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의 잘못된 인식중에 하나가 바로 ‘하다하다 안되면 먹는 장사 하면 되지‘라는 마인드입니다.
먹는 장사를 정말 우습게 보는 민족이죠. 과거 IMF위기로 명예퇴직이다 뭐다 많은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들이 퇴직금을 가지고 벌인 사업의 대부분이 요식업이었죠. 정부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창업 지원해준다며 정말 새까만 블랙리스트만 아니라면 싼 이자에 대출이 가능토록 지원해줬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결과가 어떠했나요. 그 당시 요식업으로 창업을 했던 사람들 대다수가 퇴직금을 날리고 대출금 갚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럼 그들이 왜 무너졌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로 압축해보겠습니다.
1. 너무 많은 수의 창업자가 생겨났다. 96년 당시 국세청 자료에 241만명이던 개인사업자수가 IMF 이후에는 473만명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증가했습니다. 증가분이 모두 요식업으로 창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 비율로 볼 때 도소매업 30~40%, 요식업 25~35%의 창업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식당 수는 2009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57만6천9백90곳으로 인구 86명당 1곳 꼴로 인구당 식당수가 일본(1백70명당 1곳)ㆍ미국(3백22명당 1곳)ㆍ중국(2백24명당 1곳)을 뛰어넘는 정말 열악한 환경으로 변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실정은 이보다 더하죠.)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창업 후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식당 수는 줄지 않았죠. 왜냐. 계속해서 퇴직자가 양산되어 폐업한 곳을 메워줬기 때문입니다.
2. 맛까지는 모르겠지만 내 가족을 먹인다는 생각으로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정말 웃긴 것은 당시 창업을 하셨던 대부분이 이런 생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입니다. 하긴 뉴스를 보면 심심찮게 비위생적인 업소나 불량 식자재를 사용하다 적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러니 이런 마인드가 ‘착하게’ 느껴지거나 ‘경쟁력’ 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죠. 허나, 아무리 위생적이고 좋은 식자재를 쓴다 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절대로 손님이 안갑니다. 그런 음식을 먹을 바에는 그냥 집에서 먹죠. 어차피 집밥과 차이가 없으니까요.
간혹 주변에서 음식솜씨가 좋으니 음식점을 해보라는 소리를 듣는 집도 있습니다. 그런 집이 창업했을 때의 문제는 바로 일종에 대량생산 했을 때 맛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식구들끼리 먹는 음식의 간은 좋은 것으로 합니다. 허나 식당의 경우에는 업소에 맞게끔 만들어진 대용량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죠. 그러니 같은 사람이 음식을 만들더라도 맛에는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3. 연일 대박신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기사와 광고성 기사를 혼돈하시는 분이 많이 계십니다. ‘00 프랜차이즈’가 성황이고 창업문의가 쇄도한다는 식의 기사는 100% 광고성 기사로 적정 광고비를 지출하면 실어주는 기사입니다. 그럼에도 실제 잘 되는 줄 알고 많은 분들이 그 문을 두드리죠.
허나 실제로 돈을 번 쪽은 가맹점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사실을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물론 프랜차이즈의 장점도 있습니다. 내가 요리를 못하더라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제공하는 재료와 레시피로 얼마든지 동일한 맛을 낼 수 있죠. 허나 그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한계입니다. 만약 본사가 문을 닫거나 가격 정책을 달리 할 때에는 속수무책이 되어 버리죠 .
그리고 어차피 동일한 맛이니 손님의 입장에서는 내 가게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기억하고 그 브랜드로 찾아다닐 뿐입니다. 즉, 요식업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맛과 브랜드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그 장점이 너무 쉽게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죠. 실제로 요식업 프랜차이즈는 하나가 성공해서 전국적인 가맹점을 만들어내면 그와 유사한 성격의 것으로 또 다른 브랜드를 내거나 (예를 들어 삼겹살이 성공했으면 대패 삼겹살, 벌집 삼겹살, 3초 삼겹살 등) 그 성공에 기대기 위한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서 수익성 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가 더 있겠으나 이번 페이지에서는 여기까지만 언급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캄보디아에 있는 한식당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투어식당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식당이죠. 투어식당이 성행하는 곳은 시엡립 지역으로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대형 투어식당이 비교적 잘 운영되는 편입니다. 허나 이것도 워낙 많은 업체들이 생겨서 제 살 깎기 식의 경쟁일 뿐입니다
. 쉬운 예로 맛과 서비스로 승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식당으로 손님을 끌고 오는 가이드에게 얼마를 주느냐가 장사가 잘 되냐 안 되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어 버렸죠. 어차피 투어식당에게 손님이란 일회성이니까요. 앙코르와트가 좋다고 2~3번 이상 방문하는 분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러니 식당주인의 입장에서 손님 보기를 뭐 같이 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허나 이마저도 요즘 불고 있는 공정여행 붐과 그간 쌓아놓은 투어식당들의 이미지가 지난 10여 년간 알려져서 장사가 예년만 못한 실정입니다. 물론 이런 식당은 거의 100%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할 뿐 현지화는 전혀 안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식당은 어떠할까요.
이들 역시 현지화 전략을 택하기 보다는 현지 장기체류 한인(일반적인 교민)을 상대하는 업소에 불과합니다. 한식을 캄보디아에 정착시키고 보급시킬 만한 머리도 자본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쉽게 선택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캄보디아의 한국식당인 것입니다. 어떤 식당들은 선교사 식당이라 불리는 곳도 있습니다.
의외로 캄보디아에 오는 단기 장기 선교팀들이 많기 때문이죠. 선교하러 왔으면 현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지 않고 한인식당을 찾는 선교팀들의 마인드도 문제지만 그것을 사업이라고 벌려 놓은 사람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론 입맛대로 먹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지적하실 분도 계시지만 봉사활동을 한다 선교활동을 한다면서 캄보디아인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생각을 안하고 언어와 입맛의 문제로 쉽게 한인식당에 기대는 정신상태가 문제라는 뜻입니다. 같은 돈을 쓸 거라면 한인을 도와주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마인드 역시 한인의 자립심을 저해시키는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가격은 어떨까요. 한국보다 맛은 훨씬 떨어지면서 한국의 가격이거나 훨씬 비쌉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손님이 별로 없으니 그나마 오는 손님에게 많이 받아야 운영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현지 사람들이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한인식당을 찾아갈 바에는 훨씬 싼 가격에 멋진 실내나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데 불친절하고 국적불명의 인테리어로 치장한 한인식당을 찾을 이유가 없죠. 또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도 없습니다. 프놈펜 시내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지역이 어떤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캄보디아 장기 체류 한인은 몇 안됩니다
. 만약 그걸 알아냈다면 한인업소들이 자꾸 외곽으로 이전하는 일이 없겠죠. 물론 날로 값이 올라가는 시내 중심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이 드니 뚤꼭 등으로 옮겨가는 한인을 따라서 함께 이동하는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현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인의 경제력과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어차피 캄보디아에서 한인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한인을 상대로 사업을 구상한다면 결과가 어떨런지요.
그럼 캄보디아에서 한식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식은 이미 널리 알려진 우리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한국의 한식보다 더 맛이 있는 현지 한식으로 호평을 받고 현지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허나 캄보디아의 한식은 현지 사람에게 철저한 외면은 물론이고 같은 한인에게도 욕을 먹을 정도의 맛과 수준입니다. 이에 몇가지 참고할 만한 내용을 언급하니 혹 캄보디아에서 요식업을 고려중이신 분이 있다면 심각하게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1. 한국인이 북적대는 곳에는 현지인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캄보디아인은 개방적인 듯 보여도 의외로 정말 보수적입니다. 극히 소수의 한인을 제외한 나머지 한인은 언제 이곳을 떠날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소수의 무리에 기대기보다는 절대 다수인 캄보디아인이 자유롭게 부담없이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발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인 고객을 전략적으로 쫓아내시기 바랍니다.
2. 한인 손님이 주류니 현지인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다. 미국 맥도날드와 한국 맥도날드 햄버거의 맛이 같을까요? 다릅니다. 다르다면 왜 다를까요? 바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매운맛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혀 끝에서만 매운 맛이 있고 얼굴 전체가 달아오를 정도로 뒷끝이 있는 매운 맛도 있죠. 이름이 매운맛 버거라도 현지 사람들이 선호하는 매운맛이 어떠냐에 따라 조금씩 변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불고기에 향채인 ‘찌’를 과감하게 넣는 시도가 없이는 현지화가 될 수 없습니다. 현지문화 이해 없이 ‘난 솜씨가 좋으니까’ 식의 접근은 필패의 지름길입니다.
3. 상권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상권이 좋으면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자꾸 싼 곳으로 옮기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허나, 좋은 상권에서 임대료조차 뽑아내지 못한다면 이것은 상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과 컨셉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하더라도 상업 목적의 건물은 매출과 연계되어 임대료가 책정됩니다. 이에 적정 상권과 적정 가격의 매장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4. 사람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 모든 직원은 현지인으로 한국인의 인건비는 비쌉니다. 한식을 하니 한인 요리사가 필요하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이곳 캄보디아인은 우리만큼이나 손재주가 뛰어납니다. 또한, 일찍부터 일식, 양식을 접한 민족이죠. 정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캄보디아인을 보고 일에 능률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작업지시를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에 직원관리를 위한 별도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정착되면 후에 직원이 바뀌더라도 시스템에 의해 직원양성이 되는 법입니다. 허나 관리자 자리에 한국인을 넣으면 자기 몸값에 따라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죠.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 새로 오더라도 쉽게 오너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입니다.
5.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은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실제로 다국적 바이어들을 접대하거나 그들이 이용할만한 수준의 업소가 매우 제한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예측과 그에 맞는 홍보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캄보디아에 있는 한인식당은 영어 설명 하나 없는 한인 교민지에 광고를 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요. 그러니 개업을 해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철저하게 모릅니다. 올 초 대사관 추산 캄보디아에 있는 한인의 수는 대략 4,000명 정도입니다. 이들은 굳이 광고를 안 해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맛이 있는 한식이라면 알아서 찾아옵니다. 광고를 해야 할 대상은 캄보디아인임에도 비싼 광고비 들여서 캄보디아 현지에 있는 한인이나 보는 잡지에 광고를 합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여행 오는 사람들이 접할 정보는 없는 것이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 캄보디아에서 한식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없습니다. 이는 진입장벽이 높아서라기보다 앞서 언급한 역량 있는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캄보디아는 소득수준에 비해 외식산업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이는 더운 기후이다 보니 집에서 요리하기를 꺼리는 것도 한 요인이 되겠지만 실제로는 구매력 지수가 꽤 높은 편입니다. 이에 캄 현지화를 목표로 한식을 보급하는 것은 유망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