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폭탄과 액체 폭탄 두 개를 쇼핑빽에 넣고 공항 X-Ray 투시기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을까? 폭탄을 든 김현희 일행은 두 번 모두 공항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여 여객기를 탑승했다고 한다. 한번은 유고 베오그라드 수르친 공항에서 폭탄을 들고 이라크 바드다드 공항으로 가는 여객기에 탑승했고, 11월 29일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대한항공 858기를 탑승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김현희 진술에 따른 폭발물 공항통과 문제를 일반상식에 입각하여 검증해 본 결과 숱한 거짓들이 꼬리를 물었다.
「김현희는 1987년 11월 28일 베오그라드 공항에서 이라크 항공기 탑승시 승무원들에게 라디오 배터리를 몰수 당한 후, 바드다드 공항(사담 후세인 공항) 도착 후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수사기록 879쪽, 자필 진술서)
김현희 일행은 라디오 배터리가 문제가 되어 승무원에게 압수당하고 도착 후에 돌려받았다고 한다. 배터리가 항공기 내에 금지물품이라 빼앗겼다는 김현희의 진술은 거짓이었다. 왜냐하면 김현희 일행이 항공기 내로 가지고 간 가방 속에는 라디오용 배터리 뿐만 아니라 전자계산기 배터리, 전기 면도기 배터리, 카메라 배터리도 있었다. 다른 배터리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라디오 배터리만 문제 삼았다는 김현희의 진술은 신뢰를 잃었다.
일본인으로 위장한 김현희와 김승일의 비행기 좌석 위치도(경향신문, 1987. 12. 2)
당시 배터리는 어느 항공사에도 금지물품이 아니었다. 김현희는 ‘여객기 탑승시 승무원이 배터리를 몰수’했다고 진술하였다. 해외여행 실습을 세 차례나 했다는 김현희의 공항 이용에 대한 무지와 몰상식은 도가 넘었다. 비행중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국하는 여행객의 가방과 소지품을 검색하는 사람들은 승무원들이 아니라「공항 보안검색원」들이다. 여행객들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면 별도의 물품 검색은 없다.
그런데 김현희는 항공기 탑승시 항공기 승무원들이 가방을 검사하고 배터리를 빼앗았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말도 안된다. 김현희가 소지한 배터리가 문제가 되었다면 승무원들보다 먼저 공항 보안 검색원에게 압수를 당해야 맞다. X-Ray 투시기와 첨단장비를 가지고 검색하는 공항 보안검색원들이 먼저 체크를 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폭발물을 들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였다는 김현희의 진술은 공항 보안의 일반상식과 동떨어진 소설일 뿐이다.
폭발물을 기내로 가지고 들어갔다는 안기부 수사 발표에 대하여 베오그라드 공항 경비국은 즉각 반박성명을 냈다.
‘공항에서는 최신예 장비로 폭발물을 체크하고 승객의 몸과 짐을 엄중하게 검사하고 있다. 따라서 폭발물을 비행기로 가져가는 것은 무리다. 김현희 일행이 폭발물을 소지한 채 1987년 11월 28일, 베오그라드 수르친 국제공항 출발 바드다드 행 이라크 항공 226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며 한국의 수사발표를 반박하였다.’
안기부는 베오그라드 공항 경비국의 발표에 대하여 어떤 해명도 하지 못했다.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또 다시 ‘배터리 사건’이 벌어진다.
「김현희는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검열관이 김현희 소지품에서 라디오 내장 배터리를 압수하여 쓰레기 통에 버렸는데, 김현희가 검색대를 빠져나온 뒤 쓰레기 통에서 배터리를 찾아 라디오에 재장전하여 김승일에게 넘겨주고, 김승일이 라디오를 켜 보이며 항의하자 공항 보안원이 미안한지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진술한다.」(수사기록 3029쪽, 자필 진술서)
RF-082 라디오와 350g의 컴포지션4 폭약
김현희의 배터리 항의 소동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몇 가지로 검토해보자.
= 세계 모든(국제, 국내) 공항에서 여객기내 반입금지 물품을 탑승자가 항의한다고 다시 돌려주는 경우는 일체 없다. 공항 보안검색원들은 여객기내의 금지 물품은 수화물칸에 넣도록 별도로 안내해준다. 금지된 물품을 항의한다고 보안 규정을 어겨가며 허락해주는 공항은 없다. 보안원에게 압수된 배터리를 다시 돌려받았다는 김현희 진술은 스스로 지어낸 거짓일 뿐이다.
= 김현희 일행이 바그다드 공항을 이용한 1987년 11월은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1980년-1988년) 중이었다. 전쟁 중인 국가들은 위험성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항보안 검색은 평상시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런 전시 상태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폭탄을 들고 이라크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였다는 김현희 진술을 누가 믿을 수 있나?
= 김현희는 보안 검열관이 배터리를 빼앗아 쓰레기 통에 버렸고 자신이 쓰레기통에서 배터리를 주어서 다시 라디오에 재장전시켜서 라디오의 정상작동을 확인시켜주었다고 한다. 라디오를 켜 보이며 항의하자 공항 보안원이 미안한지 그대로 통과시켜주었다고 진술한다.
= 공항 보안 규정상 검색대 통과 중에 압수된 금지 물품은 쓰레기 통에 버리지를 않는다. 위탁 수화물 칸에 넣도록 하든지, 아니면 보안 검색원들의 압수품 수거함에 넣어 탑승객에게 반환하지 않는 것이 공항 보안규정이다. 보안원들이 압수품을 주변 쓰레기통에 함부로 버리거나 소홀히 취급하는 경우는 없다. 버려진 배터리를 쓰레기 통에서 꺼내 라디오에 장전하고 켜 보이며 항의하였더니 반입 허락을 해주었다는 김현희 진술은 현실이 아닌 상상 속의 소설에 불과하다.
바그다드의 사담 후세인 공항은 1980년대 당시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전쟁 상황에서 항공 보안상 외국인에 대한 검문검색이 철저했고, 안전문제의 평가 항목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그다드 공항의 검색은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X-Ray 검사, 세관 개파 검사, Metal 탐지기를 통한 신체 촉수검사 등을 의무적으로 실행하였다. 바그다드 공항 당국자들도 김현희 일행의 항공기 내 폭발물 반입은 불가능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액체는 공항 여객기내 반입 금지물품이다.
술병으로 위장한 액체 폭약을 소지한 채여객기 안으로 들고 갔다는 김현희 진술은 지구 밖의 이야기다. 물병조차 금지 물품인데 더구나 술이 담긴 술병은 말할 것도 없이 검색 통과를 못한다. 그런데 김현희는 라디오 배터리만 문제가 되고, 마치 액체 폭약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진술하였지만 실은 액체물이 공항에서는 더 민감한 금지물품이다.
김현희의 시한폭탄 장치 시간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자필 진술서에는 바그다드 공항 탑승 20분전에 시한 폭탄이 9시간 후에 폭발하도록 장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신문 조서에는 항공기 출발 20분전으로 진술하였다. 여객기 탑승 20분전과 여객기 출발 20분전은 엄청난 시간차이가 있다. 여객기는 출발 약 40-50분전부터 승객들을 먼저 탑승시킨다. 탑승이 완료된 후 약 15분 - 20분 정도 출발을 위한 최종 준비를 한 후에 이륙을 시도한다.
시한폭탄의 세팅시간을 탑승 20분전으로 했다가 다시 출발 20분전으로 말을 바꾼 김현희의 진술은 엄청난 시차를 보이기 때문에 분명히 오류이다. 또한 시한폭탄을 세팅한 장소도 오락가락이다. 처음에는 김승일이 공항 대기실 의자에서 세팅을 했다고 진술하다가 나중에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팅하였다고 말을 바꾼다.
시한폭탄 세팅한 시간도 오락가락, 세팅한 장소도 오락가락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본인도 헷갈리고 있으니 신뢰는 모두 사라졌다. 김현희 진술을 중심으로 수사했다는 안기부 수사기록도 오락가락이다. 김현희가 왜 피해자 어머니들의 공개 토론회를 완강하게 거부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결국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