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까지 너무 많은 예약을 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미식거린다.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으니 스플릿에서 뭘 봐야 할지 찾지를 못했다. 어제저녁에 부엌에서 중국인 여자가 전망대에 가보라고 추천을 해 줬다. 자긴 짧게 여행 와서 여기서 투어를 계속하고 있단다. 아직 바다가 추울 건데 .. 투어를 보니 딱히 가고픈 곳이 없다.
아침을 어제 만든 김치랑 계란 세 개를 튀겨서 먹고 든든해져서 그녀가 추천해 준 산에 가기로 했다. 맵을 키고 가도 골목으로 자꾸 빠져서 언제 갈지 모르겠다.
여기도 돌길이라 뭔가 운치가 있다.
두브로브니크랑 비슷한 돌집들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하늘거리는 이쁜 여름 옷을 입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구경 다니고 있다.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길을 가다가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긴 옷에 긴 바지에 모자에 목을 감싼 퍼프까지 그들과 동떨어져 있다. 아래로 위로 다니다 보니 계절을 잊어버렸다. 겨울, 봄, 여름이 섞여서 더운지도 추운지도 모르고 다녔더니 혼자 우중충하다. ㅋ
여기 동상의 발가락을 만지면 복이 오는지, 행복해지는지 뭔지 하는 곳이다. 만져볼까 하다가 말았다. 여행 다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로 좋아서 이것보다 뭔가 더 바라면 안 될 거 같다.
눈이 부시는 바닷가다.
산을 오르는 계단 지옥길을 찾았다. 그래도 다행히 그늘이 져서 천천히 올라가면 되겠다
전망대까지는 얼마 안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스톱하고 구경을 한 다음 옆 카페에서 시원하게 한 잔을 마시고 하산했다.
옆으로 산을 오르는 길이 있다. 힘이 넘치는 사람들 몇이 이 길로 갔다. 당연히 나도 간다
계단 지옥을 오르니 중간 전망대가 있고 벤치랑 요상한 돌집도 있다.
끝을 봐야 하니 또 꼭대기로 오르는 계단을 간다.
헉헉대면서 계단을 오르니 공원이 나타났다. 차로 온 사람들이 있고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이게 끝인가 싶었는데 같이 온 사람들이 앞으로 더 가더니 산길로 꺾어 들어갔다. 더 가기 싫은디~~~
벤치에 철푸덕 앉아서 경치 구경도 하고 사 온 시금치 뷰랙도 먹었다. 아침을 밥으로 먹고 배는 부르지만 혹시나 싶어 비상용으로 사 온 빵인데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냥 먹었다.
실컷 앉아서 쉬는데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올 생각도 안 하고 사라져버렸다. 뭐지? 궁금해서 그 길로 가 보았다. 또 계단이 나타났다. 오르는 길이 어째 죄다 계단인지.
오르고 또 오른다. 그래도 고도는 전혀 높지 않아서 이 정도는 갈 수 있다.
여기가 진짜 꼭대기인가 보다.
아하. 여기서 내려가는 둘레길이 있으니 사람들이 다시 안 내려왔네. 비록 포장도로이지만 계단이 아니니 걷기에는 더 좋다. 유고슬라비아는 가능한 포장도로로.. 지뢰 무셔.
골목길도 있어서 요 사이로 또 빠졌다.
한시가 넘어가니까 날이 완전 한여름이다. 일단 숙소로 피신하는데 그 길이 올드타운을 지난다. 여긴 공연하는 극장인 모양이다. 특별시 올드타운이라고 구경을 안 해도 볼 건 다 본 거 같으다.
숙소에서 쉬다가 이른 저녁을 챙겨 먹고 궁전이 있대서 나왔다. 5시가 가까워져도 낮같다. 햇살이 뜨겁다. 그래도 쏘다니는 관광객들이 많다.
건물들이 보수 중이다. 궁전과 대성당이 같이 있고 그 중간에 광장이 있다.
뭔 행사를 하는지 전통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구경꾼들의 눈치를 보니 뭔지도 모르고 그냥 볼 게 있나 싶어서 구경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럼 나도.
기다리다가 지겨워서 지하로 와 보았다. 그냥 지하고 한쪽에는 전시를 하고 있는데 앞에서 다 보이니 아무도 티켓을 안사고 구경만 하고 갔다. 나도.
다시 올라오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공연이면 봐야제.
하하. 결혼식을 끝내고 여기서 뒤풀이가 잠깐 있었다. 전통 음악에 맞춰 신랑 신부와 가족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너무 멋있었다. 잠깐 우리나라 결혼식이 생각났다.
유명한 흐바르섬가는 배의 시간표이다. 비수기에는 하루에 다니는 시간이 별로 없다더니 성수기인 모양이다. 시간별로 있다. 배 타기가 ..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포기.
그냥 들어가기가 아까워서 걷다가 보니 여기랑 반대쪽 해변으로 갔다. 이 날씨에 아직 물이 찰 건데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