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객의 복장을 보면 이 사람이 산을 좀 타는 사람인가 아니면 초보자인가 하는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을 가는 횟수가 늘고 산행능력이 발전하면 제일 먼저 변하는 게 복장이다. 이렇듯 산에 한두 번 가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산에서 어떻게 옷을 입는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게 된다. 이렇듯 기본적이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등산 복장에 대해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의 ‘레이어링 시스템’을 소개한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는 각종 매체와 기관에서 특강을 했으며 등산이론서를 집필했다.
레이어링 시스템
등산에는 세 가지 기본 기술이 있다. 에너지 보존과 생산·절약 기술이다. 지난 호 강좌 ‘걷기’ 편에서 절약하는 법을 얘기했고 이번 호에서는 에너지 보존 기술을 소개한다.
산악지대의 평균온도는 우리 체온보다 낮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체온을 외부로 빼앗긴다. 에너지 보존 기술은 바로 이 빼앗기는 체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의류와 야영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첨단 기능성 소재의 우수한 등산복이 많다. 그러나 이런 비싼 기능성 소재를 입는다고 해서 에너지 보존 기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입느냐 하는 것이다. 등산복을 효과적으로 잘 입는 방법을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라고 한다. 레이어(layer)란 옷의 한 겹, 두 겹의 ‘겹’을 말한다. 그래서 레이어링 시스템을 우리말로 하면 ‘옷을 겹쳐 입는 체계’ 정도가 된다.
어렵게 들리는 레이어링 시스템이란 한 마디로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어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반대로 한다. 우리가 산에 열심히 올라갈 때 언제 옷을 벗었던가. 한참 올라가다가 휴식을 할 때 “어휴! 더워” 하면서 겉옷을 벗지 않았던가? 움직이면 당연히 몸에서 열이 나므로 옷을 많이 입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외부로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옷을 더 입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도 많은 사람이 반대로 옷을 입는다.
특히 겨울에 옷을 반대로 입는 경우가 많다. 춥기 때문에 출발할 때는 우모복까지 입고 가지만 경사가 급해지면 땀에 흠뻑 젖게 된다. 멈춰서 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출발하려면 일행은 저 앞에 가 있을 테고, 그것을 따라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겨우 따라잡아 앞서 쉬고 있는 일행을 만나면 그 사람들은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출발” 하고 일어선다. 그래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좀 참고 이따 쉴 때 벗자’는 생각으로 계속 올라간다.
이렇게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드디어 휴식을 하면 옷을 벗는데, 여기저기서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는 산속의 찐빵집 풍경이 연출된다. 이렇게 쉴 때 처음에는 시원하지만 땀에 젖은 속옷들이 다마르기도 전에 겨울철의 냉기가 들어와 차갑게 느껴지니 다시 옷을 입고 출발한다. 악순환인 것이다. 반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는 레이어링 시스템은 실천이 어려운 기술이다. 그래서 노련한 산악인일수록 특이하게 보일 정도로 수시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며 부산을 떤다. 산의 기후는 수시로 변하고, 우리의 체온도 운동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변한다. 이렇게 서로 제각각 변해도 우리는 항상 체온을 36.5℃로 유지해야 한다. 이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말 귀찮을 정도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해야 한다.
‘속옷’, 즉 첫 번째 레이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