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분 | 날 짜 | 코 스 | 거 리 | 소요시간 | |
1차 | 3.26 | 2 | 용마~아차산 | 12.6㎞ | 5:30 |
2차 | 4.2 | 5 | 관악산 구간 | 12.7㎞ | 6:30 |
3차 | 4.9 | 6 | 안양천 구간 | 18.0㎞ | 6:30 |
4차 | 4.16 | 4 | 대모~우면산 | 17.9㎞ | 8:00 |
5차 | 4.23 | 1 | 수락~불암산 | 14.3㎞ | 6:30 |
6차 | 4.30 | 7 | 봉산~앵봉산 | 16.6㎞ | 6:30 |
7차 | 5.7 | 3-2 | 일자산 구간 | 16.1㎞ | 6:00 |
8차 | 5.21 | 3-1 | 고덕산 구간 | 10.0㎞ | 5:00 |
9차 | 5.28 | 8-1 | 구파발~국민대입구 | 14.0㎞ | 6:00 |
10차 | 6.4 | 8-2 | 국민대입구~우이분소 | 12.0㎞ | 6:00 |
11차 | 6.11 | 8-3 | 우이분소~창포원 | 8.5㎞ | 5:00 |
12차 | 6.18 | 1-3 | 당고개 구간 | 4.3㎞ | 2:30 |
계 |
| 157㎞ | 67 |
서울둘레길 제4기 100인원정대 첫날에
2016.3.26.
하얀 구름 떼가 찬바람으로 숨 쉬는 아침
화랑대역에 하나둘 대원들도 구름처럼 모이고
설레임, 두려움, 기대감에 아이들처럼 줄을 맞추어
서울둘레길 400리의 첫발을 내 딛는다
매화향기 그윽한 과수원 길을 걸어
청둥오리 토닥토닥 물장구치는 묵동천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씩은 도시 냄새 맡으며
개발에 저항하는 양원리 주민들의 절규를 보면서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중랑캠핑장이다
산길로 접어들어 서울과 구리를 잇는
망우고개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니
나무보다 많은 무덤 숲이다
찾아오는 이 없는 조용한 주말 아침
100인 원정대의 갑작스런 방문에
잠에서 깨어난 죽은 이의 넋두리
살아 있을 때 더 사랑하고, 더 어울리고, 더 움직이란다
죽어서 할 수 있는 건 이끼이불 덮고 잠자는 것
그리고 조금씩 흙으로 동화되어 가는 것뿐이라
상수리나무 가지를 비집고 들어온 봄 햇살이
무덤의 방을 데우는 정오가 되니
어디선가 점심을 준비하는 딱다구리의 수다스러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도시락을 비우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니 용마산이 다가 온다
영웅호걸의 시간이 잠들어 있는 세계
용마산, 아차산에 남아 있는 수많은 보루들
누구를 위한 민초들의 땀방울이었던가
옥새를 위해 투쟁하는 인간들의 모습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구나
암반 위에서 지조를 지키는 명품 소나무와 작별하니
다시 회색도시의 숨막히는 골목길이다
용한 점쟁이의 목을 베고서
아차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세계로.........
두 번째 원정길, 진달래로 불타는 서울둘레길5코스
2016.4.2
남태령을 넘어오는 봄 햇살이 간지러운 아침
두 번째로 행복 찾아 사당역으로 모인 대원들
시끄러운 차량들의 소음을 뒤로하고
차가운 회색의 언덕길을 걸어 오르니
저만치에서 관음사가 눈에 들어온다
엊그제 깔은 가파른 아스팔트 냄새가 싫증 날쯤
삼칠지난 아가의 손 같은 여린 잎들이
봄맞이에 재잘거리며 고개를 내민다
걷고 걷노라니 삶의 울타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가끔씩은 울타리를 벗어나서 그 안을 보았어야 하는데
짓눌린 삶의 무게를 태우고 태운 무당골
끝내 벗어버리지 못한 한은 그을음으로 남아 있다
무당골을 지키는 암벽위의 애처로운 소나무만이
촛불에 피어오르는 향으로 시간을 지킬 뿐이다
별이 떨어지는 낙성대의 아침
아직 정오는 멀었건만
말달리는 강감찬장군의 모습만이
관악산을 배경으로 정지되어 있다
이 시대를 구해줄 또 다른 별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한 무리의 정치꾼들이
한 표를 구걸하며 다가온다
아직은 앙상한 아카시나무 숲
간간히 숲을 헤집고 들어오는 자동차 소음들
나지막한 몇 개의 고개를 넘고
흙먼지 마시면서 다시 마주하는 넓다란 차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대원들의 모습에
관악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이
이 길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걸 ......
관악산 입구에서 스탬프 찍고
계곡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선다
겹겹이 쌓인 낙엽위로 불타는 진달래
잣나무 사이로 메아리치는 직박구리 노래소리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락을 펼치니
둘레길에서 삶의 안길이 보이네
머나먼 이국까지 와서
오직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던지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용기를 보여주고
이곳에 흔적을 남기신 세분의 선교사들
삼성산 성지를 지나서 발걸음 옮긴다
종착지 석수역이 가까워 지는데
이별이 이별이 되지 않고
다시 만나는 헤어짐으로
서로 다른 날 태어나서
하나로 이어지는 연리지처럼
두 손 꼬옥 잡고 걸어간다
꽃눈이 흩날리는 안양천에서, 세 번째 원정길
2016.4.9.
꽃 비늘이 눈처럼 날리는 날
햇님도 구름 속에 숨어버리고
찬바람도 원정대를 시샘하는 아침
저 멀리 연리지 내려다보는 석수역에서
세 번째의 행복찾는 길을 떠난다
옛 석공들의 돌다듬는 소리를 뒤로하고
석수역에서 안양천 따라 50리길
안양, 광명, 금천, 구로, 영등포, 양천으로
둑길 아래로 쉬임없이 지나가는 차량들
먼 길 찾아 떠나는 기차들의 힘찬 노동
낮게 드리운 구름안개 속의 고층빌딩 숲
무리지어 달리는 자전거 메니아들
오늘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 속을 걸어 간다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세계에서
그동안 몰랐던 스스로를 찾아서
겹겹이 쌓인 세월이 유유히 흐르고
그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몸부림
물위에서 봄을 구애하는 청둥오리들
주린 배를 채우려 물속으로 잠수하는 가마우지
바다에서 예까지 님을 찾아온 갈매기
길보다 안양천에 행복이 피어나네
둑길에 늘어선 벚꽃나무 터널
그 화려함에 함성을 지르고
봄바람에 날리는 꽃 비늘 하나에
가슴이 슬퍼지는 소녀가 된다
이 길에 꽃이 없으면 봄이라 할 수 없고
그 꽃들 앞에서 가슴이 설레지 아니하면
사람이라 할 수 없겠지..............
안양천 오른쪽엔 디지털단지 빌딩숲
50여년 전에 수출입국의 요람으로
재잘거리던 여공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하나였던 구로공단도 가산–구로 디지털로 갈라져
벤처의 꿈을 키우는 젊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네
안양천 너머 왼쪽엔 목동
상습침수지였던 논밭이 아파트숲으로 변하고
열병합발전소와 쓰레기소각장의 높은 굴뚝으로
거대 회색도시의 아픔이 배출되고 있다
긴 꽃 터널을 지나니
안양천과 도림천이 만나는 곳
강바람이 차가운 다리 밑에서
찬 밥 한술로 배고픔을 달랜다
이런 날엔
그저 막걸리 한 두잔 주고받으면
이 쌀쌀함이 좀 사라지련만
신정교 아래에서
손에 손잡고
얽히고 얽힌 삶의 실타리
풀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또다시 행복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저멀리 보이는 인공폭포
신혼부부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있었건만
이젠 역사 속의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곳
한강 너머엔 난지도가 보이고
삼성산, 백운산에서 달려온 일백리 물길은
혼탁한 한강에서 그 청아함을 잃고
달리는 자전거들이 긴장감을 더해오니
행복찾는 이 머언 길이
발끝에 닿는 아스팔트처럼
딱딱함으로 멀어져 간다
세월을 낚는 강태공을 바라보며
안양천을 건너니
따스한 엄마의 손길로
발목다친 소년을 응급치료하는 차대장님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가양동
올림픽대로 토끼굴을 지나니
라일락향기 그윽한 황금내근린공원
따스한 행복이 우리를 마중한다
웃음으로 기록되는 세 번째 인증스템프
아쉬운 헤어짐과 만남의 기약으로
서로서로 손을 흔든다
수락산에서 불암산으로, 네 번째 원정길
2016.4.16
오늘은
서울의 동북쪽 끝으로 간다
도봉산과 수락산이 마주하는 곳
몇 걸음 더 가면 의정부가 있는 곳
도봉산역 서울창포원에 모인 봄 햇살이
행복 찾아 떠나는 길을 인도한다
중랑천을 따라 시작되는 발걸음
별을 품은 조팝나무 향기에 취하며
아직도 겨울잠에 취해 있는
중랑천의 갈대숲을 지나
좌우로 경기도와 서울을 가르는
동부간선도로 위 육교를 건너서
수락산 자락으로 접어든다
물이 떨어진다
세월이 낙하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영겹의 윤회 속에
아가의 손 같은 풀잎은
어느새 어린아이의 손으로 팔랑인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도함과 화려함은 없어도
수락산 자락에서 외롭게 자라
우리들의 앞길에 꽃비늘 나부끼는
산벗꽃이 더 정겨워 보이고
민초들과 함께 뿌리내린
연분홍 철쭉이 더 반가운 것은
우리를 멀리하지 않고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속세의 내음새가 사라지고
봄을 알리는 풀 내음새 싱그런 길
봄이 흐르는 몇 개의 계곡도 건너고
자그만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봄이 샘솟는 숲 속에서
이렇게 행복을 찾아본다
가끔은 상수리나무 사이로
상계동의 아파트 숲이 보이고
능선 위로 걸어가노라면
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도 다가오는데
어느새 당고개이다
수락산과 불암산을 이어주는 전설 하나가
우리의 일상에 남아있는 곳
남양주에서 왔다가 돌아가는 버스들
오이도에서 달려온 4호선 지하철이
또 다른 노동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갓 구운 빵 냄새 묻어나는 시장 길을 지나
천도복숭아꽃 피어 있는 주택가를 걸어 오르니
이제 불암산 자락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화강암 절벽에 늘어진 사선으로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나무들이 마중한다
모자 쓴 부처님이 지그시 눈감은 불암산에서
저마다 가지고 온 정성이 가득한 도시락
한 자리에 내어놓고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몰려오는 먹구름이 우리의 가는 길을 시샘하니
서둘러 끝낸 점심 후에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쏟아지는 빗줄기
대원들은 서둘러 준비한 우의를 입는다
낙엽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푸르고
흙먼지 날리는 둘레길의 촉촉함이 메아리쳐 오며
비맞이 하는 나뭇잎들의 향기가 코끝을 울린다
불암산 전망대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봄비 노래하는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백사마을이 하얀 배꽃 뒤로 나타나고
쓰러져가는 집들 사이로
아픔을 숨기기 위해 그려진 벽화들이 보인다
늙은 배나무의 신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묻혀간다
종착지가 가까워지는 소리
저 머얼리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하는 곳
올림픽의 메달을 위해 땀흘리는 국대들의 훈련장
눈에 거슬리는 철조망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드디어 공릉산백세문이다
맨발로 이 길을 걸으면 백세까지 산다는데
등산화로 걸었으니 백세를 넘기겠지.........
차도를 따라 조금더 내려가니
원정대 첫날의 설레임이 남아 있는 곳이다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고
머나먼 우리네 삶의 여정도
처음의 그곳으로 이어지나니
오늘의 나를 잠시 잊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
다섯 번째 원정길, 대모산에서 사당역까지
2016.4.23.
오늘은 강남으로 간다
더 높은 곳으로만 향하고
남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머무는 곳으로
시간에 쫓기는 삶의 모습들이
짙은 황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아침
수서역 6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여린 풀잎들이 반기는 숲속으로
곧바로 몸을 숨긴다
대모산에서 구룡산, 우면산으로
멀고 머언 50리길을 걸어간다
누구에게는 이 사월이 잔인하겠지만
100인 원정대에게는 행복만이 있다
새신랑은 어디가고
홀로 밤을 지새운 각시붓꽃이
길옆에서 미소짓는 아침
신갈나무 여린 잎이 정다운 아침
엊그제 내린 봄비에 잠에서 깨어난 버섯들
늦잠자다 철늦게 피어나 수줍은 진달래
저 아래 빌딩숲보다 시간은 느리게 가고
아점을 준비하는 딱따구리의 요란스러움
이름 모를 산새들의 구애소리
이들의 노래와 영상이 하모니를 이루어
늙어가는 이 가슴을 뛰게 하고
싱그런 풀잎의 향기가 눈 속으로 스며드는
이 길이 행복하고
시간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늙은 할미의 손길이 약손이어서
여기가 명당이 되었던가
죽어서도 욕심에 이끌려 묻히고 싶은 곳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곳
처절하게 정적을 없애며 왕권을 세운 태종
그런 아버지 곁에서 잠시 머물다
욕심많은 인간들에 의해 저멀리 여주로 떠나간
우리의 큰 별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세종대왕
황사에 뒤덮인 서글픈 오늘을 구해줄
새로운 세종대왕을 기다리며, 꿈꾸며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대모산이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나와 하나가 된 연리목
뿌리가 서로 다른 인간만이 부부가 되는 것이 아님을
인간은 하나가 되었다가 헤어지기도 하는데
연리목은 그런 일이 없지 아니한가
대모산 자락에 자리잡은 불국사가
구룡마을과 그 너머로 우뚝솟은 고급아파트를
목탁소리 사이로 내려다보고 있다
도시개발에 밀리고 밀려서 만들어진
아픔으로 이어지는 삶의 역사가 애처롭다
다시 저곳이 개발되면 이제 어디로 밀려가야 할까?
불국사 언저리에서 피어난 금강초롱은 바람에 흔들리뿐
답없는 물음에 한마디 대답도 없네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소리 뒤로하고
다시 신갈나무 숲 사이로 발길을 재촉한다
대모산을 지나니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산이다
승천하지 못한 한 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 한을 풀어서 양재천이 되었다는데
한 마리 용을 찾아온 대기업의 본사들이 저멀리 보인다
용들은 떠나고 전설만이 흐르는 구룡산을 내려와
그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여의천으로 접어든다
봄을 희롱하는 나비 한 쌍이 춤추는 개천에서
찔레꽃 새순을 꺽어 먹으며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양재인터체인지 어두컴컴한 지하통로를 지나니
오늘의 도시락을 비우는 양재시민의 숲이다
배고픔에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돌아보니
여기도 아픈 역사들이 남아 있구나
올림픽을 앞두고 버마 하늘에서 사라져간 100여명
20년여 전 삼풍백화점 붕괴로 생을 마감한 500여명
더 오래전 6.25 전쟁당시에
풍전등화의 나라를 위해 나선 무명용사들
유격백마부대 500여명의 충혼탑이 있다
찾는 이 없이 외로운 탑 주위로
머언 여행을 준비하는 민들레 홑씨들만이
영혼들을 지켜주고 있다
양재천을 건너고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
차량들의 경적소리에 행복이 잊혀 질 즈음
다시 우면산 자락으로 접어든다
소가 편히 잠자고 있는 산이라 하지만
7년여 전에 산사태로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곳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지 보여주었던 곳
오늘도 우리는 자연을 자연그대로 두지 못하고
헐어내고 구멍을 내고 이기려 애를 쓰고 있다
이 우면산 밑에도 이미 터널이 지나고 있건만
석수역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고속도로 터널이 생기고 있다
우면산 골짜기마다 개발의 제한을 뚫고
공공시설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소방학교, 교육원, 예술의 전당 ........
산사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몇 개의 계곡을 지나고
우면산의 서쪽 끝에 이르니
꼬리를 무는 차량들이
천천히 기어 내려오는 남태령이 보이고
저멀리 하늘 한 곳에서
연주대가 흐리게 눈으로 들어온다
마지막 인증스템프를 찍고 내려오니
길 건너에는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시작점이 보이고
이렇게 오늘도 50리길의 여정이
사당역 지하철 속으로 마무리 되어간다
여섯 번째, 4기 100인 원정대 가양에서 구파발까지
2016.4.30.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오늘은 서울의 서쪽으로 왔다
14년 전의 흥분이 남아 있는 곳
도전하는 자에게
준비하는 자에게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이 시작되던 날에
개통된 1천 700미터의 가양대교
다리 위의 좁은 인도로 들어서면서
오늘도 40리길의 여정을 시작한다
머얼리 서쪽으로 행주산성이 보이고
외로운 갈매기의 나래짓 사이로
난지도의 쓰레기 산이 보인다
난초같은 수초들로 우거진
아름다운 우리들의 섬이었건만
인간의 욕심들이 버려져 쌓이고
쓰다말고 버린 수많은 잔해들이
모여서 산이 되어 버린 곳
지금도 안으로 안으로 썩어가면서
깊은 한숨 뿜어내는 곳이건만
푸른 숲으로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그 아픔과 한이 맺힌 길에
살구 열매 알알이 열리고
메타세콰이어길에 사랑이 흘러간다
난지도의 인공산을 지나니
꿈이 이루어 진 월드컵경기장이다
월드컵 4강 그것은 신화였다
우승보다 더 큰 꿈이었다
아련하게 남아 있는 흥분을 되새기며
다시 불광천으로 접어든다
삶의 번뇌와 불행을 부처님의 법으로 이겨내니
이 불광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광명이 있음이요
아래로 내려가면 무명의 난지도가 있음이라
청둥오리 토닥토닥, 잉어 한 쌍의 사랑싸움
어린갈대들의 불광천 봄맞이 소풍놀이 뒤로하고
증산동으로 접어들어 작은 언덕길을 오르니
인증스템프 찍는 증산체육공원이다
다시 수색산을 지나 봉산으로 걸어간다
한양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봉수대
그 봉수대도 4개에서 2개로,
다시 5개로 발전했다는데
여기 봉산엔 2개만이 복원되어
서쪽으로는 머얼리 일산, 김포로
동쪽으로는 안산, 인왕산으로
연기없는 무언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봉산 해맞이공원에 서니
독도까지는 442km이지만
평양까지는 187km밖에 되지 아니하는데
언제쯤에 저 평양까지 자유롭게 가보려나
봉산의 봉수대에 연기를 피우면 가능할까
왼쪽으로는 고양시, 오른쪽으로는 서울의 은평구
그 능선을 따라 봉산을 내려오니 서오릉이다
얼마나 좋은 땅이었기에
얼마나 자손만대 부귀영화를 꿈꾸었기에
왕릉이 무리지어 터를 잡았을까
명당의 터를 잡은 지관은
그 터의 벌에 의하여 죽음을 맞이했다니
그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
지관이 죽은 벌고개를 지나서
다시 앵봉산으로 오른다
오늘은 100인원정대의 맨 끝에서 걷는다
후미에서의 걸음은 느긋함이 있어 좋다
그러나 우리가 마지막에 가야만 끝이 나니
그 책임 또한 가볍지 아니하다
앞서 빨리가는 이에겐 보이지 아니하는
수풀 속에서 향기피우는 더덕도 보이고
계절의 느긋함을 즐기며 이제야 잎 튀우는
키 큰 아카시나무 아래에서
생존의 경쟁을 위해 이른 새봄부터 잎을 피운
어린 아카시나무의 치열함
소나무도 꽃을 피우고
산딸기 꽃봉우리 맺어예는 앵봉산
앵무새는 보이지 않지만
이름모를 산새 한 쌍이
데이트를 즐기다가 후다닥 몸을 숨기고
한 뿌리에서 11개를 낳은 팥배나무에
나의 마음을 보태니 한 다스가 된다
팥배나무 아래로 펼쳐지는 애기나리 군락지
후미에서 즐기는 느긋함으로
앵봉산을 내려오니 마지막
세 번째 스템프 찍는 곳이다
아파트촌으로 이루어진 뉴타운
북한산 자락의 구파발역으로 다시 걸어간다
봉산에서의 봉수대 통신이
파발마로 대신하면서 말이 쉬어가던 곳
다음 북한산 코스를 걷기 위해 다시 오리라
비가 내린다던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를 뒤로하고
구파발역 3호선 지하철에 지친 몸을 싣는다
먼저간 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들이 남긴 행복의 향기만이 코끝을 스치운다
일곱 번째 원정길, 고덕에서 수서까지
2016.5.7
위만 보고 걷지 말고
아래도 보고 걸어보자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보고 걸어보자
왼쪽도 보고,
오른 쪽도 보고
조금은 들꽃과 얘기도 하고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도 들어보고
좀 더 느리게 걸어간들
누가 잔소리 늘어놓을까
대문 열어놓고 왔는지
가스벨브 잠그지 않고 왔는지
오늘은 너무도 바쁘다
모두들 전사가 되어버렸다
둘레길 너머 남한산성 아래
특전사 용사들이 있어서 인지
앞만 보고 걷는 걸음이 너무나 빠르다
그 빠른 걸음 먼저 보내고
은둔자의 마음으로
오늘도 뒤에서 걸어본다
고덕역, 명일공원 출발 전에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노오란 나뭇잎 하나 주워서
100인 원정대 프랑카드에 비추어 본다
오늘도 숲 해설가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소나무 암꽃과 수꽃을 구별하게 되고
찔레꽃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니라
가슴 저밑의 하얀 슬픔을 피우고 있고
아카시아 하이얀 꽃이 바람에 날리니
저하늘 자락에서 떨어지는 옛 향기
꽃잎 따서 나누어 먹던 머나먼 그 시절의
동무들을 그리면서 걸어가는 길
명일공원, 상일동산, 일자산으로
오월의 신록이 노래하는 터널을 따라
강동구와 하남시를 넘나들며 걸어간다
고려말 한 신하가 현실 정치를 피해 은둔했다는 둔굴
일자산 둔굴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청설모 한 마리
은둔자의 호를 따라 서쪽에는 둔촌동
둔굴 동쪽으로는 초이동이 마주하고
은둔의 자리에 어울리게도
그 따스한 자락에 공동묘지가 자리잡았다
이름 모를 영혼들의 쉼터를 떠나
일자산을 내려오니 서하남으로 이어지는 교차로
빨간불이 초록으로 바뀌니 이제 송파의 땅이구나
좁은 인도마저 자신들의 땅으로 이용하는
길 위에 늘어진 화분을 비집고 감이천을 건너
시골같은 방이동 생태보전지역에서
인증 스템프 또 하나
성내천 너머로 보이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88올림픽의 향기가 남아 있지만
성내천의 이쪽과 저쪽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오금교 밑을 지나 성내천을 거슬러 오른다
잉어떼 물장구치는 성내천에서
오늘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저 머얼리 남한산성이 보이는데
시대를 외면하다 저 산성으로 쫒겨간 인조
산성을 내려와 어느 길로 삼전도에 갔을까
점심을 끝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종착지 수서역까지 7.23km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로
외곽순환고속도로의 방음벽을 따라
장지동 장지공원에 들어서니
임경업장군이 쉬었다는 장사바위
바위는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인간의 욕심에 따라 바위하나 세워져 있다
나그네 잠시 앉을 수 있게
그저 바위하나 눕혀두었으면 좋으련만
약수터에서 나오는 물 한 모금 축이고
앞서가는 원정대 따라 발걸음 재촉한다
이팝나무 눈부시고 보리수 열매 주렁주렁
글 읽는 소리도 귓가에 도란도란
송파 글마루 도서관에서 잠시 쉬어 간다
다시 아파트촌을 가로질러 내려가니
장지천이 우리를 맞이한다
느긋한 일광욕을 즐기는 오리 한쌍
엄마를 뒤따르는 아홉마리 새끼오리의 재롱
수선화 향기에 취해가는 장지천을 따라가니
청계천에서 밀려난 상인들이 모여 있는 곳
거대한 빌딩 가든파이브다
장지천이 끝나는 곳이 탄천과의 만나는 곳
산은 물과 물을 갈라놓아도
물과 물은 다시 만나는 것을
이 탄천은 다시 한강과 만나리라
저멀리 북한산 자락이 보이고
가깝게는 인간의 욕망으로 쌓아놓은
거대한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숯을 씻어 하얗게 할 수 있을까
애타는 장끼소리 바람에 날리는 탄천을 따라
무리지어 걸어가는 원정대의 모습 위로
저 건너 강남의 땅이 보이고
몇주 전에 걸어갔던 대모산이 보인다
햇살이 갈대숲 사이로 숨는 오후
광평교 밑 탄천을 건너서
일곱 번째 원정길을 마무리한다
여덟 번째 원정길, 고덕산에서
2016.5.21.
서울의 동쪽 끝에
물이 오는 길 따라
사람이 오고
사랑이 오는 곳에
하늘이 열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다림이 하나 있으니
오늘도 이루지 못한 목마름은
다시 한강으로 말없이 흘러간다
여기는 덕이 높은 땅
소인이 감히 범할 수 없는 땅
알 수 없는 까마득한 날에
두툼한 손으로 들짐승을 쫓고
돌 파편 하나 들고 양식을 구하며
움집 사랑의 역사를 만들었으니
그 흔적 유구히 남아있는 땅
한강이 흘러가듯
세월이 흘러가도
돌의 역사는 남아 있는 것
다리가 행복하다
다리가 노래한다
매실이 열리고
장미가 피어나니
다리가 다리가 아니고
놀이터요 공원이어라
그대 이곳으로 오라
별이 내리는 밤에
넝쿨장미 홀로 외로운 광진교 위로
강바람 간지러운 이곳으로 오라
뮤직벤치에서 그대 장미 향기에 취해
그대 어깨에 기대어 잠들고 싶나니
아홉 번째 원정길, 구파발에서 국민대 앞까지
2016.5.28.
4월의 마지막 날에 띄웠던 파발마가
님의 소식 갖고 오늘 다시 돌아왔는데
꽃피는 봄날은 가고 여름이 오는 길목
어느 날에 님이 올까 가슴아린 구파발
한강 이남의 굽이친 둘레길은 동서로 이어지고
광진교와 가양대교를 만나 남북으로 이어지니
이제 남은 북한산 둘레길 첫날의 여정
아침부터 태양은 거친 열기를 뿜어낸다
갈대숲 수초 우거진 진관내천을 따라 걸어간다
수초가 우거지니 향긋한 물 내음새 피어나고
냇물의 노래소리에 물고기, 새들의 고향이 되었네
어느 야망의 정치가에 의해 조성된 뉴타운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아파트 숲에 불과했다
진관내천이 시작되는 그 어디쯤에서 들리는
삼라만상의 고뇌를 씻어내는 독경소리 따라가니
둘레길에 앉아 있는 선림사의 풍경소리 아름답다
인증스템프 하나 찍고 구름정원길로 접어든다
둘레길 언저리에 숨어 있는 투박한 비석 3개
신을 모시는 한 인간의 꿈이련가
아버지 하늘을 성심으로 모시니
만물을 천지부모로서 살피시고
어머니 이 땅을 성심으로 모시니
만물초목을 천지 어머니로서 소생시키나니
몇 주 전에 피었던 하얀 꽃 자리마다
산딸기 빠알갛게 익어가는 소리를 들어보라
해가뜨고 별이지고 아침이슬 반복되는 윤회 속에
어느새 초목에 핀 꽃은 지고 열매가 익어간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하늘전망대다
서울의 서부지역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포토존의 곰돌이 포즈따라 인증샷 남기고
불광동 독바위역을 내려다 보면서 지나간다
독과 같이 생긴 독바위는 족두리봉으로 위엄을 지키고
4월 어느날에 걸어갔던 불광천으로 부처님의 자비가 흘러간다
산길을 내려오니 장미공원에 오월의 장미가 화려하다
진달래같은 아련함도 없고, 철축같은 은은함도 없다
그저 화려한 화장으로 눈부시게 젊음을 뽐낼 뿐이다
구기터널로 이어지는 진흥로를 건너서 지친 목을 축이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니 탕춘대성의 성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힘들어도 고개들어 뒤를 보지 않으면 후회도 못하는 것을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보현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삼국시대의 영토싸움에 이긴 흥분을 비석으로 남겼으니
비봉의 암석 한 자락 잘라내는 그 힘든 역사에
또 얼마나 많은 민초의 목숨이 사라져 갔을까?
족두리봉에서 인왕산까지 이어지는 탕춘대성의 성곽
저 아래 홍제천변엔 연산군의 연회장소 탕춘대가 있네
한번 가면 오지 못할 인생길에 무슨 한이 그리 많았을까
탕춘대성의 암문을 지나가니 구기터널 반대쪽이다
이북5도청으로 오르는 언덕길을 건너서 조금 내려가니
대로변 풀숲 안에 작은 하마비 하나 숨어 있다
경남 진해, 그 머언 웅천에서 여기에 와있다
얼마나 권력을 뽐내고 싶었으면
말에서 내리라고 돌표지를 세웠을까
인간들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구나
세월의 종이에 시를 쓰는 닥나무 한그루
지난한 아픔이 한 잎의 푸르럼에 녹아 있다
쥐똥나무 꽃 향기 피어나는 대로를 걷는다
때약볕 맞으며 한참 내려가다 왼쪽으로 올라가니
전심사 입구 평창동마을길이 시작된다
길고 긴 아스팔트 길이 10리를 넘는다
죽어서도 가보지 못할 고급주택이 늘어선 길
여기가 서울인가 의아스런 유럽풍의 마을이다
높은 담장 옆으로 누구는 외제차를 타고 가는데
나는 어이해 땀에 젖은 두발로 걸어가는 것일까
있는 자의 적막함 속으로 없는 자의 움직임
담쟁이 넝쿨의 아름다운 가면 뒤에
새하얀 장미꽃의 미소가 서럽게 울고 있다
길가에서 울고 있는 깨어진 돌부처(?) 달래며
오디열매 따먹으니 개구쟁이 다름없다
형제봉이 저만치 눈앞에 다가오는데
흰눈처럼 희날리던 팥배나무 가지마다
어느새 열매는 푸르게 영글어 가고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형제봉 입구다
스탬프 하나 다시 보태고 숲속을 들어서니
형제봉에서 발원하는 계곡물이 시원하다
부처님의 자비로 뭉쳐진 나무미륵대불 지나니
형제봉 갈림길이요 이제 오늘의 끝이 보인다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연리목을 바라보며
명상길에서 아홉 번째 여정을 마무리
열 번째 원정길, 북한산 국민대 앞에서 솔밭공원까지
2016.6.4.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동차를 끌어안고
북악터널 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지는 아침
이상보다 현실탐구에 지쳐가는 상아탑 아래
허리 굽은 젊은이의 한숨소리가
형제봉에 부딪혀 사라지는 아침
발걸음 잠시 옮기니
이름도 서글프게 명상길이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시간을 가르는 자동차의 경적이
짙어가는 녹음 위에 파르르 앉으니
두려움에 숨죽인 적막한 시간이 깨어난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푸른 계곡 위에서
보현봉, 대성문이 눈 안으로 내려온다
정릉계곡으로 이어지는 시원함이 귓불을 스치고
봉우리 근처에 부처님을 모신 선사의 용기가 부럽다
보현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담고 내려가니
북한산국립공원 정릉유원지 계곡이다
정릉은 여기서 한참이나 먼 곳에 있건만
누군가는 이렇게라도 그녀를 기억하고 싶었나 보다
신덕왕후,
조선초기에는 왕비로서 권세를 누렸으나
이제는 인간들의 놀이마당 이름에 사용되고
왕자의 난에서 패자가 되니
죽어서도 편치 못한 영혼이여
무덤을 지키던 돌은
청계천 광교에서 역사로 남아 있다
공원입구에서 인도를 따라 한참을 내려오다가
따가운 햇볕에 약간은 짜증이 날 즈음에
다시 왼쪽으로 아스팔트길을 걸어 오른다
아스팔트 위에서 달구어진 몸둥아리가
가파른 계단길에 지쳐갈 즈음
평탄한 솔샘마당에 들어선다
잠시 지친 몸을 얼음물로 달래고
솔샘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칼바위 능선 아래라서 물이 많았던가
지친 몸을 쉬지도 못하고 가사를 돌보아야 하는 아낙네들
시어머니 옷을 방망이로 내리치며
쌓인 한을 뱉어내는 동병상련의 인생들
아낙들의 끝없는 수다가 눈가를 스치는데
서러운 세월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산을 내려오는 인파만이 빨래골을 메운다
빨래골 공원입구에서 둘레길을 따라 돌계단을 오른다
돌계단이 끝나고 잠시 평탄한 길이 이어지니
눈앞에 나타나는 구름전망대다
흘러가는 구름이 쉬어가는 곳인가
흘러가는 구름을 전망하는 곳인가
아무렴 어떨까 내가 구름이고 구름이 나인 것을
구름 위에서 쉬어가듯 착각에 빠진다
백운대, 인수봉은 칼바위로 달려오고
도봉산은 오봉산과 다정하게 걸어오네
철쭉꽃 만발하던 날 저멀리 힘들게 걸었던
수락산, 불암산이 당고개로 이어지고
망자들의 숲이 자리한 망우리, 용마산, 아차산
한강 그 너머로 하늘로 용솟음치는 빌딩이 손짓한다
구름전망대를 내려와서 숲길을 헤치니 화계사 입구다
언덕길로 접어드는 둘레길을 한걸음 힘겹게 내딛는데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주는 갈참나무 한그루
인간들의 발길에 삶의 터전은 뭉개진지 오래건만
그래도 차마 죽지 못하고 더 깊이 뿌리내린 처절함이여
이마에 맺힌 몇 개의 땀방울이 이보다 더 힘들까.....
바람에 날려가는 흰구름을 멀리하고
다시 순례의 길로 접어든다
백운대 인수봉 자락 언저리마다
동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동포마저 외면한 외로운 이 숲속에
나라위해 몸 바치시고 사라져 가신
열사와 의사의 쉼터가 있었다
걷는 걸음마다 님의 침묵이 깨어지고
스치는 바람마다 속죄의 무게가 더해진다
북한산 둘레길, 순례길 구간 ....
무력으로 항거하여 나라를 구하면 의사요
맨몸으로 항거하여 나라를 구하면 열사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랑도 가족도 버렸건만
죽어서도 국가의 따스한 손길은 멀어지고
이 산자락 여기저기에 흩어져
민초들의 발걸음에 외로움을 달랜다
17위의 광복군은 무거운 총칼을 내려놓고
이곳 합동묘역에 지친 심신을 맡겼다
독립을 위한 고귀한 정신은 망각되고
자신의 이익을 쫒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한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혁명으로 몸바치신 4.19의 영령들이시여
4.19 묘지 뒤로 저멀리
4기 원정대 첫날에 걸어갔던
망우리, 용마산, 아차산이 조용히 눈에 들어온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바치신 영령들은
언제쯤 혁명이 완수되어 영면에 들 수 있을까
소나무 숲 사잇길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4.19 국립묘지를 뒤로하고 조금 내려가니
도봉산 정상이 눈에 들어오는 보광사이다
길옆 오른쪽을 보니 신갈나무 연리지가 있다
5코스 석수역 가는 길에는 연리지 안내판이 있었건만
보광사 뒤편의 이곳에는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네
보광사 언덕을 내려오니 솔밭공원이다
솔밭이 아니라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뒷 편에서 백운대 인수봉의 기를 내려받아
사시사철 도시를 향해 그 기를 보낸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백운대, 인수봉이 내려다보는 뜨거운 오후
북한산 기슭의 숲속에 울려 퍼지는
산새들의 노래소리 여운으로 남겨두고
솔밭공원을 벗어나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백운천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았는데
숲속언저리에 제일교회와 송주사가 가까이 있다
아미타 부처님은 교회를 등지고 ........
안타깝다 믿음은 하나일진데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속세의 아픔이
녹음이 짙어가는 이 숲 속에서도 치유되지 못하고
기나긴 속 쓰림으로 밤을 새워야 하나니
손병희 선생의 묘소를 지나니 주택가 골목이다
소나무 몇 그루가 지붕을 뚫고 멋을 부린다
그 멋에 취해서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들
나에게도 저런 날이 있었던가.......
시대가 나를 외면했었고
내가 세월을 멀리 했었나 보다
열한 번째, 우이동에서 도봉산역까지
2016.6.11
이제 끝이 보인다
오늘이 가고 1주일이 흘러가면
추억의 갈피 사이로 수줍게 쓰 내려간
그대와 함께 했던 이 길 위의 순간들이
내 가슴 한 켠에 오롯이 남아 있으리
혹독한 겨울의 시련을 이겨내고
만물이 봄을 맞이하던 날에
설레임으로 만나 첫걸음 내딛고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가는 유월에
마지막 퍼즐이 맞추어지는
아 ~~~ 이 황홀함
그대와의 첫만남이 소녀처럼 수줍었다면
에필로그를 남겨둔 오늘의 만남은
아직도 고백을 못한 소년의 마음 같아라
백운대로 오르는 초입엔 등산객으로 붐비고
인파를 뒤로하고 백운천으로 들어서니
계곡을 막은 콘크리트 아래로 폭포가 떨어진다
한그루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의 밤을 보냈던가
건물벽을 뚫고 얼굴 내민 소나무 한그루가
둘레길의 나그네를 즐겁게 한다
계곡 옆에는 공사가 중단된 채 버려진 개발의 현장
인간들의 욕심은 어디까지 이 자연을 파괴할 것인지
북한산 자락에 리조트 개발이 허락된 것도 의아스럽다
백운천을 내려오니 우이령 길
여기도 땅속을 파헤치고 경전철공사가 한창이다
우이령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너니
이제 도봉산으로 접어든다
도봉구와 강북구가 경계를 이루는
방학동 고갯길을 오르니
왕실묘역길 입구다
스템프 하나 다시 보태고 산속으로 들어선다
방학동 고갯길을 잠시 오르니
북한산 둘레길 이정표가 위치한 삼거리
신갈나무와 아카시나무가 함께 자란 연근목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둘레길을 걷다보니 이런 모습이 이젠 자연스럽다
언덕을 내려오니 연산군묘역지다
방학동 민가 근처에 자리잡은 폭군의 가족들
연산군도 권력에 눈먼 신하들의 희생양은 아니었는지
가슴에 맺힌 한을 탕춘대에서 술로 달랜 것은 아닌지
무덤 앞에서 830년을 살아온 은행나무는 진실을 알겠지
600년의 원당샘에서 솟아나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방학로를 건너니 정의공주묘소 앞이다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았을 공주의 모습이
방학로 한 편에 자리 잡은 무덤처럼 예뻤으리라
공주의 묘소를 뒤로하고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얼마쯤 걸었을까
쌍둥이 전망대다
북한산의 백운대, 인수봉
도봉산의 신선대, 자운봉
다시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불암산, 수락산
저멀리 망우리, 용마산, 아차산이 흘러간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구름 한 조각 그 하늘 아래
관악산, 대모산, 구룡산이 있겠지
산과 산을 이어주는 실개천이 흐르고
그 작은 개천들이 모여서 한강이 이루나니
서울둘레길에 물이 없다면
길이라 할 수 없고
서울둘레길에 사람이 없으면
또한 길이라 할 수 없으리라
쌍둥이전망대를 내려오니 무수골이다
근심이 없는 이 골짜기
300년의 세월이 흘러간 이곳이 서울인가 의심스럽다
도봉초등학교 농사 체험장을 뒤로하고
다시 언덕길을 오른다
울창한 신록에 묻혀서
풀 한포기 함께하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초라한 무덤들
우리네 인생도 저와 같을 진데
길가에 삐뚤어진 문인석 하나
나그네 갈 길을
말없이 안내하고 있다
자운봉, 선인봉, 만장봉 아래
도봉사, 능원사가 아늑하다
황금으로 빛나는 사찰을 뒤로하고
도봉천 통일교를 건너니
어느새 도봉산 입구 도봉탐방지원센터다
마지막 스템프를 찍으니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이어지는
이 순간의 쾌감을 누가 알리요
서울을 한바퀴 걸어서 연결하는 마지막 이 순간을
= 에필로그 =
길 ~
서울둘레길은
그대를 만나기 위한 공간이요
과거를 만나기 위한 시간이요
미래를 만나기 위한 꿈입니다
산은 길을 막고
물은 길을 열어
나는 산이 막은 길을 넘었고
너는 물이 열어 놓은 길로 다가왔지
그대를 만나서 행복했고
과거를 만나서 즐거웠으며
미래를 만나서 신이 났습니다
서울둘레길은
길이 아니라
만남의 공간이요 만남의 시간
만남은 행복이니
서울둘레길은 행복이었습니다
서울둘레길에서 찾는 행복-제4기원정대 후기(5조 김태호).hwp(아래 첨부물 클릭!!)
첫댓글 와! 드디어 완성하셨군요. 멋진 산행후기 두고두고 추억거리로 남을겁니다.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까지 편집했으나 파일용량이초과되어 빼고 올렸습니다. 사진까지 있는 편집본은 인쇄해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쌤! 닉네임 이군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