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의 성질과 전달 방식에 따른 간단 펜분류

[하띠꾸]

자세한 것은 나중에 더 추가를 하기로 하고, 지금은 매우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려 합니다.

잉크의 성질에 따른 펜의 분류 : 유성, 수성, 중성

유성은 기름 성분이 많은 펜(Oil-Based)이고, 수성은 물 성분, 중성은 이 둘의 장점을 합해서 단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만들어 진 펜입니다.   유성은 기름 성분이기 때문에, 리필 자체의 보존성도 좋고, 필기의 보존성도 높습니다.   다만, 기름 성분이므로, 필기감이 수성에 비해서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모나미의 153이죠. 국내 제품으로는. 그리고, 대부분 고가의 롤러볼펜은 유성 잉크를 사용합니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만, 예전에 유성펜의 치명적인 단점은 일명 똥입니다.   똥처럼 끈적끈적한 것들이 필기 중에 나오죠. 그래서, 필기하는 공책 옆에 조그만 종이를 놓고, 똥을 찍어가며 필기를 하곤 했었죠.   모나미 153의 똥은 정말 대단했었죠.

수성은 말 그대로, (Water-Based)물 성분이 많은 것입니다.   보존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잉크가 자주 마르기 때문에 초필불량(일명 헛발질)의 위험이 높습니다. 그리고 물에 잘 번집니다.   붓글씨가 매우 대표적인 수성이죠.   볼펜의 경우에는 Pilot의 Hi-Tech Point라고 흰색 배럴에 알루미늄 클립, 니들 포인트 팁을 가진 전설적인 녀석이 있었죠.   장점은 물 흐르 듯 잉크가 흘러 나오기 때문에 뛰어난 필기감을 자랑하죠.  역시, 유성 대비 최고의 장점은 똥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놈은 노트 필기 후 엎드려 잠을 자다가 침이라도 흘리게 되는 날이면,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을 하게 되는 치명적 단점을 가진 놈입니다.

그래서, 이런 단점을 보와하기 위해서 일본 업체들이 만들어 낸 것이 중성펜(일명 Gel Pen)입니다.   젤펜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잉크를 주입하고, 리필의 마감을 젤리 타입의 stopper를 사용하기 때문에 젤펜이라고 하였습니다.   Pilot, Zebra, Pentel, Mitsubish(Uni) 등이 리더였죠.   제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Pentel 혹은 Zebra에서 최초로 개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젤펜(중성펜)으로 가장 성공한 것은 Pilot의 Hi-Tech C라는 펜입니다.   파이롯트의 하이테크 포인트와 마찬가지로 니들팁(바늘 모양의 표족한, 다른 모든 제품의 팁은 콘팁, 일명 고깔 모양이었죠)이었습니다.   콘팁에 비해서 세필이 가능한 니들팁은 한자 문화권인 동양에서는 정말 파격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마이크로에서 최초 개발을 합니다.   동아에서 두번째, 문화가 세번째로 개발을 하게 됩니다.   마이크로와 문화의 모델명은 까먹었습니다만, 동아의 마이겔(My Gel)이라는 제품은 니틀팁을 채용한 국내 최초의 중성펜으로 출시 직후, 없어서 못 팔 정도였죠.

정리를 해 보면, 유성, 수성, 중성은 잉크의 성질에 따른 분류입니다.   Pigment(안료), Dyestuff(염료)의 성분에 따른 분류라고 보시면 매우 간단합니다.   유성은 Pigment계열, 수성은 Dyestuff 계열, 중성은 Pigment + Dyestuff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중성펜은 말 그래도 metallic color(반짝이가 들어가 있는 컬러), Gold/Siver와 같은 색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더 나아가 형광색(flourescent color, 주황, 노랑 등등) 볼펜도 등장을 하게 됩니다.   또한 하얀 Pigment를 일반 중성 잉크와 섞어서 크리미 컬러(파스텔톤 컬러) 등도 시중에 나오게 됩니다.   중성펜은 자체적으로 50컬러, 60컬러 등의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었죠.   제가 팬시화(??)를 주도했다는 것은 이런 색깔의 다양화를 통해서 검정색 편지지가 나오게 되고, 크리스마스 카드 등을 일명 중성펜으로 만들어 보내는 혁신과 혁명이 이 땅에 일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동아연필(연필만 하는 것은 아니고, 종합 문구 업체)이 문구 업체의 주도권을 완전하게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에게 위협이 되어, 한국 문구 업체들이 바야흐로 세계 진출을 하는 엄청난 계기를 만들어 냅니다.   한국 문구사의 혁식적 변화이자, 최대 전성기였죠.   그 언저리에 물론, 저도 있었습니다.ㅋㅋㅋㅋ

그럼 콘팁(cone tip)과 니들팁(needle tip)의 차이를 간략하게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콘팁은 말 그대로 고깔 모양 또는 깔대기 모양의 팁입니다. 볼이 로드가 되는 반대편에 충분한 공간이 있기 때문에, 팁의 안쪽을 찝어내어(팁 외형의 변화 없이), 볼일 팁 안에 고정을 시키는 작업이 용이합니다.   니들팁 보다는 두껍게 나오죠.   유성펜이 모두 콘팁을 사용을 합니다.  일명 깔대기 모양이기 때문에, 잉크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법 또한 니들팁에 비해서 조금 편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니들팁(needle tip)은 바늘 모양처럼 생긴 스테인레스를 절단을 해서 그 안에 볼을 로드 하는 방식입니다.   파이프 양쪽의 직경이 똑같기 때문에, 볼을 파이프 안에 넣은 뒤(콘팁이나, 니들팁이나 볼의 직경은 팁의 직경보다 작습니다.   내부를 찝어서 볼을 걸어주지 않으면, 볼은 빠져버립니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적기 때문에 팁의 내부를 찝어서 볼을 로드 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불량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또한 콘팁은 잉크가 깔대기를 타고 흘러내리다 보니, 잉크의 흐름 등을 조절하는데 용이하지만, 니틀팁의 경우, 리필(플라스틱 파이프)에서 떨어지는 잉크가 니틀팁에서 직선으로 떨어져 내리기 때문에, 그리고 잉크가 흘러 내리는 직경의 차이가 바로 발생하기 때문에 압력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잉크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 또한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그럼 Roller Ball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인데, Roller Ball의 상대는 바로 Fountain Pen, 만년필입니다.   Roller Ball은 Ball Point Pen(볼펜입니다).   만년필은 다 아실 것이구요.   Roller Ball과 Fountain Pen의 차이는, 잉크가 저장된 곳에서 필기가 되는 곳(대부분 종이 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잉크가 전달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Roller Ball은 팁안쪽을 찝어서 로드를 한 볼이 rolling을 하면서 잉크를 종이위에 전달을 해 주는 제품이고, Fountain Pen은 말 그대로 샘물 혹은 분수처럼 흐르는 잉크가 닙을 타고 흘러내리며 종이위로 전달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필기감은 롤러볼에 비해서 만년필이 좋을 수 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잉크를 저장하는 방식과 팁의 재질에 따른 분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사인펜,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썼던 플러스 펜 등은 플라스틱을 촉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사실 이것을 저희는 펜이라고 부르지 않고 Marker류라고 합니다.   마커류는 쉽게 이야기하면 수수깡과 같은 것에 잉크가 저장이 되어서 섬유와 같은 닙을 통해서 전달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플러스 펜은 매우 단단한 플라스틱과 같은 팁을 사용해서 혁신적인 변화를 주어서 사무용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매우 저가이기도 하구요.   볼펜에 비해서 이런 사인펜과 마커류가 훨씬 더 싼 이유는 볼을 로드하는 매우 까다로운 팁 제조 과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마른다는 것입니다.   수수깡 같은 것들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공기와 접촉이 되면 잉크를 저장하고 있는 섬유 자체가 말라 버리게 되죠.

이상 제가 아는 내용을 매우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이미 아시는 내용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 기술한 것들은 필기류의 첨단 기술과 매커니즘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쓴 것이 아니라, 관련 제품들을 영업하는 사람으로서 알아야 하는 내용이며, 실제 영업을 하는 필드에서 사용을 했던 내용들이니 참고를 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하띠꾸]

중성펜 최초 개발과 대표 회사에 사쿠라를 추가합니다. 젤펜의 최초 개발회사가 사쿠라가 아닐까 합니다..

[하띠꾸]

아.. 그리고 우리나라 중성펜 개발 순서는 마이크로-> 모나미 -> 동아 -> 문화 순입니다. 제가 업계를 떠난 시점이 2002년 3월이니 10년이네요.. 기억이 오락가락 합니다.. 죄송합니다..

[원정대장]

와우 좋은 공부 많이 했습니다.. 역시 업계에 계셨던 분 다운 알찬 지식의 성찬이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띠꾸님..^^

[하띠꾸]

부끄럽습니다.. 폭풍집필을 한거라서 다시 읽어보니 오타가 엄청 많습니다. 사실 한국 문구 회사, 특히 필기류를 포함해서 했던 업체들의 발전 과정이나 뒷 이야기는 더 흥미롭습니다..

[원정대장]

자유게시판에 두기 아까운 글인데.. 함께 공부해요 게시판으로 옮겨도 될까요?

[하띠꾸]

공부를 할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운영진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설원의늑대]

감사합니다, 헷갈렸던 게 말끔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업계에 종사하셨던 분의 귀하고 생생한 글을 보게 되었네요. 동아연필의 마이겔도 생각이 났습니다. 하나 사보고는 흥분했었죠. 국산 펜의 실력을 꽉 믿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정대장]

하띠꾸님,, 공부방에 어울리는 제목으로 수정 부탁드립니다.. ^^

[하띠꾸]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원래의 글쓴 의도에 따라서 바꾸었지만, 제목에 비해서 글 내용은 많이 부족하네요. 나중에 시간을 내서, 제목에 맞는 내용으로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Gollum]

와우!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하띠꾸님의 시리즈물이 기대됩니다. ^^

[하띠꾸]

부담이네요... 근데 만년필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라서 카페 성격에 잘 맞지 않는 듯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