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돌보느라 지친 왕이 거처하면서 휴식을 취했던 궁이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동북아시아 궁궐 중 가장 친자연적인 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훌륭한 대한민국의 궁, 창덕궁입니다. <성종실록>에는 세종이 문종에게 “경복궁은 비록 장려하나 이 도성의 바른 명당은 바로 창덕궁이다”라고 말한 일화가 쓰여 있다고 하는데다. 창덕궁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정궁 역할을 한 궁궐입니다.
조선의 무궁한 역사가 서려있는 창덕궁은 2010년에 고궁 야간개장 프로그램인 ‘창덕궁 달빛기행’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에 힘입어 시행 4년 차인 올해는 시행횟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3월에서 5월까지 상반기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8월에서 10월 중 18일 동안 시민들에게 개방되는데요. 특히 보름 무렵에 개방하기 때문에 달빛기행 참가자는 쏟아지는 달빛 속 창덕궁 본연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돈화문에서 집결해서 진선문, 인정전, 낙선재, 부용지, 불로문, 연경당, 후원 숲길을 지나 다시 돈화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중 주목해야 할 코스는 ‘창덕궁 달빛기행’의 집결지이자 해산지가 될 돈화문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궁궐 정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돈화문에는 ‘백성들을 가르치어 감화시킴을 도탑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백성을 섬긴 조선왕조의 덕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 창덕궁 달빛기행을 관람하시는 분들은 달빛기행에 맞게 특화된 안내해설자와 함께 코스를 걸으며 설명을 듣게 되는데요, 창덕궁의 아름다운 밤 풍경에 왕실 이야기까지 알아볼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창덕궁 달빛기행’ 하반기 관람권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오는 8월 6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됩니다. 한 회당 선착순 100명만 예약을 받기 때문에 관람권 예매가 그야말로 전쟁과 같을 거예요. 실제로 상반기에 진행된 ‘창덕궁 달빛기행’ 예매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약인원수를 늘려달라는 수많은 민원이 있지만, 창덕궁의 고유한 문화재적 가치의 훼손을 막고,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서 인원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무조건 사전 예매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므로 창덕궁 야간개장에 관심 있는 분들은 예매일을 놓치지 마세요!
MBC 드라마 ‘궁’, ‘해를 품은 달’ 등 많은 사극 드라마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경복궁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근한 궁입니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으로 서울 5궁 중 가장 먼저 지어진 궁이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화재, 궁궐 내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일제강점기 건물 철거 등 수많은 수모를 겪은 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비운의 궁’이라는 칭호가 붙었지만, 시련을 이겨낸 조선왕조의 뿌리 깊은 정신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2일부터 26일부터 경북궁은 닷새 간 야간개장을 했는데요. 첫날 관람객이 9,000명을 돌파할 만큼 인기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고궁 야간개장 나들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경복궁 야간개장’에서는 화려한 조명으로 수놓아진, 어둠 속에서 오롯이 빛나는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경복궁 야간개장 때는 경복궁 내 모든 건물을 열지 않고,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 수정전, 경회루만 개방합니다. 그 중 임금이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의 밤 풍경은 수많은 관람객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매혹적인 자태를 뽐냅니다.
이번 가을에는 수면 위에 일렁이는 달을 경희루에서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단, 하반기 ‘경복궁 야간개장’ 또한 예매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되니, 미리 숙지하시고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덕수궁은 ‘덕을 누리며 오래 살라’는 뜻으로 고종황제의 장수를 기리며 지어진 궁입니다. 덕수궁의 원래 명칭은 경운궁이었으나, 고종황제가 순종황제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머물게 되면서 덕수궁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덕수궁에선 선조가 16년 간 거처했던 석어당부터 중화문, 중화전, 즉조당, 석어당, 함녕전, 유럽식 궁전양식인 석조전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중화전은 왕의 즉위식과 외국사신을 맞이하는 곳으로 사용되던 건물인데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헤이그 밀사’ 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면서 양위식을 개최한 비극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팔작지붕이 아름답게 드리워진 곳으로 덕수궁을 찾는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덕수궁 야간개장’은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다른 고궁 야간개장과 달리,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진행됩니다. 번잡함 없이 고요히 옛 궁의 정취를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인 것이죠. 정동에 위치한 덕수궁 주변에는 정동교회,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인 환구단, 구 러시아 공사관 등 다양한 관광지가 많으므로, 이를 고려한 동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