다. 워낙 방이 많아선지 들여다 보는 사람도 없어 잘 자고 일어났는데, 그러나 겨우 25분 잤더군. 1시간 40분만인 13:25 출발 선두 박석희님은 6시간전인 07:17에, 권자현,오승권님은 4:30전인 08:52에 떠났으니 선두권과의 경쟁은 이미 물 건너 간 셈이다. 그저 완주나 하면 다행이다, 두 번 다시 이길을 달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며 욕심을 버리자고 수없이 다짐에 또 다짐을 했다.
날씨가 다시 햇빛이 나면서 몹시 무더워 진다. 내수면을 지나 증평읍을 향해 가는데 북이면쯤에서 또 졸음이 와 적당한 곳을 찾다가 옥녀봉 휴게소 앞에 무슨 희생자 위령탑이 있고 주변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기에 거기서 눈을 붙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겨우 14분만에 눈이 떠진다. 증평소방서를 지나 화성로타리(366.3km)를 지나 가자니 벌써 배가 고파오는데 마침 옥수수를 파는 노점이 있어 2개를 사서 먹었다. 그런데, 난감한 것이 여기서 부터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다행히 동양콘크리트인가 하는 회사 앞에서부터는 갓길만은 거칠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 계속 그길로 달렸다. 백마령 터널(375.2km)을 72시간 26분만인 18:26에 통과하여 2005년도에 체조를 했던 달성석재를 지나 하당3거리에 가니 기사식당이 있어 굴비정식을 시켰다. 역시 기사식당이라선지 음식이 맛있어 잘 먹었다. 양구 해안에 살았다는 아줌마가 양구자랑 꽤나 하더니, 해산터널을 지난 방산에서 90년도쯤에 자전거 여행을 하다 하룻밤 묵었었다고 했더니 꽤나 반가워 한다. 정말 좋은 곳이었는데 그 뒤론 가 보지 못했다.
1시간만인 20:20에 나와 비산사거리를 지나 주덕읍을 향해 가는데 또 졸립다. 마침 길가에 있는 집앞에 파라솔과 의자가 있어 의자에서 누워 자고 13분만에일어 나니, 길 건너 순주행방향에서 이선종님이 달려가고 있다. 난 계속 역주행하면서 한동안 보조를 맞추어 달리다 힘이 달리기에 처졌다. 양지3거리에 가니 2005년도엔 주덕읍내로 들어 갔었는데, 이번엔 왼쪽길로 좌회전하라고 길가에 2군데나 친절하게 표시해 놓았기에 왼쪽길로 달려 가니 주덕시내를 거치지 않아 좋더군. 읍내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읍내를 통과하여 온 이선종님과 다시 만나 400cp를 향해 가는데 꽤나 멀더군. 땅끝을 출발하여 77:26만인 7.17(화) 23:26에 400cp 도착 2005년도엔 69:43만에 도착했으니 그때보다 7:43이 늦었고, 선두인 박석희님이 69:34만인 15:34에 도착했으니 그때의 내 pace와 비슷하더군. 여기서도 짐을 먼저 꾸려 놓고는 역시 잠부터 잤다. 방석을 깔고 덮고 잤더니 잘만하다. 1:14동안 자고 일어나 갈비탕을 시켰더니 고기를 엄청 많이 줘 아주 잘 먹었다. 주인 아줌마가 우리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어찌나 세심하게 배려하는지 정말 고마웠고, 오늘 하루 일 봐주러 왔다는 형부란 분도 연신 더 자고 가라며 참으로 친절하게 대해 주신다. 이선종님은 인천지맹 식구들이 격려차 왔다가 이제야 가는 바람에 잠을 못 잤다며 들어 눕기에 먼저 나왔다. 가금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이 의외로 멀고 지루했지만 차량은 가끔 대형 콘크리트 운반차량만이 왕래할 뿐 한적해서 좋더군. 조절지댐을 지나 가금농공단지를 향해 가는데 또다시 졸음이 밀려 왔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장미원동 버스정류소의 차디찬 스텐레스 의자위에 지도와 두건을 깔고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오가는 차량소리에 8분만에 일어나 가흥3거리를 지나 2005년도에 데쟈뷰 현상이 나타났던 가금농공단지를 지나 목계교를 건너 드디어 원주시로 접어 들었다. 그러나 장미원동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도 1시간만에 다시 졸음이 와 양촌3거리 지나자마자 길옆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잘 지어진 원두막이 있기에 거기에 누워 다시 눈을 붙였다. 이제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는 증표인지 자꾸만 졸음이 밀려 온다. 그러나 추워선지 많이는 못 자고 (05:15~05:27) 겨우 12분만에 일어나 다시 달렸다. 구룡3거리의 휴게소식당은 아직 열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고, 소태재로 오르는 길은 신길이 폐쇄되었으니 구길로 가야 한다고 어제 400CP에서 들었는데, 보니 구길은 한쪽길이 파헤쳐 지고 장애물로 일부 막아 놓았고 신길은 뻥 뚫려 있어 신길로 달렸다. 28분만에 소태재터널에 도착, 2005년도엔 경보주법으로 달려 34분 걸렸으니 거리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더군. 거기서 귀래면으로 가는 구길이 있고 터널길이 있는데 터널길이 개통이 되었는지 불안 했으나 마침 터널을 통과하여 오는 차량이 있어 물어 보니 뚫려 있다기에 그 길로 달렸다. 그러나 이길도 세멘트 포장길이라 썩 좋은 길은 아니었다. 청원휴게소까지 가는 도중 배가 고파 배낭에 지니고 있던 조미 오징어를 꺼내 먹었다. 이건 짜지 않아 좋은데 양이 좀 많아 먹기에 벅찼지만 아까워서 억지로 다 먹었다. 신도로 끝에서 조금 더 가니 청원휴게소가 나오는데, 지저분해 보이고, 오징어를 먹어 배도 고프지 않아 음료수만 사 물주머니를 채우고는 원주를 향해 달렸다. 2005년도엔 졸면서 달리느라 전혀 기억에 없는 길이다. 천은사 계곡이 꽤나 괜찮아 보인다. 천은사를 지나 가니 ‘연가’라는 멋진 건물이 있고 그 위 노점에 국수를 판다고 써 있어 들어가 앉아서 할머니에게 국수를 달라고 했더니 우선 옥수수를 먹고 있으라며 4개나 갖다 주신다. 그걸 먹으며 기다리는데 국수를 삶을 생각도 안 하고 계시기에 국수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 젊은 사람들이 올때 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기가 막혔지만, 내색은 않고 지금 경기중이니 그냥 옥수수나 먹고 가겠다 했더니 써비스로 주시겠다며 더 갖다 주겠다 해서 사양하고, 커피나 한잔 할려느냐기에 한잔 달래서 마셨더니 커피값으로 1,000원만 내고 가라신다. 옥수수를 잘 먹었기에 2,000원을 드리고 35분만인 09:03 나섰다. 원주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라서 잘 달려 2005년도에 길가에 앉아 졸았던 지점을 찾아 보려고 했으나 어딘지 모르겠더군. 자감교사거리를 지나 다소 지리한 시냇길을 달려 450cp에 도착전 cp장인 지만연님에게 전화해 위치를 물어 보니 단계4거리 지나면 바로 있단다. 11:03에 도착하니 cp장님의 부하병사가 체크를 하고 있다. 박석희님은 9시간전인 02:03에 출발했고, 오승권님이 6시간전에, 권자현님은 2시간전에 출발했더군. 식사할 곳을 찾아 둘러 보았으나 아예 식당이 눈에 뜨이지 않아 그냥 가면서 먹기로 하고 11:15에 출발했다. 거의 50분 정도나 가서야 겨우 식당있는 곳이 있어 조금 둘러 보다 육개장 하는 집에 들어 갔다. 그런대로 먹을만하게 나와 맛있게 먹고 나와 가자니 불과 10분도 안돼서 어찌나 졸리기 시작하는지 마땅한 곳이 없나 찾다가 비록 인도지만 나무그늘 밑에 밴치가 있어 거기에 누워 잤다. 20분 동안 꿀잠을 자고 일어나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달려 2005년도에 컵라면을 사 먹었던 횡성여고앞 가게에 들렀다. 그때의 할아버지가 여전히 혼자 지키다가 맥콜을 1캔 마시고 있는데, 이 더운데 왜 뛰느냐며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시다.
횡성터널로 갈까하다 무미건조한 그길로 가는 것 보다는 0.7km 정도 길긴 하지만 횡성시내를 거쳐 가는 것도 추억에 좋을 것 같아 횡성시내로 들어 갔다. 도중에 목이 말라 우유 500ml를 사 마시고는 언덕길을 내려 가니 횡성군제2청사가 나온다. 신촌I.C로 가는 도중에 2005년도에 취침을 거절했던 현대Oil영동주유소에 일부러 들어 가 뜨거운 물을 얻어 마셨다. 그때의 주인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인 듯한 남자분이 있고, 그때의 그 쇼파도 그대로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눈을 붙였던 농기계 창고같은 곳은 장애인들이 장갑을 짜는 ‘보람원’이라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7.4km를 달려 도곡리 송골정류소까지 1:10이나 걸렸다. 그러니 그때는 2시간이상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서 4분쯤 더 가 2005년도에 숙소로 착각했던 3층건물에 가니 ‘일진산업’이라는 하수도관 제조업체더군. 바로 그 위에 창봉주유소가 있고, 그위가 창봉마을이며, 샤워장으로 착각했던 ‘창봉카센터’도 그대로 있다. 다만, 카센터는 문을 닫았고, 그옆에 한우 2마리가 한가롭게 앉아 있더군. 한 아주머니가 지나 가면서 나를 유심히 바라 보는데 혹시 그때의 그 아줌마가 아닌가 하여 뜨끔했다. 나에게나 그분들에게나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 아니겠는가? 4km쯤 더 가니 삼마치약수휴게소가 있어 우선 음료수를 1캔 꺼내 마시고는 주인을 찾으니 아무도 없다. 그냥 갈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밖에 받아둔 약수물에 머리를 감고 발 씻고 하다 보니 주인 아줌마가 고추따다 왔다면서 온다. 밥은 없고 컵라면만 된대서 먹었다. 몇시간전에도 해남에서 왔다는 2사람이 컵라면을 먹고 갔단다. 35분만인 18:25에 나와 완만하지만 상당히 긴 삼마치고개를 걸어서 오르는데 양성규님이 사진을 찍어 주신다. 터널(485km)을 지나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니 장전평 쉼터(490.8km 19:50)에 이를 때까지는 긴 내리막이다. 이정표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렵지 않게 500cp인 새홍천주유소(496.3km)에 도착했는데, cp가 없기에 틀림없이 그 위쪽 어디로 옮겼겠지 하고 200m쯤 더 가다 보니 커다란 음식점앞에 cp가 차려져 있다. 98시간47분만인 7.18(수) 20:47이다. 김병순 강북지맹 회장님과 심종보님께서 반겨 주시며 심종보님이 우선 샤워부터 하라며 배려해 주어 화장실에서 찬물을 끼얹어 샤워를 하고는 여기서도 잠부터 잤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22:50 식사할려고 했더니 식당이 문을 닫아버려 할 수 없이 떡 몇조각 먹고 후르츠각테일쥬스를 몇잔 맛있게 마시고 23:15출발 선두 박석희님과는 10시간, 오승권님과는 5시간,권자현님과는 3:30정도의 차이다. 4차선의 넓은 도로였지만 역주행을 계속하여 홍천만남의광장휴게소(503.1km)와 삼포휴게소를 지나 철정휴게소에 가니(7.19 목 01:55) 불을 대낮같이 밝혀 놓고 24시간 영업중이다. 식사를 위해 들어가 돌솥비빔밥을 시켰는데, 역시 휴게소음식인지라 맛은 별로더군. 식사하면서 보니 승무원휴게소가 따로 있고 거긴 쇼파가 있기에 식사가 끝난 후에 아주머니에게 승무원휴게실에서 좀 쉬었다 가면 안되겠느냐 하니까 쉬고 가란다. 거기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한숨 자고 났더니 1시간이 훌쩍 지나 갔더군. 03:25에 나와 철정검문소를 지나 백두산휴게소(523.2km)에 05:07 도착하니 날이 밝는다. 차량도 별로 다니지 않는 넓은 4차선길을 역주행하니 심리적으로도 안정되고 편안해 좋더군. 비는 계속 조금씩 오고 있었으나 오히려 시원해서 좋았고… 거니고개 기사식당(526.2km)은 못 보았고, 청정휴게소는 저 아래 구길에 있어 접근자체가 안되는 위치에 있다. 코스맵상의 신남중고가 아무리 가도 안나오고 난데없이 신남대교가 나와 길을 잘못 들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지나가는 차량에게 물어 보려고 몇 번 세워 봤지만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포기하고 계속 달리다 보니 07:05 드디어 코스맵에 나와 있는 부평쉼터가(537.5km)가 나와 안심했다. 이어서 남전교와 가로교를 지나 비로소 인제대교(545km)에 08:42에 도착했다. 이 구간에서는 계속 비가 와 잘 달렸더니 힘이 다했는지 인제대교는 걷다 뛰다하면서 건넜다. 인제터널을 지나 인제읍내로 들어가는 삼거리가 바로 이번 안봉현님이 사고를 당하셨다는 바로 그 위치가 아닌가 싶다. 코스맵상 인제읍내의 공설운동장을 거쳐야 하도록 되어 있어 곧 바로 인제읍내로 들어 가려다, 거리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일단 외곽도로로 가다가 끝부분에서 읍내로 들어 가기로 하고 계속 외곽도로로 갔다. 그러나, 혹시 끝부분에서 읍내로 들어가는 도로가 없으면 낭패라는 생각에 인제군청진입로에서 그냥 읍내길로 접어 들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공설운동장이 나타나질 않는다. 할 수없이 가게에 들어 가 물어 보니 이미 지나온 인제고교에 있는 운동장을 그렇게 부르는 거란다. 더욱이 합강정휴게소가 외곽도로의 순주행방향에 있다며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한다는데, 그냥 지름길로 신도로에 올라가서 보니 바로 건너편에 550CP가 보이기에 중앙분리대를 넘어가 111시간 52분만인 7.19(목)09:52에 도착했다.
cp에는 인제마라톤클럽의 유석범 회장님이 홀로 지키고 계신데, 곧 주로감독이신 김주영 강원지맹 회장님이 오셔서 이것저것 챙겨 주고 휴게소에서 식사하도록 안내해 주어 다른 것은 시간이 걸린다기에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다. 그런대로 먹을만 하여 후루룩 마시듯 먹고 10:27에 나섰다. 선두 박석희님과 8:30, 오승권님과 6:10, 권자현님과 4:42의 차이다.
비는 계속 오는데, 출발한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또 졸음이 밀려 온다. 아무것도 없는 신도로인지라 안간힘을 써 가며 잠잘 곳을 찾아 가는데 합강2교를 건너자 작업대기소라는 비닐하우스가 그럴듯하게 지어져 있고 아무도 없기에 들어 가니 아주 따뜻하고도 좋다. 거기서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구여?하는 소리에 깨어 보니 젊은 인부 한분이 들어오셨다. 겨우 12분만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호의를 보이면서 커피한잔 하겠느냐고 해 잠좀 더 자겠다고 하며 사양했으나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아 그냥 커피한잔 달래서 마시고 나섰다. 원통나무집(558.9km)을 12:15에 통과하여 한계3거리를 지나 드디어 갓길이 전혀없는 마의 용대리길에 들어서 조금 가다 ‘고원통교’를 건너자마자 순대국집이 있어 오랜만에 순대국을 먹었다. 냄새도 나지 않고 고기도 제법 들어 있어 잘 먹고 30분만인 13:10 다시 나섰다. 갓길이 전혀 없지만 평일이라선지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역주행을 하면서 가니 그런대로 갈만하다. 마주 오는 운전자들 보기 미안해서 걷지 않고 계속 달려 가는데, 십이선녀탕 휴게소를 지나 1시간이 지나자 또 졸립기 시작한다. 적당한 곳을 찾다가 ‘우리들주유소’가 최근에 지어졌는지 아주 깨끗해서 화장실에 가 보니 역시 깨끗하다. 거기에서 염치불고하고 순식간에 25분을 잤다. 비가 오고 차량통행도 드물어선지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시령으로 올라가는 길을 우회하여 굴다리를 지나 용바위식당(577km)을 16:02에 통과하여 진부령 초입버스정류소 매점에서 다시 음료수로 물주머니를 채우고는 본격적으로 진부령을 오르기 시작했다. 김주영강원지맹회장님한테 들은대로 진부령은 역시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계속 달려 올라갈 수 있었다. 설악산에 있는 고개치고는 아주 완만하여 고개라 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40여분만인 17:00에 정상(583.1km)에 올라 곧 바로 내리막을 달려 내려 갔다. 내리막길 역시 완만하여 무릅에 별로 부담을 주지 않아 좋더군. 진부령휴게소(586.3km)에 17:28에 도착하니 배가 고프기에 배낭에서 오징어를 꺼내어 먹으면서 천천히 내려 갔다. 6km쯤 내려 가니 신평교인데 갑자기 승용차가 1대 서더니 한분은 휴게소로 뛰어 들어 가고 한분이 뭐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물어 언뜻 누군지 알아 보지 못하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고 계속 내려 가는데 뒤쫓아 온 분을 보니 목동마라톤클럽의 경규홍 전 훈련팀장님과 이명호님이시다. 자세히 보지 않는 바람에 바로 알아 보지 못해 대단히 죄송스러웠다. 중간지원은 실격사유가 된다는 것을 잘 아시는지라 600cp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가셨다. 장신유원지(593.6km)에 17:45 도착했고, 이 부근 계곡은 금강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멋있다. 장신리에서 박카스를 1병 사 마시고는 통일면옥(600.1km)까지 냅다 달려 121시간38분만인 7.19(목) 19:38에 도착했다.
김승초 cp팀장님이 반겨 주시는데, 선두 박석희님은 12:07에 출발하여 15:40에 Finish line에 이미 도착하였고, 오승권님과 권자현님도 14:56에 출발하여 18:45에 도착했더군.
목동마라톤클럽에서 권정현지원팀장님과 오광식님,경진문님이 오셔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섯분이나 오셨으니 그 성의에 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준비해 왔던 목동마라톤유니폼을 꺼내 입고 김승초님이 주신 시원한 미역냉국을 마시고 19:50에 나섰다. 대대삼거리까지 잘 갔고 러너스하우스의 전세열님 부부의 격려도 받으면서 거진을 향해 가는데 또 비가 쏟아지고 노면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 계속 달리다 걷다 하는데 어느덧 비도 그치고 초도삼거리에 이르러 이제 3km만 가면 되겠거니 하고 가는데 아무리 가도 끝이 없다. 좀 더 느긋했어야 하는데 어서 빨리 골인하고픈 욕심이 앞서다 보니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것 같고, 아직도 수양이 많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되겠다. 어쨌든 가고 또 가다 보니 어느덧 붉은 카펫이 깔린 주로를 밟고 황선용 대회조직위원장님을 비롯한 대회관계자 분들과 목동마라톤클럽 회원님들, 러너스하우스 전세열님 부부등의 열렬한 환영속에 Finish Archi를 통과하여 이번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125시간 22분만인 7.19(목) 23:22이었다. 감격에 겨워 눈물도 좀 나고 목도 좀 메일 줄 알았는데 그저 해 냈구나 하는 생각뿐, 특별한 감흥도 없어 스스로도 좀 의아스러웠다.
돌이켜 보건데, 이번에는 졸리면 언제든지 잤고, 배고프면 무엇이라도 먹었더니 비록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무난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총125시간 22분중 26시간을 밥먹고 잠자는데 보냈고, 그중에 잠은 총17회에 8시간으로 매회 평균 30분 정도, 하루 1:30정도 잔 셈이다.
그래선지 마지막날까지도 몸의 이상을 별로 느끼지 못했으며, 다만, 종아리에 통증신호가 오면 김현우님이 가르쳐 준 로시텐을 바르면 괜찮아져 통증도 크게 느끼진 못했다.
이상으로 길고 지루한 참가기를 마치며,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재삼 재사 감사드리며, 이번 대회중 불의의 사고로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가신 안봉현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2007.7.26
서경석 올림 | |
첫댓글 끝까지 다 읽으신분은 울트라 도전 자격이 충분히 있으신 분이십니다. 관심과 시작이 절반의 성공이니까요.
완존 ~ 죽음의 레이스 네요~~ 하루1:30분 자면서 6일을 달리다니 강철인간 이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