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애: 심리 이용해 엉뚱한 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옛날 약방문을 뒤적이다 보면 제목부터 웃음이 터져 나오는 기방묘술들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부부종신상열법(부부가 평생토록
서로 좋아하게 하는 법)","령인종일부소법(종일토록 소변을 보지 않게 하는
법)", "천배불취법(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법)","일배취도법(단 한 잔
술에 나가 떨어지게 하는 법)","백주야불안법(백 일 동안 자지 않고 새우는
법)" 따위 등등이다.
<동의보감>에는 그와 같은 터무니 없는 처방이 없는 것이 특색이지만 그래도
[잡방]편의 제법이라는 데를 보면 그 비슷한 처방이 몇 개 올라 있음을 볼 수
있다. 허망한 줄 알면서도 심리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런 것을 실었는지 또는
조금이라도 무슨 뜻이 있어 실었는지 무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런 처방이 있는 것을 꼬집어 옛날 약은 대개가 `플라세보(Placebo)'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플라세보란
`가약'이라고 하여 실제로는 약효가 없는 물질인데 그런 효과가 있으려니 하고
믿고 먹으면 그 비슷한 효과가 심리작용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과학적 치료법에서도 플라세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게 만드는 법: 부부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원앙새
고기로 곰탕국을 끓여 본인들 모르게 먹이면 곧 서로 사랑하게 된다. 또 5월
5일에 뻐꾸기를 잡아 다리와 골뼈를 떼내어 그것을 지니고 다니면 부부가
사이좋게 된다.] <잡병편 권9 잡방>
부부의 금실을 좋게 하기 위하여 원앙새나 뻐꾸기가 희생되는 것은
애처롭지만 그와 같은 방법을 써서라도 벌어진 사이를 가깝게 하려고 하는
주위의 가족들 또는 당사자들이 노력을 한다는 정성 자체가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