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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날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사촌동생네 보내고, 남은 일행들은 스타페리 타고 침샤추이로 건너가 해안산책로 구경하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 야경을 보기로 했습니다.
지도에서 페리 터미널 방향 잡고 길따라 죽 내려가는데, 횡단보도가 꼬이기도 하고, 중간에 끊기기도 하고, 인도가 사라지고 뭔가 이상합니다. 중앙 대로를 무단횡단 하기도 하면서 가다 보니 이건 뭔가 아니다 하는 시점에, 길 건너에 도로 위 공중회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했습니다!!
방콕도 그렇더니 홍콩처럼 덥고 차가 많은 나라에서는 시내 중심지에 인도 대신 공중 복도를 잘 꾸며놓아 보행자는 그리 다니도록 유도를 하더라구요. 매연도 덜하고, 시원하고, 안전하고 좋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진치고 앉으신 수많은 필리피노 아주머니들을 제치고 공중 복도로 올라가니 신천지가 펼쳐집니다.ㅎㅎ
(홍콩에서 주말이 되면 시내 중심가 큰 빌딩 앞이나 공중 회랑 아래에 필리핀 가정부들이 왕창 나와 자리 깔고 앉아 카드 놀이와 수다를 나눈답니다. 싱가폴도 그렇길래 그냥 동향 사람들끼리 만나 회포를 푸는 건줄 알았는데, 홍콩이 워낙 집값이 비싸 집들이 좁다보니 평일에 가족들이 학교로 직장으로 다 나가 있을 때는 문제 없는데, 주말에 가족끼리 오붓이 있고 싶은데 가정부가 있으면 불편해서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밖으로 밀려나오는 거랍니다. 참 안 됐어요.ㅜㅜ)
이런 식의 복도가 건물 사이사이 꼬불꼬불 연결되어 있습니다.
MTR 역과도 연결되고요.
가면서 밖으로 보이는 전경들..
건물들 사이로 복도가 꼬불꼬불 복잡하게 이어져 있어서 한 두 번 와서는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겠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여기를 걸어가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주위 구경하며 여유있게 걸어가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수준?ㅎㅎㅎ
그렇게 페리터미널까지 다이렉트로 가서 페리 타고 침샤추이로 건너왔습니다.
페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밖에 보이는 배가 스타페리에요. 단돈 300원.^^
이렇게 들어가면 바로 맞은 편이 휠체어 공간이에요.
문은 이렇게 들려서 막히고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시원한 바닷 바람 맞으며 단독 300원에 가장 낭만적인 방법으로 건너올 수 있는 스타페리 강추합니다.ㅎㅎ 휠체어 타고 탑승하는 데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휠체어 자리가 기관실 바로 옆이라 기름 냄새가 너무 심한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요.^^
침샤추이 페리 터미널로 나와서, 일단 바로 옆에 있는 해안산책로부터 먼저 가보기로 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에 바닷길을 걷는 기분이 아주 쾌적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소룡 상까지만 보고 돌아가자고 한 것이 의외로 많이 멀어서 좀 힘들었습니다.
가다보면 '스타의 거리'라고 해서 유명한 스타들의 손도장이 찍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초반에는 아는 사람 이름이 전혀 없었지만, 갈수록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성룡, 홍금보 많이 나오네요.ㅎㅎ
페리터미널 나오면 바로 보이는 시계탑. 여기가 해안산책로의 시작이에요.
시계탑 앞 이 육교에서 야경을 보기 좋답니다.
해적선처럼 생긴 전통 유람선 아쿠아루나에요.
저기 골짜기에 후라이팬처럼 생긴 것이 피크에요. 별로 안 높아 보이죠.^^
크루즈선
스타의 거리 시작입니다.
이소룡
성룡
주윤발~
그리운 국영행님.ㅜㅜ
아비요~~
스타의 거리의 하이라이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요.
수많은 광고판들 중 제일 큰 삼성 광고판
해가 거의 넘어갑니다.
한시간 반쯤 천천히 돌아보고, 레이저쇼가 시작하기 전에 조카 선물 사러 처음이자 마지막 쇼핑을 하러 하버시티로 향했습니다.
하버시티는 홍콩 최대의 쇼핑몰인데, 진짜 끝이 안 보일 만큼 큽니다. 입구도 7갠가 8개가 있다고 하고요. 안에서 지도 없으면 못 찾는다고 할 정도로 큰데, 가는 중에 입구가 하나 있었지만 일단 큰 길가에 있는 입구로 돌아가자 해서 주차장 빙빙 돌아 입구 찾아 갔더니만, 역시나 계단이 기다립니다.--; 또한 엘리베이터는 숨겨져 있고.. 안내 데스크에서 지도 받아 유아복 매장을 찾다보니 처음 지나친 바로 거긴 겁니다.ㅜㅜ 다시 나가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안에서 찾아가자고 해서 가니, 일단 방향감각도 상실되는데다 길 중간중간에 층 높이를 달리해놓고 계단을 만들어놓았는데, 엘리베이터는 찾을 수도 없고 안내도 없습니다.ㅜㅜ 겨우 찾아간 엘리베이터는 또 작동도 하지 않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찾아가니, 여긴 전부 명품들만 있어서 도저히 살 물건들이 아니네요.. 그래서 스파이더맨 티셔츠 하나만 사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 레이저쇼 보러 허무하게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8시가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명당 자리 하나 잡아 구경하는데 처음에는 음악도 안 나오고, 이게 뭥미 싶더라고요. 나중에 후반부에 음악도 좀 나오고 하다보니까 그럭저럭 볼만한 것 같기도 한데, 너무 큰 기대는 가지지 않으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렇게 레이저쇼를 마지막으로 일정은 다 마치고, 각자 직장에 선물 사러 다시 마트를 찾아갔습니다. 하버시티 안에 시티슈퍼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해서 그거 찾으로 들어간 길이 그렇게 고행길이 될줄은..미처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략적인 위치 파악을 안 하고 그냥 가까운 입구로 해서 들어갔더니, 완전 끝에서 끝까지 가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잦은 계단과 꼬인 길, 도대체 몇번을 휠체어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탄지 모릅니다. 아마 열번 가까이 휠체어 들고 오르내린 것 같아요. 진짜로 숨겨진 엘리베이터의 절정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한 30여분을 걸어서 겨우 시티슈퍼가 보였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하지만 아주 다양한 상품들이 많다는 책과의 설명과 달리,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고 또 대부분이 일제 수입품들이더라고요. 홍콩 와서 일제 기념품을 사가는 것도 좀 그래서 결국 거의 못 사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공항으로 일찍 가서 홍콩 전통 과자(?)로 유명하다는 기화병가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원래 10:45 셔틀버스를 예약했었지만 미리 가서 9:45 차로 바꾸어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 도착해서 들어가면 보이는 기화병가에서 선물들을 아주 많이 샀습니다. 여기 맛도 좋고 포장도 잘 해주고 기념품으로 선물하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 귀국하시기 전에 들르셔서 사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11시에 문을 닫으니 밤비행기 타시는 분들은 참고하십시오.^^
그렇게 체크인을 마치고 게이트로 들어와 좀 쉬다가 밤 12:50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것으로 짧은 홍콩 여행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홍콩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만한 곳이 못 된다는 정도는 아닙니다. 충분히 각종 대중교통 이용해서 잘 다닐 수 있습니다. 버스, MTR, 택시, 페리, 케이블카, 피크 트램 등 웬만한 탈거리는 전부 다 탈 수 있습니다. 홍콩섬에서 다니는 전차인 트램만 빼고요.^^
하지만 건물들은 휠체어에게 그다지 친절한 구조는 아닙니다. 내부 구조를 계단을 많이 사용해서 우리 나라보다 훨씬 열악합니다.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은 왜그리 숨겨놓는지 모르겠고요. 특히 쇼핑하실 때 하버시티는 되도록 피하시고, 다른 백화점들도 그리 편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왠지 모를 매력이 있는 곳 같습니다. 그냥 길을 걸어만 다녀도 좋은 곳 같아요. 페리 타고 시원하게 바다를 건너던 기억은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시라면, 홍콩을 강추합니다. 말로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직접 가보시면 느껴지실 거에요.^^
쓸데 없이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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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많른 도움이 되었어요 ㅎㅎㅎ 헌데 홍콩은 쫌 고민되는 곳이 되었네요 ㅠㅠ 아옹 ㅠㅠ ㅎㅎㅎㅎㅎ
고민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파리에 비하면 수백배 더 다니기 편한 곳입니다.ㅋㅋㅋ
가까운 곳들 중에서는 도쿄>싱가폴>홍콩>방콕 순으로 다니기 잘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선호랄까, 만족도는 완전히 반대 순서.^^ 참고하십시오~
ㅎㅎㅎㅎㅎ 다니기 편한 곳과 만족도가 반대시라 ㅎㅎㅎ 어디든 정말 와방 와방 기대되는대요 ㅎㅎㅎㅎㅎㅎ
스타페리 못 탔던 건 마이 아쉽다. 우리 홍콩팀은 쇼핑은 아예 싫어하셔서 하버시티는 가려고 계획했다가 포기하게 되었지. 돈사마 가족 2박 3일 동안 알차게 여행 참 잘 했네... 재밌게 잘 봤어요~ 수고했고...
홍콩 또 가고싶다.
생각보다 가격이 싸지 않아 쇼핑할 거리가 별로 없더라구요. 그레이트 세일 기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얼렁 일어나셔서 가까운 부산이라도 같이 함 가시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