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윗돌과 억새평원의 천관산!!
번호 : 514 글쓴이 : 고지비 조회 : 49 날짜 : 2005.10.25 10:01
천관산 (전남 장흥 723.1 M) 2005. 10. 23일 일요일
산사랑에 오면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 같다.
살다보면 친정도 잊고, 그날그날 무사히.. 안녕히 지난 것을 안심하는 것이 습관되어 버린 것처럼..
오늘은 전남 장흥에 있는 천관산으로 일행과 함께 길을 나섰다.
아침부터 장갑 찾느라 좁은 집을 몇 바퀴 돌았다.
항상 산행에 필요한 물건은 함께 모아 두는데
오늘 따라 장갑이 왜 이리 꼭꼭 숨어버렸는지..
스틱이라도 잡을라치면.. 아니 두 손, 두 발로 기어올라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꼭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땀이라도 쓰윽 문질러 닦아야하는데..
버스가 떠날 시각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주유소표 면실장갑을 찾아서 물꽂이 망사코너에 쑤셔 넣고는 바삐 차를 몰아 산사랑 버스에 올랐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아는 얼굴들은 한 면 빠짐없이 인사를 해온다.
여기가 내 친정이구나! 하는 소속감을 느낀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산뜻한 가을날의 풍경과 단풍놀이 인파들이 가득 담겨있는 관광버스들이 신나게 달린다.
휴게소에 들러 볼일을 보는데.. 장난이 아니다.
난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만 밀려들어가 겨우 버티어 섰다가는...
아~코 빠져나오는 데도 한참을 전쟁 치루 듯, TV광고에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허우적대던, 그 장면. 맹렬히(?) 빠져 나왔다. 장하다. 고지비!!
따끈한 원두커피 한 잔 건네는 손길에 감사의 눈인사를 보내고 호올짝~호올짝~ 식혀가며 마시면서 성곽고속 빨간버스를 찾는데 아~코.. 어렵다. 찾기가.. 그래서 되돌아서서 커피를 건네받았던 그 곳으로 되돌아가서 일행을 찾는 게 빠르다는 판단, 히히히 맞아들었다. 그들은 정확히 버스를 찾았다.
“고지비누님 탔습니까? 그럼 출발해도 됩니다.”
아~, 저 총명한 총무는 언젯적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고지비를 죽이고, 또 찡박는지... 제발 잊어줘라~. 잘 생긴 총무님아!!
버스가 움직이고 고속도로에 올라서서 잠깐 달리는 폼을 잡는 데, 김해산악회 파란버스가 앞서 가고 있다. 참 반갑다. 산사랑 2, 4주가 아닐 때에는 가끔씩 저 차를 타는데.. 더러 산행 동무들도 있는데..
산사랑 버스가 김산버스를 앞질러 추월할 때 커텐을 걷은 내 목고개는 아예 270도는 돌아가는 것 같더라. 그래도 얼핏 실장님과 박사님부부를 스쳐본 것이 전부다.
천관산은 처음부터가 제법 가파른 것 같더니만 15분가량을 오르니 능선길이다. 군데군데 제멋에 겨워 폼 잡고 서 있는 바윗돌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가까운 발아래 하늘색 맑은 물이 찰랑이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 돌아서니 이러 저러한 모양으로 제 각각 한 자리씩.. 한 마디씩 하는 듯 바윗돌들이 저 멀리 버티어 웅성이고 섰다.
바다가 보이는 반대편 저 멀리는 빠알가니~ 노오랗게.. 갈색진 단풍들이 아름답다. 진한 초록잎이 받쳐주는 곳은 더더욱 아름다운 것이 일상에서도 변치 않는 무엇이 우리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처럼 울긋불긋 어우러진 가을단풍의 완전한 어울림에서도 한 몫을 한다.
지나는 길옆에는 이 나이에도 쬐끔 얼굴 붉히게 만드는 양근석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여자들은 한사람씩은 좀 그럴테니 모여서 찍으시오”라는 황장군의 주문에 또 우루루 폼 잡고 한 귀퉁이 차지하고 한방 찍었다.
천관산에는 색다른 이름을 가진 바윗돌모양들이 더러 보인다.
황대장이 가리킨 곳에는 무심코 지나버린 정원석이란 바윗돌이 멋들어지게 자란 정원수를 연상케 하고 섰다. 지나는 이들의 작은 소원이 담긴 돌멩이들이 군데군데 얹혀져서 무게를 더하지만 그래도 의연히 고운 자태로 버티어 정원석이란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짧다고 산행대장은 천천히 산을 느끼고, 즐기면서 걸으라고 한다. 앞서 가는 사람은 노래시킨다는 엄포가 아니라도 천천히 걷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사람들도 많다. 작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온 부모들은 아이가 산에 스스로 오르는 것을 도와주기도, 너무 작은 아기는 특수 지게 의자에 앉혀 짊어지고 오르기도 한다. 웰빙바람이 거세지면서 생긴 젊은 부모의 아이사랑이 보인다.
무난한 능선 길.. 그래도 땀 몇 방울은 기본으로 흘렸지만 천관산 연대봉 정상에서는 그 많은 인파를 어렵게 뚫고 정상석을 끌어안고 안개꽃이랑 활짝 웃으며 한팡 찰칵,
특이하게도 천관산 정상에 있는 봉화대는 사각으로 돌을 쌓아놓았다. 여태껏 내가 본 봉화대와는 다른 모습에 이미 굳어버린 뇌리에 새겨진다.
정상을 기념하고는 억새 숲 우거진 분위기 쥑이는 자리에 신혼부부 도시락을 펼치는 자리에 찡기어 내 작은 점심 그릇을 풀어본다. 아~, 집사람이 있는 이의 도시락은 영양가득 맛 가득 담긴 정성으로 풀어지는데... 집사람이 없는 내 도시락은 콩잎 몇 장에 두부부침 몇 조각이 전부다. 히~힝, 나도 집사람이 있었으면 참 좋겠당~. 그래도 황대장은 “으~아, 이 콩잎 참 맛있다”며 진짜 맛있게 먹어준다. 고마~벙유, 대장님!
이웃에 앉았던 배자문님이 건네준 초록색 막걸리 한잔을 사양없이 마시고 나니 눈에 뵈는 게 없어 마주앉은 이고문님께 시비를 걸었다. 왜 다른 이들에겐 다 한 잔씩 돌림서 친구라고 부르는 난 마주 앉았는데도 빼냐고.. 그랬더니 평소에 하도 안뭉는다기에 당연히 안뭉는다고 안줬단다.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 안 먹는다고 사양하면 굶는다더니.. 그래도 악(?)쓰고 공갈 협박으로 색다른.. 장모님 정성으로 빚어진 막걸리 한 잔을 얻어마셨다. 크~아, 씨원타~. 사실 뭔 맛인지.. 어지럽당~. 크~크~큭.
내친 김에 옆에서 식사를 끝낸 배자문님을 끌고 억새밭에서 폼을 잡고 사진을 한 팡 찍었는데, 으엥?? 사진사가 왕피리다. 음~마야!! 사진에서 난 짤려 버린 것은 아닌지...푸하하하~
천관산연대봉서 구정봉으로 가는 구간엔 억새언덕이다. 억새평원이라는 곳.. 과연 이름에 딱 맞게 흐드러지게 억새가 피어 곳곳에 뭉개고 서서 사진 찍는 이들에 깔려 아파하는 억새 숲에서, 하얀 안개 피듯 산고개를 덮은 신불산억새를 보고파하던 이쁜동생도 잠깐 떠올려 보면서 내 눈에 담아 얘기라도 전하리라 맘에 담고.. 환희대(책방석돌)에 올라 겹겹이 꽂혀 있는 책장모양의 바위를 찾아봤지만 내 눈엔 여~엉... 어여쁜 여인이 12폭 치마입고 우아하게 앉아서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앉았는 모양의 바
위만 보일뿐..
그래서 내 눈의.. 내 맘의 한계를 느끼며 천관사 능선에 내려서는데 제법 촉촉하니 젖은 구간이 있어 미끄럽기도 하다. 조심조심 두 손, 두 발을 적절히 이용하여 내려선다. 잘못된 이정표 땜에 금방 눈앞에 나타나야할 천관사는 또 다시 1킬로미터를 더 가야한다는 표지판대로 터덜터덜 더 걷고서야 나타났다. 아담한 고 건축물에 오층석탑이 법당을 지킨다. 법당 곁에 흐르는 맑은 샘물에 대충 손 비벼 씻고는 법당에 들었다.
부처님 전에 엎디어 절을 할 때면 난 먼지만큼 작아진다. 내 죄가 많음을 알면서도 또 죄를 보태는 어리석은 나는, 그래도 내 보물단지를 부처님께 내밀어 채워 달랜다. 내 욕심 가득 무사히.. 건강히 국방의 의무를 마칠 수 있게 해달라는..
선지국에든 콩나물을 맛있게 먹었다. 선지도 맛있다며 권하더니만 아직은 국물로.. 콩나물로 족하다. 담 기회엔 선지도 꼭..
양박이표 막걸리쉐이크 한 잔을 또 곁들인다. 이러다가 막걸리 도가지 되겠당~. 17시에 식사는 끝났다. 언제나 몸 아끼지 않는 집행부 및 참한 회원님들의 뒷정리가 완료되는 즉시 버스는 자연산 고사리 밭을 지나 김해로 향한다.
차들이 엄청 밀린다.
고지비는 버스에 앉자마자 죽어버렸다. 왕피리님이 타준 커피 한잔으론 막걸리에 파~싹 쪄려버린 심신을 건질 수 없어가지고..
목고개가 아플 정도로 자다가 깨다가...
언제나 고질적으로 밀리는 진주부텀 마산, 진례까지..
서김해에 들어서면서 벌써 맘은 내 집에서 깨끗이 닦고 자리에 눕는다.
날, 반버선으로 인연 닿게 해서 산사랑 가입케끔 주선한 안개꽃님, 내 생일을 기억하고 양말 사 준 거 무지무지 고마~벙유. 날 기억해줘서 내가 행복해 하는 맘 전해지도록 따뜻하게 느끼면서 잘 신을께요.
오늘도 님들과 함께한 산행, 정말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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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 ㅎㅎㅎ....마음은 순수한 이십대시군요~~~알콩달콩 잼나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2005/10/25
=> 고지비 : 막상 후기라고 이름붙여 쓸려면 왜그리 아무 생각이 안나는지..ㅎㅎㅎ 2005/10/26
와룡 : 총무를 맡은 이후에 기억력이 되살아나서 직업병인감,,,ㅋㅋㅋ양말 다떨어지면 또 사드릴테니 오래오래 함께합시다요 ㅎㅎ^&^ 2005/10/25
=> 고지비 : 잊어라면 잊겠어요~. 노랫말 알죠?? ㅎㅎ 늘 챙겨줘서 고마워요. 2005/10/26
왕피리 : 천진난만 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후기 잼나요 ^^ 2005/10/26
=> 고지비 : 언제나 고운미소, 이쁜 배려가 있는 왕피리님. 가까이 하고픈 당신입니당~.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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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색안경 끝내줍니다...배경좋고 모델은 더좋고요...
색연필... 색안경... 색칠된 가을배경.. 색쒸(?)한 모델...ㅋㅋㅋ 색짜 돌림이라우..ㅋ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