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엔터프라이즈 동호회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추천 맛따라 스크랩 [맛객의 맛집]제기시장의 맛-현고대닭발 과 충주집
미소 = 36 추천 0 조회 532 07.04.19 21:50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현고대닭발 과 충주집의 닭 곱창

 



충주집 닭발물고 한잔~한잔하고 닭발물고~ 입과 손이 쉴 틈이 없다

 

 

마늘 생강 후추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버무린

빨간 양념으로 범벅을 한 닭발 하나 입에 물고

쭈욱 빨아 당기면 손에 남는 건 통뼈하나.

입속에 갇힌 놈은 이리저리 굴려가면서 잔뼈를 추리는 일이

영 귀찮긴 하다.

그래도 요놈의 매운맛과 간질 난 맛 때문에

먹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닭발에 살이 푸짐하게 붙어 있다면

이리 맛나지 않을 것이다.

입 안에서는 불이 나고 매워서 한잔.

한잔 마셨으니 안주삼아 다시 닭발물고!

 

자연 입과 손이 쉴 새가 없다.

그러니 매운 닭발이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진지한 대화 같은 건 부재중이 되고 만다.

만약... 매운 닭발 먹으면서 사랑고백을 한다면

음... 재미는 있겠다.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현고대닭발

 

아직 개발과는 거리가 먼 제기시장 뒷골목에

매운 닭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현고대닭발' 이 있다.

이 집을 90년 초부터 드나들었으니 얼추 십 수 년은 됐나보다.

이 집의 역사는 그 보다 배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부터 뒷골목 허름한 집들을 좋아했던 맛객 인지라

돼지갈비라는 조그만 돌출간판 하나 달랑 붙어 있는 이 집에 끌리는 건 당연했다.

거기다가 오래된 가게에서 볼 수 있는 황토색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문틀까지

일단 분위기는 좋다.

그런데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더 더욱 가관이다. 말로 다 표현 못할 허름함

(음... 딱 맘에 드는 걸)

 

돼지갈비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웬걸 모두 다 비닐장갑 하나씩 끼고서

닭발을 빨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생소한 식문화 충격에 빠졌다.

이집은 원래 닭발이 주 메뉴가 아니었다. 돼지갈비와 닭갈비를 파는 집이었으나

아웃사이더였던 닭발이 그만 돼지와 닭갈비를 눌러버렸다.

 

지금은 비록 닭발에 밀려 났지만 닭갈비도 웬만한 집보다 나았다.

양배추와 떡을 넣고 기름 흘린 철판에 굽는 느끼한 방식이 아닌

고기만 구워먹는 말 그대로

정통 닭갈비였다.

 

두 번째 갔을 때부터 돼지갈비는 나의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고

닭갈비와 닭발만 먹었었다.

가끔 모래주머니도 먹긴 했지만.

 

닭발만 먹고 나면  허전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럴 땐 남들은 메뉴에 있는지도 모르는

국수를 시켜먹었다.  뜨거운 국물에 말은

국수 한 그릇을 신 김치와 함께 먹고 나면 뱃속이 든든해 졌다.

 

 

닭발은 양념이 맛을 좌우하지만 닭발의 크기도 맛에 영향을 끼친다.

너무 큰 닭발은 맛이 없다. 삶아도 질기기만 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사이즈가 맛내는 데는 딱 이다.

 

'현고대닭발' 은 여느 닭발 집 들과는 다른 비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살과 뼈가 자연스럽게 분리 되면서도 닭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집의 닭발을 먹어보면 형태는 유지하고 있으나 너무 덜 삶아졌고

부드럽다 치면 형태가 온전하지 않다.

 

닭발은 적당하게 익히는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양념 을 해서 바로 식혀야 한다.

고대 현 닭발은 양념을 마친 후 대형 선풍기 여러 대가 가동되어 급속으로

식혀버린다. 이 노하우가 다른 집과의 차별되는 점이다.

거기다가 요즘 유행하는 불닭 집의 닭발 집처럼 단순하게 입술만 맵게 하지 않고

속 깊은 매운맛이 참 좋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맛이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아쉬움만 남는다.

유명세를 치루면 맛도 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양념도 그전보다 적어 허여멀건 해 지고 그 집 고유의 분위기도 많이 바껴 버렸다.

새로운 건물로 옮긴 이유도 있겠지만 원래의 그 허름했던 본점이 좋았다.

이렇게 나의 단골집 하나가 또 지워져 가는구나.

 

 

오래전에 내가 포장마차에서 처음 주문했던 안주가 닭발이었다.

눈 내리던 어느 겨울 밤  으슥한 골목에 빨간 천막의 포장마차가 있었다.

닭발과 소주를 시키면 생 닭발을 칼로 다져 뼈를 대충 추려내고 촤악 펴서

양념을 발라놓은 닭발을 석쇠에 올려서 연탄불에 구워냈다.

초 고추 장 에 살짝찍어  입에 물면 보드라운 닭발 속에서 부셔진 뼈가 자근 씹혀졌다.

그놈을 먹으면서 연신 소주잔을 비워냈다.

그 시절 고딩 때 먹었던 맛을 어디 가서 찾을 수 있을까?

 

 


전혀 느끼하지도 않다. 닭 곱창은 그래서 좋다 충주집

 


요놈이 닭 곱창 부드럽고 칼칼하면서 매운맛이 난다

 

 

 

며칠 전 모꼬지 3차는 고대닭발 집으로 정해졌으나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했기에

산채원 촌장의 제안으로

닭발집 근처에 있는 충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간판도 없이 출입문에 충주집이라고만 쓰여 진 이집 분위기.

한마디로 그 옛날 고대닭발 집을 연상시킨다. 이런 정서적인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음식 만드신 분의 순박함도 엿보인다.

 


누리끼리해서 비린 된장국이 아닌 진갈색의 촌맛.개운한 아욱 된장국. 밥을 반공기만 말면 속도 달래고 더욱 맛있다

 

 

닭 곱창이 익어가는 동안 서비스로 나온 아욱국을 먹는 맛이 너무 좋다.

집 된장 풀고 아욱만 넣고 끓인 이 맛이 여러 가지 재료 들어간 된장찌개보다 좋다니

이게 손맛인가?

 

배가 부르지만 공기 밥을 한 공기 달래서 된장국에 말았다.

사방 데서 수저가 모여든다.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연신 숟가락질이다.

인심 후덕해 보이는 아주머니 된장국 한 그릇 더 준다.

나중에 된장국만 먹으로 와도 되냐니까

기꺼이 그러라 하신다.

갈수록 맘에 든다.

비록 '현고대닭발' 은 아니지만

이집에서도 닭발이 서비스로 나왔다.

누군가는 매워 죽겠다고 했지만 닭발은 원래 그 매운맛 아닌가?

이젠 뭐가 나와도 다 맛있다.

 

신뢰는 맛을 낸다.

단골집의 음식이라던가 추억의 맛. 어머니의 손맛이 맛있는 이유가

먹기 전부터 신뢰를 해 버리기 때문이다.

 

사각 틀에 호일 깔고 그 위에 양념으로 버무린 닭 곱창이

진향의 깻잎과 함께 잘도 익어간다.

분량이 제법이다.

 

술잔을 부딪치고   한점 맛보니.

돼지곱창과 소 곱창처럼 느끼하지도 않고 칼한 맛이

혀에 착 감긴다.

 

제기시장 내 충주집 에서는 못생겼지만 사람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닭 곱창을 맛내기 하고 있다.

 




 
다음검색
댓글
  • 첫댓글 아 죽이네요..정말.. 땡기네요.

  • 제가 급해서 못본듯 한데요 .네비게이션 어디찍고 가야하나요?? ㅠ.ㅠ. 먹으러 가볼까 하는데요

  • 08.05.15 18:47

    ㅎㅎ 여기 정말 아는 사람들만 가는곳인뎅 닭곱창 강추강추 고딩때부터 댕겼다는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