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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회원님들 필독사항입니다
국악의 기본음
국악의 기본음이란 무엇인가
국악인들도 망각하기 쉬운 일입니다.
서양의 조율기에 맞추어 악기가 음이 맞네 안맞네 음이 높네 낮다는등 여러가지 말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꼭 이글을 읽어 보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음악을 서양의 잣대에 맞추려는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남의 악기를 가지고 내 악기와 음이 같지 않다고 하여 틀린다고 하거나 주법을 바꿔야 한다는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민속악기는 세계 모든나라가 다 독특한 특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악기도 마찬가지죠
우리 음악을 꼭 서양의 잣대로 제려는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지 않는한 우리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무척이나 힘들것입니다
좀더 객관적이고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국악의 기본음
현행 정악의 기본음
현행 국악 중 정악에서 사용되는 12율은 절대적인 높이를 지닌 음의 개념을 지니고 있
다. 그러나 정악의 12율에는 두가지가 있다. 본래 중국아악의 대표적인 악기인 편종과 편
경을 포함하여 연주하는 음악, 즉 문묘악, 종묘악, 합악 등에서 黃鍾이 C에 가깝고, 편종과 편경을 제외하고 향피리나 거문고와 가야금같은 향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악에
서 黃鍾이 Eb에 가깝다고 하며, 편의상 흔히 전자틀 당악율, 후자를 향악율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가깝다”는 말이다. 당악율과 향악율의 황종이 각기 서양
음악의 C와 Eb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근사할 뿐인 것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행 국악 중 정악에는 이미 두 가지 기본음 막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제로 연
주될 때 그 기본음의 정확한 높이 즉 진동수가 무엇이냐는 것은 확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당악율과 향악율의 기본음의 높이를 각기 어떻게 확정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1. 당악율의 기본음
본래 12율명은 중국 아악의 용어로, 아악의 우주론적 음악관에 의하여 그 기본음인 黃
鍾의 음높이가 우주의 원리에 맞아서 옳게 정해져야 음악이 올바르게 되고 나아가서 나라
도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 呂氏春秋>에 전하는, 黃帝가 黃鍾을 최초로
재정할 때, 신하 冷倫으로 하여금 곤륜산에 가서 대나무 중 둥글고 속이 비고 그 구멍이
고르게 두꺼운 것 을 골라서, 두 마디 사이를 잘라 내어 그것을 불어서 황종으로 삼았다는
전설이나,<樂書> 에서 황종의 음높이를 올바르게 내려면 인간이 전혀 간섭하지 말고 순
수하게 자연에서 생겨야 하므로, 인공적인 구리로 만든 율관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천연
의 그릇인 대나무 율관에 天生의 기장 알(1200개)을 담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기록
등만 보아도, 고대 중국 아악에서 黃種이 얼마나 신성시 되고 자연의 섭리에 맞아야 되는
음으로 생각했던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주론적 음악에서 바로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황종 음이 연역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따라서 중국에서 실제로 사용된 황
종의 음높이는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변했다. 예를 들면, 한나라 때의 建武律은 황종이 약
g' 이고, 古律로 유명한 당나라 天寶13년 (754년)에 제정된 황종은 약 c' :#이었으며, 송나
라 徵宗의 大展樂律의 황종은 약 d' 이고, 명 나라 초기의 冷談律은 c' :#이며, 명 나라 말기의 朱載增律은 d':# 이라고 한다.
<세종실록>아악보 서문에 의하면, 세종 때의 편종과 편경은 송나라의 휘종과 명나라
의 高皇帝 및 太宗文皇帝가 보내준 종경의 음에 맞추어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조의 장악
원에서 사용되던 종경 들은 이왕직아악부로 전해져서 그대로 사용되었는데, 1921년 4월 5
일에 田邊尙雄이 조사한 황종의 진통수는 편종 =259.2, 편경 =265.4, 특종 =248.8, 특경 =
265.4이며, 편종의 청황종= 543.6 ÷2 = 271.8, 편경의 청황종= 538.8 ÷2 = 269.4이다. 이처럼
당시 측정된 황종은 가지가지이지만, 서양음악의 Cb에서 C# 사이인 것은 확실하며, 그
평균치가 263.3으로 서양음악의 C(261.6) 보다 약간 높기는 하지만 아주 가깝다. 1960년대
에 김기수가 국립국악원에 보존되어 있는 조선조 때의 모든 편종과 편경의 음율을 조사한
결과도 황종의 높이가 가지 가지 이 긴 하지 만 C에 가까운 것 이 가장 많았다. 1966년 박홍
수가 조사한 성균관 소장 편종은 황종 =266.2로 역시 C보다 조금 높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조선조에서 물려 받은 편종과
편경의 황종은 그 높이가 천차만별이기 는 해도, Cb에서 C# 사이이며, C에 가까운 것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음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현시정에서 당악율의 기본음인 황종을 정확하게 C(261.6Hz)로 확정할 수 있을 것이
다. 사실, 악기 제작자 남갑진(한국국악기사 대표)은 1975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벌의 편
종과 편경을 제작하여 국악 연주단체와 대학에 납품하여 왔다. 이들 종경은 언제나 한결
같이 황종이 C로 조융되었는데, 지난 15년간 연주자들로부터 음높이에 대한 아무런 지적
도 받지 않고 사용되 어 왔다는 사실은 오늘날 국악인들이 묵시적 으로 황종을 C로 받아들
이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향악율의 기본음
현행 정악에서는 다 같이 12율명을 사용하면서도 향악율의 높이는 당악율의 높이와 다
르다. 이처렴 달라진 것은<악학궤범> 권1의 樂調總義에서 “아악(중국계 정악)은 음이
낮아서 황종을 첫음으로 삼고, 속악(향악)은 음이 높아서 협종으로 첫음을 삼는다”는 데
서 그 역사적인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악학궤범>에서 향악의 첫음 즉 협종을
그대로 협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황종이라고 바꿔 부르게 된 역사적인 경위는 여기서는 접
어 두지만, 어떻든 현행 향악율의 황종이 대체로 당악율의 협종에 흡사하다는 것은 누구
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음 높이가 다른데도 같은 율명을 사용하게 된 것은 음명의 어감
과 음악 관습상의 편의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령 黃鍾이라는 율명은 서양음
악에서 A처럼 “중심이 되는 음”또는 “첫번째 음”이라는 어감이 강하기 때문에 향악의 첫
음도 높이와 관계없이 황종이라고 부르게 될 소지가 있으며, 당악율의 악곡에서 가장 대
표적인 음계인 <황, 태, 중, 임, 남> 과 음의 높이는 달라도 음 간의 상대적 관계는 꼭 같은 향악의 같은 음계, 즉<황, 태, 중, 임, 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연주자에게 쉽고 자연스럽게 생각되었을 것 이다. 이려한 현상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현재 민속음악에도 나타
나며,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아악과 속악이 각기 다
른 높이의 황종을 가졌던 시대가 많고, 서양에서도 앞서 살펴 보았듯이 여러 가지 높이의
A음이 공존하고 였다. 또 서양의 移調 악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향악율로 연주되는 정악에는 종경과 같이 음이 완전히 고정되어 조선조로부터 전해 오
는 악기가 없다. 따라서 합주를 위하여 조율할 때는, 음 높이가 비교적 고정된 대금의 음
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런데 대금이 내는 기준음 즉 청은 황종이 아
니라 평취의 임종이다. 연주 때마다 조율해야 하는 거문고, 가야금, 양금 동은 대금의 임
종 소리가 조율의 출발점 이 된다. 가령 거문고에 있어서 임종의 개방현(패하청, 패상청,
무현 )이 조율의 기초가 되지, 황종의 개방현(문현)이 기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향
악율에서 조율의 기본음은 임종인데, 이 임종의 높이를 파악하기 위하여서는 현행 정악
대금의 임종의 높이 를 조사해 보아야 할 것이다.
향악율의 악기들은 서양악기는 물론 당악율의 악기보다 훨씬 폭 넓은 弄音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금도 이러한 기능을 갖도록 취구가 커서 평취의 임종이 동일한
대 금으로 최고 2율 이상(약240센트)다르게 낼 수 있다. 즉 현행 정악 대금들은 거의가 임
종 지공에서 평취로 A-B의 폭으로 음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대금의 임종의 높이는
어느 연주자가 자신의 연주 습관상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음을 대체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악 대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아마도 정악의 대금 인간문화재인
김성진의 대 금일 것이다. 이 대금은 1943년 高憶萬(아악사양성소 2기생, 대금전공)이 만
들었는데, 그 후 47년간 김성진이 계속해서 사용해 온 것이다. 이 대금으로 김성진이 편
하게 내 는 임종은 30-40센트(불 때마다 조금 씩 다름)높은 Bb이다. KBS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주자 박용호의 대금(79년 조창훈 제작)의 임종도 김성진 대금의 경우와 같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 홍도후의 대금과 이화여대 교수 홍종진의 대금은 약간 높아서
50-60센트 높은 Bb(따라서 B에 가까움)이다. 더 얘기할 것도 없이 정악 대금은 악기마
다, 주자마다, 같은 주자라도 불 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현행 정악 대금의 거의 모든 임
종이 Bb보다 높고 Bb보다 낮은 것은 확실하다. 즉, <Bb+30센트 -B-30센트>로 생 각하
면 틀림 없을 것 이다. 따라서 현재 실제로 연주되고 있는 정악의 임종은 낮게 보아도 Bb
보다 30센트 즉 1/3 반음 높다고 할 수 있다. 홍종진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금은 자신
이 83년에 임종을 pitch pipe의 Bb에 맞추어 만들었는데, 실제로 연주해 보니 다른 악기와
맞추려면 언제나 제껴 불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취구,지공,칠성공을 고쳐서 음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김성진에 의하면, 본래 자신의 대금은 당시 다른 대금보다 약간 높게 만들어진 것이어
서 독주 때는 문제가 없었ξ나 합주 때는 약간 숙여서 불었는데, 그동안 음들이 올라가
요즈음은 오히려 제껴서 불 지경이라고 한다. 지난 수십년 간 정악 연주자들의 세대가 교
체되면서 기본음이 높아진 이유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떻든 음이 그대로라
거나 낮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현 시점에서 정악의 향악율을 확정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그동 안 음이 올라 간 가장 중요한 이유를, 현대인의 음감각이 그처럼 높은 음을 요구했기 때 문으로 보고, 또 그것이 음악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여, 임종을 현행 관례의 어느 음, 예 를 들면 <Bb+40센트>로 확정하는 방법이다. 적지 않은 주자들이 임종이 Bb보다 높아 야 곡의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말을 한다.
둘째는, 엄종의 음높이를 내려서 Bb에 일치시키
는 방법이다. 그 이유는 이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것과 음악예술적인 것으로 나누어 생각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향악율의 임종을 Bb과 B사이의 음으로 정하면, 당악율
(黃 =c) 과 향악율 (黃 =Bb+40) 은 〈악학궤범〉이래의 천통적인 단3도 관계가 깨져서 양자
간에 아무 관계도 없게 된다. 예를 들면 향악융의 황종은 당악율의 협종도 고선도 아닌,
그 사이의 음이 된다. 또 서양악율과도 지나치게 달라져서 실음이 5 선표기와 전혀 달라지
며, 앞으로 정악기 를 사용하는 새로운 창작에서 양악기와 합주가 힘들어지고, 국민들에게
정악을 교육, 보급하는 데도 장애가 되는 퉁 실용적인 불편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러
한 이론적, 실용적 편의만으로 기본음을 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음을 높이변 음악이 산뜻
해지고 생기가 나는 것 같지만 은은하고 깊은 맛, 즉 정악에서 가장 중요한 현묘한 맛을
잃고 경박스러워지는 것이다.
김성진이 그전에는 청이 낮았다고 한 말 뿐만 아니라, 50년 대 말에 羅元和는 A 音又를 항시 휴대하고 거문고의 임종을 이 에 맞추었는데, 수십년 간 엄종을 A에 맞추어 가곡, 영산회상, 여민락 퉁 정악을 연주해 왔어도 합주시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말들로 미루어 보더라도 어떻든 50 년대 이전의 정악은 청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필자는, 현행 향악 율의 임종을 Bb으로 내려서 확정함으로써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오히려 음악적으로도 현 묘한 정악의 정 통을 보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민속악의 기본음
민속악에서 정악처럼 음악 전체에 통용되는 표준기본음을 정하려는 것은 합당치 못한
일이고, 설사 정한다고 해도 시행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민속악은 성악 위주로 되
어 있는데, 부르는 사람마다 자유로운 청으로 부르며, 같은 사람이라도 부를 때마다 달라
진다. 백대웅의 말에 의하면 판소리 선생 중에는, “연습할 때는 (실제로 연주할 때보다)청
을 조금 낮게 잡아야 뱃심이 오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청을 올렸다
내렸다 하라는 뜻인 것이다. 표준음을 정해 놓고 판소리 창자들에게 누구든지 언제나 이
음을 기준으로 판소리 를 하라고 하면, 어처구니 없는 문화혁명적 발상이 될 뿐만 아니라,
시행될 수도 없을 것이다. 정악 중에서도 민속악에 비교적 가까운 시조나 가사는, 창자가
율자보에 적힌 음의 높이를 무시하고 더 높게 또는 낮게 부르면 오히려 악기 주자들이 수
성가락으로 그 음을 따라 간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가령 정가의 인간문화재 김월하는 가곡과는 달리 시조를 할 때는 황종의 음을 2율 내려서 무역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기악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야금 산조를 예로 들면, 주자마다 본청이 다
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주자라도 연주할 때마다 달라진다.
가령 인간문화재 김죽파는
어느 고정된 음으로 조율하지 않고, 본청을 낮게는 Bb. 높게는 db으로 수시로 다르게 조
율했다. 이처럼 민속악에서 표준기본음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
이다. 어느 나라의 민속악도 전국적으로 일정한 표준음을 정해 놓고 연주하지는 않는 것
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간 우리나라에서 민속악단의 연주활동이 빈번해지고 특히 여러 국
악관현악단들이 설립되어 전통적인 민속악을 편곡한 곡과 민속악적인 어법으로 창작된 곡
을 연주히게 되면서, 많은 악기로 민속악을 연주할 경우 여러 악기의 음을 합치시키기 위
한 기본음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행 국악관현악단들은 민속악을 연주할 때, 대체
로 두가지의 민속악 기본음을 갖게 되었다.
즉 민속 대금의 6관청인 〈시나위청) (산조청 이라 고도 한다)과 5관청인 〈민요청〉이 어느 정도 일정한 음높이로 안정된 것이다. 이 방법에 연구가 깊은 백대웅이나 황병주에 의하면, 시나위청은 C-Db. 민요청은 Eb-E라고
한다. 따라서 관현악단올 기준으로 할 때, 시나위청과 민요청은 이 범위에서 음높이가 확
장될 수 있는데,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시나위청은 C보다 30-50 센트가 높은 것이 일반
적이고, 민요청은 Eb보다 0-30센트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으로는 민
요청을 Eb으로 확정하여 정악의 황종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나위청은 30센트 높은 C로
확정하여 정악의 남려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대금의 5관청을 Eb으
로 조율할 때 악기 주법상 6관청을 C로 연주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면, 시나위청을 C로
확정하는 것이 실용적 인 편의 (본고(3의 나〉참조)를 고려할 때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한
다. 한가지 유의 할 것 은, 민요청은 정악의 황종보다 1옥타브가 높으며, 기능상으로는 정악의 중려와 흉사하다는 것이다. (가령 〈창부타령 〉의 음계 를 황, 태, 중, 임, 남으로 볼 때, 이 중에서 “중") 따라서 산조 가야금의 경우 정 줄(제6현)을 정악 가야금의 제 10현의 음에 맞추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국악관현악단의 대부분의 주자들이 이 음을 실제 음높이
(정악의 황종)에 관계 없이 중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당악율의 협종
을 향악율에서 황종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관현악단의 시나위청과 민요청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민속악 전체의 표준기본음이 정해
진 것은 물론 아니다. 민속악인들은 마음대로 청을 잡아서 연주해야 민속악 본연의 자유
분방한 생동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민속대금의 중견 주자인 서용석은 관현악단에서
보편화된 대금을 “관현악단 대금”이라고 부르고 이생강은 “학교 대금" (학교에서 학생들
을 가르칠 떼 사용하는 대금)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이 주로 연주하는 대금은 관현악단
대금이 아니라 6관청이 거의 정확하게 D의 대금이며, 그 외에도 서용석은 6관청이 Eb보
다 50센트 높은 고음 대금, 이생강은 6관청이 B보다 30센트 낮은 저음 대금도 애용하고
있다. 비교적 고정된 음을 갖는 대금에서도 이처럽 민속악의 기본음은 다양하니, 다른 악
기나 특히 성악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기본음의 확정 및 시행 방법
지금까지 현행 전통국악을 연주할 때 필요한 네가지 표준기본음 (standard pitch)의 음
높이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것을 실제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서양음악에서 그랬듯이, 관계전문가들이 회의를 하여 정하고 선포하는 방법이 좋은데, 그
주최와 선포를 국립국악원이 담당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정해진 네가지 기본음은 널리 알리고, 특히 악기 제작자들로 하여금 기본
음에 맞는 악기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해시키고 필요한 자료 (예 를 들면, 표준이
되는 대 금, 음차 또는 pitch pipe동)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음
의 선포는 어디까지나 권유 사항이지, 강요되어서는 안되고 강요될 수도 없을 것이다. 이
렇게 시행해 본 후 문제점 이 발견되면 표준음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면 될 것이다. 국악
의 표준음을 확정하는 것은 국악 합주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악이론의 체계화와 국악
교육의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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