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분 |
종적 분류 |
횡적 분류 | |||||
계급수 |
계 급 명 칭 |
직군 |
직렬 |
직류 | |||
경 력 직 공 무 원 |
일반직공무원 |
9(2) |
1급~9급/연구관․연구사 등 |
10개 |
57개 |
91개 | |
기능직공무원 |
10 |
기능1급~기능10급 |
11개 |
22개 |
37개 | ||
특 정 직 공 무 원 |
외무공무원 |
14 |
14등급~1등급 |
3개 직군 | |||
경찰공무원 |
11 |
치안총감~순경 |
6개(경과), 19개(특기) | ||||
소방공무원 |
10 |
소방총감~소방사 |
| ||||
군인(장교) |
11 |
원수~소위 |
19개(육), 26개(해), 17개(공) | ||||
군무원 |
9/10 |
1급~9급(일반)/1급~10급(기능) |
15개 |
51개 |
| ||
국가정보원직원 |
9/10 |
1급~9급(일반)/1급~10급(기능) |
2개 |
9개 |
| ||
경호공무원 |
9 |
1급~9급 |
| ||||
검사 |
4 |
검찰총장~검사 |
| ||||
특 수 경 력 직 |
정무직공무원 |
5 |
대통령, 총리, 부총리, 장관, 차관(급) |
| |||
별정직공무원 |
9 |
1급상당~9급상당, 교원상당 |
몇 개의 직무분야 | ||||
계약직공무원 |
9/5 |
1호~9호(일반)/가~마(전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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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직공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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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 있는 경력직공무원의 직종간 또는 직렬간 이동은 각각의 채용시험에 합격하지 들어오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하나의 직종 또는 직군(렬)으로 들어오면, 이동에 따르는 엄청난 불이익(종전의 경력을 아예 인정받지 못하거나 경력평정 점수를 손해보는 등)을 감수하지 않는 한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리고 직군이나 직렬을 수시로 조정해 왔지만 복잡하고 다원화․전문화되어 가는 행정수요를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2. 조직과 정원관리
국가는 始原的인 행정주체로서 정부 조직을 설치하고 공무원을 통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을 비롯하여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부령) 등 각종 법령에서 정부의 업무와 기능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3권분립 원리에 따라 국회, 정부, 법원이 할 일과 예외적으로 독립성을 부여받은 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조직법은 부처별로 할 일을 분장하고, 대통령령인 각 직제에서는 그 부처별 업무를 실․국․소속기관별로, 부령인 직제시행규칙에서는 다시 그 밑의 과․담당관․팀 등으로 나누어 정한다.2) 과 단위 업무는 관리자가 자기 책임으로 부서별․개인별 사무를 분장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직제는 당해 기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직종별․직급별 정원까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이 어떤 형태를 갖는가를 결정함은 물론 사실상 공무원의 승진범위까지 획정하고 있다. 직제와 직제시행규칙은 부서별 업무 목록을 일련번호로 나열한다.
3. 계급의 개념과 특성
계급제는 신분 중심의 인사관리이다. 신분 중심이라는 함은 공무원마다 그의 몸값이 정해져 있어서 이를 기초로 해서 인사관리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 몸값은 변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영의정 이하 모든 臣僚들이 정1품부터 종9품까지의 18개 몸값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일반직의 경우에는 [표 1]에서 본 바와 같이 9개 계급(연구직, 지도직공무원은 2개) 중 하나를 갖고 있다. 이 계급에 따라 채용․전보․급여․연금․상벌․복무 등 거의 모든 인사가 운영된다. 예컨대 공개채용시험은 5급(고등고시), 7급, 9급별로 실시된다. 고등고시에 합격하면 5급의 신분을 바로 취득하고 7급 공채시험 합격자는 7급의 신분을 갖게 된다. 보직을 옮길 때도 마찬가지다. 승진이나 직무대리를 하지 않는 한 동일한 계급3)이 보직되는 자리로만 서로 이동한다. 급여와 연금도 계급별로 지급기준이 정해져 있다. 징계의결도 5급 이상은 중앙징계위원회가, 6급 이하는 보통징계위원회가 관장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인사운영 기준과 절차, 방법은 계급별로 달리 적용된다. 아무리 지식과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계급이 9급이면 9급으로만 대우될 뿐 다르게 취급할 수 없다. 일반직뿐만 아니라 계급이 있는 특정직공무원과 기능직공무원 등도 마찬가지다.
계급이라 함은 조직 내에서 명령과 복종의 주체를 판단하는 척도로서 그 본질은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 조직 내에서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정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이 인사관리의 모든 준거기준이 됨으로써 계급이 함축하는 의미는 공무원의 신분을 단적으로 표시하는 一身專屬性을 갖게 되었다. 계급이 올라가면 조직 내에서의 권한, 보수가 따라서 상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올라가므로, 계급의 상승은 공직사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그래서 5급 이상이 되면 직급명칭(事務官, 書記官, 理事官 등)에 들어있는 ‘官’이라는 글자를, ‘官僚’ 또는 공무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官吏’라는 말에서 ‘吏’와는 그 품격이 다른 의미로 해당 공무원의 이름과 함께 계급도 불러주게 되었다.
공무원이 어떤 자리에 앉아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그 공무원의 신분을 나타내는 계급과 맡은 자리의 직무상의 등급이 외형상 결합되어 있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급과 직무등급의 어느 개념이 인사관리의 기저가 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인사운영 형태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4. 계급의 효용성
계급은 그 어떤 수단보다 인사관리를 간편하고 손쉽게 해준다. 왜냐하면 계급제도는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가치관, 성격, 배경, 능력, 전문성 등을 묻지 않고 정해진 몸값대로 자리를 주고 봉급을 주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결원보충의 예를 보더라도 각 자리마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조건이 다양하지만 계급(직급)대로 인사권자의 의중을 잘 헤아려 전보나 승진시키면 된다.
이러한 계급구조는 행정이 단순하고 공무원이 백성의 지배계층으로 행세하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실은 오늘날에도 一絲分亂한 지휘명령에 의하여 신속하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직종에서는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이나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찰, 재난현장에 출동하여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대원 등의 업무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특히 계급장이 붙은 제복 근무자가 많은데, 그것은 조직 전체의 동질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엄격한 위계질서를 고려한 것이다.4)
Ⅲ. 신분적 분류제의 문제점
1. 폐쇄형 정부 조직
오늘날에 있어서 신분중심의 계급제도는 일반적으로 장점보다는 문제점이 더 많다. 우선 계급제는 본질상 폐쇄적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직의 맨 아래 계층(9급, 기능10급 등)에서 출발하여 점차 신분과 보수가 올라가게 되어 있으므로 중간에 자기보다 높은 계급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그 계급은 머지 않아 자기가 올라 갈 위치로 당연시한다.5) 한 때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에게 5급으로 들어오는 문을 특별채용으로 열어주었다가 공직 내외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폐지하게 된 것도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래 특채제도란 공개경쟁채용시험으로는 결원을 보충하기 어려운 특정 업무를 담당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을 갖춘 소수의 인원을 채용하기 위한 예외적인 방법이었지만, 수백 명이나 특채이름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실은 담당 직무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같은 계급으로 뽑아서 배치만 하면 되는 계급구조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러한 폐쇄형 조직은 공직 외부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공직 내부에서도 직종간, 직렬간의 벽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그 벽 내에서는 직렬별로 정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따라 신분상승기회가 결정되므로 갈등 요인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행정직과 기술직이 다 보직될 수 있는 복수직위의 경우인데 상위직으로 갈수록 기술직 비율이 적어6) 인위적으로라도 그 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정부조직의 개편을 어렵게 하는 이유도 계급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행정환경이나 여건을 고려할 때 몇 개 부처를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정부 기능수행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실행 단계에서는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이 폐지되거나 다른 곳에 흡수되는 것을 극력 저지하기 위하여 온갖 논리와 명분을 내세우거나 심지어 국회나 언론 등 외부의 힘까지 동원한다. 그 이유는 공무원의 승진이 부처별 정원에 좌우되어 있어 통합될 경우 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고 또 기능을 이관 받는 기관이 ‘텃세’를 부릴 경우 승진에 불리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국익 손상이나 국민의 불편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승진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호주 연방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은 ‘직원은 기능을 따라간다(staff-follow-function)'는 것이다. 어떤 기관에서 승진 결원이 생기더라도 그 기관에서 ’獨食‘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모든 행정기관과 민간부문으로까지 완전히 개방해서 직위공모(job posting)를 하기 때문에 부처이기주의(sectionalism)는 작용할 여지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기능조정이 쉽고 공무원의 저항도 없으며 내각(cabinet)의 결정에 따라 수시로 부처를 신설, 폐지, 조정할 수 있다.7) 이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관리가 신분 중심의 계급이 아니라 직무상의 등급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폐쇄형 인사구조는 계급의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날 선발시험을 거쳐 함께 교육훈련을 받고 유대감을 조성한 뒤 각 기관에 배치되어 여러 자리를 순환 보직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승진을 거듭하다가 정년까지 함께 가는 직업공무원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공무원 인사제도는 ‘薄俸’이라는 이유로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天職으로 생각하고 가급적 정부에서 오래 일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개발하였다. 별도의 처우개선이 없더라도 매년 보수가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도, 오래 근무한 공무원에게 주는 장기근속수당과 정근수당, 그리고 이런 항목들이 모두 합산되어 지급되는 연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결과 공직사회의 내부 결속은 강화되었지만 신분보장의 우산 아래 바깥 세상의 변화에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게 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공직을 개방하라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국․과장급 직위의 20%를 개방하였는데, 사실 이 비율도 계급제도의 한계 때문에 내부의 불만과 외부의 압력 사이에서 절충한 산물이다.
2. 승진과 관련된 문제
신분상승에 모두 관심을 갖다보니 승진이 더디면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어있다. 더욱이 승진이 빠르고 늦은 이유가 본인의 능력이나 업무성과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승진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기는 기관에서 근무하느냐 아니냐에 주로 좌우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느냐에 따라 비록 같은 날 임용되었더라도 승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상대적인 박탈감도 더욱 커지게 된다. 실제로 기관별 전보 인사를 보면 빨리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부처로 옮겨가는 공무원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표 2]는 1998년에 행정자치부가 조사한 부처별 실제 승진소요기간 자료 중에서 각 계급별로 승진하는데 가장 오래 걸린 부처와 가장 짧게 걸린 부처를 비교한 것이다. 심한 경우 그 격차가 무려 3배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2] 실제승진소요기간 비교(1998년)
’98년 |
2→1급 |
3→2급 |
4→3급 |
5→4급 |
6→5급 |
7→6급 |
8→7급 |
9→8급 |
전부처평균(년) |
4.2 |
3.7 |
7.5 |
9.1 |
9.9 |
7.3 |
6.6 |
4.1 |
최단부처(년) |
3.5 |
3.5 |
3.5 |
6.2 |
5.2 |
3.5 |
3.5 |
2.5 |
최장부처(년) |
5.5 |
5.4 |
10.3 |
11.5 |
13.0 |
10.5 |
7.5 |
6.2 |
공직생활을 함께 시작하였지만 능력 때문이 아니라 기관을 잘 배치 받아 빨리 승진한 뒤 부처간 전보에 의하여 자기 상관으로 온다면 누구든지 그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 것은 각 부처의 정원분포가 피라미드형, 종형, 마름모꼴, 사다리꼴 등으로 다양한데다 인사관리도 따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급별 정원은 대통령령인 직제에 규정되어 있어 원칙상 1명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직제 개정이 쉽지 않다 보니 빈자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파견, 휴직 등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결원보충제도가 남용되고 있다.
60-70년대 정부조직이 급격히 팽창하던 시절과 달리 80년대 이후부터는 오히려 조직이 감축될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 의원면직 비율도 급격히 줄어듦8)에 따라 공무원들의 승진속도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공직사회의 사기가 떨어지게 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당근책이 마련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근속승진제’로서, 일반직 8, 9급과 기능직 8, 9, 10급에 대하여 일정기간이 지나면 정원을 고쳐서 한 계급씩 자동 승진시키는 제도이다. 별정직의 등급(상당계급)을 고쳐서 보수를 올려주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계급이 올라가고 보수도 인상되어 사기는 올라가지만, 권한과 책임까지 동시에 늘어나는 본래의 승진 취지와는 거리가 먼 반쪽 승진이라 할 수 있다.
‘대우공무원제도’도 비슷한 취지이다. 본래 5급 승진시험제도가 보편화되어 있을 때,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6급 공무원을 사무관대우로 예우하는 대신 자기는 승진을 포기하고 유능한 후배에게 시험 기회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었지만, 승진시험이 사실상9) 없어지고, 다른 계급에서도 승진이 더디게 되자 이를 6급에게는 ‘필수실무요원제도’로 대체하고 다른 계급으로 대우제를 전면 확대한 것이다. 상위계급으로 대우하면서 수당을 더 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승진지연에 따른 위로 보상금 성격을 갖고 있다.
하나 더 든다면 ‘복수직급제도’가 있다. 같은 과장이라도 승진을 앞둔 고참 과장과 이제 갓 보직을 받은 신참 과장 사이에 담당 직무의 비중이나 책임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제도화된 것이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도 감안했을 것이다. 즉,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중앙부처의 국장급은 거의 2․3급으로 정원이 책정되어 있어 3급으로 승진하여 국장 보직을 받은 후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저승진소요기간(3년)이 지나면 앉은 자리에서 바로 2급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밑의 계급에게는 하나의 계급별로 정원을 책정하여 승진을 어렵게 하면서 고위직에게는 떡을 또 하나 더 주었다는 중․하위 공무원의 불만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長’자가 안 붙는 직위에 대하여는 앞서 언급한 근속승진으로 보완하고, ‘長’자가 있는 계장(물론 이것도 공식적 이름은 아니지만)급과 과장급에 대하여는 국장과 같이 정원을 복수직급으로 만들었다.10) 즉 계장급은 4․5급으로, 과장급은 3․4급으로, 국장급은 2․3급으로 서로 한 계급씩 맞물려 공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마저 기관별로 정원의 30% 정도로 묶어놓고 있어 중간 계급에서의 승진병목 현상은 여전하다.
3. 전문성과 책임성 미흡
공무원은 헌법 제7조의 규정에 따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일정한 자리(직위)에서 주어진 일(직무)을 하면서 뭔가를 만들어(성과) 내고 있다. 직위는 전체 직무를 쪼개어 나눈(종적, 횡적 분업의 원리에서 볼 때) 결과로 볼 수 있으므로 둘 다 본질은 같다. 그래서 공무원 인사관리는 사람(역량)과 직위(직무), 성과(실적)라는 3가지 사항을 골고루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전보, 승진 등 인사운영은 사람의 경력관리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어떤 4급 공무원이 3급으로 승진하고 떠나면, 그 자리는 다음에 승진할 것으로 생각되는 고참 4급 공무원이 차지한다. 그 사람의 자리에는 또 다음 순서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간다. 그러면 4급 자리가 또 하나 생기게 되는데 여기엔 5급의 고참 중에서 한사람을 승진시킨다. 다음에는 6급에서, 7급에서 9급까지 이렇게 연쇄적인 이동을 통하여 결원을 순차적으로 보충하게 되어 결국 빈자리가 생긴 계급이 높을수록 조직 전체에 미치는 인사요인이 급격히 늘어난다.11) 흔히 차관인사 때 내부의 1급 공무원이 임명되면 그 부처가 잔칫집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12)
공무원 개인의 입장에서야 승진하므로 나쁠 것이 없지만, 조직 전체로 보면 이제 겨우 업무파악을 끝내고 일 할만한 데도 순서에 따라 떠 밀려서 자리를 옮기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행정이 단순하던 시절에는 어디 가더라도 업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전문화 되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지금은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려면 몇 달씩 걸린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공무원은 승진을 하려면 경력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기회만 있으면 요직으로 옮기기 위하여 노력한다. 기관장도 이왕이면 재직하는 동안 좋은 인심을 얻기 위하여 순차적으로 보직을 거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됨으로써 공무원임용령 제45조에 규정된 1년의 전보제한 기간조차 지키기 어렵게 되어 전문행정가(specialist)보다는 일반행정가(generalist)가 늘어났다.13) 중앙부처 국․과장들의 평균재직기간이 1년 남짓한 사실은 그런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14) 현재의 보직은 승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여긴다. 심지어 본인의 적성, 학문적 배경, 소양 등과 잘 조화되어 오랫동안 일하며 성과를 남기고 싶어도, 전문가로 알려지면 승진에 불리할까봐 이마저 꺼리게 만든다.
더 염려되는 것은 업무에 대한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나서는 공무원도 많이 있지만, 어차피 승진은 때가 되면 할텐데 굳이 힘든 자리에서 고생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라는 결과보다는 어떤 자리를 거쳤는가 하는 경력만 보고 적임자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직이 다양한 사람은 실제로 능력이 뛰어나서 발탁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장․차관의 임명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에 이런 업적이 있었기 때문에 임명하기보다는 무슨 직위를 거쳤기 때문에 전문성 등을 고려하였다고 한다.15) 우리나라의 중앙부처 회의실에는 역대 기관장(장관․처장․청장 등)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어느 곳에도 그 분들의 재임 중 업적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바가 없다.16) 또한 호주 연방정부의 고위직 인사에 있어서는 수상이나 장관이 어떤 사람을 임명할 때 주는 임명서신에서 임명대상자가 과거 어떤 직위에 있을 때 이러저러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에 임명하게 되었다는 사유를 밝히고 있다. 재직 중 ‘무엇을 했는가’ 보다는 ‘어디를 거쳤나’는 사실이 주목받는 한, 여러 보직을 거치고 싶은 욕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성과 책임성은 이처럼 표리관계에 있다.
4. 성과관리의 어려움
성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인사관리의 기본철학이 직무보다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보니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개인별로 직무가 분화되어 있지 않을 경우엔 성과를 직접 창출한 직원의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직무를 바탕으로 한 공무원의 목표설정이 조직의 비전과 임무, 전략 등과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두루뭉실하고 애매하게 표현된 사무분장에 따라 상호 관련성이 약한 목표를 정함으로써 수용성을 떨어뜨리게 되었으며, 평가기준 또한 사전에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음으로써 자의적으로 운영할 소지가 많아 평가결과에 대한 공정성도 의심받게 되었다.17)
관리자의 의식과 역할도 문제이다. 평소 업무시간의 상당부분을 소속 직원의 업무태도와 실적을 기록하여 평가하거나 성과가 나쁠 경우 바로잡는 상담을 하여야 하지만, 기관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18) 선량한 관리자로서 직원의 업무 태도와 능력을 수시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야 한다. 그것은 조직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직원의 능력발전을 위해서도 좋다. 길게 보면 그 직원들이 미래의 관리자가 될 것이므로 현재의 관리자가 해야할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한 다리만 건너도 지연․학연․혈연 등 어느 연줄이던 안 걸리는 게 없는 우리 사회에서 公과 私를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한계가 있다. 비록 제도와 운영이 따로 도는 이중구조가 있으나 그래도 모든 관리자는 성과에 따른 상벌관계에 있어서 만이라도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견지하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5. 획일적 신분구조
일반직의 경우 9개의 계급이 주된 것이지만 두 개의 계급으로만 된 연구직과 지도직공무원이 있다. 이들도 원래는 9개 계급으로 되어 있었으나, 업무성격상 9개로 세분하는 것이 부적절해서 1981년 12월 18일 연구직렬 공무원에 대하여는 연구관과 연구사로, 그리고 1989년 3월 27일 지도직렬 공무원에 대하여는지도관과 지도사의 두 계급으로 각각 전환하였다. 그밖에 일반직의 다른 직렬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계급체계를 고친 경우는 없다. 다만 종래 일반직과 같은 1~9급에다가 다시 특1급과 특2급을 얹어서 운영하던 외무공무원의 경우 2000년 12월 29일 외무공무원법을 개정하여 계급을 전면 폐지하고 그 대신 직무등급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역사에서 계급제를 수정해 보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었지만 직무등급별로 정원을 책정하는 바람에 당초 기대하였던 개혁 모형을 완성하지 못하게 된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다양한 정부 기능을 고려할 때 모든 기관에게 동일한 계급제를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연구직과 지도직에 대하여 예외를 허용하였듯이 이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것은 다르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상대적 평등에 부합한다. 한 사람의 관리자 즉 과장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업무를 지시 받고 보고하면 되는 조직이라면 굳이 직원간에 여러 계급으로 나누어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런 기관은 직무의 독립성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수평조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계급 비교의 문제
공무원간에는 신규채용과 조직관리 등의 이유로 일반직과 계급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별정직은 일반직에 상응한 보수를 받으면서 지정된 업무만을 계속 수행하기 위하여 제도화한 것이지만, 보수기준인 ‘몇 급 상당’ 은 사실상 계급처럼 인식되어 왔다. 승진을 거듭하면서 권한과 책임, 보수가 함께 오르는 일반직에 비하여 별정직은 한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어 직제규정을 고쳐 보직이나 직무내용의 변경이 없더라도 그 ‘상당’ 계급을 조정해 왔으며, 더러 동일한 계급의 일반직으로 특별채용도 하였다. 이처럼 별정직의 ‘상당’계급은 일반직의 계급과 동일시하고 있다.
특정직의 경우는, 국가공무원법이 아닌 개별 법률에 의하여 신분이 획정되어 있지만 외무․경찰․소방공무원 등은 원래 일반직 내에서 직렬 형태로 되어있던 것을 분가시킨 것이다. 그래서 뿌리가 같고 특별채용 등의 이유로 계급을 비교할 경우도 생긴다. 문제는 처음부터 별개의 법으로 출발한 판사나 검사, 교원 등은 업무의 특성상 독립성이 강하고 계급수도 현저히 다르며 상호 특채도 거의 없는데도 일반직과 계급을 비교한다는 점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검사장을 차관급이라고 주장하는18) 것이 그런 예에 속한다. 이는 정부 조직계층의 일반적 원칙에서 보면 합리적이지 않다. 법무부에는 장관을 보좌하며 부를 관장하는 차관이 있는데 그 차관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국장(검사장 계급을 갖고 있는)도 차관급이라고 한다면 ‘분배와 결합’이라는 조직원리에 맞지 않는다. 부장판사도 마찬가지다. 독립적인 재판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업무특성을 고려하여 보수를 높게 책정한 것을 가지고 이미 없어진19) 기본급을 기준으로 차관급에 해당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계급을 가지고 비교하기 어려우면 직위별로 주어진 직무상의 권한과 책임 정도를 가지고 판단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가지고 비교하는 이유는 보수는 계급별로 설정되어 있고 그 계급은 바로 공무원의 신분 등급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20)
Ⅳ. 공직분류 개편대안
계급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을 하는 ’사람’에는 관심이 많지만21)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하여는 관심이 적거나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직종이나 직렬도 나름대로 전문성을 추구한다고 세분하였지만 결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공직의 폐쇄성만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하였다. 직종간 불균형이나 직렬간 불형평성 문제도 따지고 보면 신분 중심의 계급제 하에서 초래되는 상대적 박탈감에 근본원인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사제도를 사람(신분) 중심에서 직위(직무)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1. 분류체계의 단순화
지금의 공직분류체계는 너무 복잡하고 세분되어 직종간의 장벽을 높이는 규제장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공직분류체계를 호주 연방정부처럼 아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즉 우선 정년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임용형태별로 경력직(ongoing/career)과 비경력직(non-ongoing/non-career)으로 나눈다. 다음으로는 주당 근무시간을 어떻게 하는지 여부에 따라 근무형태별로 상근(full-time)과 비상근(part-time)으로 구분하여 전체적인 공직분류는 [표 3]처럼 4가지로만 구성한다. 이렇게 해도 공직에서 요구되는 어떠한 형태의 직무수요라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어느 유형으로 근무하던지 간에 재직 중에는 동일한 신분과 급여를 부여함으로써 차별이 없도록 한다. 그러면 단기 근로에 대한 고용주의 수요를 충족하면서 노동력을 공급하는 공무원이나 직원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으므로 비정규직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표 3] 새로운 공직분류체계
근무형태 임용형태 |
주당 정규 근무시간 근무(Full Time) |
일정 날짜/시간 동안 근무(Part Time) |
정년까지 계속 근무 |
①상근 경력직(F/T ongoing) |
②비상근 경력직(P/T ongoing) |
일정기간동안만 근무 |
③상근 비경력직(F/T non-ongoing) |
④비상근 비경력직(P/T non-ongoing) |
새로운 분류체계에 따라 현재 분류되어 있는 공무원 직종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력직(①, ② 형태)에는 일반직․특정직․기능직은 물론 사실상 일반직처럼 근무하는 별정직까지 흡수하고, 비경력직(③, ④ 형태)에는 정무직과 계약직, 그리고 고용직을 포함하되, 일부 기관에서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공무원처럼 상시 근무를 하고 있는 기타보수직22)의 일부도 편입한다. 정무직은 앞으로 공무원법 적용대상 공무원 분류에서는 제외하여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비경력직은 예측하지 못한 일시적인 업무증가에 대비하거나 경력직의 채용, 파견, 군복무, 출산, 육아, 간호휴직 등으로 업무공백이 길어질 경우,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임시로 활용하거나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을 가진 자를 임시로 채용하는 경우 또는 본인 사정상 경력직 채용이 어려운 경우 등에 있어서 일정 기간(예 3년 이하) 동안 근무케 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인력관리의 탄력성을 높임은 물론 민간의 파견근로자 제도를 정부도 활용함으로써 공공부문의 인력시장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비상근의 경우에는 앞으로 관리자그룹이 아닌 한23) 어느 자리에서나 경력직 또는 비경력직공무원 신분을 가진 채 시간제(비상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비상근 근무자는 보수만 정규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지급하면 된다.
2. 직무등급으로 전환
① 직무등급의 설계내용
공무원의 횡적 분류 형태를 단순화 한 뒤 남는 과제는 종적 직무등급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이다. 직무등급이란 공무원의 신분과는 관계없는 직무에 대한 ‘자리값’을 말한다. 조직의 계층원리상 책임성과 난이도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단계의 직무등급을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우선 중앙행정기관의 조직계층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관리자 그룹과 비관리자(실무자) 그룹이 있다. 관리자라 함은 적어도 다수 인원을 지휘․통솔해야 하므로 과장이상을 말한다. 비관리자 그룹 중에는 관리자와 비관리자를 연결하며 향후 관리자로 양성할 예비 인력 그룹인 중간층을 둔다. 이렇게 하면 직무의 등급을 관리자 그룹(Senior Group), 중간 그룹(Middle Group), 직원 또는 실무자 그룹(Junior Group)의 3개가 된다. 각 그룹 안에서 직무등급의 수를 관리자 그룹은 4개, 중간 그룹은 4개, 직원 그룹은 현재의 기능직까지 포함함을 감안하여 6개로 해서 모두 14개 정도로 나눈다. 그룹 사이의 벽은 없다. 전체 직무 등급을 낮은 것에서 높은 것으로 열거해 보면, [표 4]와 같이 설계할 수 있다.
[표 4] 계급과 직무등급 비교
구분 |
직원 그룹 |
중간 그룹 |
관리자 그룹 | |||||||||||
(현행) 계급구조 |
9 |
8 |
7 |
6 |
5 |
4 |
4 |
3 |
2 |
1 | ||||
직무등급 구조 |
J1 |
J2 |
J3 |
J4 |
J5 |
J6 |
M1 |
M2 |
M3 |
M4 |
S1 |
S2 |
S3 |
S4 |
이 등급은 단순히 현재의 계급을 세분하여 등급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직위별 직무분석․평가결과에 따라 나온 점수로서 매긴 값이란 점에서 계급과는 그 본질과 성격에서 완전히 다른 것이다.24) 앞서 언급한대로 신분상 계급인가 직무상의 등급인가에 따라 인사관리를 하는 방법은 판이해진다. 직무등급이 도입되면 신분적 계급에 근거한 근속승진제도나 복수직급제도 등은 당연히 폐지된다.
특히 관리자그룹에 대하여는 관리직공무원제도(SES)25)를 도입하여 정부의 핵심인력으로서 특별히 집중 관리해 나간다. 아울러 관리직공무원이 되기 전에 호주 연방정부의 경력발전평가센터(Career Development Assessment Centre)26)와 같은 것을 도입하여 리더십과 전략기술 등 관리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범 정부 차원에서 고급공무원의 인력관리를 통합하여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가도록 한다.
② 직무분석과 성과책임
각 기관의 직위를 새로운 직무등급에 배정하기 위해서는 직무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를 실시하는 근거와 직위 수 등 기본적인 사항27)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인 직제에서 정하고, 직위명칭과 성과책임 및 직무등급과 같은 직무분석과 평가 결과28)는 부령으로 정한다. 다만 부령을 제정할 수 없는 기관은 훈령으로 정한다. 앞으로 재정(예산)개혁이 이루어진 후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예산 범위 안에서 스스로 필요한 조직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금과 같은 정원 책정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직무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과 조언을 듣고 추진하되 내부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훈련(Internal Consultant Training)도 병행한다. 직무분석을 통하여 성과책임(Accountability)을 규명하고 직무평가를 하면 당해 기관에 속한 모든 직위에 대한 직무등급이 정해진다.29) 성과책임은 당해 부서가 수행하는 업무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추구하는지 업무영역과 방향성이 드러나도록 ‘…을 …한다’는 방식으로 기술한다. 특히 관리자에게는 소속 직원을 지도․육성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하는 책임은 반드시 포함시킨다.30) 직무분석을 하는 초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되므로 기관의 규모가 큰 경우엔 본부 또는 국․과장 이상의 관리직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자격과 학력, 능력요건을 설정할 수 있다.
3. 직무등급에 의한 인사관리
직무등급을 도입하면 채용, 전보, 승진, 보수 등 인사관리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계급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계급의 사람은 모두가 꼭 같다는 사고에 기초하지만, 직무등급은 각 직위는 모두 서로 다르다는 전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① 신규채용
직무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 계급간의 等價性을 전제로 많은 사람을 한번에 선발하는 공개채용제도는 본질적으로 직무등급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성 측면과 실적주의의 지반이 약한 현실을 고려하여, 바로 폐지하기는 어려우므로 당분간은 직무등급을 반영하는 공채시험을 실시한다. 계급제 하에서 권위적으로 상징되었던 ‘행정․외무․기술 고등고시’를 ‘국가공무원 경력직공채시험’으로 대체하고 모집단위는 1群․2群․3群 등으로 한다. 현행 고등고시는 1군 시험, 7급 공채시험은 2군 시험, 9급 공채시험은 3군 시험이 될 것이다. 상근이 원칙이지만 합격 후 본인의 희망과 기관의 사정을 고려하여 비상근도 가능하도록 한다. 비경력직의 경우에는 기관별로 공채시험을 부여하거나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선발하도록 하되,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경로로 활용하지는 못하도록 한다. 실적주의가 정착되는 때에는 채용권을 각 기관장에게 부여하므로 공채시험에 의한 충원은 줄어들 것이다. 비경력직으로 근무한다고 해서 경력직 채용에 어떤 우선권도 부여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력제한 문제도 직무등급에 의한 인사관리를 생각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재 9급 공채시험만 보더라도 합격자의 대부분이 대학교 재학 이상이므로31) 고졸자 대상이라는 시험이 무색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인력 양성기관인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인력충원 과정에서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충원계획을 수립할 때 미리 부처별로 특정학과 또는 관련학과 졸업(예정)자의 수요를 예상하여 관련 전공자끼리 제한경쟁시험을 부과하면 된다. 학교성적은 면접시험에서 반영한다. 가정형편 등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한 사람에게도 예비시험을 통하여 응시할 기회를 준다. 아울러 공채시험으로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특수 외국어에 능통한 자나 최첨단 과학기술 전문가를 뽑아야 하는 경우 등에는 특별채용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이 때 선발 예정 직위별로 정해진 직무수행요건과 처우수준 등을 자세히 공개하여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도록 한다.
② 시보임용과 교육
계급별로 달랐던 시보기간은 1년으로 단일화한다. 그 중 3개월 정도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기본적인 집합교육을 실시하는데, 공직생활에 필요한 윤리, 인사, 조직, 사무관리, 예산, 복무, 법령 등 기본적인 과목 위주로 편성한다. 그리고 나서 부처의 수요와 본인의 전공, 적성, 경력, 시험성적 등을 종합 고려하여 각 부처로 잠정 배치한 뒤 실무 수습을 실시한다. 각 부처 인사담당관은 시보기간동안의 업무태도, 성과 등을 평가하여 정규임용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시보기간 중에 당해 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면 중앙인사관장기관에게 요청하여 다른 기관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시보기간 중 공직 부적격자로 판단되면 정규임용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시보기간 동안의 보수는 1군 시험 합격자는 J5등급, 2군 시험 합격자는 J3등급, 3군 시험 합격자는 J1등급의 연봉범위 중에서 최저액으로 하되, 군필자나 석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등의 경우에는 그 범위 안에서 다소 상향조정한다. 정규 임용할 때 1군 시험 합격자는 J5 또는 J6의 직무등급 직위에, 2군 시험 합격자는 J3 또는 J4의 직무등급 직위에, 3군 시험 합격자는 J1 또는 J2의 등급 직위로 각각 배치한다.32)
이처럼 복수의 직무등급을 허용하는 이유는 직무등급으로 전환되면 계급제와 달리 관리자와의 1:1 관계로 계층구조가 바뀌어 J그룹 내에서 상하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또 기관장에게 결원을 보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힘으로써 인력충원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같은 시험에 합격하고 초임 등급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나중에 소속기관에서 결원이 생겨 전보 또는 승진할 경우에는 처음 임용된 등급 직위에 상관없이 상위등급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1군 시험에 합격하여 J5의 직무등급 직위로 발령 났더라도 다음의 M1 직위에 응모할 경우엔 J6을 거치지 않더라도 J6에서의 최저근무기간만 지나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교육과정의 강사는 퇴직공무원을 주로 선임한다. 이렇게 할 경우 현재 퇴직 후 대부분 쉬고 있는 퇴직공무원의 공직경험과 실무지식을 계속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직공무원에게는 정책개발과 집행업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③ 결원보충(전보와 승진 등)
전보와 승진을 통하여 결원을 보충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직 내부의 모든 사람에게 직위공모(Job Posting)하여 문호를 완전 개방한다. 어느 부처에 빈자리가 생기면 관보나 인터넷을 통하여 일정기간 동안 모든 행정기관에 대하여 당해 직위의 직무등급, 직무내용, 충원요건 등을 널리 알린다. 직종이나 직렬 구분이 폐지되므로 직종이나 직렬을 전환하기 위한 특채시험이나 전직시험도 사라질 것이다.33) 공개경쟁채용제도가 폐지되면 모집 대상을 민간부문으로까지 넓힌다. 물론 그 이전이라도 문호를 외부로 넓힐 수 있다.
내부공모의 경우 그 대상은 동일 또는 하위 직무등급에 있는 공무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겠지만, 상위등급도 가능하다.34) 본인이 사정이 있어서 낮은 등급이라도 기관을 옮길 의사가 있으면 이를 허용한다.35) 하위 직무등급의 직원에게 (일종의 승진) 기회를 줄 경우 각 등급에서의 최소근무기간을 정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가 인력시장 규모를 다소 줄이는 문제는 있으나, 실적주의가 정착될 때까지는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 그 기간은 지금의 최저승진소요기간을 참고하되 등급수가 늘기 때문에 신축적으로 정한다. 다만 기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종래 고시합격자를 5급으로 임용하던 것을 감안하여 1군 시험 합격자의 경우 과거의 영국이나 현재의 일본과 같이 速進(fast stream)효과가 생기도록 탄력적으로 운용한다.36) 경력평정제도와 승진후보자명부제도도 물론 폐지한다.
심사는 서류전형과 면접이 주가 될 것이다. 지원서류를 통하여 본인의사와 능력, 기타 조건을 부처별 인사위원회에서 엄격히 심사한 뒤 일정 배수를 대상으로 다시 면접을 한 뒤 최종적으로 결과를 통보한다. 최종 합격자가 다른 기관 소속인 경우에는 원 소속기관에 대하여 최소한 한달 전에는 전보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린(notice) 뒤 본인은 업무인계 준비를 하고 원 소속기관은 충원절차를 준비할 여유를 갖도록 한다. 일단 전보사실을 통지만 하면 전보요건이 충족되고 새로운 기관으로 옮기기 위한 소속기관장의 동의 절차는 폐지한다. 만약 한달 이내에 충원할 기관에서 긴급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원소속기관장과 협의하여 미리 옮길 수 있게 한다. 심사 과정에서는 관련분야의 교육이나 경력을 갖고 있는지, 종전 직위에서 성과가 무엇인지 하는 질적 요소를 철저히 살펴보아야 하고 단순히 보직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심사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함은 물론이다.
결원보충방법을 공모 형태로 하는 경우, 지금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충원 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될 경우에는 기관장의 판단으로 그 기간동안 비경력직을 활용할 수 있다. 직위공모는 상위등급으로의 충원 즉 승진의 경우에는 의무사항으로 하되 동일 등급으로의 재배치, 즉 전보의 경우에는 기관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1년에 두 번 이상은 못한다. 이는 도중에 장․차관이 바뀌어도 유효하다. 불가피하게 전보할 사유가 생기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한다. 전보의 성격은, 직위에 공무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에게 적합한 직무를 배당(assignment)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앞으로 공무원이 어떤 전문성을 갖추고 자신의 경력을 개발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므로 성과평가 자료와 교육이수 내용 등 경력발전에 필요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④ 직무대리의 활성화
결원 보충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직무대리(acting)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현재 직무대리규정은 법정대리, 지정대리, 대리의 특례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인사관리의 편법으로 활용되는 점도 있는데 앞으로는 지정대리로 일원화하고 유고시 직무를 대리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한다. 즉 기관장이나 부서장은 소속직원 중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하면 당해 직위의 직무를 임시로 수행할 공무원을 직무대리자로 미리 지정하여야 한다. 직무대리를 한다고 해서 승진 등 인사상 특혜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직무대리를 3개월 이상 계속할 경우에는 ‘동일직무 동일보수’ 원칙에 따라 대리하는 직위의 보수를 지급한다. 아울러 직무대리 기간 중의 행위 효력과 직무대리자의 권한 및 책임 등에 관하여 법률적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법령규정을 정비한다.
⑤ 구조조정과 면직
특정부처에서 예산이 삭감되거나 구조조정 등을 행함으로써 해당직위가 없어져 초과인력이 발생하게 되면 중앙인사관장기관의 장은 정부 전체의 인력 수급상황을 수시로 점검하여 인력이 부족한 다른 기관으로 전보하는 등 재배치 계획을 수립․시행한다. 만약 해당 공무원이 재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추후 결원이 발생할 경우 재임용 기회를 부여한다. 정년은 현행 계급별 구분제를 폐지하여 동일하게 하되 기준을 이원화하여 명예퇴직금 산정기준이 되는 최저정년은 55세로 하고, 당연퇴직하는 최대정년은 60세로 하여 조직의 침체와 고령화를 막으면서도 인건비 부담을 완화한다.
⑥ 보수제도
보수제도는 일단 모든 직무등급에 대하여 연봉제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호봉제는 폐지한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연봉을 설계함에 있어서 동일한 직무등급에 대하여는 연봉범위(pay range)를 동일하게 하되 각 등급간에도 일부 중첩이 되도록 한다. 이 기준은 공무원조합과의 단체교섭, 예산당국 및 국회심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급여 조정비율과 성과급의 범위 등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발생주의 예산회계제도를 도입하여 총액 인건비 예산을 각 부처에 할당하면 기관별로 연봉을 예산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하여 인력을 감축할 경우, 절약되는 인건비 예산 중 일부를 소속직원의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범위를 더욱 확대한다. 비 관리자 그룹에 대하여는 예산 범위 안에서 광역등급제(broadband)37)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기관장에게 재량을 부여함으로써 빈번한 전보를 지양하고 근속승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한다.
파견공무원의 보수와 관련하여, 국제기구 또는 다른 기관으로의 직무파견의 경우 파견 당시의 직무등급을 갖는 것으로 보고 보수를 지급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발생주의 회계제도에 따라 원 소속기관에서는 휴직 처리하고 실제 일하는 기관에서 보수를 받게될 것이다. 다만 교육파견의 경우에는 당분간 원 소속기관에서 계속 보수를 지급하되, 6개월 이상의 중․장기 교육프로그램은 점차 그 규모와 기간을 줄이고 단기 교육과정으로 대체한다.
명예퇴직을 하지 않고 최소 정년을 지난 공무원이 계속 공직에서 근무할 경우 본인이 원하거나 기관장이 판단하여 비상근으로 전환하여 연봉을 축소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⑦ 연금제도
연금의 경우 현재의 퇴직 계급과 호봉에 따라 지급되는 방식을 탈피하여 본인이 재직 중 실제 납부한 기여금 총액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현재 국장급 이상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경험을 살려 장기적으로 모든 공무원의 연금 산정기준을 새로 책정해 나간다.
4. 조직설계와 성과관리
① 기관장의 조직설계권
현행 정부조직관련 법령은 기관별 또는 부서별로 하는 일(functions)만 나열되어 있을 뿐, 그 일을 왜 하는지 즉 그 일을 통해서 기대하는 것(outcomes)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행정수요는 오늘날과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수시로 변하므로 행정조직도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 계통의 국가는 조직의 근거가 되는 각종 법령을 개정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課 단위까지의 조직명칭과 기능, 계급별 정원도 모두 법령에 규정되어 있다. 담당 계급도 국장이니까 몇 급이고 과장이니까 몇 급이라는 식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같은 국이나 과라 해도 쓰는 예산, 관장하는 부하직원의 수, 업무의 비중이나 난이도, 책임정도 등에서는 많은 차이가 나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복수직급을 활용하여 주무과장은 3급, 다른 과장은 4급으로 하는 등 합리성을 기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직무분석을 통해서 정한 것이 아니라 관례에 따라 승진서열대로 보직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호주의 예38)와 같이 각 부처의 장에게 임의로 조직을 설계할 수 있고, 인적․물적 자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 성과가 나쁘다고 사람만 바꾸어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직관리의 통제범위는 인건비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동안 점진적인 분권화가 이루어져 왔지만39)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장에게 기관을 가장 효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내부 조직에 관한 설계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② 자율권과 통제범위의 조화
한꺼번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면 자칫 기관 확장 욕심과 이에 따른 정실인사의 폐해가 우려되므로 이를 방지할 장치도 필요하다. 즉 국․과장 등 직위별 전체 정원과 인건비 총액 예산은 엄격히 통제하되,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간다. 지금까지 공무원의 급여는 자동적으로 지급되어 기관장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업무상 필요한 조직도 있지만, 간혹 직원의 사기를 고려하여 승진하기 위한 기구를 늘리거나 직급을 상향조정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직원들은 이런 일을 잘하는 기관장을 유능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앞으로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하면 봉급을 주지 못하고 또한 인건비 예산의 집행기준도 개선하면 그런 모습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각급 기관장은 인력관리를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 스스로 최고경영자(CEO)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기관장이 자주 바뀌면40)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호주 연방정부의 경우 정치적인 책임(accountability)은 다수당의 국회의원인 장관(minister)이 지고 그 밑에서 부처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책임(responsibility)은 5년 정도의 임기를 보장받는 차관(secretary)에게 부여되어 있다. 이는 선거결과에 따라 정권교체가 빈번할 수도 있는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공직사회를 정치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취지라고 생각되지만, 대통령책임제인 우리나라도 대통령 훈령이나 지침을 만들어 스스로 장․차관에게 임기를 부여하여도 무방하다. 대통령이 5년 단임임을 고려하여 적정한 기간동안 일을 맡겨볼 수 있다.41) 임기 중이라도 업무성과가 나쁘면 교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는 대통령과의 성과이행계약에 기초하여야 한다.
③ 연간보고서와 성과평가
그러기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과제는, 매년 초 각 부처에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업무계획 보고 대신 연간보고서(Annual Report)를 작성하여 업무성과를 서면 보고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42) 사실 각 부처가 할 업무는 법령에 다 나와 있고 또 새로운 사업계획은 이미 새해 예산안을 편성할 때 거의 반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로 연말연시의 바쁜 몇 달 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43)
이런 방식의 업무보고는 5․16 후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상급부대장이 예하 부대를 순시할 때 차트로 브리핑을 받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언론의 요구도 무시하지 못한 측면도 있겠지만, 오프라인 시대의 유산을 이젠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대통령의 방침을 받고 추진할 중요한 계획도 있겠지만, 이 경우엔 사안별로 수시로 보고하면 된다. 최근 들어 서면보고를 받는 등 절차와 방법이 많이 간소화되기는 하였지만 대면 보고제도가 존재하는 한, 장관의 주된 관심은 다른 기관에 비해 보고서 질이 뒤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화려한 修辭가 동원되는44) 보고서 작성에 쏠릴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것은 보고한 사람이 계획을 완수할 수 있을지 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청사진을 그리기 때문에 도중에 장관이 바뀌면 보고서가 쓸모 없게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체계적으로 잘 기록하여 후세에 물려줄 귀중한 역사자료를 만들 시간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Ⅴ. 고려요소와 해결방안
① 고위공무원의 태도
계급이 높을수록 하필이면 내가 이만큼 ‘출세’했을 때 계급을 폐지하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국장급 이상에 대하여는 연봉제와 개방형 인사제도를 도입하여 계급이 함축하는 사회적 신분과 지위가 많이 약화되었다. 외무공무원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직무등급을 도입하여도 일의 역할과 권한, 책임 등은 별로 달라지지 않으므로 계급에 의한 형식적인 권위나 명예보다는, 맡고 있는 직위에서 높은 성과를 남겨 인정을 받겠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동안 직무의 비중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은 계급을 부여받고 인건비를 낭비하는 현상도 억제하고 순환보직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 별도정원으로 생겨난 ‘인공위성 공무원’45)과 기술직공무원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나아가서 직종, 직렬과 계급이라는 문턱을 넘을 수 없어서 복잡하게 규제 위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각종 인사법령이 대폭 간결해지고 제도와 운영의 간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관리직 공무원들은 관리직공무원제도(SES)를 통하여 일반 직원에 비해 더욱 투철한 국가관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직무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필요가 있다.
② 직원들의 참여
종래 직장협의회를 비롯한 일반직원들은 계급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관리직공무원에 비하여 이견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계급을 대체하는 직무등급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직무등급의 수가 현 계급 수보다 더 늘어남으로써 오히려 승진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라고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승진 개념이 예전처럼 신분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성과에 비례하여 직무상의 권한과 책임이 높은 직무등급으로 이동하는 것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또 등급의 수를 늘린 이유는 직위의 비중과 직무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직무값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넓힌 데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승진후보자 명부나 경력평정제도 등을 폐지하면 연공서열에 좌우되지 않고 실적주의를 기반으로 해서 유능한 직원을 다면평가 등 객관적인 평가절차에 의하여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정실인사의 우려
직무등급제의 도입은 조직관리의 분권과 자율화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므로 중앙행정기관장이 실적주의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장관에 대한 성과관리 평가에 있어서 인사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인사추천 및 검증 프로세스46)는 주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각 부처가 스스로 정실이나 연줄에 의한 인사를 방어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중앙인사관장기관이 인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감시탑(control tower)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직위공모, 승진, 직무등급의 연봉범위, 수당, 여비, 면직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하여 각 부처를 지도한다. 인사감사도 중요한 사후관리 수단임에 틀림없다.
호주연방정부가 100년이 넘는 인사행정의 역사 중에서 1923부터 약 65년 동안은 막강한 힘을 가졌던 인사원(Public Service Board)이 중앙행정기관의 인사를 집중관리 함으로써 실적주의를 뿌리내린 사례47)는 참고할 만하다. 이를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부처별로 인사전담부서를 설치하는 일이다. 인사 업무를 서무, 경리, 계약, 청사관리 등 여러 가지 일을 함께 처리하는 총무과의 한 부속 기능으로 간주해서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 부처의 조직 전략에 따라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각 부서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획관리실로 이관하여야 한다. 일부 기관48)에서 이러한 조치를 선행한 것은 반가운 일이며 호주49)와 민간기업50)의 사례를 참고하여 조속히 모든 행정기관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관별로 인사전문가가 양성되면 민․관부문 가릴 것 없이 인사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발전시키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국가 전체의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④ 성과관리의 내실화 등
기관장 또는 부서장이 소속 직원과 성과계약을 맺을 경우 그 결과 평가의 한계를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목표관리제(MBO), 근무성적평정, 다면평가제 등과 달리 성과계약은 구체적인 성과책임(Accountability)에 기초하여 관리자와 본인이 함께 작성하고 평가지표까지 마련하기 때문에 성과평가의 객관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
한편 기능직과 별정직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경력직에 모두 흡수함에 따라 치열한 공채시험을 거쳐 들어온 다수의 일반직공무원들이 불만을 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상대적인 문제이고 앞으로의 경력관리에 있어서는 서로 경쟁을 거쳐 능력과 성과로 보직이 부여될 것이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무보조’의 역할이 분명치 않아 나타났던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해소하여 정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Ⅵ. 맺음말
계급제도는 일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같은 전문화, 다양화, 세계화 되어가는 행정환경에 비추어볼 때 많은 문제점으로 인하여 그대로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급으로 인하여 파생된 각종 부작용들은 부분 처방으로는 치유될 수 없기에 이제는 근본적인 대수술을 할 때가 되었다. 사람의 '관계'가 변한 만큼 신분적 위계질서에 기초한 계급 개념을 과감히 청산하고 계약적 분업질서에 기초한 새로운 직무등급 개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기초를 새로 놓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제도 전반에 걸쳐 손질할 필요가 있다. 신분에 의한 계급 사슬을 끊어버리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공무원 인사제도의 선진화가 요원할 것 같다. 따라서 직무중심의 인사구조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전환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부 반대와 우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앙인사관장기관의 강력한 추진력과 의지가 필요하므로 인사기능의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분권화에 따라 일부 권한을 내놓아야 하는 기관의 동참과 공직내부로부터의 이해를 병행하여야 하고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 개정과정에서 정치권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 이는 어느 한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라 단기간에 처리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오래 끌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행히 중앙인사위원회가 여기에 관하여 상당한 연구를 진척시켜 왔고, 또 외교통상부의 개편 경험과 각 부처에 대한 직무분석 전문가 양성 등 기초작업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기반은 되어 있다. 이로써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공정과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민간과 정부가 ‘하나의 동일체’(unbroken wholeness)로서 국가발전에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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