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투란 도트를 보고 왔어요.
사실은.. 투란도트 보다는 아이다를 더 보고 싶었는데.. 시간적으로 여유도 없구..
근데 친구가 하도 보고싶어해서 무리한(!) 시간을 쪼개서 관람을 하구 왔습니당.
8시 공연.. 8일과 10일 공연의 배우는
투란도트 : 죠반나 까졸라,
칼라프 : 니콜라 마르티누치,
류 : 알렉산드라 파체티,
티무르 : 발렌티 피보바로프,
핑 : 마르코 카마스트라,
팡 : 그레고리오 디 크레디코,
퐁 : 크리스티아노 올리비에리,
만다리노 : 제라르도 스피넬리,
알툼 :스테파노 피자니
였는데.. 여기다가 이렇게 적어놓아두.. 모르시겠죠...ㅋㅋ 뭔 이름들이 그리도 긴지.. >.<
참.. 그리구.. 이번 공연에 성균관대 무용단원도 출연했던데.. 혹시.. 조교 언니두 있을까요오? (_'')"
공연 장소는.. 상암 경기장이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경기장을 이런 무대로 활용하는거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입니당.
근데.. 삼십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도 좌석 찾는데 한참 걸렸어요..
솔직히.. 들어가는 입구서 부터는 약간 실망했어요.
제가 너무 고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투란도트를 보러 오는게 무슨 신화 콘서트 마냥 생각들 하는것 같았어요.
경기장 밖에서는 맥주랑 땅콩, 오징어를 팔고... 돗자리 든 사람들 하며..
원래 다른 나라에서도 오페라 관람객에게 술을 파는 건가요? 45만원이나 하는 공연을 보러 오는데 모자를 눌러 쓰고 카스에 마카다미아를 아작 아작 씹어먹는 그들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건지.. @.@;;
혼자 고상한 고급 문화 감상하는 척 하는 것일지두 모르겠지만.. 모 어찌되었던 저는 기분이 많이 상했답니당. >.<
관객들의 공연장 에티켓은 정말 꽝이었지만.. 공연만큼은 정말 대단했답니다.
연신 환호의 도가니속에 빠져있었죠.
무대는... 정말로 압권이었어요.
좌석이 VIP석은 아니었지만.. 무대장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는 골드석에서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와우.. 정말로.. 대단하더군요.
대단했어요. 세계 최대의 야외 오페라..
배경은 북경의 궁궐.
정말 중국의 북경을 보는 듯 했답니다.
연출 또한 대단해서 마치.. 디즈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을 정도로.. 굉장 했어요.
VIP석에서 보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갈 정도였답니다.
배경도 대단했지만.. 배역을 맡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도 대단했답니다.
투란도트의 역을 맡은 죠반나 까졸라의 연기는 감탄을 연발하게 했어요.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제가 다녀온 투란 도트 얘기를 조금 해드릴께요. >.<
배경은.. 뮬란을 연상시키는 중국 북경의 궁궐 앞. 뮬란의 스크린을 그대로 가져다 옮겼다고 봐도 될거에요.
무대 전면에 육중한 궁궐의 모습이 보이고.. 커다란 청동 징이 현관 아래 걸려 있어요.
참수 당한 사람들의 머리가 장대 위에 걸려있구요.
황혼 무렵, 북경의 군중들이 떼를 지어 현장에 몰려듭니다.
둥둥둥! 의미 심장한 울음과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관리가 포고문을 읽어요.
"북경 사람들아! 포고문을 들으라.
투란 도트 공주께서 세가지의 수수께끼를 푼 자의 신부가 되신다.
그러나 풀지 못할 때에는 죽음을 당하리라! "
페르시아의 왕자가 이 세가지의 수수께끼에 도전을 하죠.
하지만.. 결과는 그의 죽음. 여기 저기 참수당한 머리의 개수에 그의 목을 더하게 됩니다.
칼라프는 전쟁에서 패한 티무르의 아들로 여기저기 피해다니고 있는 신세. 이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이랍니다.
페르시아의 왕자가 처형되는 날 투란도트는 처형장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모습을 드러낸 투란도트의 모습에 칼라프는 첫눈에 반하고 말죠.
" 오! 천사같은 모습! 황홀한 광경! 오. 꿈은 아닌지. "
넋이 나간 칼라프에게 아버지 티무르가 말을 겁니다.
" 얘야, 무얼하고 있니?"
"아직 모르시나요? 그녀의 향수는 온통 대기를 찌르고 나의 영혼을 가득 채우는군요."
아. 칼라프가 결국은 징을 울리기를 결심하는군요! >.<
티무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칼라프는 운명의 심판대에 서고야 맙니다.
" 멈추어라!"
징을 향해 달려가는 칼라프 앞에 핑,퐁,팡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하 세명이 길을 막습니다.
" 묘지도 이제 만원이야! "
"이제 미친 짓거리도 지쳤어!"
"우린 더 이상 참혹한 죽음을 원치 않아! "
"돌아가라!"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칼라프. 그의 눈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멀었으며 그의 불타는 마음은 이미 투란도트에게 빼앗긴지 오래군요.
"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그래도 좋다면 가라. 그리고 작별인사나 해라. "
공주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죽었던 예전의 영혼들이 성벽에서 그를 막지만 칼라프는 승리를 확신합니다.
칼라프 앞에 나타난 투란도트.
그에게 세가지 문제를 주는군요.
" 어둠속에서 오색 찬란한 유령 하나가 날아다닌다. 유령은 날개를 퍼덕이며 침울한 군중들 위로 비상한다.
온 세상 사람들은 유령을 찾아 간원한다. 새벽녘 유령은 사라져 모든 이의 가슴 속에 되살아난다.
매일 밤, 유령은 되살아나고 매일낮, 그것은 죽음을 되풀이한다!"
" 그것은 다시태어나지요! 투란도트. 그것은 희망!"
첫번째 문제를 맞힌 칼리프. 두번째 시험대 앞에 섭니다.
" 이것은 불꽃처럼 타오르나 불꽃은 아니라오. 때떄로 이것은 열광, 열기 , 열정이며 무기력이 이것을 시들게 하오.
당신의 심장이 멎으면 이것은 차가워지고 정복의 꿈을 꾼다면 불꽃처럼 타오른다. 이것의 목소리에 그대는 공포에 귀기울이며 마치 석양처럼 타오른다. "
" 그것은 그대가 나를 바라볼때 나의 혈관속에서 타오르고 빛나오! 이것은 피!"
벌써 그녀가 마지막 문제를 던지는군요.
" 그대에게 불을 주며 그대의 불을 얼게 하는 얼음, 희고 검은 백합!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한다면 이것은 그대를 노예로 만들고 이것이 노예로서 인정된다면 이것은 그대를 왕으로 만든다. 자 이방인이여!
그대는 두려워 얼굴이 창백해지는구나! 그대에게 불을 주는 얼음. 이것은 무엇인가!"
" 나의 승리요, 그대는 나의 아내요. 투란도트! 투란도트!"
마지막 수수께끼의 정답은 투란도트 였답니다.
칼라프에 의해 뭉개진 자존심으로 투란도트는 어찌할 줄을 모르는군요.
" 그렇게 나를 보지 마시오. 당신은 나의 자존심을 비웃고 있군요! 나는 그대의 아내가 될 수 없소! 결코! 안돼!"
"맹세는 신성한것!"
"안돼! 나는 그대의 아내가 될수 없소!"
칼라프가 정답을 맞췄지만 투란도트는 싫다구 앙탈을 부립니다.
사실.. 말이 앙탈이지 무시무시한 그여자가 싫다고 하는데두 칼리프는 끄떡 없습니다.
싫다고 하는 공주에게 이번에는 칼라프가 수수께끼를 냅니다.
공주는 내 이름을 모르지요. 그 이름을 알아내시오. 아침까지 그것을 알아낸다면 새벽에, 나는 기꺼이 죽겠소"
이름을 알아내기 위한 공주는 칼라프의 노예 류를 고문합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칼리프를 사랑해왔던 류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고 죽어버립니다.
죽기전 고문을 받고 있는 류가 투란도트에게 말합니다.
" 당신은 내게서 그 이름을 알아낼수 없어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어요!"
" 무엇이 너의 마음에 그런 용기를 가져다 주는가?"
" 사랑! 그것은 사랑이지요! 나의 은밀한 사랑은 너무 커서 이러한 고문들은 감미롭기까지 하답니다!"
잔인한 공주,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는 류의 말에 약간씩 마음을 열 기색을 내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차갑기만 한 그녀.
결국 류의 자살로 칼라프의 이름은 여전히 의문에 부쳐집니다.
"죽음의 공주여! 차가운 얼음으로 띠를 두른 공주여! 당신의 비극적 운명이 마침내 이 대지위에 떨어졌나니, 그 베일을 치켜 올려라. 보라, 저 잔인한 모습을. 너를 위해서 뿌려진 결백한 피를 보라!"
그가 그녀에게 달려가서 베일을 벗깁니다.
" 당신은 정말 용감하군. 그대는 차가운 나의 베일을 잡으나 나의 영혼은 그 위에 있소!"
정말로 자존심이 하늘 같은 여자군요. 칼리프는 이런 꼿꼿한 여자가 좋았나봅니다.
" 당신의 영혼은 그 위에 있으나 당신의 육신은 내곁에 있소. 불타는 손으로 그대의 황금 베일을 벗기고 나의 떨리는 입술은 그대의 입술에 부딪칠것이오!"
" 그것은 모독!"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서 키스를 해준다 해도 모독이라 일컫는 투란도트. 남자에 대한 증오 때문이지요. 정말로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거부할수록 더욱더 그녀를 향해 다가가는 칼라프.
" 오! 그대를 생생히 느끼기 위해!"
"손대지 마시오!"
하지만 그녀의 꼿꼿함은 칼라프에게는 한여자의 앙탈로밖에 보이지 않나봅니다.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키스하는 칼라프.
"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아.. 나는 졌어! 당신이 나를 어떻게 이겼죠?"
" ...울고 있소?"
" 아.. 새벽이야! 이 투란도트도 마지막이야! "
" 아무도 나를 보지 말아요! 나의 영광은 이제 끝!"
" 아니오! 이제 시작일 뿐!"
칼라프에게 첫 입맞춤을 빼앗긴 그녀. 한마디 합니다.
" 부끄러워요. >.<"
부끄러워 하는 투란도트. 칼라프에게 그녀가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녀답게 말이죠.
" 이방인이여. 그대가 왔을때 나는, 가장 커다란 이름의 저항할 수 없는 전율로 고뇌를 느꼈어요.
나는 그대를 두려워했어요. 당신의 눈동자에는 영웅들의 눈빛이 서려있어요.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서 당당한 승리의 확신을 보았어요.
그것 때문에 나는 당신을 미워했지요. 동시에 그것 때문에 당신을 사랑했어요. 내마음은 두개의 두려움 사이에서 갈기 갈기 찢겨요.
나는 그대의 사랑의 열기에 지고 말았군요. "
군중은 만세를 외치며 그들의 행복한 결말로 이내 극은 막을 내립니다.
오페라의 내용 자체는 매우 훌륭했어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 마치 중국인의 무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만큼이나 연출을 잘해주었거든요요.
공연 내내 분위기를 지배했던 야수적이고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준..
우크라이나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에게 또한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 없었구요. >.<
이 야수적이고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푸치니가 낯선 문화권을 부각 시키기 위해 불협화음들을 많이 집어넣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그의 시도는 더욱 더 힘있고 드라마틱한 오페라를 만들어준것 같았답니당.>.<
투란도트의 역은..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얼음처럼 차갑고 드높은 자존심의 소유자이지요. 게다가 잔인하기까지 하고요.
죠반나 까졸리는 그런 그녀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어요.
하얗게 분장한 그녀의 얼굴과 칼라프와 비교되는 새파란 의상은 그런 그녀의 연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구요.
극 내내 승리와 자신감에 차있어 하는 칼라프 역 또한 대단히 잘 소화해냈어요.
무섭게 치켜진 눈썹. 번쩍 번쩍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 그의 갑옷.
힘있고도 열정이 서려진 목소리가 장내에 웅장하게 울려퍼졌죠.
이런 모든 것들이 한껏 어우러져 오페라의 재미와 감동을 더해줬답니다. 비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무지 춥기는 했지만요. >.<
요 3-4일 동안 잠을 잔게 7시간이 채 안되었던 터라..
졸린눈을 부비 부비 하면서 터버터벅 갔었는데.. 돌아올때는 반짝 반짝 눈이 되어 돌아왔어요.
앙. 근데.. 공연이 10시에 끈난다고 되어 있었는데.. 11시 20분에 끈나는 바람에.. 차가 끊겼지 모에요. ㅜㅜ
다행이 집이 가까워서.. >.<
이런 성대한 공연에도 불구 하고 ..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위층으로 올라갈 수록 주위가 산만하고 유모차에 애를 데려온 아줌마서부터.. 땅콩 과자 아작 아작 씹어먹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더라구요.
저는 오페라는 연기자와 관람객과의 상호적인 교감을 이루면서 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자세가 관람객들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았나봐요오.. 쌍방으 교감은 커녕 ..
VIP석에서도 7-8살 먹은 애들이... 잔디밭을 해맑게 웃으면서 뛰어놀고 다녔다니까요! >.<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공연 문화 에티켓이 정착 될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구요...
아. 그리고.. 카메라 감독 누군지.. 스크린상에 문제도 쬐꼼 있었어요.
자막이 안나온다던지..
이런 조금씩의 미스들 빼고는.. 대체로 대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답니다! ^^ 없는 시간 쪼개서 보고 오길 잘했나봐요.
사실 투란도트 보다는 아이다를 더 보고 싶었는데..
아이다도 한번 기회되면 보러 가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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