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를 향한 몸부림
“저는 카페 교회를 하는 목사가 아닙니다!”
서울 상일동 평범한 주택가 골목의 여섯 평 작은 공간 카페 에클레시아. 무심코 지나면 잘 보이지 않아 동네 주민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작심하고 찾아와야 하는 좁은 골목의 카페지만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 카페 에클레시아에서 커피를 내려 주는 바리스타는 단골들에게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목사님’이라고 더 자주 불린다. 익숙하게 단골들의 기호대로 커피를 내려 주는 그에게 단골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일주일에서 6일은 이렇게 상일동의 ‘카페 에클레시아’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주일이 되면 미사리 식품공장 2층의 열다섯 평 공간에서 ‘바로세움정립교회’의 목사로 돌아가는 양광모 목사의 조금 유별난 목회의 모습이다.
저자인 양광모 목사는 장로교(통합)에서 안수받은 목사로,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를 거쳐 지구촌교회에서 비서실장과 사역조정실장(수석 목사)으로 시무하고, 40년 된 중견 교회인 정릉제일교회의 담임 목회자로 사역했다. 세상의 조건으로 따졌을 때 충분히 성공했다고 인정받을 만한 자리였다. 그러나 성공한 목회자로 인정받고, 안정된 자리에서 목회를 하는 것이 자신을 목회자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인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된 저자는 하나님 앞에 결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광야로 나와 그동안 한국 교회에 없었던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다. 그렇게 지난 5년간 카페와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기며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소식이 언론 등에 소개되며 신학대학이나 교회의 모임에서 강의나 설교를 하게 될 때면 요즘 유행하는 카페 교회를 하는 목사라고 그를 소개하는데 그때마다 저자는 자신의 소개를 바로잡는다.
“저는 카페 교회를 하는 목사가 아닙니다.”
카페에서 바라본 세상
“난 나중에 절대로 교회 안 가!”
제대로 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SCAE(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공인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미국 CQI(Coffee Quality Institute)에서 공인한 커피 품질 평가사인 큐그레이더(Q-Grader) 자격증도 취득했다. 시장 조사도 철저히 했고 매장 운영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카페가 흑자로 전환되기까지 꼬박 2년 가까이 필요했고, 그 기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암담했다. 3대째 목회자를 배출한 가정환경에서 신학 공부와 목회만 해 온 저자가 처음 대면한 세상은, 교회 안에서 경험하지 못한 완벽히 새로운 곳이었다. 50대가 다 되어 맨몸으로 뛰어든 세상에서 벼랑 끝 생존을 맛보았고, 정말 먹고살기 위해 보통의 직장인처럼 투잡을 뛰기도 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일하며 이전의 삶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1년도 못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교회를 위한 몸부림이었기에 가능했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저자가 50여 년간 경험했던 교회와는 다른 교회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작은 카페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마음에 두고 원두를 고르고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리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하신 것이다. ‘난 나중에 절대로 교회 안 가’라는 결심을 했던 분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몇 년간 커피를 내려 주고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 하나님은 조금씩 그분의 마음을 어루만져 가는 것을 경험했다. 평생 교회 근처에는 가 보지도 않은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이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 건물을 교회의 예배 공간으로 제공하고 한 주도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삶이 변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단골손님이 가장 힘든 순간 카페를 찾아와 기도를 부탁하며 하나님을 찾는 일도 경험했다.
그렇게 하나님은 마치 벼랑 끝을 걷는 것 같은 힘든 5년의 시간 동안 저자에게 새로운 옷을 입게 하셨다. 잘 갖춰진 정장과 화려한 경력의 옷을 벗게 하시고, 앞치마를 입고 커피를 볶고 내리는 일을 하며 낮고 겸손한 그분의 옷을 입게 하셨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외롭고 힘들고 어렵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과 같은 눈높이로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크고 화려하게 지은 건물에서 ‘와 보라’ 자신 있게 외쳤던 교회에서, 작고 좁은 여섯 평 카페를 열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으로 ‘찾아가는 교회’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찾아가는 교회
“교회는 많이 부흥했습니까?”
저자는 교회를 개척하며 건강한 교회에 대한 모델로 미국의 세이비어 교회를 선택했다. 미국의 세이비어 교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말과 글로 그리스도를 전하자는 취지로 1947년 서점과 카페를 겸한 ‘토기장이의 집’을 워싱턴 D.C.의 빈민 지역인 애덤스 모건에 열면서 시작되었다. 세이비어 교회는 교인이 150명 정도이지만 영향력은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단한 교회다. 주로 소그룹을 통해 노숙인, 마약·알코올중독자, 빈민 등 소외된 이웃들을 섬기는 200여 개 사역을 촘촘히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세이비어 교회 사역을 보며 숫자와 헌금으로 교회를 평가하는 양적 성장의 관점이 아닌, 교회의 구성원이 얼마나 복음에 합당하게 변화되고 그 열매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성숙의 관점으로 교회를 섬기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처럼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저자의 도전에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교회는 많이 부흥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자는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치고 치유하는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며, 카페 에클레시아의 단골들도, 바로세움정립교회의 성도들도 모두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건강한 교회를 위해 고민하며 바른 이론의 틀을 세우기 위해 미국의 풀러신학교에서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논문을 제출해 박사 학위를 받은 ‘건강한 교회’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인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 가르치는 교회, 치유하는 교회에 대한 이론과 실제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 과연 오늘날의 교회가 왜 본질에서 벗어나 숫자와 돈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그 대안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고백 에클레시아 Go Back Ekklesia
마른 뼈도 살아나게 하시는 하나님
많은 이들이 한국 교회를 걱정한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일명 ‘가나안 교회’라는 이름으로 제도권 교회를 떠나는 일이 사회현상이 되었다. 한때 최고의 인기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던 신학대학원의 경쟁률이 조만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각종 조사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응답보다는 부정적 응답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과 SNS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개독교’라 부르고 목사를 ‘먹사’로 부르며 조롱하는 일도 이제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한국의 기독교는 끝없는 절망의 늪으로 빠져 가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은 그 대답을 할 수 있을 지혜도, 힘도, 능력도 없다고 고백한다. 다만 구약성경 에스겔서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주 여호와께서 이 뼈들에게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생기를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너희 위에 힘줄을 두고 살을 입히고 가죽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넣으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겔 37:5-6).
저자의 대답은 ‘하나님의 의지’이다. 에스겔 선지자도, 그 시대를 살아가던 모든 이들도, 절망적이라 생각했던 시대였지만 마른 뼈에 생기를 불어넣으신 것처럼 죽어 가던 시대를 살리셨던 하나님. 그런 하나님의 의지가 이 시대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이다.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세우신 교회를 우리의 진심 어린 회개와 복음에 대한 고백으로 다시 세우실 하나님의 의지만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지난 5년간 절망의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의지를 기대하며 몸부림치는 여섯 평 작은 카페에서 시작되는 교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