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서 매일 '행복나눔 무료급식소'를 여는 신정옥(55)씨는 2004년 4월 집 앞 공터에 천막을 치고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전국을 떠도느라 어머니 임종을 하지 못한 한(恨)을 풀고 싶었다. 땅 주인이 공터를 비우고 나가달라고 요구해 급식을 중단했을 때는 도시락을 싸서 직접 배달했다. 그 뒤 함께 일하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전철(4호선) 상록수역 앞에 무료급식소를 열어 5년간 활동했고, 작년 5월 행복나눔 무료급식소를 만들었다.
신씨는 오전 6시 음식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 매일 노인 150여명에게 따뜻한 한 끼 밥으로 사랑을 전하고 있다. 노인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기 같은 음식은 갈아서 준비하고, 공짜밥을 먹는 것이 자존심에 상처를 줄까 봐 친부모를 모시듯 친근하게 안부를 챙긴다. 어버이날에는 흥겨운 경로잔치를 열어 노인들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한 달에 들어가는 급식비는 약 300만원. 신씨는 "주머니를 털고 약간의 후원금을 보태 밥상을 마련한다"며 "반찬이 부족한 것 같아 늘 아쉽다"고 했다.
◆義賞 전달양씨… 대천해수욕장의 수호천사… 389명 구조
고리와 줄을 매달아 뒤집혀도 쉽게 잡을 수 있는 물놀이용 튜브, 한 줄로 연결해 여러 사람을 동시에 구조할 수 있는 구명 튜브, 해수욕장의 안전 부표에 번호를 표시해 사고 지점을 빨리 알아낼 수 있는 시스템…. 해난인명구조연구소 전달양(50) 소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인명구조물들이다. 바다 밑 키조개를 채취해 생계를 꾸려가는 '어부'이지만, 여름 피서철이면 대천해수욕장을 지키는 수호천사로 변신한다.
지난 30년 동안 구조활동을 펼쳐 389명의 목숨을 구했고, 540여회에 걸쳐 4만7000여명에게 구조·응급처치를 교육했다. 사비를 들여 직접 쓴 '인명구조 현장에서'라는 책자를 충남 보령시 각급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대천 앞바다의 잦은 해난 사고가 와류(渦流·소용돌이 흐름)현상 때문임을 밝혀낸 것도 전 소장이다.
1980년 마음이 맞는 동료 어부들과 함께 구조활동을 시작한 그는 1993년 적십자 인명구조봉사대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해난 구조용 보트 같은 구조장비 구입과 운영비로 1억5000만원의 사재를 들였다. 지금까지 외부 지원 없이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것을 큰 자부심으로 여긴다.
◆勇賞 노성환 경사… 부산 조폭들의 저승사자… 작년 239명 검거
부산경찰청 형사과 노성환(42) 경사는 타고난 외근(外勤) 형사다. 18년 경찰 경력 중 14년을 형사·수사 분야를 누벼 왔다. 형사 업무 중에서도 가장 고되고 위험하다는 조직폭력배 소탕이 그의 전담 분야다. 노 경사는 휴일이 거의 없는 고된 근무여건에도 불구하고, 조직폭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열정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일해왔다.
작년 한 해 동안 239명의 조폭을 검거하고 21명을 구속해 부산에선 '조폭들의 저승사자'로 통한다. 특히 사채(私債) 폭력조직 '김사장파' 조직원 50여명을 검거하고 12명을 구속한 성과가 뛰어나다. 김사장파는 피해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2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악랄했다. 2008년에는 고교생을 영입해 세를 불렸던 폭력조직 '광안칠성파' 45명을 검거했다.
범인들은 그를 보고 벌벌 떨지만, 후배들에겐 한없이 자상하고 든든한 선배다. 노 경사는 "눈빛만으로 서로의 모든 것을 읽을 정도의 완벽한 팀워크"를 강조한다. 범인 체포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벽한 팀워크가 팀원들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勇賞 원태규 경사… 전주 신흥조폭 뿌리뽑아… 작년 100명 검거
전주 유흥가를 무대로 세력을 키워가던 신흥 폭력조직 '중앙시장파' 조직원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이름이 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원태규(36) 경사다. 그는 두목을 비롯한 조직원 36명을 검거하고 그중 7명을 구속해 조직의 뿌리를 뽑았다.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여온 일당, 대낮에 금은방을 턴 2인조 강도, 조선시대 매장 유물 350여점을 몰래 처분한 골동품업자, 불법 면세유를 유통시킨 업자에게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지방지 기자의 손목에도 원 경사의 수갑이 줄줄이 채워졌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수사력과 끈질긴 탐문, 탁월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작년 한 해 동안 33건, 100명의 범죄자를 검거했다.
2008년에는 강도를 저지르고 초등학생 형제를 옷장에 가둬 불태워 살해하려 했던 10대 3명을 비롯해 중국인 위장 결혼 알선 브로커, 금은방 상습 침입 절도범 등 47건 277명을 검거했다.
자기 업무에 성실하게 임할 뿐만 아니라 팀원들과의 화합도 중요시해 언제나 화기애애한 팀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는 게 동료들의 평이다.
◆義賞 이지완·주시우씨… 부평역 전철 선로에 떨어진 여대생 구해
작년 5월 11일 오전 9시 50분쯤 전철 부평역 승강장에서 여대생 한모(20)양이 갑자기 선로로 떨어졌다. 열차 도착까지 10초도 남지 않은 긴박한 순간, 이지완(44·경호업체 스페셜가드 대표)씨와 주시우(25·성결대 4년)씨가 선로로 몸을 날렸다. 이씨와 주씨는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머리에 상처를 입고 정신을 잃은 한양을 반대편 승강장으로 옮긴 뒤 응급처치를 하고 119에 인계했고 한양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평소 빈혈이 있어 선로에 쓰러졌던 한양은 두 사람의 도움 덕분에 극적으로 살아났다.
격투기 6단, 합기도 5단인 이씨는 1996년 마이클 잭슨 방한을 비롯해 스콜피온스, 알랭 들롱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방한 때 경호를 맡아 실력을 발휘한 베테랑 경호원이다. 1999년에는 여성을 때리고 돈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던 강도를 추격 끝에 붙잡았고, 2001년에는 취객의 돈을 빼앗은 3인조 강도를 맨손으로 잡았다. 주시우씨는 개성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옹골찬 꿈을 갖고 있다. 성결대 연극영화학부에 재학 중이며 예술대학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작년에는 안양시 호계동 청소년 쉼터에서 가출·불우 청소년 선도활동의 일환으로 뮤지컬 공연을 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
두 사람은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공교롭게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제44회 청룡봉사상 심사위원
김성수(金成洙·위원장·성공회복지재단 우리마을 원장), 손봉호(孫鳳鎬·고신대 석좌교수), 강지원(姜智遠·변호사), 모강인(牟康仁·경찰청 차장), 이동선(李東宣·경찰청 경무국장), 홍준호(洪準浩·조선일보 편집국장)
※충상(忠賞) 수상자는 보안 업무 특성상 개인 신상을 공개할 수 없어 소개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