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는 깊고 깊은 산자락 어딘가의 사원에서 남자 셋이 바닥에 드러누워 끙끙 앓고 있는 소리 되겠다.
-음양사단 내의 격투기 대회에서 1등으로 탄 상금으로 가족들 고기도 사 먹이고 했던,- 한 때 한 가닥 날렸던 정혁은 만신창이가 되어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어깨야' 하며 앓는 소리를 했고,
-힘 조절이 아직 힘든- 민우가 그대로 들어 내던진 선웅은 뻐근한 등 근육 한 가운데 파스를 붙이고 있었고,
혜성은 연신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며 온갖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충재에게 ‘개 같은 회복력’이 있다면, ‘들소 같은 맷집’ 과 체력을 가진 동완,
역시나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온갖 고생으로 단련 되서 인지 웬만해선 크게 내상, 외상을 입지 않는 민우는
그저 구석에서 한가롭게 장기를 두고 있었다.
“아이 진짜‥ 자기가 좀 하지.. 손 시린데..”
“뭐, 이 새끼야?!”
“아,아니야!”
그렇게 앓아누운 형아들 곁에서 애기(?)들은 온갖 시중과 잔심부름을 해야 했다.
덥다며 온갖 짜증을 내는 혜성의 목덜미와 다리 위로 충재는 연신 구시렁거리며 얼음물을 적신 수건으로 더위를 식혀줘야 했고,
파스며 소독약, 상처에 바르는 약초 등을 가지고 선호와 준은 허리고 어깨고 문지르고 바르느라 분주했다.
“고맙습니다.”
선호가 파스를 붙이고 난 뒤 막 겉옷을 끌어내리던 선웅이 그러자 정혁이 의아한 듯 보며 피식 웃는다.
“뭘 또 고맙습니다까지? 아깐 뭐 선호씨?! 야. 선호 얘 이제 좀 있음 스무 살이야, 임마. 뭘 그렇게 어려워 해?”
“아니 뭐 그냥‥”
그러면서 선웅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인다.
그저 스무 살이 되는 아이가 아니라 상대가 바로 ‘선호’이기에 그는 함부로 하대하기가 어려웠다.
음양사단 내에서 선호의 명성은 이미 자자했다.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아이라는 소문‥
엄청나게 많은 살상을 저지른 뒤 버려진 아이라는 소문‥
교린지구의 향주의 핏줄이라는 소문‥
자비와 관용이 없는 잔인한 습성이 숨어있다는 소문‥
원래 소문이라는 놈은 발이 없고, 또 늘 변화무쌍해 그들에게 선호는 ‘반 괴물’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그 누구도 선뜻 자신의 집단에 합류시키려 하지 않았을 때,
선뜻 이들의 사부가, 그리고 이들이 선호를 거두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넘게 그들은 이리도 아무런 스스럼없이 그 아이와 살았다. 아니, 살고 있다.
주위를 슥 둘러보던 선웅의 시선이 정혁에게 멈춘다.
잔뜩 불만인 얼굴로 혜성에게 냉찜질을 해주고 있는 충재의 엉덩이를 발끝으로 폭폭 찌르며 한창 장난 중이다.
“박퍼피? 형아 발톱 좀 깎아주라?”
“뭐? 손도 아니고 발?! 형 발톱은 봉사로 오천원 인거 알지?”
“뭐야? 사천원이었잖아. 갑자기 왜 오천원이래?”
“형 요즘 쥐바긔 살인물가라고.. 몰라? 올랐어! 오천원이야!”
“와... 너 누굴 닮아 그렇게 돈독이 올랐냐? 무섭다. 무서워..”
그러면서 막내와 아웅다웅 싸우고 있는 정혁의 모습에 선웅은 피식 웃는다.
자신은 수장으로서 늘 엄격하게, 우두머리로서의 명령적 어조로만 아랫사람을 대했었다.
그래야 질서가, 그래야 하극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나름의 신념으로.
그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장들의 모습은 그랬다.
자칫 권위적이고, 또 강압적일지라도 그래야만 실수 없이 아랫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며 수장을 존경하는 것이라 믿었었다.
하지만 정혁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그 앞에 펼쳐진 이 평화로운 광경처럼.
“......”
그러다 선웅의 시선이 민우에게로 향한다.
그들의 가족원 중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인물.
교린지구의 후계자로서 음양사단의 일원으로 잠입했던 자를 그대로 받아주다니,
그 역시도 그대로 음양사단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니.
그 치열했던 교전과 상처 속에서도 여전히 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니.
이들의 관계란 도대체 뭘까‥
이들 간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그렇게 민우를 뚫어질 듯 바라보며 선웅이 상념에 젖어있던 사이,
시선을 느꼈는지 민우가 고개를 획 들어 선웅을 본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거냐 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자 선웅이 당황하여 어색하게 웃는다.
“아..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했습니다. 아깐.. 고마웠습니다.”
그러자 민우가 사람 좋게 씨익 웃는다. 괜찮다는 듯, 별일 아니라는 듯.
그 때 혜성이 힐끗 민우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 그런다.
“근데 아깐 참 신기하드라. 한 번도 지 능력을 꺼내지도 못 하더니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그러게 말이야. 아‥ 아직도 생각할수록 대단해.
지축이 다 흔들리고 음양사단 놈들은 꼼짝도 못 하고 말이야.
그 많은 놈들이. 와 씨‥ 부럽다.. 이민우. 난 왜 그런 재주가 없냐.”
그러면서 정혁이 씁쓸한 표정으로 혜성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대단하긴 했지. 수련만 잘 되면 아마 엄청난 힘이 될 거야.”
하고 동완이 거들어도 민우는 뚱한 얼굴로 슥 팔짱을 낀다.
뭔가 석연치 않은 얼굴로 한참을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느릿하게 그런다.
“그거 내가 한 거 아니다.”
“...뭐?”
혜성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치켜뜬다.
“내가 한 거 아니라고. 내가 한 거라곤 엘리베이터 문 열어서 이 분 안으로 집어 던진 거 말고는 없어.
그 이상은 아직 힘을 못 쓴다구. 더더군다나 그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한 번에 조절하기란 나한텐 아직 역부족이야.
그 엄청났던 진동도 그렇고, 내가 한 건 아니다.”
“그럼 그걸 누가 그랬다는 거야?”
하고 동완이 제법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우리 말고 누군가 다른 이가 있었단 말이야?”
정혁은 음양사단 일원들 모두가 두 발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옴짝달싹 하지 못 했던, 그 공포에 질렸던 얼굴들을 떠올렸다.
그 모습‥ 어딘가 낯이 익었다. 그 능력은 흡사 예전의 선호의 능력과 아주 유사한 형태였다.
“이거‥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거 아니야? 지 능력도 가늠 못 하는 중인 거 아니냐구.”
하고 혜성이 민우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너 아주 날 바보로 아냐?’ 하고 민우가 발끈했고, 혜성이 픽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그 둘을 보며 선웅은 ‘저 둘은 사이가 나쁜 거야, 좋은 거야.’ 하고 고개를 갸웃했고,
순간 똑똑- 하고 바깥쪽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새끼들만 바글거리는데 노크는 무슨. 그냥 들어와!”
하고 정혁이 소리치자, 문틈으로 성운이 슥 고개를 들이민다.
“저‥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하고 일행들이 이번엔 또 뭐야. 하는 의아한 얼굴을 하는 사이,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야! 김동완 이 배신자!! 나한테 말도 안 하고!”
하고 쩌렁쩌렁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로 씩씩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던 남자,
그러다 갑자기 온순한 양의 얼굴로 돌변하여 생글생글 웃으며 뒤돌아 보며 그런다.
“향심씨, 거기 문턱 조심하시고 여기 안쪽으로‥”
그러자 곱게 접은 분홍색 손수건으로 이마와 턱 언저리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으로 들어서며 수줍게 웃는 한 여인.
그녀의 등장에 일원들 모두 놀람과 반가움 등이 얼굴로 스친다.
"......!"
그리고 갑자기 혜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참을 웃을 듯 말 듯 복잡한 얼굴로 그녀를 보다 성큼성큼 걸어가 느닷없이 그녀의 두 손을 덥석 잡는다.
“아‥아이고, 오빠‥ 오랜만입니더.”
갑자기 덥석 자신의 손을 잡아 쥐는 혜성의 기세에 놀라 잠시 주춤하다 그녀가 활짝 웃어 보인다.
그 웃음에 혜성은 가슴 한켠이 뭉클하고 코끝이 시큰해, 순간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몰라 어색하게 웃는다.
“여긴 웬일 이예요. 향…심씨.”
오랜만이다‥ 혜원아.
“잘 지냈어요?”
… 잘 지냈니? 가엾은… 가엾은 내… 동생…
“야. 오빠야도 평안하셨슴니꺼?”
환하게 웃으며 묻는 그녀의 질문에 혜성도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탁-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이 툭 바닥으로 떨어진다.
곁에서 보고 있던 신우가 여전히 향심의 손을 쥐고 있는 혜성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그녀를 슬쩍 제 뒤로 감춘다.
그 모습에 혜성의 미간이 있는 대로 찌푸려져 원래의 히스테리 가득한 얼굴로 돌아온다.
“뭐야. 넌? 너 아직도 향심씨 주변에서 집적거리고 있는 거냐?”
“뭐?! 너어어~?! 암튼 위 아래 구분 못 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건 여전하구만!
니가 향심씨랑 뭔 친분이 있다고 함부로 손을 대? 향심씨 놀래게! 얼마나 유약한 분인 줄 알아?!”
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퍼렇게 눈빛을 빛내며 맹렬하게 따져오는 신우를 보며 피식 비웃는 혜성.
“니가 암만 그래봤자 겨우 너같은 놈한테 향심씨를 허락할 거 같냐, 내가!!”
그러자 이번인 신우가 기가 막혀 뒷목을 휘어잡는다.
“허! 너야말로 니가 뭔데~ 허락을 하고 말고 해! 니깟게?!”
“아, 왜 들 이래, 오랜만에 만나서!! 자, 향심이 안으로 들어오고, 아, 형도 여기 좀 앉고!”
문간에 서서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씩씩거리며 싸우는 그들을 말리며 동완은 향심과 신우를 안으로 데려와 탁자 앞에 앉힌다.
충재와 선호는 반가움에 달려가 향심의 곁에 찰싹 붙는다.
선호가 무사한지 몸 이리 저리를 훑어보다 향심이 이번엔 충재의 두 볼을 꼭 쥐고 얼굴을 자세히 본다.
반가움과 뭉클함에 향심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또 그 모습에 마음 약한 우리 충재, 훌쩍 훌쩍 거리며 ‘누나 울지 마세요’ 하고 꼭 안아준다.
그 곁에는 씩씩거리며 앉아 있는 신우를 동완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본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형?”
“배신자. 너희 사부님 아니었음 끝까지 몰랐을 거다.”
“아, 사부님 진짜‥”
하고 동완이 남감하단 얼굴로 구시렁 거린다.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알아? 니 놈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선호는 어떻게 됐는지, 소식 한 통 없고! 너한테 겨우 내가 이 정도냐?”
하고 신우 짐짓 화가 난 얼굴로 소리치자, 동완은 어느새 미안한 마음이 밀려든다.
“미안해 형. 워낙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경황이 없었어.”
“그래도 그렇지, 나쁜 놈.”
“근데 형… 우리 느타리 농장은 어떻게 됐어? 잘 챙기고 있었던 거야?”
“......”
하고 짐짓 걱정스럽게 묻는 동완의 말에 아무 대답이 없는 신우.
곁에 놓인 혜성이 목 닦고 발 닦던 세숫대야에서 얼음 하나를 건져 와그작 씹어 먹는다.
그러면서 시크하게.
“…그거 팔았다.”
“뭐야!!!”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동완.
“아니 누구 맘대로! 형이 땅 주인이야? 그걸 왜 팔어!”
하고 목잡고 넘어가기 직전의 동완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신우가 탁자 위로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떡하니 올려놓는다.
“나도 콧구망만한 땅덩이 몇 개랑 이것저것 다 정리 했다. 이제부터 너희와 함께 할 거다.”
그렇게 너무나, 너무나도 결의에 찬 신우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동완을 바라본다.
동완은 두통이 밀려오는 듯 머리를 부여잡는다.
순간 허허허‥ 하고 낯익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막 문을 들어서던 사부가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래, 오랜만에 만나 서로 회포를 풀고 있구나.”
마치 뒤에서 다 보고 계시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을 골라 의도적으로 나타났음에도, 우연히 자나가다 들른 것처럼
웃으시는 사부를 보자 동완은 순간 울컥 화가 치민다.
“뭐, 회포요?! ...아, 사부님!”
좀체 표현이 없는 동완이 뭔가 답답하고, 난감한 얼굴로 사부를 부르며 펄쩍 뛴다.
그리고 슬쩍 정혁과 민우와 혜성이 서로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넷은 에워싸듯 사부 주위를 빙 두른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신우가 스멀스멀 그 곁으로 다가간다.
“대체 어쩌실 생각으로 저 형을 이리로 부르신 겁니까.”
“부르긴 누가 불렀다는 거냐. 이놈아. 너희 걱정 할 까봐 그냥 안부나 전했을 뿐이다.”
“아, 그게 그거 아닙니까? 저 형이 그 얘기 듣고 여기로 달려올 거 뻔한데! 뭐 하러 그러셨습니까.”
하고 동완이 따지듯 타이르듯 사부를 몰아친다. 곁에서 슬쩍 팔짱을 끼우며 민우도 거든다.
“지금 여기 있는 일원으로도 충분한 듯 하니 저 분은 돌려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러자 정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다.
“제가 좀 겪어봐서 아는데 저 형 덩치만 크지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단 말입니다.”
그러자 혜성이 올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무식한 게 힘만 쎄지 머리도 나빴지, 아마?”
그 말에 이번엔 동완이 고개를 끄덕인다.
“할 줄 아는 것도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삽질에 곡괭이질을 맨날 가르쳐도 맨날 물어봐.
암튼 이쯤에서 향심이랑 같이 돌려보내는 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우웅… 하고 무언가 크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본능적으로 그들은 몸을 아래로 숙이거나 옆으로 피하며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속닥이던 자리로 날아든 커다란 원목 탁자.
신우가 치켜든 탁자가 휙 날아 와 열려있던 문까지 단번에 박살을 내고 복도까지 쭉 미끄러져 날아갔다.
막 탁자를 집어 던진 신우가 씩씩거리며 그들을 노려본다.
“뭐가 어쩌고, 어째!! 왜 난 안 된다는 거야, 이 새끼들아!
좀 놀아서 몸이 굳긴 했어도 아직 열 놈 정도 상대하는 건 너끈하다구!”
그러자 혜성이 고개를 단호하게 가로 젓는다.
“그건 이미 동완이와 캐릭터가 겹쳐!”
순간 주춤하던 신우가 다시 한 번 자신만만하게 소리친다.
“나 교린지구에서 굴러먹던 놈이야! 마라진이라면 나만큼 아는 놈도 없어!”
이번엔 동완이 민우를 보며 차분하게 그런다.
“여기 교린지구 예비향주 계시다.”
“......! 에이, 씨발! 왜 안 된다는 거야! 나도 껴줘!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단 말이다!”
이젠 바닥에 앉아 두 발을 치대며 생떼라도 쓸 기세다.
그 모습에 동완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안타까운 듯 그런다.
"형 우리 맘 몰라서 그래?"
...형은 향심이를 지켜야지. 우린 향심이를 지키는 형을 지키고 싶어서 이러는 거잖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우린 그냥 팔자라 쳐. 근데 형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
이제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서 그래.
그렇게 깊은 마음이 담근 동완의 까만 눈동자를 보며 신우가 동완의 어깨를 꾹 잡아 쥔다.
알어. 다 아는데‥ 넌 내가 여길 얼마나 두근거리면서 달려온지 모르지?
너도 알잖아. 나 농사 드럽게 못 짓는거. 체질이 아니야. 그건 내 적성이 아니라고.
...단 하루를 살더라도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너처럼, 너희처럼. 원래의 나처럼.
"그냥.. 내가 원하는대로 내버려 두면 안되겠냐. 방해 안 될게. 보탬이 될게. ...약속 하마."
그렇게 못지 않은 진지함으로 신우가 동완을 바라보자, 사부의 너털웃음소리가 들린다.
"녀석들... 인사 한 번 요란하구나. 여서 이러지 말고 회의실로 가자.
다 모였으니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선웅이 너도 따라 오너라."
"예? 예."
갑자기 퍼뜩 정신이 든 듯 선웅이 더듬거리며 대답을 한다.
두 볼이 발그레 한 게 무슨 일인지 눈도 조금 풀렸다.
그들이 그 생난리를 치던 말던 선웅은 힐끔힐끔 곁눈질로 향심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온통 분홍색 옷차림에 하얗고 작은 얼굴,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선호와 충재를 살뜰하게 챙기는 따듯함.
약간의 사투리와 어색한 서울말이 섞인 귀여운 말투.
그렇게 단숨에 향심에게 마음이 빼앗겨 선웅은 두근거리는 심장언저리를 손바닥으로 꾹 누른다.
“......”
첫눈에 반한다는 그 짜릿함을 먼저 경험했던 선배(?)로서 선웅의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예리하게 노려보는 신우였다.
- * -
“넌 왜 따라 들어와. 어른들 말씀 하시는데.”
"아이, 같이 좀 있읍시다."
덩치 큰 신우 뒤에 다람쥐 숨듯 숨어 들어와 시치미를 떼고 회의실 의자 하나를 꿰차고 않는 준.
그런 준을 혜성이 타박하지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수첩에 볼펜까지 꺼내고 능청을 떤다.
긴 테이블에 모두 자리를 정해 앉자, 바로 민우가 진지한 얼굴로 말문을 연다.
“그럼 그 금괴와 물자들을 교환하는 선박을 탈취하겠다는 겁니까? 우리가?”
“탈취는 훔치는 행위가 아니냐. 우린 그들 모두를 섬멸할 것이다.”
하는 사부의 단호하고 서늘한 말에 혜성이 슬쩍 눈을 찌푸렸다.
“계획은 있고?”
그러자 사부의 시선이 정혁에게로 향한다.
“너희가 교린지구를 처음 쳐들어갔을 때는 어떤 계획을 세웠었느냐.”
그러자 정혁이 떨떠름한 얼굴로 목 언저리를 긁는다.
“계..계획이요? 저희가 뭐 언제 그런 거 있이 행동 했습니까.”
그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부가 껄껄 웃으신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행동하자고? 말도 안 돼.
사부가 선전포고까지 떵떵거리고 해놓은 바람에 만발에 대비를 해놓고 있을 거야.”
하고 혜성이 난색을 한다. 주고받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동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가장 첫 번째 문제는 ‘진입’입니다.
통제와 출입이 엄격할 텐데 그 배에 우리가 어떻게 잠입하냐가 우선적인 문제인 거 같습니다.”
그 말에 곁에 앉은 선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선웅을 한 번 힐끗 노려본 신우가 펼쳐든 수첩에 무언가를 아주 신중한 얼굴로 적고 있다.
절대 저런 식으로 회의 내용을 메모하거나 골몰하는 타입의 인간이 아닌 걸 모두 알기에,
자기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걸 저렇게 피력하나 싶어, 다들 그 모습에 피식 웃는다.
어느 정도 귀여운 것도 사실이니까.
“아무래도 접근...은 이 중, 유일하게 음양사단인 제가 가장 쉽겠지만,
보시다시피 이렇게 물의를 일으키고 함께 도망 나온 몸이라…”
하고 선웅이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던 그 때,
“왜 그쪽이 유일합니까. 내가 있는데.”
하고 테이블 구석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귓가에 볼펜을 꽂은 준이 보인다.
“나도 음양사단 일원이거든요? 그리고 이 중에선 내가 그나마 출입이 제일 자유롭고.”
자신에게 모두가 집중하자 금세 우쭐하는 얼굴이 되어
준은 자리에서 일어서 테이블에 슬쩍 걸터앉는다.
“형님들 말씀대로 일단 배 안으로 들어가야 금을 뺏던, 때려부수던 할 거 아닙니까.
그 배로 오르려면 선장실은 어딘지, 최고 직위자들이 머무는 방은 어딘지,
갑판은 어느 쪽이 시야가 잘 안 보이는지 개구멍은 어딘지‥ 뭐가 어디에 박혔는지를 알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가보셔서 아시겠지만, 외부 용역을 부려서 선박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 음양사단에 출입할 수 있는 건 제가 유일하고요.”
“그래서?”
혜성이 재촉하듯 그의 다음 말을 묻는다.
“제가 그 선박의 설계도면을 빼내오겠습니다.”
"뭐?"
너무나 엄청난 임무를, 너무나 쉽게, 한껏 베짱 좋게 말하는 준을 향해 혜성이 막 싫은 소리를 하려던 찰나,
“그래, 한 번 맡겨 보마.”
사부가 혜성을 저지하며 준에게 인자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정말이죠? 정말이죠, 사부님?! 맡겨만 주십쇼! 저 이거 성공하면 저도 뭐 능력 같은 거 하나만 딱 하나만!!
저도 꼭 가르쳐 주셔야 해요! 아셨죠? 네?!”
하고 눈밭을 뛰는 강아지 마냥 좋아서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사부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다 그대로 회의실을 박차고 뛰어 나간다.
“뭐야, 사부! 안 돼, 저 촐랑이 혼자 위험하단 말야!”
하고 혜성이 정색을 해도 사부는 그저 느긋하게 웃으신다.
“너도, 동완이도, 정혁이 녀석도 여기 있던 놈들 모두 첫 사건을 맡았을 때가 열일곱, 열여덟이었다.”
“그거 하곤 경우가 다르잖아!”
하고 혜성이 빽- 소리를 지르는 걸 정혁이 점잖게 말린다.
“한 번 맡겨보자. 사부님이 의중이 그러시다면, 뭔가 뜻이 있으시겠지.”
..바보야, 그렇게 겪어보고도 모르냐.
언제나 저 분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아 계신 거. 다 생각이 있으실거다.
“그럼 준이 녀석이 돌아온 뒤에 그 결과에 따라 다음 회의 내용을 진행하자꾸나.”
마치 재밌는 실험이라도 하듯 유쾌한 얼굴로 사부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정혁이 뭔가를 골몰하게 생각하다 사부가 나간 뒤 그들을 다시 불러 앉힌다.
“우리라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순 없지. 우리가 산은 많이 탔어도 바다는 낯설지 않냐.”
“그렇지.”
대부분 근거지나, 수행지가 모두 산이었기에, 그 흔한 여름휴가 한 번 즐겨본 적 없기에 그들에게 바다란 퍽 생소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상상못할 정도로 크다고는 하는데, 바다가 그래서 얼마나 대단하게 넓고 깊은지,
그 위에서 접선하는 음양사단의 선박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지 그들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좀 실전대비 예행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냐?”
“예행연습? 뭘 어떻게?”
하고 묻는 민우에게 정혁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다들 나만 믿고 일단 따라와라.”
뭐처럼 대장 같은 멘트를 날리며 성큼성큼 회의실을 나가는 정혁.
그를 따라 모두들 우르르 몰려나가는 사이,
탁‥.
막 뒤따라 나가던 선웅의 가슴팍을 막아서는 손.
선웅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신우가 서 있다.
커다란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 위압적인 외향이지만 어딘가 장난스러운 눈매를 한 신우를 선웅은 뚫어질 듯 본다.
“뭡니까.”
하고 선웅이 점잖게 물어도 신우는 그저 뚫어질 듯 그를 노려본다.
“......”
“......”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팽팽한 기류가 얼마간 흐르고,
신우는 수첩사이에서 종이를 빼내 선웅의 가슴팍으로 퍽 내민다.
아까 회의 시간 내내 열심히 끄적이던 무언가를.
그렇게 선웅에게 내던지듯 아무렇게나 접은 종이를 쥐어주고 신우는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런 신우의 뒷모습을 보다 선웅은 손에 든 종이를 펴든다.
내여자다!! 내 신여사다!!/읭?!
시크하게 남의 느타리 농장 팔고 달려오신 신우님.. ㅋㅋ 활약이 기대됩니다.~
으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우오퐈야!!!!!!!!!!!!!!!!!!!! 이러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엽다기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정주행 이상무~ 아싸+ㅁ+~
아 신우 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쩜 좋아 ㅋㅋㅋㅋㅋㅋ
ㅋㅋ 또 봐도 미친다...
내여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어뜩해여 넘 기엽자나여
내여자다 ㅋㅋㅋㅋㅋ 신우씨 대박인데 준이 빼올거라고했는데 걱정이되네요
아신우대박귀엽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우씨귀워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본을봤어야하는건데ㅠㅠㅠㅠㅠㅠㅠ향심언니가 혜원이였다니ㅠㅠㅠㅠㅠㅠ
신우오빠...ㅋㅋㅋㅋㅋ
여기 예비 향주 계시다 에서 완전 뿜었음ㅎㅎㅎ
사유님이 사부.................. 우리의 머리꼭대기위에 계시는 ㅋㅋㅋㅋ
쥐바긔 살인물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신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님 완전ㅠㅋㅋㅋㅋㅋㅋㅋ 눈물콧물ㅋㅋㅋㅋㅋㅋㅋㅋ 내여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각관계인가요ㅋㅋㅋㅋ난 신우랑 선웅이 둘다 괜찮은데..ㅋ마지막까지 살아있는넘이 가지기로 하죠!ㅋㅋ아님 향심씨를 반으로!
꺄나도내여자다한번들어봤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이가 음양사단 일원이었나요? 아...가물가물 ㅠㅠ
우리 향심이 참 인기 많네요 역시 우리 혜성이의 여동생 답군요~
처음엔 향심씨가 어떤 역할일지 의아했었는데... 꼭 필요한 여인이에요 ㅋㅋㅋㅋ 신우와 선웅님 기대됩니다~
신우형 기엽긔 ㅎㅎㅎㅎㅎㅎㅎ
내여자다 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레요 ㅋㅋㅋㅋ
향심씨는 정말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네요 +ㅁ+ b 더불어 신우형님의 말씀에 빵 터져 버렸습니다 ㅋㅋㅋㅋ 앞으로가 참 기대됩니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향심씨부러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신우 넘 귀여워 ㅋㅋ
귀염둥이들!
신우 긔요미 ㅎㅎㅎㅎ
이제 동생을 아무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혜성씨의 폭풍질투도 볼 수 있겠네요 ♡
향심씨이쁜게당연하죠 혜씨동생인걸!! 아으 여자버전혜씨인건가 와...완벽체다....!!
민우씨의 능력이 아니었군요ㅇ0ㅇ 그럼 뭐지 제 3의 인물의 등장인가..!! ㅎㅎ신우씨와 선웅씨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꺼 같네요ㅋㅋㅋㅋ 신우씨는 여전히 귀여우셔ㅋㅋㅋㅋ
내여자닼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우씨귀여워요
ㅋㅋㅋㅋ 신우~ 선웅이한테 향심이 안뺏기게 분발해야겠다~ㅋㅋㅋㅋ
ㅋㅋ긔여워긔여웤ㅋㅋㅋ
ㅋㅋㅋㅋㅋ 향심씨이고싶네요
향심씨 인기 많네요~ 혜성오빠는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겠어요~
정말 사유님 소설은 짱이에요.....
다시 정주행 하고있습니다!!
"여기 교린지구 예비향주 계시다."가 왜이렇게 웃긴건지 ㅎㅎ 다시봐도 재미있어요!!
사유님.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