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325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건국대의 입학사정관제는 크게 자기추천 전형, 리더십 전형, 차세대해외동포 전형으로 나뉜다. 자기추천전형은 자신의 소질을 꾸준히 계발한 학생을, 리더십 전형은 탁월한 소통능력을 지닌 리더의 소질을 갖춘 학생을 선발했다.
건국대 입학사정관제를 통과한 합격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세우고 꾸준히 노력한 것이 합격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콘텐츠학과 합격한 우설아
우설아(안양예고3)양은 입학사정관들로부터 문학에 관한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아 문화콘텐츠학과에 합격했다.
군인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아버지 우보환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한 편씩 시를 쓰기 시작했다. 중2 때는 초등 때부터 써온 시 80여편을 모아 '날개 달린 미운오리'라는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우양은 "어릴 때부터 문학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뚜렸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도 안양예고 문예창작과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고교 때도 친구들과 함께 문학동호회 '몽상가'를 조직, 정기적으로 문학작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충주대에서 실시한 국어문학상에서 1등을 차지하고, 민족작가회의에서 실시한 고교백일장에서도 2등을 하는 등 고교 3년간 30여개의 상을 받았다. 국군방송에 출연해 시낭송과 문화해석에 관한 패널로 참여하기도 했다.
내신 성적은 중간 정도였지만 국어 성적만큼은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고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다.
"문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편하게 문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문학에 대한 큐레이터 역할이라고 할까요."
우양은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한 눈 팔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펙만 올리려고 이것 저것 손대는 것은 금물입니다. 자기의 적성에 맞는 특기를 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응용생명과학부 합격한 한빛나라
한빛나라(북일여고3)양은 초등학교 때 과학자를 목표로 한 뒤 한번도 과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한양은 "초등학교 시절 과학잡지에서 흔히 찍찍이로 불리는 밸크로의 기원이 단풍나무씨의 갈고리 모양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물학이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에 과학에 흥미가 생겼고,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중 2때부터 고 1때까지 공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을 다녔다. 영재교육원은 한달에 1번씩 갔고, 방학 때는 캠프에 참여했다. 주로 주말을 이용해 과제를 해결했다.
고1 때는 청소년 인터넷신문에 과학기자로 활동, 전통놀이 속에 숨은 과학적 원리와 발효 등의 기사를 투고하기도 했다. 2008년 제1회 한중 청소년 교류기념 청소년지에 '인간의 폭력성과 생물학적 관점'이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한양은 "당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이코패스를 알아보면서 뇌와 생물학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를 살펴본 논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고3 때는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에 '서양등골나물 수용추출액이 상추와 무의 초기 생장과정에서 단백질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싣기도 했다. 일반고 학생이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것은 처음이다.
한양은 "스펙에 맞춰 대학·학과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가 쌓아온 스펙에 맞춰 합격여부만 따져가며 학과를 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이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나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치대학 합격한 최정이
최정이(숭신여고3)양은 입학사정관들로부터 국제인권변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정치대학에 최종 합격했다.
최양은 독도분쟁 등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국제변호사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국제변호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 특히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여성들이 할례의식으로 고통받는 사실을 알게된 뒤 국제인권변호사라는 진로를 세웠다.
"국제인권변호사가 되서 국제인권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제가 노력해서 하나씩 이뤄나간다면 언젠가는 이룰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법을 체험하기 위해 법무부가 주최한 청소년 법고을 학당을 수료했다. 주말마다 배심원 체험도 해보고, 검사로부터 강의도 받는 등 다양한 법조인 경험을 하는 과정이었다. 실제 법원에 가서 재판과정을 참관도 하고, 모의재판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조선일보교육미디어 주최 모의유엔대회인 MUNOS에 참여, 여성의 인권에 대한 안건을 진행시키기도 했다. 또 해비타트 네팔 자파지역에 가서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도 벌였다.
최양은 "입학사정관에게 잘 보이려고 돈을 많이 들여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억지로 자신을 꾸미기 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