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喰徊死(술독에 빠져 죽다)
音波 吳銀鎬
홀연히 밖으로 밀려난 주말 오후
거리엔 바싹 말라가는 나무들의 그림자와 서걱서걱한 바람 한 줄기 뿐이지만
아직은 숨 쉬어도 좋을 오후의 햇살 속에
말 없는 침묵만이 거리에 뒹굴어 난 가슴이 탄다
그렇게 기웃기웃 길을 걷다보니
한 움큼 남아 있던 햇살은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바싹 마른 입술 끝에서 소멸하여 가는 담배 연기만
가로등 불빛 아래서 그림을 그리는 주말 오후의 해질 녂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별빛이 어둠을 비추던 주말 오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구로공단 포장마차 카바이드 불빛 아래 주저앉아
소주 일병에 어묵 국물로 날 위로하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이 밤은 정말 아름다운 밤이라고 노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