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문학인의 집 성황 이뤄
2014-11-02 10:33:14최종 업데이트 : 2014-11-02 10:33:14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11월1일은 '시의 날'이었다. 시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시를 많이 사랑하기 위한 시인들의 자축 행사 날이 아닐까싶었다. 나는 시인은 아니지만 시에 대한 관심을 갖다 보니 뜻밖의 이번 시낭송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한국경기시인협회가 주최하고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시의 날 기념행사는 송죽동 만석공원 내 수원 제2야외음악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부득이 장소를 화서문로에 있는 수원문학인의 집으로 옮기게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비는 오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는 수원시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많은 시인협회 회장을 비롯하여 많은 시인들과 일반인들이 참여했다. 특히 한국경기시인협회가 주는 한국시학상 시상식과 한국시학 신인상 시상식이 있는 자리였고, 이를 축하하러온 많은 일반 시민가족들과 함께 장소가 다소 협소한 편이었지만 그래서 더 훈훈하지 않았을까.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들 중 45인의 작품이 전시된 시화전이 오전 열한시부터 1층 전시실에서 열린 가운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낭송경연대회는 3층에서 거행되었다.
경연자는 모두 이십 여명이 참가했으며 심사위원으로는 임병호 김광기 김애자 시인과 김진성.손현수 시낭송가가 맡아 엄격한 심사를 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시의 날' 일반인 대상 시낭송 경연대회 흐뭇 _2
나는 목소리가 맑은 편도 아니며 그렇다고 발음이 정확하지도 않다. 또 기억력이나 암기력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깜빡깜빡 잊어먹기 잘하는 건망증 환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런 내가 시낭송을 한다는 것은 실로 믿겨지지 않았다.
보고 읽는 것은 낭독이요, 보지 않고 암송하는 것을 낭송이라고 했다.
그러니 이번 시낭송경연대회에서 암송은 필수이고, 그렇지 않으며 탈락이라고 하여 죽자 사자 외는 방법밖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밤이나 낯이나 시 한편과의 이것은 나의 전쟁이었다. 만약 영어 단어를 그토록 열심히 외웠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쯤 영국이나 미국 대사가 되지 않았을까싶었다.
그런데 반복되는 구절들이 많아 외우기가 쉬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그 반대일 줄은 몰랐다. 마치 나의 자서전을 보는 것 같기도 하여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선택한 것인데 반복되는 부분이 정말로 헷갈리기 일쑤였다. 한 달이 넘는 연습 기간을 거쳤지만 고만고만한 병아리들을 골라 세는 것과도 같아서 단상에 오를 때까지 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앞선 출전자들이 중간에 원고가 막히는 바람에 쓴웃음을 지으며 둘이나 탈락을 하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떻게 하면 끝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나의 관건이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을 흉내 내며 멋진 낭송을 하기보다는 내 감정 그대로 쏟아내기로 했다.
단상에 오르니 관중과 심사위원들이 눈앞을 가려 원고가 생각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앞섰다. 그러니 자꾸만 눈이 감겨지며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며 몸동작도 자연스러울 리가 없었다. 웅변도 낭송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워낙 긴장한 가운데 한 조각 떼어먹기까지 하였으니 제출한 원고를 제대로 본 심사위원이었다면 감점도 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라도 나는 완주를 했다고 생각하며 단상을 내려오니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뭉클한 감동이었다는 말도 여럿 해주었다. 가슴에 지고 온 짐을 내려놓았다는 기쁨이 앞섰다.
시상식 때는 장려상이라는 영광도 안았다. 크건 작건 누구나 상을 받는 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리고 시낭송만큼 그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의 날' 일반인 대상 시낭송 경연대회 흐뭇 _3
이날 영광의 금상을 받은 사람은 정인성씨였다. 이 분에게는 시낭송가협회의 자격증이 주어진다고도 했다. 수상소감으로 그는 "시를 품고 있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꽂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여 공감이 가는 한편, 저분도 시인이구나! 싶었다. 시인이 되려면 무엇보다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도지 않을까. 그래야만 가슴에서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시가 나올 수 있고, 시를 좋아하는 마음은 순수를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난생 처음으로 시낭송경연대회에 참가해보니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번 한국경기시인협회가 마련한 일반인 시낭송경연대회는 우리 사회의 시 영역을 넓히는데 일익이 되지 않았을까.
더 많은 홍보를 하여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이 참하여고, 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든 국민이 시인이 된다면 그 나라와 사회는 어떨지 상상만 하여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면 이 가을, 시의 날도 온 국민의 날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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