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공](시) - 교정본 - 김송월(플로라) 사거리 모퉁이 퀘퀘한 문틈에 철학채 표지 같은 남자가 꾸벅 인사를 한다 깔창 갈면 오천원이에요 다소곳한 여인이 지폐 두어 장 손에 쥐어 주고 떠난다 싱글벙글 미소 띄우는 남자 각진 얼굴 움푹 패인 볼이 다가온다 나랏이야기 경제이야기 입담이 오고가고 시선 머무르는 곳 불편한 팔인데도 장인이 된 듯한 손놀림 똑순이의 마음이 신발 속에서 숙연해진다 훈장같은 장애 달고 발냄새가 생계 되어
꼬깃꼬깃 땀방울에 시름 업고 혈관이 붉어지도록 땜질을 하는 남자
향락주의가 질탕거릴 때 덜컹거리는 라디오 볼륨에 탁한 숨을 고르는 남자 휘어진 등허리에 지구촌 모든 발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남자 고흐의 독백 같은 품삯 혼신을 담은 표정 턱수염은 까칠해지고 여느 때처럼 활자본 같은 남자가 신발을 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