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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전동행진 둘째 날
전장연, 다섯 번째 다이인 행동
장애인권리 7법, 탈시설 3법 요구
“장애인 권리 매일 약탈당해… 국회가 책임져라”
한 활동가가 국회의사당역 승강장 바닥에 누워 다이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는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덮고 있다. 사진 하민지
“권리에 무감각한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는 시체처럼 살아왔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장애인들이 국회 앞에서 ‘시체’가 됐다. 사망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죽은 척’했다는 의미다. 이른바 ‘다이인(die-in)’ 행동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일 오전 8시, 서울시 영등포구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다섯 번째 다이인 행동을 진행했다. 이번 행동은 1일부터 1박 2일간 진행된 전동행진의 둘째 날 첫 번째 투쟁으로 치러졌다.
다이인 행동은 시위 참가자가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행동을 뜻한다. 전 세계에서 반전, 인권, 인종차별, 기후위기 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활동가들이 승강장 바닥에 누워 다이인 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다이인 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전장연이 국회의사당역에서 다이인 행동을 벌인 이유가 있다. 22대 국회에 장애인권리 7법(△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교통약자법 전부개정 △권리중심공공일자리특별법 제정 △발달장애인법 전부개정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특수교육법 전부개정)과 탈시설 3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 제정 △시설수용 피해생존자 보상법 제정) 입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법이 있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맘대로 행정을 주무를 수 없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거주시설 연계사업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폐지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장애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전장연은 “이렇게 자치단체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권리가 삭제되는 현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내용을 권리로서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례”보다는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차에서 내린 시민들이 다이인 행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이 승강장 바닥에 누워 다이인 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들은 9시경 휠체어에서 내려와 승강장 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오기 힘든 사람들은 휠체어를 최대한 뒤로 젖혀 죽은 척했다.
죽은 척하는 장애인들 앞으로 지하철에서 내린 시민 수백 명이 지나갔다. 경찰은 그들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이동하세요”라고 했다. 죽은 척하는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발언이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승강장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유진우 전장연 활동가는 “앞길이 어둡고 험난하겠다는 생각으로 죽은 척하고 있었다. 열심히 투쟁해서 우리가 요구하는 법안의 입법을 쟁취해야 하는데 오 시장과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 권리를 너무 외면하니 갈 길이 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 7법과 탈시설 3법이 통과될 때까지 차가운 지하철 승강장에서 출근길 다이인 행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다이인 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약 20분간 죽은 척하고 일어난 장애인들은 우비와 우산으로 무장하고 폭우 속으로 나아갔다. 각 정당에 장애인권리 7법과 탈시설 3법을 요구하는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박경석 대표는 “우리의 권리는 매일 약탈당하고 있다. 장애인권리를 약탈하는 자의 정치를 약탈해 오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