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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아.........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아.......! 자기야 나 어쩌면 좋아?! 넌 내거야!!”
그녀를 마주보고 있는 제이, 그의 장발머리가 아래로 쏟아져 솔희의 뺨과 이마에 살짝 닿을듯한데 그의 구슬같은 땀방울들이 솔희의 볼 위에 떨어지자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달빛에 반사되고 있다.
이렇게 솔희는 이혼후 보스톤으로 돌아온지 일주일만에 제이의 로프트 콘도에서 하룻밤을 붉게 지새고 있었다.
이제는 모든 의무감과 죄책감에서 자유와 해방을 맞이한 솔희가 제이와 지내는 이 밤, 솔희는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처럼 가슴이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솔희는 정균과 3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샌디에고에서의 우연한 만남 속의 앗차하는 순간 제이에게 입술을 허락하고 어느덧 모텔에 들어 있었을 땐 마치 골반이 녹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다.
이제 배우자와 완전히 결별하고 눈치도 죄책감도 비밀도 없는 정사를 제이와 나눌 때, 극도의 해방감과 더불어 미래의 빛나는 성공과 사랑에 대한 기대가 짙은 연기처럼 피어나 그녀의 가슴을 휘어 감싸고 있었다.
솔희는 발그스레해진 생얼로 아침에 먼저 일어나, 새로 구입한 앞치마를 차고 어젯밤 준비해간 한식재료를 이용하여 정성껏 제이를 위한 아침을 6첩 밥상으로 차려 놓는다.
사실 솔희는 살림이나 음식솜씨가 나쁘진 않았지만, 이런 정성으로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누군가에게 아침을 챙겨주는 경험은 없었다.
6개의 밑반찬과 두 개의 국과 흰 쌀밥 두 개를 퍼놓고 솔희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내가 이렇게 부산떠는 주부처럼 되다니.........솜씨 좋은 엄마나 할머니가 차려준 고향 밥상같쟎아?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여자의 모든 진가가 드러난다더니.....)
솔희는 점심때까지 제이의 로프트콘도에서 머물면서 그와 음악 이야기, 음악계의 여러 가십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하고 제이의 침대에 누워 딩굴거렸다.
그러다 11시반쯤 되자 솔희는 메밀 소바를 끓이고, 유기농 전문 마트에서 사온 생선회를 해동시켜 간단한 스시초밥을 만들어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제이가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솔희는 웃는 모습으로 그를 강제로 쇼파에 밀어 앉히고 그로 하여금 손 하나도 까딱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솔희는 그 순간 요리를 하는 기쁨이 이토록 큰 것인지를 이제서야 알아버린 것 같이 연신 미소를 지으며 주방일을 부지런히 했다.
"Wow, 훌륭해, 가끔 엄마가 해줬는데 이건 밖에서 사먹는것보다 훨씬 맛난다, 솔희야"
"당연하지, 내가 하는건 무공해 유기농 아님 요리 안해"
그의 큰 입에 한번에 들어가서 팍팍 씹히는 초밥을 보며 솔희는 마치 자기가 제이에게 요리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즐거워 했다.
제이의 집에서 점심설겆이를 마친 솔희는 그녀의 독자적인 연습을 위해서라도 이만 자기의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 두 사람은 작별을 아쉬워하며 함께 피아노에 앉아 드뷔시의 클레르 드 뤼네 2중주곡을 연주하며 서로 눈과 미소를 수시로 교환했다.
아쉬움 속에서 제이의 집을 나서서 손님 전용 주차장에 있던 그녀의 하이브리드 차량에 올라탄뒤 시동기 버튼을 누르고 차를 출발시켰다.
길거리의 가로수, 인도를 오가는 남녀노소들, 마주 오는 차량들 모두가 한 화폭 속의 그림처럼 다가오고 있다.
정식으로 정균과 헤어지고 돌씽이 되어 보스톤으로 돌아온 솔희는 벌써 3개월이 되었다.
보스톤으로 돌아오자마자 솔희가 착수한 작업들은 정균의 전화번호, 카톡, 이메일, 페이스북, 정균의 사진을 모두 삭제하여 그녀의 컴퓨터나 휴대폰 어디에도 정균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게 하는 일들이었다.
정균과의 5년간의 결혼생활 속의 추억이나 애증들은 어느덧 그녀의 머릿 속에는 먼 옛날의 꿈처럼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솔희와 제이는 몇 번의 약속이 어긋난 끝에 서로의 스케쥴을 맞추어 겨우 하루를 빼 외곽으로 나와 모처럼 연인과의 데이트를 즐기며 진정한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정말 얼마만에 이런 아기자기한 곳에 와본거니? 시간 좀 내라, 나두 할 말은 없지만...”
“서로가 바쁘게 일하고 휴식삼아 데이트 즐기고 하는게 아름다운 법이지, 매일 보고 살면 넌 날 싫어하고 지겨워할걸? 니가 말하지 않았니?”
“앞쪽 말은 그럴싸한데 어째 말이 뒤로 갈수록 싸해지네? 너 나한테 좀 혼나야돼!”
이혼후 제이와 두번째 데이트 중인 솔희는 귀여운 말투를 던지며 제이의 팔뚝을 살짝 꼬집는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인근 주인 코네티컷의 Niantic이라는 아기자기하고 엔틱한 해변 마을을 걷고 있었다.
미국적이라기보다는 유로풍의 그곳은 기념품 가게도 무척 엔틱하고 따뜻한 인상을 주는 곳이어서 솔희는 모처럼 격렬한 연습과 스케쥴이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있었다.
실제 각자 스케쥴이 너무 바빴고 오랜만에 해후한 이들은 견우직녀같은 마음이 되었다.
해가 지자 이들은 해변가가 보이는 모텔에 들었다.
솔희는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며 나이트 가운을 입은뒤 뽀샤시하게 광채까지 나는 생얼에 기초화장품으로 맛사지를 하며 바깥의 어스름한 조명 아래 반짝거리며 몰려 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반짝거리는 물의 알갱이는 솔희의 마음을 감싸고 위로해 주며 앞날을 축복해주고 있는것 같다.
그녀는 침대에서 상체를 세운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제이를 향해 운을 뗀다.
“제이야, 생각나니? 우리가 처음 밤을 지냈던 샌디에고 라호야 비치의 해변가 모텔도 이곳과 뷰가 똑같았던 것을?”
“그랬었지. 내가 다~알고 오늘 우리의 특별한 데이트를 위해 널 데려온거야”
“센스쟁이인거니, 아니면 내가 먼저 말하니깐 은근슬쩍 둘러댄거니? 말해봐”
“답변이라 함은, 솔희 너가 날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될걸?”
“오호호호홋! 그 급한 성질에 나보다 두배는 예민한 제이를 이래서 내가 싫어할 수가 없어”
솔희는 모텔 창의 블라인더가 열린 상태로 그대로 놓아두고 침대로 다가와 제이의 앞에서 뒤로 돌았고 제이는 솔희가 입은 드레스의 뒷매듭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유려한 등이 나타났고 허리 아래에는 흰 팬티의 윗끈이 살짝 돌출되어 보인다.
두 남녀는 서로 입술을 맞물리고 침대 위를 구르며 위아래 위치를 바꾸었다.
솔희는 제이의 하체 위에 앉아 말을 타는것처럼 상체를 상하로 흔들며 표정을 찡그리고 탄성과 신음을 제한없이 뱉아내고 있었다.
폭풍우같은 시간이 지나자 제이는 지친 듯이 돌아눕는다.
제이의 길쭉하고 넓은 등을 마주한 솔희는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웬지모를 허무함이란 무엇일까.
관계후의 물리적 허무함은 남자가 더 심하다고 알고 있지만 솔희는 그런 허무감이 바로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제이가 코를 골기 시작하자 예전엔 음악소리같이 들렸던 그의 코골음이 이제는 그녀의 휴식과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느껴진다.
(이상해.....긴장과 스릴이 느껴지지 않아. 놀라운 우연의 지휘 아래 남편 몰래 낭만적인 밀회를 즐기고 나만의 비밀을 간직한다는 스릴, 그게 사라진걸까?.......아아, 이건 아닌데)
제이가 그녀를 기분좋게끔 하는 말도 이제는 의례적인 유머로 들린다.
불륜으로 만난 남녀가 함께 재혼해서 행복하게 산 예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해주는 것일까?
어차피 제이는 솔희가 바라고 있는 재혼 상대가 아님은 확실했다.
금지된 사랑의 장난, 스릴과 긴장감에 휩쌓이던 비밀스러운 사랑이라는 장막이 벗겨지자 제이라는 사내는 그저 물건 좋고 힘센 사내로만 다가왔다.
그것도 불과 이혼후 두 번째의 관계, 시간상 이혼후 3개월만에 너무도 권태기가 빨리 온 것이었을까.
솔희는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제이의 손길 하나하나가 그녀의 몸에 닿고 그녀도 제이의 몸을 탐닉할때의 기분은 마치, 마치 전남편 정균과 부부관계를 나누었을때의 느낌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오히려 전 남편 정균은 아내의 상태와 컨디션을 행위 도중에도 면밀히 살피면서 자기 여자의 만족을 배려해 왔다.
부부관계가 끝나면 정균은 늘 휴지를 뽑아 깨끗하게 외부만이라도 닦아주는 뒷처리를 해 주었던 것을 솔희는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기에 솔희는 제이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계속 의문을 떠 올렸다.
확실한 것은 솔희가 꿈꿔왔던 우연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속에서의 낭만적인 사랑은 이제 끝이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깊은 밤에 우울감으로 빠져든다.
다음날, 솔희는 제이와 함께 해변가에 위치한 델리숍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마치 3년전 샌디에고에서 하룻밤을 지낸뒤 해변가의 작은 레스토랑의 야외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식사했던 것과 똑같은 상황인 듯 싶다.
“우리 솔희 기운이 없어보이네? 내가 너에게 어젯밤 먹여준 XX이 좀 부족했나?”
“부족하긴, 여전히 넘쳤지. 널 확 가져버리고 싶은 만큼”
사실 솔희는 어젯밤은 확실히 그전과는 다르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제이의 강인한 힘과 거대하고 단단한 그것만큼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제이의 남성몸에 중독되어 있었다.
솔희는 제이의 자리에 놓인 계란 스크램블을 나이프로 썰어주며 그의 짙은 회색 눈을 또렷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문득 제이에게서 타인을 느꼈어.”
“그게 무슨 뜻이지? 그렇게 깊은 한국말 표현은 나도 잘 몰라”
“더 쉽게 이야기해볼까? 네게서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나.”
“푸훗,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니? 요즘 너 연습 때문에 스트레스인거 알아”
제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겨우 한다는 소리가 그 정도냐는 표정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솔희는 커피잔을 탁하니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제이에게 따지고 들었다.
“제이, 말 돌리지마. 너만큼이나 나도 예민해. 혹시 에벌린이야?”
“왜 그녀라고 생각하지?”
“네 회사를 못 견디고 퇴사한 풋내기 소녀의 최근 정보를 샅샅이 알고 있는거보면”
“어유, CEO로서 파트너의 퇴직사유 파악도 못하니? 마치 무슨 관계에 있는것처럼 추궁하는 것은 솔희답지 않아.”
“아냐, 따지는거 아냐. 훤칠하고 잘생기고 부자이고 뛰어난 예술가 제이에겐 여자들이 꼬이게끔 되어 있고, 나도 제이가 누구랑 즐기든지, 아님 네 생각이 변해서 결혼이라는 것을 해도 개의치 않을거고 질투하지도 않을거야. 다만 우리 사이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래 본거야. 둘 중의 하나 누가 먼저 결혼을 하던, 결혼을 한 후에도…..”
“솔희야, 난 네 솔직함이 맘에 들어”
두 사람은 식사 도중에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입을 맞추었다.
그 다음주 보스톤 외곽의 어느 저택에서 음악인들의 파티가 열렸다.
파티의 분위기는 활기차고 흥겹게 흘러갔지만, 솔희는 문득 어떤 미묘한 변화를 눈치챘다.
“쏘리씨, 여전히 아름다우시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우아함이 깊어집니다.”
“어머, 고마워요, 그레이슨씨. 요즘 작곡활동을 더 많이 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요, 사실인가요?”
“작곡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지 좀 됐습니다. 내년에 발표회를 할까 하는데 잘될지는 모르겠어요. 악상이 막히면 폐인이 되기 일쑤죠. 솔직히 할 짓은 못됩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아이디어의 착상을 도와주면 좋....!”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풀메이크업을 한 솔희는 여느 때처럼 샴페인잔을 들고 음악인들 내지는 그들의 배우자들과 스몰토킹을 나누고 있었다.
그레이슨이라는 성악가 출신의 합창단 지휘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돌연 그녀는 등뒤가 조금 가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솔희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던 그레이슨의 눈빛이 솔희의 어깨를 넘어까지 투사되기 시작했고 갑자기 그의 말투의 톤은 높아지며 마치 누구 들으란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아, 그, 그러니깐 제가 폐인모드가 되면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아내를 불안하게 하는데, 어느새 아내가 자진해서 첼로를 켜서 즉석에서 화음을 넣어줍니다. 아내 브리엘 덕에 2부 합창곡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지요”
“호호, 역시 부부 음악가의 조화로군요, 부러워요”
솔희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레이슨의 아내이며 매사츄세츠의 이름난 교향악단 첼로 주자로 활동하는 브리엘이 다가와 있었고 백인여성 특유의 큰 눈으로 솔희에게 윙크를 하고 손을 허리춤 높이에서 흔들어준뒤 남편인 그레이슨의 팔짱을 꼈다.
“허니, 우리 무대에 가서 같이 춤춰요”
그레이슨은 약간 아쉬운 듯 한 눈빛을 몰래 솔희에게 싸인처럼 보낸다.
그 남자는 마치 네 발을 땅바닥에 딱 붙였지만 결국 목줄 때문에 질질 끌려가는 강아지처럼 아내 브리엘에 의하여 무대 위로 끌려 올라갔다.
브리엘이 솔희에게 친절한 듯한 제스츄어를 해줌과 동시에 티나지 않게 남편과 솔희를 갈라챙기는 모습, 그리고 그레이슨이 그녀에게 보낸 웬지 아쉬운듯한 표정 둘다 솔희에겐 이질적인 것이었다.
특히 느끼한 눈길과 불필요한 관심을 담은 남의 남편 그레이슨의 표정을 목격한 느낌은 마치 온 몸에 구더기가 기어가는듯 했다.
(어휴, 30대 후반에 탈모가 진행되는 저 겉늙은 백인아저씨는 절대로 내 스타일 아냐, 저 브리엘이라는 여자는 도대체 날 뭘로 보고.........!)
솔희가 새출발한 후 처음에는 몰랐지만 파티에 나가면 나갈수록 점차 음악인들의 표정과 행동이 미세하게 마이너스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눈빛이나 말투, 어떤 작은 표현들이 마치 그녀에 대한 의심이나 경계의 징조로 다가온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칼로 가르듯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느낌은 더해갔다.
상냥한 모습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특히 젊은 기혼여성 음악인들이 그녀를 향한 미묘한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이들은 솔희에게 은근히 거리를 두며, 그녀들의 남편과의 스몰토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솔희는 이러한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파티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적 역량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다른 음악가들과 소통하려 노력했지만 음악계에서의 경쟁과 미묘한 관계들이 솔희에게 시련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보스톤 시내의 솔희의 아파트에서 도보로 갈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교회당, 그날따라 웬 일인지 예배가 없는 날인데도 문이 열려 있었다.
금요일 오전에 일과가 없어 동네를 산책삼아 나온 솔희는 빈 예배당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서 맨 앞자리에 앉았다.
맞은 편에는 강대상이 있었고 중앙에는 딱딱한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다.
멍하니 앉아 있던 솔희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윽고 호흡을 정돈한뒤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시작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이 아름다운 날에 저는 주님이 이끌어 주신 이곳에서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주님의 딸인 이 민솔희에게 피아노라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달란트를 선물해 주셨음에 무한한 감사를 올립니다.
하나님의 보호와 채찍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음에도 감사드리며
저를 특별히 이렇게 보스톤으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영광돌립니다.
제가 겪고 있는 작은 고난 또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오니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하시기를 믿습니다.
. .
. .
. .
하나님, 이 모든 기도와 소원을 들어주시길 간청하며,
저의 믿음을 굳건히 하여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삼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와 찬미 바칩니다. 아멘!]
솔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턱까지 괼 정도로 치열하게 기도를 했다.
홀로된 상태에서의 어딘지 모르는 불편한 눈길에서 굳건함을 유지하며 앞으로 음악적 여정의 성공, 그리고 그 성공가도에서 그녀에게 걸맞는 진정한 인연을 만나게 되길 비는 내용의 기도였다.
미혼시절 배우자 기도를 구체적으로 하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돌던 것을 기억해 낸 솔희는, 그녀도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두번째 결혼상대자는 연하남일 것, 제이만큼 키가 크고 훤칠하며 얼굴도 희여멀끔한 남성, 솔희의 성공한 퍼포먼스 인생에 걸맞는 자격, 즉 경제력, 인품, 교양, 지성, 체력, 인물 등등을 균형있게 갖춘 남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며 기도를 했다.
미혼시절 뉴욕의 학교 근방의 한인교회를 다닐 적에 솔희는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급하게 번갯불에 콩궈먹듯이 인간적인 조건으로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별로 사랑하지도 않고 느낌도 없는 남편과 5년동안 한 집에서 살면서 실천하고 싶지 않은 책무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그 결혼을 깨게 된 것은 그녀가 배우자를 구하기 위한 기도를 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믿었다.
솔희가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이 되어 교회당을 나섰을 때 모두가 그녀를 축복해주고 칭찬해 주고 바라보아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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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저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