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르만 민족 공통의 신화.
전승(傳承)은 특히 9세기에 아이슬란드로 이주해온 노르웨이인(人)에 의해 《신(新)에다》(산문 에다)와 《구(舊)에다》(운문 에다) 속에 풍부한 자료 로 보존되어 있다.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기나 바이킹시대를 반영하여 게르 만의 영웅전설과 같이 싸움과 죽음의 이미지가 짙다. 세계의 창조는 원초( 原初)의 거인 이미르의 탄생에서 비롯되는데, 나중에 오딘과 그의 형제신은 이미르를 죽여 살은 대지, 뼈는 산맥, 두개골은 하늘, 피는 바다라는 식으 로 그 몸뚱이로 세계를 만들고, 나아가서는 2개의 유목(流木)에서 최초의 인간, 즉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세계의 중앙에 있는 땅 미드가 르드에서, 신들은 하늘에 있는 아스가르드에서 산다. 그리고 우주는 생(生) 과 사(死)의 세계를 뚫고 자라는 거목(巨木) 이그드라실에 의해 지탱된다. 전사한다는 것은 오딘의 집 발할라에 들어가는 것이고, 사자(死者)는 낮에 는 무예로 밤에는 주연(酒宴)으로 나날을 보낸다. 주신(主神)인 오딘, 뇌신 (雷神)인 토르 ·티르 ·프리그 ·발드르, 그리고 니외르드, 풍요의 신 프 레위르 ·프레이야 등의 신들이 활약한다.
북유럽 일대에 퍼져 있던 이 유목민 계통의 신화는 운명에 대한 체념이 특 징이며,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여신들마저 멸망을 면치 못한 다는 장렬한 종말만이 그리스신화와 큰 대조를 이룬다. 창의 시대, 칼의 시 대, 폭풍의 시대, 이리의 시대를 거치면서 폭력이 지배하고 형제자매, 부자 가 서로 싸우고 타락하는 무서운 겨울이 온다. 세계의 종말은 사악의 신 로 키가 풀려나고 이리가 된 그의 아들 펜리르가 오랏줄 글레이프니르(고양이 발소리, 여자의 수염, 산의 뿌리, 곰의 공포, 물고기의 입김, 새의 침으로 빚어 만든, 비단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끊을 수 없는 줄)를 끊으면서부터 시 작된다. 토르는 뱀 요르문간드와 사투를 벌이다 함께 쓰러지고, 프레위르는 거인 수르트와 겨루다 죽는다. 위아래 턱이 땅과 하늘을 찌르는 펜리르의 입 속으로 오딘이 빠져드는 순간, 칼을 빼든 오딘의 아들 비다르가 이리의 심장에 일격을 가하고, 온 세계는 수르트가 던진 불길에 휩싸여 종말을 고 하는 것이다. 그런 종말 뒤에 아름다운 푸른 숲의 새로운 땅이 바다에서 솟 아오르고, 되살아난 발드르와 함께 이 세상은 성실한 사람들의 행복한 생활 터전이 될 것이라고 《에다》는 예언하고 있다.
▲ 북유럽신화의 특징
독일어권의 민족들은 원래 라인강과 도나우강 주변의 유럽 지역을 차지하고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왕들과 영주들의 통치를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로마 가 쇠퇴하면서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일부는 노르웨이 남부 지방과 스웨덴, 그리고 잉글랜드 남동부에 정착하고, 또 다른 부족들은 남부 러시 아나 이탈리아, 스페인 남부까지 진출하였다. 상대적으로 기독교로의 개종 이 늦었던 덴마크나,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에는 스칸디나비아인들이 그 곳에 정착한 이래 아이슬랜드에서 들어온 고대 종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들 북부 지역에 기독교가 정착한 것은 11세기 이후였다. 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학문이 융성하면서 스칸디나비아인들의 과거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고대 아이슬랜드에 관한 기록들은 상당히 풍부해졌다. 따라서 북 유럽 지방의 신화들은 대부분 바이킹들이 활약하던 아이슬랜드를 중심으로 한 북부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중세 문학에서 온 것들이다. 이들의 신화에서는 신들과 악마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신들은 신 들의 영역과 인간들의 영역 모두에 법률과 질서와 부와 예술과 지혜를 확립 한 반면에, 악마들은 이 모든 것들을 다시 혼란 상태로 몰아넣기 위하여 끊 임없는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에 나오는 인간들 은 험한 기후와 불안한 생활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강인한 인물들로, 새로 운 영토의 개척을 위하여 늘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는, 전쟁에 익숙한 사람 들이었다. 그들은 척박한 토지와 추운 기후로부터 얻기 어려운 생활의 풍요 를 너른 바다에서 얻기 위하여 험한 항해를 일상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전쟁 같은 생활을 통하여 그들은 힘과 용맹성을 얻었고 육체적 힘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것은 여가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문화는 거칠고 난폭하며 떠들썩한 축제나 때로는 상스럽기까지 한 익살로 점철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신은 그리스의 신들과는 많이 다를 수밖 에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경배의 대상은 힘이었다. 그래서 철벽같은 무 장을 하고 강철 같은 힘으로 전투를 일삼는 거인 아에시르 같은 신들을 숭 배하게 되었는데, 그 신들은 멋진 외모도 갖추지 않고 전투에서 얻은 보기 흉한 흉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나운 성미에도 불구하고 투박한 인정과 소박하면서도 유머를 갖추고 있다. 로키신을 제외하면 그들은 영리 하거나 약삭빠르지 못하고 오히려 좀 둔한 편이다. 그들은 신들의 힘에 대한 건전한 외경심은 품고 있지만 존경심은 별로 없다 . 아름다운 태양의 신인 발데르만이 사랑을 받는데, 북유럽인들에게 그는 짧은 여름의 화신이다. 프리그와 시프와 프레이야 같은 여신들은 아름답긴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헤라, 데메테르, 아테나 등과 비교하면 거의 아무런 권능도 없다고 할 수 있다.
▲ 원시적 생명력을 이어온 북유럽 신화의 힘
유럽의 신화 하면 많은 사람들이 으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린다. 그리 스 로마 신화가 유럽 문명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말은 거의 공식처럼 쓰이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등 기라성같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그 리스 로마 문명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왜 그리스 로마 신화만 있고 독일 신화, 영국 신화, 프랑스 신화는 없을까? 이 나라들이 다 근대에 들어와서 세워졌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들 의 조상인 게르만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게르만 신화 는 있을 게 아닌가? 물론 그렇다.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아프리카 오지의 민족들에게도 신화가 있듯이 게르만족에게도 신화는 있다. 이 게르만족의 신화를 사람들은 북유 럽 신화 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 켈트 신 화와 더불어 유럽의 3대 신화를 이룬다. 이렇게 되면 많은 분들이 혼란을 느낄 것이다. 북유럽은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들이 있는 유럽의 일부일 뿐인데 왜 하필 게르만인 전체의 신화를 북유럽 신화라고 부 를까? 그리고 켈트 신화란 것은 또 무엇인가? 이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 이 세가지 신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 보자.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전, 중앙아시아 스텝 지대에서 살던 것으로 추측되는 유목 민족이 인도와 이란, 남유럽 등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발칸 반도와 이탈리아 반도로 들어가 각각 그리스와 로마를 세웠다. 이들이 후세에 전한 신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문명이 한창 꽃피고 있을 무렵 유럽 대륙에는 갈리아 지방(현재의 프랑스)을 중심으로 켈트인이라는 기마 민족이 활동하고 있었 다. 이들은 케사르에게 정복당해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기원전 4세기에 일 어난 게르만족의 대이동 때는 게르만파의 일파인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영국 일부와 아일랜드로 밀려났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앵글로색슨에 맞서 싸운 켈트인의 용사들이었다. 이 아서왕 이야기를 비롯하여 전사 코난, 트 리스탄과 이졸데, 로엔그린 등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켈트인의 신화를 켈트 신화라고 한다. 켈트인을 밀어내고 로마를 무너뜨린 게르만인은 본래 북유럽에 살다가 중부 유럽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도 영국의 베어울프 이야기나 독일의 지크프리트 이야기를 파생시킨 자기들의 신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 러나 로마 문명의 유산과 접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본래의 게르 만 신화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게르만 신화가 유럽 문명사회에 다시 알려진 것은 9세기부터 시작된 바이킹 의 활약 때문이었다. 바이킹은 게르만 대이동 때 북유럽에 남아 있던 게르 만의 일파로 노르만인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 기들 고유의 신화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원형대로 유럽 사회에 전해주었다. 바로 이렇게 바이킹이 간직하고 있던 게르만 신화를 북유럽 신 화라고 한다. 또 이 신화를 기록한 문헌들이 대게 노르웨이어로 씌어졌기 때문에 노르웨 이 신화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북유럽 신화는 영국과 독일의 게르만인도 다 같이 공유하던 게르만 신화의 한 분파인 동시에 오늘날에는 온전하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게르만 신화인 셈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 신화를 낳은 그리스인, 이탈리아인, 켈트인, 게르만인 은 다 같이 인도유럽어족에 속한다. 따라서 4천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인도 와 이란으로 이동한 아리아인과도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도 신화와 이란의 페르시아 신화도 앞의 세 신화와 형제지간의 신화 라고 할 수 있겠다. 단, 인도유럽어족 가운데 러시와와 동유럽에 사는 슬라 브인은 동방정교회에 워낙 강력하게 동화되는 바람에 고유의 신화를 거의 남기지 못했다. 2세기의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게르만인이 살던 중부유럽 일대를 여행하 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로마인은 요일에 다 신들의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었는데 게르만인도 똑같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의 목요일을 로마인은 주피터의 날 로 불렀고 게르만인은 토르의 날 로 불렀다. 공교롭게도 주피터와 토르는 똑같이 천둥과 번개의 신이었다. 그런데 자기네 고유의 신화보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 존중하는 현대 유 럽인도 유독 요일에 관해서만은 고유 관습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영어로 목 요일을 일컫는 Thursday는 바로 토르의 날 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화요일( Tuesday)은 티르의 날 , 수요일(Wednesday)은 오딘의 날 , 굼요일(Friday )은 프리그의 날 로 모두 북유럽 신화 속의 신에서 유래한 이름들이다. 수 요일이 이상하게 생각되겠지만 그것은 오딘이란 신을 영어로는 웨덴(Weden) 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단 하나 토요일(Saturday)만은 로마 신화에 등장 하는 농업신 새턴(Saturn)을 요일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타키투스는 저서<<게르마니아>>에서 게르만 신화를 로마 신화와 비교하여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북유럽 신화 관련 문 헌자료이다. 타키투스는 퇴폐와 향락에 빠져 있던 로마인에게 게르만인의 소박하면서도 강건한 기풍을 소개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자 이 책을 썼다 고 한다. 그런 고대 게르만인의 특징을 반영해서 그런지 북유럽 신화는 그 리스 로마 신화처럼 세련된 맛보다는 꾸밈없고 직선적인 태도로 원시적인 생명력과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 보여준다.
북유럽의 신화를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교하여 그 특징을 몇 가지만 들어보 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에는 다 같이 신과 거인의 대결 이 등장 한다. 그런데 이 대결이 그리스 신화에서는 서두에 불과한 데 비해 북유럽 신화에서는 기둥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거인들이 지배 하는 무질서한 우주를 신들이 타파하여 질서있고 조화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북유럽 신화에서는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 닌 신과 거인의 공멸, 그리고 이 세상의 완전무결한 파국으로 이야기가 마 무리된다.
둘째, 그리스 신들은 말 그대로 불사신이지만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도 죽는 다. 그것도 최고신인 오딘이 한 마리 늑대에게 잡아먹힐 정도로 참혹하고 수치스럽게 죽는다. 이런 지독한 신성모독은 북유럽 사람들이 얼마나 현실 의 세계를 끔찍해했는가를 잘 말해 준다. 인간의 수호자인 신도 그렇게 죽 을 수 있는 세상인데 한낱 미물인 인간의 삶이야 오죽하랴!
셋째, 그리스 신화가 비교적 밝고 현실긍정적인 데 비해 북유럽 신화는 어 둡고 비관적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자신들이 살던 현실 세계가 과거로부터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고대 북유럽인은 언제 이 끔찍한 현실이 끝나고 살 만한 미래 세상이 오는가에 더 신경이 가 있었 던 것 같다. 그래서 북유럽 신화는 신과 거인의 공멸, 즉 현세의 완전한 파 국 뒤에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치 겨울이 만물의 생명을 앗아간 뒤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듯 푸르른 생명의 땅 위에 펼쳐 질 날을 북유럽인은 기다리고 있었다.
넷째,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북유럽 신하에 는 인간의 이야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스 신화가 여러 예술가들에 의 해 끊임없이 가공되면서 인간을 위한 신화로 다듬어진 반면, 북유럽 신화는 자연의 힘을 한없이 우러르고 두려워하던 원시시대의 세계관을 비교적 온전 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다섯째, 북유럽 신화에는 그리스 신화와 같은 문화 영웅이 없다. 그리스 신 화 최고의 문화 영웅인 프로메테우스와 가장 유사한 북유럽의 신화의 인물 은 로키이다. 프로메테우스처럼 로키도 거인족의 일원이고 머리가 좋으며 신들의 뜻을 거슬러 가혹한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신들이 독점하던 불을 훔쳐다주고 기술을 가르쳐준 것과는 달리 로키 는 신들에 대한 시샘과 악으로 인해 신들에 대드는 이유없는 반항자 일 뿐 이다.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은 오딘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에도 오딘의 이름을 딴 예물시계가 나오고 TV광고로도 방영된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잘 생 긴 신사에게 은밀한 시선을 보낸다. 이윽고 신사가 여인에게 다가온다. 여 인은 짐짓 의아해하는 표정 속에 은근한 기대를 살짝 감추고 있다. 그러나 신사는 오딘(Odin)'이란 글자가 아로새겨진 결혼 예물시계를 보여주며 그 대로 지나가 버린다. 최고신의 이름을 빌려 시계의 품격을 높이려는 취지는 좋은 것 같다. 그런 데 이 광고를 보고 나는 슬그머니 웃었다. 신화 속의 오딘은 부인도 있고 자식도 많지만 매력적인 여인의 유혹을 받고 그렇게도 도덕군자연할 위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소한 북유럽 신화에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품광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실제로 북유럽 신화를 읽다 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 본 듯한 인물과 소재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는 생각이 들 거이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여러 명의 난쟁이,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동토에 웅거하고 있는 거인, 태양을 뒤쫓는 무시무시한 늑대, 세상의 한쪽 끝에서 쇠를 달구고 있 는 난쟁이, 용의 피에 목욕하고 불사신이 된 사나이, 하늘 끝까지 닿아 있 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 등등... 유럽의 민담과 전설과 동화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한 이런 이야기들의 부리를 따라가다 보면 북유럽 신화에 이 르기 때문일 것이다. 북유럽 신화는 그런 소재들을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훨씬 원시적이고 원색 적으로 다룬다. 신과 거인이 충돌하여 세상을 끝장내는 충격적인 결말이 예 고되고 있는 만큼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본능과 욕망의 극단을 향해 줄 달음친다. 우리는 이러한 북유럽 신화를 접하면서 단정하게 잘 짜여진 그리스 로마 신 화와는 또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리스 로마의 문화적 후예답게 세련되고 지성적인 유럽인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다. 북유럽 신화 속 에 드러나 있는 고대 게르만인의 원시적이니 생명력과 정신은 오늘날 유럽 인의 피 속에 연면히 흐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긍정적인 면 도 부정적인 면도 있다. 부정적인 예를 들어보면 2차대전이라는 파국을 도발했을 당시 독일인 사이 에는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랙(신과 거인의 최후의 대결)이 유행처럼 회자되 었다고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근대 유럽에서 일어난 과학 과 사상의 혁명은 북유럽 신화가 보여주는 강한 투쟁의식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구가 유럽인의 마음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국내에서 출간된 신화 관련 책들을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제목에 그리스 신화 가 들어간 책은 100종을 훨씬 넘는 반면 북유럽 신화 나 노 르웨이 신화 가 들어가 있는 책제목은 없다시피 했다. 이건 지나친 편식이 분명하다. 지금가지 누누이 말한 것처럼 유럽 3대 신화 중 하나인 북유럽 신화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에 대한 우리의 사고에 균형 감각과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고전이다. 단, 필자는 노르웨이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북유럽 신화를 담고 있는 원 전들을 직접 읽을 수는 없어서 이들의 영역본, 일역본과 여러 가지 참고서 적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전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은 북유럽 신화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참고한 자 료들을 토대로 필자가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줄거리 전개에 필요에 따라 부분적인 첨삭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야기들은 소개를 다음 기회로 미루기도 했다. 북유럽 신화가 우리 나라에서 읽을 만한 고전의 하나로 자리잡아 좀더 자세 하고 포괄적인 북유럽 신화 소개서와 해설서가 잇따라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출처 : 에라섬 (http://ihnoom.nas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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