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독추에서 두 사람의 국무위원 부인을 한꺼번에 희생시키겠다는 통지를
한 지도 이틀이 지났다. 그들이 말하는 시한이 서너 시간 남았을 무렵
총리한테는 중요한 보고가 들어왔다.
백장군으로 알려진 백성규 대령의 소재지를 파악했다는 것이었다. 그를
목격했다는 육군 정보부대 요원의 보고에 따르면 그는 시흥에 있는 어느
조그만 연립주택에 있다는 것이었다.
"신중히 포위망을 좁혀 이번에는 꼭 잡아야 한다."
총리도 흥분해서 직접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합동 수사본부는 갑자기
활기를 띠고 체포 작전에 들어갔다. 중요 지휘관은 군 고급 장교들이었기
때문에 육군이 검거 부대의 주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백성규가 아무리 군인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민간인 신분인데 왜
군인들이 검거에 앞장을 서야 합니까? 저들이 서툰 짓을 해서 다 잡은
쥐를 놓치게 됩니다."
뒤늦게 이 체포 작전을 알게 된 정채명 내무 장관에게 서종서 차관이
불평을 했다. 인물이 출중하고 항상 신중해서 공무원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서종서는 좀체 그런 불평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도대체 백성규가 시흥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 정보인가요?"
정채명도 심각한 얼굴로 서종서를 건너다보았다.
"육군 정보요원이 분명히 그 집에서 기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그 집에서 쓰고 있는 전화를 거미 부대에서 도청하고 있는데
백성규의 목소리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거미 부대가?"
정채명은 아주 놀라는 표정이었다.
"왜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서종서가 놀라는 정채명에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어쨌든 수사 본부의 지휘권이 우리 내무부에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좌우간 이번에는 좀 끝이 났으면 좋겠는데..."
영등포일대에서부터 시흥, 광명, 과천, 안양, 안산, 군포, 소래 일대에는
갑자기 대로 요새 마다 임시 검문소가 설치되었다. 얼룩무늬 옷을 입은
서울 외각의 특수 부대원들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다.
일반 시민들은 그냥 늘상 있는 기동 훈련쯤으로 생각했으나 이를 눈여겨본
사람들은 또 무장 간첩이나 탈영병이 서울로 침투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합수부의 포위망은 아주 물샐틈없이 철저하게 잘 된 것처럼 보였다.
신대령이 지휘하는 체포조 20명은 민간인 복장으로 문제의 연립주택
건물로 접근하고 있었다. 연립주택은 뒤에 높은 산을 배경으로 서 있었기
때문에 3면에서만 포위망을 좁히면 도망 갈 길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자, 제일조가 태연히 연립주택으로 들어간다."
신대령이 명령했다.
체포조는 일시에 들어가지 않고 3,4명씩 짝을 지어 집 앞으로 다가 갔다.
제일 먼저 도착한 세 사람은 복덕방 사람으로 위장했다.
"여보세요!"
초인종도 없는 집이었다. 3층 건물인데 모두 10여 가구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제1조가 아래층에서 사람을 찾는 동안 제2조는 2층으로, 제3조는
3층으로 올라갔다.
"누구세요?"
한참만에 아래층 문이 열리고 얼굴이 부스스한 여자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단발머리에 화장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자다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나이 스물도 채 안된 앳되 보이는 여자 였다.
제일 앞에 섰던 요원이 문을 확 잡아당긴 뒤 다짜고짜 방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어마! 왜 이래요?"
여자아이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남자 세 명이 우악스럽게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고 방바닥에 넘어져 일어날 생각도 않았다.
"무슨 일이야?"
"엄마!"
"누구야!"
방안에서 일제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고 있던 여자 대여섯 명이
날벼락을 만난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빨리 모두 일어서!"
제일조의 조장이 자다가 일어난 여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다섯 명의
여자는 모두 스무살 안팎으로 보였다. 두 여자는 단발머리이고 세 여자는
생머리 였는데 생머리를 한 여자들은 내복 바람이었다. 조그맣고 때에
저른 것 같은 이불 두 개가 좁은 방바닥에 펴져 있고 다섯 여자는 모두 그
이불에 발만 넣은 채 새우잠들을 자고 있었다. 방구석에는 먹다 남은 라면
그릇과 라면 봉지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그 옆에는 흰색 팬티며
브레지어도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다섯 여자가 자취하고 있는 방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빨리 일어서지 못해! 옷은 무슨 옷이야."
내복만 입은 세 여자가 치마를 챙기려고 하자 한 요원이 그녀들의 팔을
비틀고 벽쪽으로 몰아 세웠다.
"모두 뒤로 돌아섯!"
다섯 여자는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모두 벽을 향해 돌아섰다.
대체로 마른 체격들이었으나 세 여자는 몸매가 잘 빠졌다. 흰 피부에
동그스름한 어깨며 팡파짐한 히프가 여성다움을 한껏 과시하고 있었다.
"엉덩판은 왜 이렇게 커!"
한 요원이 내복만 입고 돌아 서 있는 여자의 히프를 슬쩍 건드리며 히죽
웃었다. 여자들은 돌아 선 채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빨리 방안부터 뒤져봐!"
리드하고 있던 요원이 방구석 구석을 살피며 명령했다.
워낙 좁은 방에다 벽장이나 뒷문 같은 것이 없어 살펴 볼 것도 없었다.
벽에 걸려 있는 핸드백들을 가져다가 모두 거꾸로 들고 내용물을 방바닥에
털어놓았다. 화장품 부스러기, 전화 번호 수첩, 저금통장, 손수건,
감기약, 스타킹 따위가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돌아서 있던 여자 중에 하나가 항의를 했다. 그러나 아무도 대꾸를 하지는
않았다.
"당신들은 누구예요? 경찰이에요? 정보국에서 나왔어요?"
여자들이 계속 물었다.
"그런 건 알 것 없어. 너희들은 여기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조장이 물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에요. 시골서 올라와서 자취하면서 이곳 공단에 다니고
있어요. 어젯밤 밤일하고 들어와서 이제 눈 좀 붙이려는 거예요. 근데
아저씨들은 뭐예요?"
그 중 한 아가씨가 돌아서서 정면으로 사나이들을 쳐다보고 따졌다.
내복만 입은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눈만은 반짝였다.
젖가슴이 거의 없다시피 절벽 가슴이었으나 잘록한 허리나 볼륨 있는
히프, 그리고 쭉 뻗은 각선은 그녀를 여성답게 보이게 했다.
"한 가지만 묻겠다. 너희들 백성규라고 알지? 백장군이라는 빨갱이
말이야."
조장이 여자들의 몸매를 흘금흘금 보면서 말했다.
"우린 그런 사람 몰라요. 우리는 하루 풀칠하기도 바쁜 불쌍한
노동자들이에요."
"거짓말하지 말아, 우린 다 알고 왔어. 너희들은 빨갱이 조직에 동조하는
운동권 공순이들이란 것도 다 알아. 혼나기 전에 아는 대로 대는 것이
좋을 걸."
조장이 능글맞게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 우리는 살을 깎이고 피를 받치며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있는 이 나라의 가장 착한 노동자란 말입니다. 이 나라가
누구 덕택에 유지되고 있는 지나 아세요?"
"아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이것들이 단단히 물든 년들이군. 어디
혼 좀 나 봐라. 얘들아 이년들을 모조리 홀랑 벗겨라!"
조장이 이 여자들이 보통 여공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사나이들이 달려들어 우악스럽게 여자들의 옷을 벗기려고 들었다.
"어마!"
"이 나쁜 자식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반항했다. 그러나 억센 남자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내복만 입고 있던 여자 하나가 금방 발가벗겨졌다. 그녀는 두
팔로 유방을 가리고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만!"
아까부터 요원들에게 따지던 깡마른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요원들이
주춤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다 벗어주마. 이 개 같은 놈들아 실컷 봐라!"
여자는 스스로 내복을 다 벗어버렸다. 깡마른 여자가 팬티까지 모두
벗어버리고 완전한 나신이 되자 다른 네 여자들도 모두 벗어버렸다.
다섯 여자는 모두 발가벗은 채 앉거나 서 있었다. 그래도 여자는 역시
여자라 두 손으로 치부만은 가리고 있었다.
"모두 한 줄로 일어서!"
젊은 요원이 구경거리 생겼다는 듯이 여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벽 쪽에 한 줄로 서!"
요원이 여자들이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내복이며 잠옷들을 발로
걷어차면서 말했다. 젖가슴이 절벽인 여자로부터 볼륨이 대단한, 풍만한
여자도 있었다. 살결이 백옥 같이 흰 여자로부터 까무잡잡한 여자도
있었다. 유방의 모양도 모두 갖가지였다. 핑크 빛으로부터 아예 색깔이
없는 것 같은 여자도 있었다.
"모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엉거주춤 선 채 두 손으로 치부만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는 여자들을
보고 조장이 말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 명령만은 들은 척도 않았다.
"이것들이.."
"철썩!"
조장이 깡마른 여자의 뺨을 때렸다.
"아이쿠"
그 방 여자의 코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다. 여자들은 모두 손을 머리에
얹고 똑바로 섰다.
"흠!"
세 사나이는 다섯 여자의 아랫도리를 뚫어지게 내려다보며 신음 같은
소리를 냈다.
무성하고 검은 숲에서부터 시늉만 나 있는 삼각지도 있었다. 여자의
몸이란 참으로 다양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며 사나이들은 더러운 침을
흘렸다.
"실컷 구경해라! 이 더러운 놈들아! 우리 몸뚱이는 어차피 네놈들 같은
비겁한 자본주, 독재자가 짓밟아 다 썩은 지 오래다."
깡마른 여자가 두 손을 머리에 얹은 채 악을 썼다. 깡마른 체구와는 달리
피부가 눈처럼 희었다. 흰 피부에 비해 입술이 붉고 유두도 진한 핑크
빛이었다. 비너스의 언덕도 검고 윤기가 났다.
"잘 들어! 너희들이 백성규 일당을 어디에 숨겼는지 말하지 않으면 그
몸뚱이가 온전히 남아 있지 못할 것이다. 백장군 일당이 여기 숨어 있다는
것을 안다! 누가 댈 것이냐? 너냐?"
조장이 볼륨 큰 여자의 유방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퉤!"
여자가 조장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백성규가 누군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몸뚱이를 갈가리 찢어도
모르는 일을 댈 수는 없다."
깡마른 여자가 다시 또박또박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여자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악에 받쳐 눈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요원들을 향해 모두 한마디씩 퍼부었다.
"당신들은 아내도 여동생도 없어요? 사람을 이렇게 개 돼지 취급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짐승만도 못한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니 이 나라 백성의 딸들이 이렇게
수모를 당하는 것 아니야?"
"실컷 봤으면 죽이든지 살리든지 마음대로 해! 너희들 바지도 모두
벗겨줄까?"
"정신대가 뭐 일제 시대에만 있는 건가? 지금 이 나라가 일제 시대보다
나은 게 뭐 있어?"
여자들이 모두 악을 쓰자 요원들이 오히려 어리벙벙해졌다. 벌거벗고
유방을 덜렁거리는 모습이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 모두 위장 취업한 년들이지. 내가 다 알아! 너희들 대학생이지?
이 공단 무너뜨리려고 위장 취업한 년들 맞지?"
조장이 많이 듣던 이야기를 했다.
"이 년들을 모조리 끌어내 트럭에 실어!"
그때 장교인 듯한 사복이 들어와 명령했다. 순식간에 벌거벗은 여자들이
끌려나가 트럭에 실렸다. 2층, 3층에서도 여자들이 끌려 왔다. 그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었다. 이 연립 아파트는 소위 벌집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여자 노동자들이 한 방에 대 여섯 명씩 모여 자취하는 싸구려
하숙집인 셈이다. 수입이 적은 그녀들은 이렇게 모여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고 있었다.
단번에 40여 명의 여자들이 끌려 나와 지붕이 쓰여진 트럭에 태워졌다. 그
중에는 가지 않으려고 트럭 바퀴 밑에 들어가 들어 누은 여자도 있었다.
그녀들은 개처럼 질질 끌려 나와 차에 태워졌다.
"분대장님 이상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그때였다 머리를 짧게 깎은 청년 하나가 달려와 조장인 듯한 사복에게
보고를 했다.
"뭐야?"
"지하실을 발견했습니다 문이 안으로 잠겨 있어 열어보진 못했는데 그
곳이 수상합니다."
"그래? 가보자. 너희들도 따라와."
그가 앞장서서 다시 연립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여자들을 실은
트럭은 어딘 가로 떠났다.
그들은 아래층 지하실로 들어갔다. 매캐한 연탄 냄새가 났다. 연탄과
보일러 시설이 지하실의 반은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 문이 있습니다."
청년이 연탄이 키 높이로 쌓여진 곳 옆의 벽을 가리켰다. 정말 얼른 보면
몰라도 자세히 보면 그것이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안전 장치를 풀어!"
그때 장교인 듯한 자가 뒤따라 들어 왔다. 조장이 긴장했다. 그가 문을
잡아당겨 보았다. 덜컹거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았다.
"발로 차서 열어! 모두 조심해!"
한 사람이 힘껏 문을 차버리자 덜컹하고 열렸다. 누군가가 손전등을
비쳤다.
"누구야? 모두 나와!"
안에서 인기척이 나자 장교가 소리쳤다. 금세 총을 든 요원들이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이리 나와!"
남자 세 사람이 안에서 끌려 나왔다. 모두 창백한 얼굴에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다.
"저 안을 샅샅이 뒤져봐!"
장교의 명령을 따라 지하실 안을 샅샅이 뒤지던 요원들이 서류철 같은
것을 잔뜩 가지고 나왔다.
"이것은 모두 본부로 가지고 간다."
장교는 끌려 나온 남자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 사람은 나이 좀 들어
보였지만 두 사람은 아직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당신들은 뭐야? 왜 거기 숨어 있었나?"
장교가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를 보고 물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넓은 이마와 뾰족한 턱이 그를
지적으로 보이게 했다.
"이 분은 우리 선생님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젊은이 중에 한 사람이 장교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키가 작고 목이
짧았으나 그도 눈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너희들이 학생들이라고? 운동권 학생들이란 말이군."
장교가 지하실에서 압수해 온 물건들 중에 유인물 몇 가지를 들춰 보이며
말했다. 그것은 정부를 비판한 전단들이었다.
"이자들도 모두 일단 데리고 간다."
"우리를 무슨 죄목으로 연행합니까? 그리고 당신들은 도대체 정체가
뭐요?"
나이든 남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당신들 같은 얼빠진 빨갱이들 잡아다가 혼내는 사람들이야.
당신들 모두 백성규의 부하들이지? 백성규가 있는 곳을 댄다면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지."
장교가 나이든 사람을 보고 점잖게 말했다.
"말하지 않았소. 우리는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요. 나는 이 두 학생의
선생이요. 우리는 백성규가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모두 트럭에 실어!"
이렇게 해서 세 사람도 연행되었다.
비록 백성규는 체포하지 못했지만 그가 은신했던 곳에서 하수인들로
보이는 남자 세 명과 들러리 세력인 여자 근로자들을 연행해 온 합동 수사
본부는 상당히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여자 근로자들은 다섯 개조로 나누어 취조가 시작되고 세 남자는 고위
수사관들이 직접 맡아서 심문을 했다. 수사 상황은 즉각 즉각 비대위와
김교중 총리에게 보고되었다.
"40대의 지도자로 보이는 남자와 휴학하고 수배중인 민독련 소속 학생 두
명이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백성규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유 정보 국장이 총리에게 보고했다.
"그 놈들이 쉽게 불 것 같소? 어림도 없는 소리 마시오."
아직도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박상천 해군장관이 곁에 있다가 빈정댔다.
"민독련 소속 학생이라고? 민독련은 와해되었다고 하지 않았소?"
총리가 정일만 장관을 보고 물었다.
"일단 해산하고 남독련을 만든다고 했습니다만..."
남독련이란 '남한 독립 추진 대학생 연합회'의 약칭이었다.
민독련 즉 민주독립 추진 학생 연합이나 남독련 등은 모두 민독추 즉
민주독립 정부 수립 추진 위원회와 횡적 종적 유대 관계가 있다고 정보
기관들은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뿌리 격이며 상층 지도부인
민독추의 집행 위원회와 남독련이나 민독련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이었다.
따라서 이 세력권에 있는 여성 근로자나 남학생들을 잘 심문하면
무엇인가는 건질 수 있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실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서 중에는 민독추의 지령문도
있었습니다. 일정한 날짜를 지정하고 그날 남독련과 민독련 소속 전
학생들과 노동 단체가 궐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랍니다."
서종서 내무 차관이 메모지를 들고 총리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 날짜가 언제야?"
"그게 글쎄... 일주일쯤 전 날짜로 되어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아무 일도 없었잖아?"
김교중 총리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가 그때 총 사퇴하리라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요?"
정일만 장관이 팔짱을 낀 채 서서 말했다.
"어쨌든 그들에게서 백성규나 사모님들의 감금 위치를 알아내야 해. 그런
일은 경찰이나 군 수사 요원보다는 정보국 요원들이 훨씬 더 잘 할지도
몰라."
정일만이 성유 국장을 보면서 말했다.
"그 일은 합동 수사 본부의 판단에 맡겨 봅시다."
성유 국장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민독추에서 시한을 정해온 72시간은 이제
스무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합동 수사 본부의 내노라 하는 수사관들은
끌려온 남녀에게서 모든 것을 털어 내기 위해 온갖 끔찍한 방법을 다
동원했다.
연립 주택에서 연행해 온 남자 세 명 중 나이 든 사람은 강북 대학 공과
대학의 전임 강사였다. 박인규라는 30대 후반의 그 사나이는 소위 운동권
교수였다. 미국에서 학위를 얻어 귀국한 그는 모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는데 날카로운 시국 비판을 많이 해 학생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있었다.
"백성규가 어디 있는 지만 얘기하면 당신은 돌아 갈 수 있어. 박성규는
당신 같은 정부 비판이나 하는 얼빠진 지식인과는 달라. 당신 같은
사람들은 귀싸대기나 한대씩 갈겨 내 보내면 그만이지만 그자는 중대한
범죄자란 말이야. 지식인이나 학생들이 당대의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사람을 납치하고
협박하고 죽이는 일은 체제 비판하고는 전혀 다른 문제야. 이건 중대한
범죄 행위란 말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그런 범죄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 아니란 것쯤은 잘 알 것 아니야?"
정일만의 말대로 정보국에서 파견된 수사 요원들은 연행한 남녀를 잘
다루었다. 그러나 호락호락 넘어갈 사람들은 아니었다.
"백장군 일행이 범죄자라고 자꾸 말하는데 그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해요. 그뿐 아니라 죄를 짓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지금
당신들보다 더 죄를 짓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 또 있겠어요? 죄없는
사람들을 불법적으로 데려다가 온갖 고문이나 하는 일은 죄가 아닌 가요?"
박인규는 그 창백한 얼굴이 더 창백해진 채 조금도 굽힐 것 같지가
않았다. 그와 함께 연행되어온 학생 두 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백성규가 누군지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다. 거꾸로 매달고 발바닥을 두들겨
패고 머리를 욕조 물 속에 처박아 넣기도 했다. 온갖 잔혹한 고문을 다 해
보았으나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아직 맛을 덜 봐서 그래. 이 새끼를 걸레로 만들어 쓰레기통에
갖다버려."
박인규의 심문을 지켜보고 있던 반장급 수사관이 마침내 화를 벌컥 내며
군화 신은 발로 박인규의 턱을 힘껏 차버렸다. 박인규는 얼굴이 피 범벅이
되어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3호실로 끌고 가!"
피투성이가 된 채 겨우 일어서는 박인규를 보고 반장이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말하는 3호실이란 공포의 방이었다. 몽둥이질로부터 전기 고문에
이르기까지 온갖 못된 짓을 다 할 수 있는 지옥이었다. 원래 이 곳은
정보국에서 사상범을 다루기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 놓은 취조실이었는데
지금은 합동 수사 본부의 일부로 쓰고 있는 형편이었다.
3호실 고문 도구 중에 가장 잔인한 장치는 소위 지옥 엘리베이터라는
고문이었다.
철판으로 된 엘리베이터 같은 네모진 방에 발가벗겨 사람을 가둔 뒤
날카로운 못으로 가득찬 천장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앉는 장치였다. 그것은
마침내 사람을 내려 눌러 벌집을 만들어 죽일 것 같은 장치였다. 그
천장이 머리에까지 닿기 전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심장 마비를 일으켜
죽기도 했다.
박인규가 3호실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안 함께 연행 되어온 40여 명의
여자 근로자들은 그들대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그들 중 20여 명은
경찰서에서 소위 훈계 방면되고 열한 명만이 합동 수사본부로 넘겨졌었다.
합동 수사 본부에서는 다시 네 명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다. 네
명중 세 명은 수배되어 있는 대학생이었다. 그들은 민독련이나 남독련에서
반정부 데모를 주도 해온 여학생 조직의 일원으로 위장 취업을 한 채 노동
조합 결성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온갖 기초적인(?) 고문을 다 당했으나 쉽게 불지는 않았다. 여자
피의자들을 데리고 왔을 때는 함께 수용하거나 심문하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한 사람씩 분리해서 심문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들어올 때부터
누가 이곳에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백성규를 모른다고? 아직 맛을 덜 봤군. 이 곳이 어딘 줄 알아? 너희들이
말하는 인권을 떡으로 만드는 곳이야. 여기서 살아 나간 사람도 있긴
있지. 방법은 간단해. 그 간단한 방법을 모르고 모두 비명만 지르다가
병신이 되지. 자기가 어디에 갔다 왔는지 절대 기억하지 못하고 이곳을
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 자 온전하게 걸어 나가겠어, 아니면 떡이
되겠어?"
네 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대학 신입생 김명희가 먼저 불려 들어왔다.
"백성규가 어디 있지?"
"정말 몰라요. 난 아무 것도 모르고 데모하는 언니들 따라 다니다가
학교서 제적당하고 갈 곳이 없어 언니들 따라 취직하러 갔을 뿐이에요."
김명희가 겁에 질려 그 큰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순순히 말하지 않겠다 이거지? 네가 남독련 서부 서울 여학생부
차장이라는 어마어마한 감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다 알아. 그리고 지독한
빨갱이 임채숙의 조직원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단 말이야. 우리 서로
힘들게 하지 말자."
수사관이 그녀의 턱을 손으로 치켜올리면서 말했다.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알았다. 그럼 시작해 보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지."
수사관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는 느닷없이
그녀의 젖가슴을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윽!"
급소를 맞은 여학생이 옆으로 쓰러졌다. 고통과 공포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년아 빨리 일어서. 옷부터 벗어!"
그가 다시 그녀의 아랫배를 거칠게 걷어찼다.
그녀는 사색이 되어 주저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섰다.
"빨리 벗지 못해!"
그가 다시 주먹을 쥐고 쥐어박을 태세를 하자 김명희는 겁에 질려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가 블라우스를 벗었다. 이어 얇은 위
내의도 벗었다. 새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가슴에는 흰색의 브레지어만
남았다. 수사관은 그녀의 흰 목덜미와 가슴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아직도 백성규가 누군지 모른다 이거지!"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김명희의 가슴에서 브레지어를
뜯어 내버렸다. 통통한 유방이 그대로 드러났다. 옅은 핑크 색의 조그만
유두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그는 여학생의 유방을 한 움큼 듬뿍
쥐었다.
"독한 년이 젖통 하나는 크구나."
여학생은 무섭고 부끄러워 떨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일어서서 이 위로 올라서!"
그가 유방을 쥔 채 김명희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아픔으로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빨리 올라가지 못해!"
그는 책상 위를 가리키며 무섭게 눈을 부라렸다. 시키는 대로하지
않았다가는 더 이상 무슨 고통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는 시키는
대로 책상 위에 올라섰다.
검정색의 스커트 위로는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여자가 책상 위에 올라서서
떨고 있는 모습이란 정말 진풍경이었다. 그녀의 유난히 큰 유방은
수사관이 비틀어 쥐었기 때문에 빨갛게 멍들어 있었다. 배꼽을 겨우
가리고 있는 스커트 밑으로 그녀의 히프는 유방에 못지 않게 한껏 부풀어
있었다. 웃옷을 입고 있을 때의 갸냘프고 볼품없어 보이던 몸매와는 전혀
달랐다.
"치마 벗어!"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가만히 있었다.
"못 벗어?"
수사관이 다시 그녀의 유방을 비틀어 쥐었다.
"으, 음..."
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다시 일그러졌다.
"당신들이 이런 못된 짓을 하고도 아무 일없을 것 같아?"
김명희가 비명처럼 내뱉었다.
"무슨 일이 있단 말이야? 너희같이 나라 팔아먹을 연놈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나간다는 것을 몰라? 죽은 년이 어디 가서 무슨 소리를 한단
말이야? 설사 여기서 살아 나갔다고 치자. 어떤 일을 당했다고 떠들어
보아야 믿을 사람 한 사람이나 있는 줄 알아?"
수사관은 책상 위에 서 있는 그녀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중얼거렸다.
"빨리 벗지 못해?"
그가 다시 김명희의 유방을 비틀려고 하자 그녀는 스커트의 지퍼를
풀었다. 검정색 짧은 스커트가 발목께로 흘러내리자 하얀 색의 짧은
내의와 스타킹만이 남았다.
"더 벗어!"
그가 밑으로 흘러내린 스커트를 확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그녀는 각오를
한 듯 순순히 스타킹을 한 짝씩 벗었다.
"빨리 빨리!"
그녀는 이어 짧은 내의를 벗었다. 이내 순백색의 손바닥만한 팬티가
그녀의 은밀한 곳을 힘겹게 가리고 있었다.
"이런다고 나한테서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아요? 난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아저씨 제발 이러지 말아요."
그녀가 두 손으로 온몸이라도 가릴 듯이 하면서 수사관에게 말을 걸었다.
미끈하고 흰 그녀의 피부를 작은 두 손으로 모두 가릴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지독한가 하는 것을 나는 다 알아. 학교 옥상에서 온
몸에 불을 지르고 뛰어내려 죽을 정도로 돌아 있다는 것도 잘 알아.
그러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거야. 지금부터 왜 엄마가 나를 이 세상에 낳았느냐고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어때 지금이라도 너희들의 영웅인 백성규가
어디 있는지 대지 그래. 네 몸매를 보니까 아깝기도 하고... 저렇게 잘
빠진 년이 얌전하게 자라서 좋은 서방 만나 시집이나 갔으면 얼마나
행복하게 한평생을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을 나도 몇 번이나 해 봤는지
알아?"
"아저씨 입장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군요. 국가 공무원이 되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는 생활을 했다면 이담에 아들딸들에게
얼마나 떳떳하겠어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신음하는 이 나라 민초들을
위해 조그만 보탬이라도 준 일을 했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어요. 컴컴한 지하실에서 죄 없는 여학생들 잡아다가 옷 벗겨 놓고
못된 장난이나 하면서 독재자의 주구 노릇을 한 것이 아저씨의
한평생이라면 얼마나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이겠어요? 아저씨가 우리
같은 힘없고 권력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아무리 고문하고 짓밟아 보아도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거예요."
김명희는 이제 부끄러움도 잊은 듯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가 말을 뱉어낼 때마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두
팔이 부르르 떨었다.
"우리들은 아저씨들이 말하는 공업 입국이니 수출 입국이니 하는 슬로건
때문에 굶주리고 졸면서 청춘을 썩히고 있는 이 시대의 밀 알들이랍니다.
우리는 정권을 뺏으려는 어마어마한 짓을 한 사람들도 아니고, 한자리하기
위해 누구를 구렁텅이로 빠뜨리려는 사람들도 아니에요. 다만 좀더 나은
환경 속에서 조금만 더 인간답게 살자는 소망만 있을 뿐입니다.
아저씨..."
"요게 아주 단단히 물들었군. 어디 그 주둥이가 언제까지 살아 있는지
보자. 벗어!"
수사관이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그녀의 팬티를 손으로 가리켰다. 벗지
않으면 벗기겠다는 태도였다.
그녀는 약간 주춤 하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빨리 못해!"
그녀는 더 이상 버텨 보아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그 것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리고 주저앉았다.
김명희를 비롯한 여자 네 명에 대한 이상한 심문이 계속 되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야비한 방법이 모두 동원되었다. 여자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이 뒤따랐다. 고통뿐 아니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이러한 고문이 계속되는 동안 성유 정보국장에게는 합동 수사 본부로부터
긴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뭐야? 또 그런..."
보고를 받던 성유 국장이 화를 벌컥 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아 '쇠얼음'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였다. 그런데
벌컥 화를 내는 것을 보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놈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성유를 화나게 한 보고는 합동 수사 본부에서 심문을 받고 있던 사람이
자살을 했다는 보고였다. 그런 일은 합동 수사 본부가 설치된 이후 두
번째 일어난 일이었다.
자살한 사람은 연립주택 지하에서 여자 근로자들과 함께 잡혀 온 박인규
교수였다.
그는 고문을 견디다 못해 3층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해버렸다.
이 불상사는 곧 총리에게까지 보고되었다. 그러나 총리실에서는
국무회의나 비대위에 알리지 않았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게 처리하라는
지시만을 내렸다. 그러나 그 일이 결국에는 세상에 알려지고 나중에
중요한 정치 문제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김교중 총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변사 사건으로 처리되어 가족에게 통보되어
표면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합동 수사 본부에서는 이런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문의 성과도 있었다.
박인규 교수와 함께 연행된 학생 중에 백성규의 행방에 관해 자백을 한
사람이 있었다.
"부평 공단에 자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이 정보에 따라 부평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인질이 된
국무 위원 부인중 첫 번째 희생자인 해군 장관 부인 차영순 여사가 시체로
발견된 곳이 김포와 강화 사이의 국도였었다. 그렇다면 인질들이 그곳에서
가까운 부평 공단에 수용되어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추리가 성립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수용하자면 공장 건물이
가장 무난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합동 수사 본부의 요원 수십 명이 부평 공단에 투입되고 공단 외곽은
무장한 군 병력으로 포위되었다. 작전 훈련이라는 핑계였다.
공단에 들어간 요원들은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모든 공장의 내부
시설을 안전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드나들었다.
그러나 수상한 공장은 좀체 발견할 수가 없었다. 공단 안에 숨겨진
밀수품이나 마약류 같은 범칙 물자는 많이 발견했으나 그들은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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