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정수윤씨죠~~" 낯선 전화를 받았어요. 여성회 초기에 마을의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만들었던 지역아동센터 근처에 어린이 도서관에서 가끔 뵈었던 ‘유금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의정부의 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의 길을 찾아가는 모임을 만들자 하시더군요. 그 모임에 함께 하자 하셨습니다. 도서관에서 서슴없이 책상 위를 오르던 녀석들이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죄송하다 말씀드리면 아니라고 손사례 치며 그윽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던 미소가 떠올랐지요. 그런 분이 무슨 좋은 일을 하자 하시니 그냥 절로 그러겠노라 했습니다. 열악한 여성단체에서 일당백으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형편에 따지고 들자면 부담스러워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들 보던 미소 때문에 그냥 함께 하게 되었지요.
2주에 한번, 또는 더 자주 만났습니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토론도 하고, 우리가 그리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때로는 의견의 차이를 좁히느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서 하품이 나기도 했구요. 평일 저녁에 모임을 하니 8살 아이는 옆에서 잠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더디더라도 하나 하나 소통하며 모임이 다져졌습니다.
운영위 워크샵, 창립총회, 대중강좌, 출범식까지 오면서, 이런 활동들을 준비하고 토론하고 실행하면서, 의정부 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부모들과 선생님들께 우리의 교육희망을 이야기했고, 운영위원들의 관계는 믿음이 두터워졌습니다. 또한 경기도 지역에서 모범으로 운영되는 혁신학교 의정부여자중학교와 끈끈한 협력관계도 마련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일들을 사람들이 이루었습니다. 의정부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생활하는, 마음 따뜻한, 우리 교육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의정부 교육희망 네트워크의 운영위원인 제가 참 복이 많구나 생각합니다.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의정부를 떠났던 사람들이 도로 짐싸서 의정부에 돌아오고, 서울에서도 교육 문제 때문에 의정부로 이사 오고 싶은 지역 공동체를 희망넷과 함께 꿈꿔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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