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외1편
원영은
착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이 화납니다. 처음부터 내 자리 같았던 지하철 빈 자리 적어도 내 가방에 늘 담겨 있는 립스틱 그리고 짜다만 물감과 책들, 내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마치 내가 영원히 남아 이들을 소유할 것처럼 주장하며 선을 그어가며 신경 쓰며 불안해 하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사라지고 나면 손도 체온도 남지 않는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학습은 망각이 더 효과적인가 봅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며 학습된 기제의 반응은 자연스런 일상의 하나로 긴장감마저 사라지는 현상이 됩니다. 안심합니다. 나의 우주는 여전히 내 가슴 축으로 돌아가기에 영원한 독재자가 되기도 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생각으로 가득 찬 눈동자를 보며 눈을 감는 순간 두고 떠나는 순간 돌리던 세상은 어디로 사라질까요? 대기권 밖으로 날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폭발하며 불태워야 했는지 로케트보다 한없이 가벼운 먼지의 중력에서 발버둥치는 나는
착각하고 살아갑니다.
하루
원영은
마를 물이 있구나
체리씨가 반으로 쪼그라진 모습이
밀도의 틈이 얼마나 컸는지
내가 얼마나 엉성하게 늘어져 있는지를
너와 내가 부서진 이유를
축축한 구멍에서 마지막 한 방울
질겨 보이는 눈동자가 마르고 닳도록 힘을 준다
슬프도록 허용한다
어느날부터 허리뼈가 사라지고 등이 허벅지에 붙어다닌다
가끔은 네 발로 걷다 발도 없이 꺼지는 바닥에 붙어다닌다
‘너의 오른쪽으로 뻗은 가지는 열매가 달아’
‘난 이제 목마르지 않아’
궤도이탈을 허용한다
*원영은:이화여자대조형예술대학 조소과졸업, 한국 방송통신대영문과졸업
2021년"예술가" 시부문 신인상 당선 *시집2018년<스위밍에고’> 간행.< >
"시를뿌리다회원, 춘천여성문학회, 강원문인협회회원., 한국미술협회서양화분과회원, 개인전18회 및 그룹전 160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