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주
눈을 지그시 감고 손가락으로 음의 소리를 짚는다. 오토하프의 C코드의 음이다. 난생처음 정식으로 악기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32줄의 선을 연주할 것이다. 선배들의 현란한 손놀림에서 현의 음이 천상을 오르내린다. 맑고 곱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삼십여 년을 다니던 교회도 옮겼다. 아는 이 없이 황무지 같은 이곳에서 그나마 위로받은 것은 먼젓번 교회 목사님이 이곳에서 사역 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동안 영성이 높으신 이분의 말씀이 좋아 유튜브로 경청하기도 했다. 나랑 동갑내기인 사모가 극진히 반겨 주었는데, 그런데 하필이면 그 목사님이 지난해 십이월로 은퇴를 하셨다. 내가 이사 온 지 겨우 육 개월 만에 말이다. 이 교회는 전에 다니는 곳과 비교가 안 될 만치 교회가 크고 교인 수도 천명 가까이라 누가 왔다 갔는지 잘 모른다. 이제 어디다 정 붙이고 살꼬.
어느 날 교회 옆자리에 앉은 집사님이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다음날 전화로 하프를 배워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프?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다. 날 이곳에서 마음 붙이고 살라는 뜻인가 하고 스스럼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누군가 사용하던 악기를 구입하고 매주 수요일 한 번씩 교회에 모여 연습한다. 교회는 집에서 오 분 거리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마침 배우던 수필 반이 방학이 중이었다.
악기를 품에 안는다. 처음 자동차 운전을 배울 때처럼 설레고 두려운 마음이다. 현을 두 줄 두 줄을 짚으며 열두 줄 째에 “C코드 도”라고 설명해 주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생소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몸의 세포들이 긴장하여 날을 세운다. 도 레 미 파 솔…. 고개를 숙여 하프의 줄을 뜯는다. 왼손 엄지 검지 장지 세 손가락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쪽 엄지 검지와 장지에 피크라고 부르는 모자를 씌웠다. 눈은 악보를 보고 손가락 감각으로 선율을 익히란다. 그러려니 도대체 손 따로 마음 따로다. 야, 이거 시작을 잘못했나. 차라리 눈에 보이는 피아노 건반이 쉽겠다며 투정한다. 어떤 친구가 그것 하다가 음을 못 찾아 그만둔 사람이 많단다. 오기가 생겼다.
연습을 거듭하니 노래가 되어갔다. 재미가 생겼다. C코드로 발로 박자를 맞추며 추임새로 엄지손가락으로 현을 스치며 때론 검지로 짧게 맑은 음을 내기도한다. 국악의 휘모리장단과 자진모리장단은 소리가 역동적이고 신이나지만 하프소리는 맑고 감미로워 심령을 파고든다. 동요를 어렵게 익히니 다음은 D코드로 들어가란다.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다. 선생님은 먼저 배운 사람을 따라가려면 열심을 내라고 독촉한다. 아. ‘내 주를 가까이’ 그분을 따라가기는 아직도 힘들다. 내 현의 가락과 발 박자가 엉켜 각자 돌아간다. 덩달아 육신의 여기저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오토하프 또는 크로마하프라고도 불리는 이 악기는 주로 복음성가나 찬송가 연주에 많이 사용한다. 성경을 읽으면 다윗 왕이 수금을 연주했다는 글이 나온다. 9현 수금이 하프의 시작이다. 오토하프악기는 보통 코드 21와 36현을 많이 사용한다.
비록 지금은 서툴러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열심히 배워 하나님께 아름다운 소리로 봉헌하고 싶다. 글쓰기와 악기 연주도 같은 맥락이다. 열심히 읽고 습작하고 연습만이 길이다. 왕도는 따로 없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음악 감각이 있으면 시작해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시작부터 포기했습니다. ㅎㅎ
오히려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도 차편문제로 보류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데 아직도 딸린 식구 보살피기에 바빠서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네요. ^^ 할 수 있는만큼만 하면서 즐기려고요... 말씀 잘 보고 갑니다~
fighting 뭐든지 쉬운게 없어요. 섹스폰보다는 나은것 같네요. 입이 아파서 숨이 차서 못 불고 있잖아요. ㅎㅎ. 열심히 하세요. no pain no 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