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담론 그리고 풍자적 관점_시인과 건달 농부 제4시집
『현대시선』 발행인 윤기영
1 문장에 온도가 뜨겁다
귀향한 시인과 건달 농부 100편의 시를 일별해보면서 농부에 대한 미래의 진취적인 도전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귀향의 결정까지는 부모님을 제일 많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고향을 통해 문학에 접근하며 탐구하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다.
이제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하는 전문구 시 세계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간이 와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시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발췌되는가? 질문을 던지며 그가 가지고 있는 감성의 시적 반응을 일별해보는 시간이다. 『귀향』『아버지의 한숨』『시인과 건달 농부』『고향』『엄마의 호미』『씨앗』『진리』『반딧불이』『지렁이』『농부의 마음』『엄마는』『건달 시인』『농촌 풍경』『자연은 향기가 있다』『정직함』을 통해 진리를 배우고 시적 감흥을 얻어내는 시의 재료 창고임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 중심의 굴레 속에는 가부장적 삶이 아직도 변하지 않는 모습은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전문구 시인 고향의 감성 가치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당연하다고 본다. 자유로운 영혼의 체험을 통해 그 이치를 깨닫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아마 죽는 날까지 진리 속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왜 시인이라는 멍에의 짐을 벗어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가 보이는 것은 귀향을 했기 때문에 주목받게 된다.
전문구 시인의 『귀향』 녹아내린 청춘이 그립지만/부풀어 오른 곰보빵은/뼈에 바람이 들었지/향수에 젖은 어머니의/젖 물을 섞던 이유식을 먹어야겠어/삭아 빠진 뼈가 회생할 일은 없지만/기대만으로 족하지/그리고 소꿉친구들과/손때 묻은 입으로 반찬을 만들고/막걸리 사발 만큼 입을 벌리고 웃어야겠어/거짓 없는 땅에 씨를 뿌리고/아내의 자식 키우는 정성으로 길러야지/사춘기도 없는 아이들은/아내와 이불속에서 흘렸던 땀에/반만큼만 해도/새와 벌레와 손님 대접할 정도는/나눌 수 있을 거야//시작이 반이라잖아. 『귀향』에는 어버이에 대한 성찰이다. 나이가 들어 지난 향수는 다채로운 감성들로 자극하는 시간이다.
귀향은 시인의 참회 시간인지도 모른다. 후회스러운 지난날들을 문득문득 펼쳐놓음으로써 농촌 풍경들은 수채화로 피어나고 있다. 유년 시절과 귀향은 골목마다 그 시절의 노래가 메아리 되어 환유하고 있음을 제시해줌으로 새로운 시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음을 유심히 살펴볼 시기라고 본다.
시인의 귀향에 대한 성찰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농촌의 자연과 더불어 여과 없이 정제된 오감의 세계를 만나보자.
건너 동네에 초상이 났다
무심하던 귀가 어지럽게 흔들린다
또 일주일을 간드러지게 보내야
알곡을 잡고
이제 몇 해나 이놈들을 키울까
몇십 년이 몇 해로 줄어든 건
팔십 중반이 넘고 나서 뱉어낸 말
앞에서 부르는 출석부가
울 마을에서 큰 동리로 바뀐지 오래
우등생 한번 못해본 순서가
언젠가 장학생으로 바뀔까
마음에 담을 쌓고 있다
지우려는 마음에 급해진 입은
연속극을 달고 있으나
한계를 느끼고 사극으로 갈아탄다
서서히 진정돼 가는 마음에
망각이란 친구가 다가와
살다 갔으면 참 좋겠다
꽁꽁 언 마음이
살며시 사라지게
「아버지의 한숨」 전문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긴장하게 만드는 시간이고 이별과 슬픔은 고뇌의 시간이다.
아버님의 나이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이 늦추지 못하는 것 같다. 아들로서의 지켜보는 처지는 조심스런 행동과 조심스러운 언사가 필요했다.
『귀향』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귀향에 대한 감회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살아가야 할 명분도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에 귀향을 결정 한걸로 본다. 아버지라는 주체 의식이 농촌이라는 부제가 주어짐으로 농촌에 살고있는 현실을 조명해 줌으로 시가 가지고 있는 표현이 돋보이기 시작한다.
전문구 시인의 독자층이 두꺼울 거로 본다. 고향이라는 독자층이 확보되었기에 앞으로 기대가 되는 시인이다.
요즘 시대에 아버지 걱정으로 귀향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그 가치는 소중하고 진정성 있는 행보가 아닌가 싶다. 우린 시인이 가지고 있는 재주와 시의 언어를 터득하고 영혼을 그리는 마음의 해답을 찾기 위한 귀향에서 진리를 배우는 시간이다.
주름살 고개 살며시 흔들며
가는 목을 세운다
노랗게 변하는 얼굴
한 숟가락 발치에 넣어준다
땅을 기는 넝쿨들
미끄럼틀 세워주고
고랑 사이를 덮치는 조폭들
다리 들어 물구나무 세우고
발소리에 사랑을 싣는다
들로 향하는 발동기 소리
인절미 귀가 춤을 춘다
반신욕에 담긴 몸
물꼬 터 담아주고
녹 받아 땀 흘리는 미소
웃자란 놈 무시하니
고맙다 발목 잡고 진흙 마사지
음각으로 사랑 담고
족보에 조강지처 심어주고
논 돌린 강둑에 누워
건달농군 시 상에 감기는 눈
새참도 아직 멀었는데
「시인과 건달 농부」 전문
끌림에 살던 곳
아리게 그리웠던 어린 눈
하얀 눈동자 여린 눈으로 변하고
마음에 나이가 들어 바라보는 산수화
변한 것은 없다, 어렸던 공기가 따뜻할 뿐
변하지 않은 산이 자라고
단단했던 허리 상처 난 고목
키 높이를 낮춰 차지하고
세대를 같이 했던 사라진 새
낯설게 바라보다 비행하고
주섬주섬 심었던 지붕이 내려앉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져
재잘거리던 운동장 입을 닫는다
고향이 측은하게 바라본다
주름살 늘어난 모습 안쓰럽다며
속 빈 강정은 아닌지
돌아온 고향
깊어진 주름 고개
「고향」전문
『시인과 건달 농부』라고 말하는 시인의 천진스러운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사랑이 있고 꽃피는 봄이 있다. 그리고 웃음이 있고 행복한 삶이 있다. 『고향』 또한 인간적인 체취에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향수 같은 것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귀향』『아버지의 한숨』『시인과 건달 농부』『고향』 1부에서 네 편의 시를 감상하면서 시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성찰을 발견하게 이른다. 시인의 실존적 현실에는 『귀향』 <거짓 없는 땅에 씨를 뿌리고/ 새와 벌레와 손님 대접할 정도는 나눌 수 있을 거야>의 목소리는 준비되어있는 자만의 할 수 있다. 『아버지의 한숨』 <앞에서 부르는 출석부가/ 울 마을에서 큰 동리로 바뀐지 오래>라는 말은 이미 준비된 초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향을 떠나는 사람을 지켜보는 정직한 인품으로 보여진다. 『시인과 건달 농부』 <고랑 사이를 덮치는 조폭들/ 다리 들어 물구나무 세우고/ 발소리에 사랑을 싣는다> 삶의 실체로써 진리의 문을 열어 주고 있음을 배우고 있다. 『고향』 <마음에 나이가 들어 바라보는 산수화/변한 것은 없다/ 어렸던 공기가 따뜻할 뿐> 고향이 주는 의미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의식시키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순수한 결정체를 귀향과 고향의 향수에서 얻어지는 간접은 찬미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향수를 되돌려줄 수 있는 고향의 꿈을 다시 현실로 만들어 제시해줌으로 고향의 이미지는 실존의 의미가 존재했다는 것으로 결실로 본다.
나이를 들여다보는 시인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귀향을 바라보며 초조함을 느끼고 부모에 대한 견해가 새로운 시간이다. 지나고 보면 후회스런 날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귀향은 훗날 좋은 이미지로 후자에게 보여줄 이야기가 있는 문학이 되었다.
전문구 시인 시의 색채는 서정과 산문이 결합한 문장으로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다. 시의 미학적 구조는 삶의 균형이라고 한다. 그 균형 속에서 감동이 있고 독자가 있는 것이다.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독특한 문장 언어와 서정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삶은 고향의 긴 통로에서 얻어지는 진리와의 싸움이지만, 고향의 향수를 스스로 터득하며 사물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큰 발전이므로 시상을 이끌어 내는 인생의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
2. 마음이 산책할 거리에서
전문구 시인은 유년 시절 기억의 길목과 개울사이는 넓고도 컸다.
지금 돌아보니 좁디좁은 골목과 조그만 개울이 그렇게 커 보였다. 시인의 마음은 산책할 거리에 두고 살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다가오는 해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이번 시집의 주제가 되었다. 고향의 대지에 물길이 촉촉해지는 느낌은 어머니가 남긴 흔적에 양육적 포근함으로 비약할 수 있는 삶의 밑거름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준다. 그렇듯 고향의 풍경은 사계의 순환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와 황폐해가는 몸의 고단함을 견디기 위한 시간이다.
『씨앗』 애태우는 망종/흠뻑 물 머금은 대지 신바람 나고/투둑 들려오는 움트는 소리//숨 쉬는 씨앗은/디딤발 속 꼭지 내밀고/내리는 이슬에 몸단장 서두르고//기다리다 목마르면/아침 이슬로 수음(水飮)하고 햇빛에 윙크/파란 떡잎 서둘러 염색을 합니다//농부 발소리 팔 흔들어 미소 던지고/단발머리 장발로 돋아나니/노랑 빨강 나비 찾아와 긴 입맞춤/윙윙 이는 벌 노랑 분칠하고/시원한 날갯짓 무더위 식혀줍니다//가체 머리 하얗게 올라오면/서둘러 귀 맞대고 웃음으로 열매 맺고/속 채운 열매 파리하게 화장하고/둥글게 모여 풍년이라 소문냅니다. 등
『진리』 피고 지고/물끄러미 나와 또 사라지고/초록이 빛나 색칠하고/바싹하게 마른 도화지 떨어지고/팔랑이다, 시무룩하게 사라집니다/시작이면 끝이라 우겨대고/살며시 흘러 강을 이루고/바다의 끝을 잡습니다//피지만 지지 않고/열리면 닫히지 않고/보이면 스치고/여백을 채워가며/세 살 버릇 변하지 않아/기분 따라 나폴나폴/흐르기도 하지만/역류도 서슴지 않습니다//자연과 사람의 차이는/알 수 있는 계절과/알 수 없는 마음/곱게 변함과 변절의 차이//자연을 닮은 사람/개성을 닮은 사람/잊지 않는 자연에/진리가 있습니다 등
『기억의 자리』 나희덕//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다시 돌아올까 봐/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뒷모습뿐, 눈부신 것도/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길의 어귀마다/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시든 꽃잎이 그만/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 내린다/휘청거리지 않으려고/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기억의 자리』 등
『바람에게』 유치환//바람아 나는 알겠다/네 말을 나는 알겠다//한사코 풀잎을 흔들고/또 나의 얼굴을 스쳐가/하늘 끝에 우는/네 말을 나는 알겠다//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는 너/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나의 모나리자/어디에 어찌 안아볼 길 없는 너//바람아 나는 알겠다/한오리 풀잎나마 부여잡고 흐느끼는/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바람에게』 등
전문구 시인의 『씨앗』『진리』 나희덕 시인의 『기억의 자리』 유치환 시인의 『바람에게』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씨앗과 진리에서 얻어지는 자연의 이치에 인생 여정이 보인다. 그렇듯 시인은 풍부한 자연의 심상들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희덕 시인의 『기억의 자리』 자연의 순리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에 멈춰버린 시간은 계절마다 소환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유치환 시인의 『바람에게』 바람을 통해 그리움을 나누고 있다. 그 계절을 통해 바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네며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자연의 소리를 소통하는 시인이 되고자 무던히 노력하는 시인이다.
눈과 귀는 시적 수용이 있는 감각적인 시인일 수밖에 없다. 사물에 대한 관점을 역으로 바꾸어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과 다양한 이미지의 열거에 의한 풍요로운 역동적 상상 고정관념을 지속해서 전복시키려는 주도적 상상력, 그리고 다양한 이미지의 편린들을 하나의 체계를 이루도록 모으는 조직적 상상력은 탁월한 감수성과 철저한 내면 의식 속에 드러나 있다.
농부의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고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진리와 소박한 꿈을 같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의 각별한 감성을 나누는 시간이다,
짝사랑 그대 생각이 눈을 가려
어둠을 밝혀주려 앞서기는 길
꺼지지 않는 깜빡거림에
가로등도 닮아갑니다
가슴에 어둠이 내리면
햇볕에 그을린 날개에
반짝 별 달고 마중 나와
임에게 마실 가잡니다
걸음보다 빠른 마음
앞서가는 반딧불이
춤추는 날개 속에 숨어든 사랑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사랑 하랍니다
「반딧불이」 전문
흙만 먹고 살아가는 미물
매일 먹어대는 흙 맛은
지렁이를 통과한 흙
지구를 기름지게 한다
인간이 먹는 음식
통과하면 좋은 거름이 될까
자기방어 공격의 무기가 없이
살아가는 지렁이 마음
대 자연 속 스승은
가르침 만 있을 뿐
공격대상이 없다
도로에 꾸불거리는 지렁이
햇빛만 가려주면 살 수 있는 미물
젓가락으로 지구를 기름지게 하자
「지렁이」 전문
전문구 시인 두 편의 시에서 보여주는 삶 속에 그려지는 인생 여정을 본다.
『반딧불이』 켜지는 추억의 메아리 속에는 꺼지지 않는 마음에 등불 하나 있다. 『지렁이』 또한 자연의 이치를 말해준다. 농촌의 삶에서 연관성을 부여해 줌으로 하루하루 순환하는 계절에 농부의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듯 두 편의 시에서는 시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1부. 『귀향』『아버지의 한숨』『시인과 건달 농부』『고향』은 살아 있는 체험들이다. 체험이 절실하고 각별하기 때문에 더 치열한 농촌의 삶의 가속 페달을 밟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농사를 통해 시적 관심에 대한 시각은 시공을 넘나든다. 그리고 그 삶 속에는 가족의 중심이 되어 참된 사랑의 교훈의 삶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2부. 『씨앗』『진리』『반딧불이』『지렁이』 네 편의 시를 통해 농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시인의 생시를 고통과 삶의 고달픔은 고향이란 단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에게 고향이 없었다면 지금 현실이 어떠했을까 많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자연에 사랑을 배우고 그 소리를 들으며 여가를 즐기는 것을 터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부를 통해 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색의 창고를 보는 듯 했다. 시인과 건달 농부라고 자칭하는 소통의 창을 그리고자 하는 삶의 진한 진리를 보고 있다. 그 삶 속에는 부모라는 마음의 소유가 귀향까지 이끌었나 보다. 부모라는 틀 아래 참다운 자아에 눈뜸으로써 고향을 다시 발견한 것이다. 시인은 자기 자신을 남김없이 꺼내서 깊고 넓은 세계에 시가 도달할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세계로 투시해 줌으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풍이나 시향을 느낄 수 있다.
3. 시인이 가지고 있는 암시적 철학
전문구 시인에게 시인의 임무가 무엇인지 암시받는다.
농부의 주제의식과 체험이 결합한 자유로운 영혼의 시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질문을 던지며 자아발견을 추구하는 시인이다. 즉, 자연과 내면 의식, 객관적 사물 인식이 직관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치열한 현실 인식에 적응하기 위한 독백은 시와 타협하기 위한 성찰로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새벽이 일어난다
눈뜨면 춤을 추며
고랑 타는 아이들
새벽 비에 잠긴 옷
안개비 삼키며
태양을 안고 늘어지고
입김이 서리면 움츠리고
쪼르륵 소리에 뿌리를 감아
집사의 마음을 삼킨다
비가 와도 걱정
비가 안 와도 걱정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
눈뜬 농부는
마음속에 바람이 분다.
『농부의 마음』 전문
『농부의 마음』은 4단락으로 정리되어 있다. 농부 시인이 되어 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 일하는 생동감에 깜짝 놀랐다. 비가 오나 비가 안 오나 걱정하는 농부의 마음이 늘 그랬을 것이다. 도시인들은 뉴스로 가뭄을 가끔씩 접하지만 농촌에서의 큰비나 가뭄은 생사가 달린 일이라 생각된다. 시인의 진지한 시적 언어는 농촌의 고요 속에 가라앉고 있다.
기절하고 눕고 싶다
팍팍한 고랑이
언제 그늘이 질까
거들먹거리는 돌
돌아드는 호미
새벽에 내린 비
물이 한가득
호미를 흔들어도
설핏설핏 지나는 아이들
병아리 걸음에
젖은 적삼 가슴 언덕 넘을 때
고랑에 꼬인 인생이 짜다
질끈 동여맨 돛을 달고
바람에 따라 노를 젓고 싶다
울렁이는 뱃멀미라도 좋다
바람이 흔들어주는
고쟁이 사이를 엿보는
출렁거리는 나그네
뿌리를 뒤집고 싶다
자루 빠진 호미로
『엄마의 호미』 전문
『엄마의 호미』는 감동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태적인 관조에서 오랜 명상 끝에 붙잡힌 심상같은 시간이다. 4단락에서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질끈 동여맨 돛을 달고/바람에 따라 노를 젓고 싶다>밭고랑에서 풍기는 시간의 풍경은 태풍이 휩쓸고 가도 흔들리지 않는 강박감염이 농부 시인을 지탱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자루 빠진 호미로 지난 시간과 교차하는 호흡은 그가 목놓아 그려보고 싶은 보고 싶음이다.
『농부의 마음』『엄마의 호미』는 시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의 암시이다.
농부의 마음에서 농부의 진솔한 삶을 보았고, 엄마의 호미에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보았다. 나의 진로를 깨달음으로 가르쳐 준다. 그것은 초월 현상계를 자아 인식의 한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은 농사에 대한 지식이 있고 가족 중심을 그리고 있어 더욱 성숙할 걸로 본다.
마음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는 시적 감성을 통해 농촌에 대한 체험을 시로 짓는 일이 일상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깊은숨 나는 샘터로
엄마를 불러댄다
ㅇㅡㅇ
하고 들려오는 허리 굽은 소리
그 소리가 고소하다
엄마 목소리에 반해
숨소리만 귓전을 맴돌아도 행복하다
숨소리 사라진
밤하늘에 엄마라고 불러본다
받침 떨어진 대답 대신
움직이는 대로
엄마 얼굴이 따라온다
내가 어디를 가든
「엄마는」 전문
도널드 장화에
무릎 나온 작업복
뚝뚝 떨어지는 흙수저
마루에 걸터앉아
땀을 탓하고 있지
아이들 거두고 온 손에
온기가 남아 있어
동그랗게 모은 두꺼운 지문
쭈뼛거리며 일어서
쪼그라든 물을 머금고
목구멍으로 한숨을 넘긴다
먼 길 질러갈 수 없다는 걸 아는지
허리를 굽히며 중복된 시를 읍는다
실속 없는 건달 시인
농부 되기는 글렀다
「건달 시인」 전문
전문구 시인의 『엄마는』『건달 시인』의 시는 시인의 자화상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늘 삶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어 있는 언어이기도 하다. 그렇듯 시에서 보여주는 의미는 목놓아 불러 보고 싶음은 목젖에서 메아리치고 있음을 <숨소리 사라진/ 밤하늘에 엄마라고 불러본다> 심장은 말하고 있다. 건달 시인 또한 문장을 이끄는 수행 역할을 잘하고 있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풍자 또한 시를 쓰는데 온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부의 『농부의 마음』『엄마의 호미』『엄마는』『건달 시인』 등을 통해 진정한 삶의 무엇인가 제시해줌으로 인간의 실론적 의미와 시와 더불어 삶의 의미를 부각해 줌으로 역동적으로 승화시켜 준다. 시인의 언어는 매우 철학적이고 투명하다. 내면의 움직임 그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참신함 또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농촌에 대한 철학과 농촌에 대한 미를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본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의 영혼 속에 펼쳐지는 자연의 비밀정원이 하나 더 만들어지고 있다.
4. 시는 인간의 실론적 이론이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풍류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구수한 시골 풍경에 막걸리 향기가 풍기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고향이란 세월에 고개 들고 일어나는 것은 투철한 시인 의식에서 돋보인다. 시인은 스스로 태풍 같은 세월을 살아왔음을 은연중 진솔하게 직유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건달 농부, 건달 시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풍류를 즐기는 시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시인의 정서는 늘 빛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시들의 세계는 즉흥적 생각에 해당하는 것이다. 생각으로만은 깊은 사유가 없고 노력과 깨달음만으로도 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어는 즉, 순간의 생각들을 적는 표현 방식이다.
흙이 묻었어
삐져나온 무릎에
장화 신은 농부 입이 갈라졌지
미소가 깃들어 눈에 익은
작은 키에 무릎걸음으로
아이들 얼굴을 마주한 거야
때가 됐다는 꼬르륵 풍금 소리에
막걸리가 그리워 입맛을 다시고
아이들이 보내준 알곡들과
이웃서 들려 보낸 초록의 간식
덤으로 따라온 노랫소리
새들과 벌레와 나눠가며 이웃하지
그래도 풍요를 덮고도 남아돌아
한낮의 따가움을 숨겨두고
늘어지게 잠자는 키자란 아이
팔베개하고 누운 등으로
살며시 다가와 애무하는 그대가
소식 전하려 눈썹을 비비고 있었지.
「농촌 풍경」 전문
삼(蔘)도
농부의 손을 타면 인삼
발자국을 남기면 장뇌삼
가냘픈 새가 소화를 시키면 산삼
향기를 흘리는 더덕
자연에 걸치면 향기를 품고
손을 타면 향기를 감춘다
인간도
손을 탄 혼은
눌린 만큼 튀지만
자유로운 혼은
세상에 큰 향기를 주리라.
「자연은 향기가 있다」 전문
위 시처럼 계절이 주는 의미와 삶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질문에 우린 자연의 이치는 삶과 다르지 않으며 게으르지 않은 만큼 소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땅은 절대 거짓말을 못 한다. 땅에 거름을 준 만큼 농부가 얻는 것이 농사의 진리이다. 우린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통해 희망을 부풀게 하고, 삶의 가치 위에서 시는 시답게 쓰고, 인생은 인생답게 사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시인의 시 세계관은 남다르다고 본다. <농촌 풍경>은 인간적인 체취가 가까이 다가가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수함이 진솔하게 정제되어 있는 삶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이다.
전문구 시인의 『농촌 풍경』『자연은 향기가 있다』는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이 돋보이고 있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감이 시에서 긴 침묵을 깨고 다채로운 빛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땅은 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 <흙> 대긍정의 실체로써 진리의 문을 열어주는 생명의 근원이 되듯 자연은 찬미와 여한의 서정시는 유감없는 삶과 풍류의 멋과 낭만적 감정이 만남으로써 시의 영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톱질한다
밀고 당기고
우두둑 떨어지는 밥
젖은 나무 퍼진 밥
마른나무 윤기 살아있는 밥
깨끗하게 일광욕하고
숨소리에 손을 탄다
급하게 익어가다
주름살만 늘리고
서서히 익어간 나무
말썽 없는 깨끗한 얼굴
적당한 무늬는 흐름에 살아나고
보이지 않는 정직함은
아름다운 향기로 이어가리
「정직함」 전문
전문구 시인은 『정직함』 속에는 그가 지닌 성품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관념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시인의 시는 체험이다. 땅과 자연에서 얻어지는 순수한 서정의 세계, 어쩌면 시를 쓰기 위한 지주를 찾아 귀향했는지도 모른다. 정직한 정서에는 여러 갈래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정직함은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표현력으로 시는 여운을 남긴다.
『농촌 풍경』『자연은 향기가 있다』『정직함』은 전문구 시인의 실존적 삶의 가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렇듯 시인이 지니고 있는 정서는 고향이라는 동네 마을에 고스란히 딱지처럼 접혀 있다. 누군가 필요한 시기가 되면 유년 시절의 영상은 골목이나 들에 펼쳐지는 풍경을 그대로 시로 태어나는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될지도 모른다. 농촌이라는 틀 속에 숨겨진 작품은 진정한 가치로 의미를 일깨워 줄 날이 멀지 않는 것 같다.
전문구 시인의 시해설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농부와 인생, 그 이야기들이 서정시를 통해 얻어지고 있다. 시상을 언어의 품격으로 승화시키는 열정에서 진리와 열매를 맺으려 하는 시인의 고단한 삶에 찬사를 보낸다.
전문구 시인의 시는 소중한 자연보전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서정에 대한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으므로 더욱 값진 선물이 아닌가 싶다. 시골 산이나 들판, 그리고 사물에 대한 존재 의미의 파악 등으로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에는 가족이 있다. 집이나 들에 숙명처럼 기다리고 있는 유년 시절의 동무들과 어버이의 자리일 것이다. 100여편의 시를 일별하면서 느낀 사유는 부모의 성찰이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성품 또한 교훈적 가치로 남을 것이다. 우린 메마른 정서에서 살고 있다. 그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시인의 귀향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하며 나, 자신과 역사, 실존적 의미로 발돋움하는 서정시인이 되었으면 한다. 농촌의 감성을 분사하는 서정 정신을 발양하고 있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시집 상재를 축하한다.
|
첫댓글 인생의 담론 그리고 풍자적 관점_시인과 건달 농부 제4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