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간장게장은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울 수 있다고 해서 일명 ‘밥도둑’이라 불리기도 한다. 강남구 신사동 먹자골목에 있는 프로간장게장(02-543-4126) 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단골로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게장 맛이 프로급이다. 오뉴월 알이 꽉 찬 게를 대량으로 확보해 게장을 담가두기 때문에 일년 내내 알이 꽉 찬 게장을 맛볼 수 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이 절묘하다. 게알만 발라 계란 노른자, 김가루와 함께 비벼먹는 게알비빔밥도 별미다. 겨울에는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매생이에 굴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메생이국도 인기다.
민물 참게에는 바닷게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향과 맛의 여운이 있다. 경기도 일산 외곽 내고향집(031-921-9667) 은 민물참게장을 전문으로 한다. 짭짤한 간장이 밴 게딱지에 뜨거운 밥을 담아 쓱쓱 비벼 먹으면 한 그릇이 금세 사라진다. 민물새우, 버섯을 같이 넣고 수제비를 떠 넣어 시원하게 끓이는 메기매운탕도 시원하다. 역시 일산 외곽에 있는 평양 할머니 밥상(031-977-0119) 은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이 짜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간이 배어 있다. 포장 판매도 한다. 돼지 등뼈를 넣어 이북식으로 제대로 끓인 비지찌개, 구수한 된장찌개, 바삭바삭한 빈대떡도 맛있다.
영덕과 울진의 어부와 식당 주인들은 날이 추워지면서 바빠진다. 대게 철이 되면서 멀리서 찾아오는 ‘맛 관광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게 먹으러 가는 사람은 언제 가느냐에 따라 찾아가는 지역을 잘 골라야 한다. 영덕은 이미 대게잡이에 나섰지만, 울진은 12월부터 대게를 잡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덕이 자랑하는 대게의 동네는 강구항이다. 강구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식당이 ‘대게 전문’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았다. 대게를 파는 식당이 무려 18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향기로운 대게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는 느낌이 강구에서 받는 첫 인상이다. 전통있는 명가로는 대게 종가(054-733-4147) 가 있다. 1979년 문을 열었을 때는 제2삼성횟집이라는 이름이었는데, 같은 자리에 건물을 새로 짓고 올 3월에 현재 이름으로 신장개업했다. 대게찜을 주문하면 먼저 밑반찬이 나온다. 그걸 집어먹고 있으면 먹기 좋게 손질한 대게가 올라온다. 이 집에서 대게 맛을 더 부각시켜주는 건 짜지 않은 간장을 바탕으로 한 새콤달콤한 소스다. 영덕 대게는 큰 만큼 제대로 먹으려면 비싸다. 서너 명이서 15만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 담백한 대게를 먹고 나면 매운탕을 끓여다 주고, 게알에 밥을 비벼준다. 시즌이 아닐 때는 수입산 중에서 선별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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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온 관광객들이 경북 강구항 입구 노점에서 대게를 사고 있다. 대게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도 좋지만 한 마리만 먹어도 진동하는 향기가 일품이다. | |
수협 위판장 뒤에 있는 강구 냉동 대게 타운(054-733-9889) 도 영덕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집이다. 큰 대게도 좋지만 이 집에서는 1마리에 1만5000원 정도 하는 작은 게를 골라서 먹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게의 선택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다는 듯 “살이 야물다카는 박달을 많이 써야지”라고 주인은 시원한 경상도 사투리로 얘기한다. 메뉴는 대게찜과 대게탕 두 가지. 제 철이 아닐 때는 수입산이 들어오니까 일년 내내 영업하지만 아무래도 현지에서 잡은 대게를 맛보는 게 낫다. 대게탕은 얼큰하게도, 지리처럼 맑은 국물로 시원하게 끓이기도 한다.
7번 국도 옆에 있는 신대교 입구에는 큰다리 대게 타운(054-733-4599) 이 있다. 이 집 대게찜도 속살 맛이 달고 담백하다. 편하게 추천할 만한 건 그날 잡은 1만원짜리 정도의 게다. “물가에서 잡는 거, 먼 바다에서 잡는 거 다르잖아요?” 재료가 싱싱한 산지에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대게를 고르는 눈이 더욱 중요하다고 요리사는 강조한다. 값이 비싼 큰 놈은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고 한다. 손으로 대게를 뜯어가면서 먹고 나면 비누로 씻기에는 대게의 향기가 너무나 강하다. 그래서 치약으로 손을 씻다보면 대게를 제대로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울진 죽변에서도 수협 공판장에 가면 1층에는 대게를 비롯해 동해안의 싱싱한 해산물을 만날 수가 있다. 방파제 쪽에는 회 센터가 있는데, 그 중에서 11호 대게 회 센타(054-783-0693) 는 주인이 광고가 필요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단골들이 많이 찾아오는 식당이다. 국산 대게를 먹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므로 아직까지는 수입산 대게를 판다. 1kg에 2만5000원 정도면 선별해서 들여놓은 수입산 대게를 먹을 수가 있다. 대게를 먹기에는 철이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면 생선회를 먹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요즘은 특히 감성돔이나 광어가 물이 좋다고 한다.
후포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수협 건물 안에 있는 안동횟집(054-787-8083) 에는 다양한 대게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찜을 먹으면 조그만 불게 튀김이 나오기도 하고, 꽁치를 한 마리 구워주기도 한다. 얼큰하게 끓인 대게탕은 세 명 정도 가서 3만원이면 적당하다. 이 집의 별미는 대게 비빔국수와 초밥이다. 비빔국수는 고추장 양념으로도, 초간장 양념으로도 말아준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토실토실한 다릿살을 빼서 만든 초밥도 식사로는 적당하다. 수입산은 주문하면 구해다 주긴 하지만, 대게는 제 철에만 한다. 대신 생선회도 다양하다. 쥐치, 방어, 도다리, 광어 등이 찬바람 부는 동해의 풍요로운 바다를 실감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