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 무정 18

[좋은벗약초,나라]

제18장 남자(男子)와 여자(女子), 그리고...

아스라한 안개가 흐르고 있는 호숫가이다.
막 아침이 깨어나는 가운데,

차디찬 호수 위로 바람이 불며 파문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호숫가.
"나를… 보내 다오. 제발! 나의 동맹자들은 나의 몸값을 두둑이 내어 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벅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나면서 풀잎이 흐트러졌고,

 푸른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이곳이 좋겠군. 조용히 담판을 짓기에는! 

 추적자들이 따라오기까지는 이각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정도면 낭자와 나와 담판은 말끔히 끝이 날 것이다!"
웃는 청년은 뇌옥린이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커다란 방둥이를 가진 기이한 포획물 하나가 얹혀 있었다.
"놔라, 악마! 놔라!"
발버둥을 치는 백의미인.
그녀는 바로 풍운일열사(風雲一烈士) 일검화(一劍花)라는

 뛰어난  무명을 갖고 있는 천월방이었다.
본시 그녀는 화산(華山)의 여제자(女弟子)였고,

 특이한 천품에다가  백도인들의 총애 가운데 혼란한 백도계의 여종사로 올라설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완전한 백도의 종사는 아니었다.
백도의 노명숙들은 아직도 산(山)을 지키고 있다.
천월방은 후기지수의 기수로서 혼란 천하를 격파한다는 의협심 하나로

 세력을 일으켰던  것이고, 풍운십성천의 대를 잇자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제발 놓아 다오!"
천월방은 외치는 가운데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뇌옥린은 그녀를 땅에 내려놓은 다음, 팔짱을 끼고 미소지었다.
"난폭하게 하고 싶지는 않소, 낭자!"
"그… 그대는 누구이지?"
"훗훗… 빚쟁이라고 했는데, 벌써 잊었는가?"
"대체 내가 무슨 빚을 졌다는 거지?"
"후후… 첫째는 어리석게도 세력을 일으켜  백도를 혼란케 했고,

 둘째는  나의 피를 욕되게 했고,

 셋째는 흑도를 이롭게 했다.

 그리고 지난밤 내가 잠을  못 이루게 했고,

 오늘 아침 내가 조찬을 못하게 했다!"
"무… 무례한 자! 너처럼 무례한 자는 뇌왕천에만 있다.

너는 필경 그곳 사람이다!"
천월방은 악을 썼고, 순간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가 벗어지며

그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파리한 얼굴이고, 독(毒)으로 인한 반흔이 만면을 뒤덮고 있다.
하지만 얼굴의 전체적인 느낌은 눈을 마비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똑 선 콧날과, 부풀어오른 입술,

 발끈 노해 초생달 같은 아미(蛾眉)를 찌푸리고 있는 천월방은

 화중화(花中花)라 불릴 만했다.
'악금예 만한 미인이 또 있을 줄이야…'
뇌옥린은 천월방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꽤나 놀라워했다.
"낭자 곁에 백도계의 젊은이들이 꾸역꾸역 모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로군?"
"치… 치한!"
천월방은 사납게 외치며 눈물을 주루루 흘렸다.
그녀는 매우 곱게 자라났고,

 주위 남자들이 떠받들어 주는 가운데 소녀시절을 보냈다.
성숙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음에 드는 짝을 발견하지 못해

 정한 혼처도 없이 독신으로 지내는 여장부였다.
"너는 뇌왕천의 무리다. 기질로 보아, 행동으로 보아!"
"틀린 말은 아니다!"
"빠드득! 나를 암살하다가 실패한 마무리를 지으려는 것이냐?"
천월방의 얼굴은 밀랍처럼 희어졌다.

 그녀는 뇌왕천에 대해 지독한 원한을 갖고 있었다.
"뇌왕천에는 자객(刺客)이없다. 그것은 전통이다.

 그것은  적이라 하더라도 인정하는 그곳의 율법이다!"
"닥쳐라! 그들은 악마이고, 너도 악마다!"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마성(魔性)이 있지.

 하나, 뇌왕의 무사들은 마성을  절제하고 있다.
욕을 들어 가면서도…!"
뇌옥린의 눈빛이 섬광처럼 타올랐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가공한지라, 천월방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한 눈빛을 낼 사람은 단 한 사람, 천 년의 검주 뇌옥린에 불과하리라.
뇌옥린은 뇌왕천을 포기했으나,

그의 몸에는  분명 제천뇌문(帝天雷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뇌왕천을 비난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은 그곳을 비난할 수 없다.
"나는… 뇌왕천의 지난 삼 년에 대해 모르고 있다!"
"…!"
천월방은 섬뜩한 기세에 눌려 말을 하지 못했다.
마치 산에 깔려 버린 듯, 그녀는 숨을 멈춘 채 뇌옥린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눈에는 두 번의 경악이 있었다.
첫째는 가공할 기도(氣度)에 대한 경악.
또 하나는 죽립 아래 있는 너무나도 준수한 얼굴에 대한 경악이었다.
두 가지 중 그녀에게 큰 인상을 준 것은 너무나도  가공할 기도였다.

 사내라면 그녀 앞에서 허리를 숙이곤 했다.
그녀 앞에서 차디차게 말을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한데 뇌옥린은 그녀를 여자로 보기 이전, 한 사람의 강호인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곳을 믿고 있다!"
"믿는다고?"
"그곳 사람들은 위선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

! 계집을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내지도 않고…"
"으음…!"
"만에 하나, 진짜 필요해서 보냈다면…

  말괄량이 하나 정도는 흔적도  없이 살해해 버렸을 것이다!"
"그럴 리가? 나는 분명  뇌왕천의 초일급 고수에게 당했다. 

 그자는 뇌왕검(雷王劍)을 썼고,
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천월방도 자신만만하다는 투였다. 그녀는 핏기 없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띄웠다.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그자의 검에  독이 발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어떠한  약으로도 풀지 못할 독이!"
"글쎄? 그곳의 독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나,

 미백잔혼산(迷魄殘魂散) 같은 독랄하고 고약한 독을 만들지는 않는다!"
뇌옥린은 두 눈에서 정광을 뿜어 내고 있었다.

 그는 두 주먹을 거머쥐고 차게 내뱉었다.
"나는 그곳을 믿는다!"
"…"
"만에 하나, 정녕 그곳 사람이 너를 암습했다면…

 내 손으로 그곳을 무너뜨리겠다!"
"으으…!"
"하나…!"
뇌옥린의 눈빛은 또다시 강해졌다. 감히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그렇지 않다면… 너는 속죄를 해야만 한다!"
"속죄?"
"뇌왕천이 너를 암습하지 않았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 시시한 장난을  치우도록 해라.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뇌왕천을 진짜로 흥분시키어

 강호를 피로 젖게 할 일이다!"
"뭐라고?"
"네 주위에는 마도인들이 득실거린다.

 너는 시시한 병 핑계로  네 주위의 독나방 떼가 다가섰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뇌옥린은 천천히 하나의 병을 쳐들었다.
혈천신단(血天神丹)이 든 약병,

 그것은 뇌옥린의 손아귀 안에서 박살이 났다.
팟－!
뇌옥린은 병을 산산이 부수어 버린 다음, 손을 휘저었다.
은하성류공(銀河星流功)의 수법이 시전되며 뿌연 가루가 호수로 살포되었다.
"네가 먹었던 저 약은 묘한 것이다!"
"묘하다니?"
"보면 안다!"
뇌옥린은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묘하다니? 무슨 뜻일까?

 그것은 나를 생존케 하는  영단이거늘,

 묘묘랑이 나를 위해 준 개세성약이거늘?'
천월방의 시선은 호수물로 돌리어졌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천월방의 눈으로 정녕 상상하지 못할 일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보라! 잔잔하던 호수물이 끓어 넘치며,

 무수한 붕어와  잉어가 흰 배를 드러내고 둥둥 떠오르고 있지 않는가?
호수는 삽시간에 사호(死湖)로 화했다.
"저… 저럴 수가… 저럴 수가…?"
천월방은 넋을 잃어버렸고.
"네가 복용하고 있던 혈천신단이라는 것은 마약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너는 멍청하게도 너를 서서히 죽이는 마약을 받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서서히 효과를 내나,  몸이 작은 물고기에게는 즉시 효과를 낸다.

 그래서 물고기들이 찰나적으로 죽어 버린 것이다!"
"으으, 조작이다!"
천월방은 고개를 휘저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습은 고혹스러웠다.
"글쎄?"
뇌옥린은 미미한 웃음을 짓다가 또 하나의 물건을 쳐들었다.
마마탄종(魔魔彈鐘).
천월방은 그것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하나, 뇌옥린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마병총요(魔兵總要)에 기록이 된 마마탄종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지니고  있게 된다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혼미해진다!

 너는 묘묘라는  요녀에게 철저히 속아 버리고 만 것이다!"
"다… 닥쳐라!"
"훗훗… 나를 닥치게 하기에는 네가 저지른 실수가 너무 크다.

 물론 너를  탓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너무나도 교활했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뇌황천이 고집스럽게 해명(解明)을 안 했기 때문이니까!"
"아니다. 뇌황천이 했다! 그 증거는… 나의 몸에 남아 있다. 검흔(劍痕)으로!"
천월방은 여전히 오기를 버리지 않았다.
검흔(劍痕)!
어떠한 검이든 그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 발검이며, 출수하는 방식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검흔을 남기는데…

 뇌왕천의 검법은 유달리 특이했다.
그것은 검에 닿았던 자리가 붉게 그을린다는 것이었다.
"증거? 훗훗… 나를 승복시킬 증거가 있느냐?"
뇌옥린도 당당하기는 매일반이었다.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은 상이하면서도 비슷한 데가 있었다.

 그것은 지극히 고집스럽고, 자신에 차 있다는 것이었다.
"증거는…!"
천월방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왜 이리 얼굴을 붉히는 것일까?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깜박깜박거렸다.
잠시의 침묵이 지난 후,

그녀는 입술을 아주 모질게 깨물며 뇌옥린을 쏘아봤다.
"증거는… 나의 몸에 남아 있다! 나의 가슴에!"
천월방은 악쓰듯 말한 다음, 돌연 옷가슴을 길게 찢어 냈다.
찌이이익－!
옷자락이 찢어지는 동시에 젖가리개도 풀려졌다.
아아, 너무나도 흰 가슴.
그리고 투실투실 살이 오른 육봉(肉峯) 두 개가 외부로 돌출이 된다.
포도알을 하나씩 얹고 있는 봉긋한 앞가슴.
그 어떤 사내도 구경하지 못했던 천하제일의 가슴에는 긴 검흔이 남아 있었다.
화젓가락으로 그은 듯한 화흔(火痕),

그것은 왼쪽 젖가슴 아래쪽에서부터 시작이 되어,

 오른쪽 젖가슴 위쪽으로 비스듬히 이어져 나아가고 있었다.
"뇌왕의 자객이 이렇게 했다!"
천월방은 울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사내 앞에서 가슴을 연 것이다.
명예를 위해, 백도계를 위해 그녀는 정조마저 버린 것이다.
뇌옥린은 그녀의 대담함에 저으기 감탄하는 눈치였다.

그의 눈빛은 유심하고 흐릿하게 변화해 갔다.
"유감이군!"
"유감이라니? 그럼 그대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 그럼?"
"낭자는 철저히 속았다. 그것은 뇌왕류(雷王流)의 흔적이 아니라, 

 열화살마검(熱火煞魔劍)의 흔적이다!"
"열… 열화살마검?"
"바로 그들의 수법 중 하나이다."
"그들이라니?"
"대혈마성(大血魔城)!"
뇌옥린의 눈빛과 어조는 아주 차가웠다.
대혈마성, 그들은 아직 마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들은 뇌왕천과 싸움을 시작했을  뿐이지,

 여타한 강호 방파와는 충돌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데 천월방의 가슴에 남아 있는 수법이 바로 대혈마성의 것이라니?
"믿… 믿지 못한다!"
천월방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고.
"뇌왕류에 당했다면 아마 낭자의 가슴은 갈라졌을 것이다.

 만에 하나,  낭자가 금강불괴라서 살아남았다면…

 검흔은 아주 예리하게 남았을  것이고 그 자국은 지극히  선명했을 것이다.
하나 낭자의 가슴을 망친 검초는 뇌왕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뇌왕류와는 거리가 먼 마도검법 열화살마검이었다.

그러하기에 흔적이 거칠고, 자국이 방만하게 퍼져 나간 것이다!"
"네… 네가 누구기에 그리도 자세히 해명할 수 있느냐? 네가 누구이기에…?"
천월방의 얼굴은 점점 희어졌다.
그녀가 치를 떨며 고개를 반짝 쳐들 때.
"훗훗… 말할 자격은 조금 있는 사람이지!"
"자… 자격이 있다고?"
"내 입으로라면 뇌왕천을 비웃을 수 있으되

, 타인이 내  앞에서 뇌왕천을 비웃는 것만은 절대 용납하지 못할 사람이다!"
뇌옥린은 야릇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쳐들었다.
순간, 흰 손이 흔들리며 허공에 뇌전류(雷電流)가 일어났다.
보라! 한 줄기 번개가 일대의 삼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콰르르르릉－!
우레치는 소리와 함께 일대는 화끈한 열화에 휘어감겼다.
그리고 삼림 앞의 거암(巨岩)에는 깊은 화흔(火痕)이 새기어졌다.
뇌옥린은 순간적으로 수식을 발휘해 거암을 반으로 끊어 버린 것이다.
천월방은 호흡을 정지시켰다.
"바로… 바로… 뇌왕류! 으으, 그곳 사람이군?"
그녀는 격하게 소리쳤고, 돌연 입술 사이에서 피화살을 뿜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내가 어리석었다. 바보같이 또 다른 세력에게 속고 말았다. 바보같이…'
그녀는 너무나도 큰 허탈감을 느끼며 나뒹굴었다.
이제껏 그녀를 지탱케 한 것은 강인한 육체가 아니었다. 

 그녀는 뇌왕천에 대한 복수심으로 몸을 지탱해 왔다.
기실 그녀는 백도의 전통적 명숙들에게는 이단자(異端者)로 불리고 있고,

완고한 세력의 주축인 소림(少林)에서는 패륜녀로 낙인이 찍힌 상태였다.
그녀는 마고성을 화약으로 깨뜨리면서까지 백도를 일으키려 했다.

 한데, 모든 것은 대혈마성의 간교한 술책에 불과했던 것이다.
풍운동맹이란 대혈마성이 백도를 집어삼키기 위한

 허수아비  방파에 지나지 않았으며,

 천월방은 묘묘에게 속은 나머지 풍운십천회의 거의 모든 것을

 풍운동맹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를 쓰러뜨리는 것은 그러한 사연이었다.
뇌옥린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구할 방도가 거의 없다!"
그는 천월방의 여린 손목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의술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맥(脈)을 짚다가 천월방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악금예 이상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다.

 특히, 지금 아파하는 표정은 묘한 매혹을 던져 주고 있었다.
"구할 방법은 단 하나인데… 그것은 이 여인이 허락하지  않을 방법이다.

그 방법은 부부지간에만 쓰는 희생술이다!"
뇌옥란은 묘한 갈등에 사로잡혔다.
'여자란 알수록 사람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군.

 악금예  역시 간간이 생각이 나서 나를 번잡하게 하더니,

 이 여인은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나를 당혹하게 하는군.'
천월방을 구할 방법이 무엇이기에 뇌옥린은 인상을 찡그리는 것일까?
"좋아. 훗날 어찌 되더라도 일단은 구하자. 이 여인이 누구이건,

 내가 의술을 아는 사람으로 이 여인이 죽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천월방의 축 늘어진 몸을 안고 훌훌 날아올랐다.
스으으읏－!
그는 꼬리 없는 혜성(彗星)이 되어 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져 갔다.

천월방의 몸은 매우 기이하게 달아올랐다.
몸이 활활 불살라지는 듯이 뜨거워지다가는 돌연 차가워지고,

그러다가는 다시 숯불 덩어리처럼 뜨거워졌다.
"하아아악… 몸이 탄다!"
천월방은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를 냈고, 얼굴 가득 땀방울을 맺는다.
떨어져 가는 한 송이 꽃.
중원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세의 미인 천월방은

뇌옥린의 품안에서 쓰러져 가고 있었다.
뇌옥린은 안개의 바다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 삼백 년 간  누구의 발길도 허락치 않았던 절대의 금지도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는 두 가지 뜻에서 마고성 영역 안으로 들어섰다.
첫째, 일대의 진세는 타인을 가로막는다.

둘째, 천월방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힘이 이 근처에 모이게 되면

뇌옥린이 하고자 하는 일이 쉬워진다.
절대지문을 열고 나온 뇌옥린이다.
무공으로는 하지 못할 일이 없는 그였는데…

 지금은 꽤나 깊은 번뇌에 사로잡혔다.
"내공으로 추궁과혈(追宮過穴) 해도 소용이 없다.

으음,  이러한 상세를 치유하는 것은 기실 없다"
그의 미간에도 땀방울이 매달려 있다.
쓰으으… 쓰으으…!
검은 안개가 이리저리 몰리고 있다.
"하아아… 하아아…!"
천월방은 끊어질 듯 가는 숨소리를 계속 흘렸다.
여인이란 매우 미묘한 존재이다.

강할 때에는 사내의 역감(逆感)을  사지만,

약하디 약할 때에는 그 어떠한 철석간장이라도 녹이게 된다.
비지땀을 흘리고 죽어 가는 천월방.

 그녀는 풍운십천회의 여종사도 아니고,

 풍운동맹의 마수에 말려들어 뇌왕천에게 위해가 되는 여인도 아니었다.
그녀는 죽어 가는 여인에 불과했다.
"하늘이여, 이 여인을 안는 것을 용서해 주오."
뇌옥린은 눈길을 허공에 집어던졌다.
그는 착잡한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이 여인이 죽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소이다.

이 여인이 강호의 율법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내가 배운 의술이란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 될 것이오!"
뇌옥린은 그렇게 말하며 천월방을 내려다봤다.
차갑고 표독스러워 보이던 천월방이나,

지금은 아름답고 동정심을 일으킬 정도로 유약해 보였다.
"하여간… 여자란 마물(魔物)이다. 나를 번뇌케 하니까!"
뇌옥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여인을 구하는 길은 오직  하나,

 나의 몸에서 태양진기를 뿜어  내어 이 여인의 신체를 뜨겁게 하는 것이다.

 일반 수법을 쓰면 이 여인의 몸은 재가 된다.

 결국 나는 음양이기(陰陽二氣)를 양의대법(兩意大法)으로 동시에 불어넣어

 이 여인을 살려야 한다.'
뇌옥린은 하나의 대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십 인의 절대자가 남긴 진경 가운데 하나인 절대독경(絶代毒經).

그 안에는 마교 수법을 능가하는 구명술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뇌옥린은 그 가운데 하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천지화합활혼대법(天地和合活魂大法).
음양이기를 하나로 합하는 가운데, 혼백을 되살리는 비법이다.
남자는 동정이어야 하고, 여인은 순음지기를 잃지 않는 처녀지신이어야 한다.

 그 방법은  일생을 통하여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가 없다.
"이 여인이 사내에게 안긴 바 있는 여인이라면,

 천지화합활혼대법에도 막론하고 죽으리라!"
뇌옥린은 조용히 천월방의 옷에 손을 댔다.
그의 손길은 가늘게 떨렸다.
"이 여인이 순음지체를 지니고 있다면… 살게 된다!"
뚝－!
뇌옥린의 손가락 끝에 옷고름이 걸려 떨어지고, 옷자락이 활짝 벗겨졌다.
아아, 너무나도 희고 뽀얀 살결.
검흔(劍痕)이 길게 그어져 있다고는 하나,

천월방의 가슴은 설원마냥 사람의 눈을 화려하게 했다.
뇌옥린은 조급한 마음에 옷을 벗겨 나갔으며,

 어느 순간 요요(妖妖)한 기운을 흘리는 뇌쇄적인 몸뚱이를 보고는

 숨을 멈추고 말았다.
흠 하나 없는 백옥의 여신상처럼 미끄러운 몸뚱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여신은 정녕 고혹스러웠다.
목련화처럼 희고 화사하며, 대리석마냥 차갑고 미끄럽다.
끊어질 듯 가는 허리 아래 풍만한 둔부의 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땀에 뒤덮인 허벅지에서는 폐부를 녹일 듯한 체향(體香)이 일어나고,

해초가 흔들리는 듯한 비소에는 묘한 영원의 늪이 머문다.
물가의 수선화(水仙花)처럼,

화살에 맞은 암사슴처럼 여인 천월방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스릇…!
뇌옥린은 마지막 옷자락 하나마저 벗기어 내렸다.
눈을 쏘는 듯한 나신,

 실오라기 하나 걸쳐지지 않은 나신에는 완전한 미학(美學)이 있다.
그런데…
"나… 나를… 나를… 어쩌자는 것이냐?"
천월방은 다 죽어 가다가는 자신의 피부로 찬바람이 다가섬을 느끼고

불현듯 의식을 되찾았다.
"나를 범하려는 것이냐? 으으, 차라리… 자결하겠다!"
천월방은 소리를 쳤고.
"기운을 내라. 그것이 좋다. 하여간 나는 너를 살려야만  한다.

 네가 쓰러진 책임이 내게 있으니까!
"아… 악마!"
천월방은 악을 쓴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기이하게 흐트러졌다.
'꿈이다. 저런 사내를 보게 되다니…?'
천월방은 문득 가슴이 마비되어 버림을 느꼈다.
봉두난발이 바람에 흩어지며 너무나도 준미로운 얼굴이 완전히 나타났다.
그 얼굴은 모든 여인에게는 꿈 속의 낭군이 될 만한 얼굴이고,

 그의 표정은 모든 사람이 친구로 삼고 싶은 그러한 정감을 갖고 있는 표정이었다.
일순.
"이것은… 환상이야. 모두…!"
천월방은 중얼거리며 스르르 의식을 잃었다.

 그냥 놓아 둔다면 차  한 잔이 식을 시간 안에 죽고 만다.
뇌옥린은 천천히 옷을 벗었다.
"미안하오.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을. 그러나 살아야 하오. 백도를 위해서라도!"
뇌옥린은 천월방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두 사람의 몸은 밀착이 되고,

 뇌옥린은 쌍수에서 각기 다른 진기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태양진기에 의해 뜨겁게 달아올랐고,

 왼손은 빙백진기(氷魄眞氣)에 의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아아… 아아… 더워!"
천월방은 사지를 허우적거린다.
미끄러운 피부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가슴의 골짜기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져 내린다.
화살에 맞은 사슴마냥 그녀의 사지는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뇌옥린은 이미 바람(風)이었다.
그는 여인의 골짜기를 누비고 다니는 뜨거운 바람이고,

 어떤 때에는 여인의 대지를 얼려 버리는 차가운 바람이 되었다.
활(弓)로, 비파(琵琶)로 천월방의 몸은 휘어지기 시작한다.
극렬한 기운은 그녀의 몸 안 독기를 녹이기 시작했고,

 차가운 기운은 그녀의 하단전으로 스미어들며 그녀의 몸이 불타 버리는 것을 가로막았다.
뜨겁게 뜨겁게…
그리고 어떤 때에는 얼려 버릴 듯이 차갑게…
천월방은 이제 숨도 쉴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뇌옥린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기 때문이었다.
뇌옥린은 숨결로 가공할 진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지금 천월방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뇌옥린의 진기를 흩트리는 존재일 뿐이었다.

천월방이 여자로 느껴진 시기는,

그녀를  다 구했다고 여기는 바로 그  순간 다가선 하나의 손 때문이었다.
천월방은 아직도 꿈결을 해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몸뚱이는 너무도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그녀는 저도 모르게 뇌옥린의 목에 팔을 걸고 있었다.
아교처럼 매달리기 시작하는 천월방, 그녀는 일순 너무나도 깊은 늪지로 화했다.
산(山)을 빨아들이고, 용(龍)의 몸뚱이를 집어삼키며,

하늘(天)마저 삼키어 버리는 거대한 늪지.
그녀는 끓어오르는 유황의 늪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활처럼 휘어지는 여체.
그리고 깊이 침잠해 들어가는 남신.
뇌옥린이 아니라 한 명의 청년,

  그리고 천월방이 아니라 한 명의  여인으로 둘은 시작하고 있었다.
뇌옥린은 불의 순간을 여러 번 거쳤다.
격하게 피어 오르는 열정은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렸다. 

욕망마저 제압하는 뇌왕천의 수업이라 하더라도,

 인간 본연의 욕망만은 지워 버릴 수 없었다.

"그대를… 죽일 테야!"
천월방은 뇌옥린의 품안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하나 그녀의 표정은 원한에 가득 찬 표정이라기보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강한 사내에 대한 경악과 전율이 점철이 된 표정이었다.
뇌옥린은 약간 묘한 표정이었다.
"강하다면 나를 죽일 수 있지.

 하나, 마음대로 말을 하면 안 돼. 이제부터는!"
"뭐라고?"
"귀찮기는 하나, 너는 나의 여자가 되었다.

 그러한 이상, 요조숙녀처럼 행동해야 한다!"
"내… 내가 너의 여인이라고?

색마(色魔)! 나의  몸을 훔쳤다고 나를 영원히 너의 여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냐?"
천월방은 악을 쓴다.
하나, 동공에 드리워지는 사내의 얼굴은 자꾸만 그녀를 떨리게 했다.
그녀가 소녀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그런  남자의 얼굴.

그 얼굴이 지금  그녀를 훔치고 있지 않는가?
"함부로 욕을 하면 좋지 않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뒷거리의 여자… 취급을 받게 된다!"
뇌옥린은 태연자약했다.
사실 그는 천월방이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자결할까  두려운 나머지,

 고의적으로 이러한 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여간, 둘은 그 어떤 사내와 여자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란 미묘한 것으로,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도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있다.
어떠한 남자도 눈 아래로 보았던 미녀 천월방은 언제부터인가 영혼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 사람이 정녕 뇌왕천 사람이란 말인가?'
천월방은 일어나는 뇌옥린을 올려다본다.
그녀는 뇌옥린의 말에 순응하게 된 듯,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굴복한 것이 아니라, 빨려든 것이었다.
마치 운명처럼, 강호제일화(江湖第一花)라고 불리던 천월방은

 뇌옥린의 여인이 되고 만 것이다.
"입어! 벗고 있는 모습이 보기는 좋으나, 당분간 무공을 쓰지 못하는 처지로

 찬바람을  쏘이다가는 병이 다시 든다!"
뇌옥린을 겉옷을 천월방의 배 위에 던졌다.
"무… 무정한 자!"
천월방은 미묘한 격동 가운데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악금예와 비슷한 데가 많은 여인이었다.
꺾이기 싫어하는 듯 보이나,

 사실 그녀는 자신을 안아 줄 한 사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영원히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한 이상의 남자,

 그는 너무나도  멋없는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은 완전한 기쁨이 되는 일이었다.
뇌옥린은 천월방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화하자, 일단 안심했다.
'자결하지는 않겠군. 하긴… 무림의 여인들은 강하니까.'
뇌옥린은 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누워 있는 천월방을 바라본다.
두 사람의 시선은 처음으로 격정적으로 부딪쳤다.
누가 먼저 웃는 것일까? 남녀는 거의 동시에 웃음을 입가에 지었다.
천월방은 곧 웃음을 거두고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실없이 웃어 보여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가 될 사내에게

속을 엿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이…
"얼마나 많은 여자를 홀렸지?"
"후후… 많지 않아!"
"그럼 여자가 있긴 있군?"
"물론 있지. 한 스물(二十)은 된다!"
"피이, 거짓말!"
천월방은 혀를 낼름 내밀었다. 그러한 모습은 성숙하다기보다 앳되어 보였다.
"여자 다룰 줄도 모르는 남자가 여자가 그리 많다고 거짓말을 하다니…!"
"그것을 어찌 알지?"
"그 정도는 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나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사내를 고르는 법을 말해 주셨다.

 사내에게 유혹당하지 않는 법과 좋은 사내를 고르는 법 등등…!"
"나는 어떤 사내라고 여기느냐?"
"호호… 너는 이단자다."
"이단자?"
"나를 안은 이상, 이제 전 백도의 적이 될 것이다. 

 그것은 나도 어쩔 수 없다

. 사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나를 여신(女神)처럼 떠받들지.

 내 성격이  고집스러워진 이유도,

모든 사람이 나의 외모만 보고 나의 내심을 알아주지 않은 탓이다!"
천월방은 명랑하게 말하다가 기이하게 수심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아스라한 눈빛을 뇌옥린에게 던졌다.
"한데, 정녕 뇌왕천주의 조카입니까?"
그녀는 처음으로 온순한 어조로 말했다.
"거짓은 모르지! 나란 놈은…"
"아, 그럼 그의 후계자입니까?"
"아니야. 그곳에서는 가질 것이 없는 빈털터리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이지요?"
"낭자 말대로 이단자라는 말이지

. 아마…  나란 사람에 대해 알려면 꽤  오래 겪어 봐야 할 것이오!"
뇌옥린은 이제 차갑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연인(戀人)이란 눈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숨결로도 뜻이 통하고, 표정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읽게 된다.
하여간 둘은 묘하게도 하나로 옭아매어져 버렸다.
그리고 천월방은 뇌옥린이 백도의 숙적이 되리라 예상하는지,

 몹시 슬픈 기색을 지었다.
일대에는 안개가 짙게 번지어 있다.
뇌옥린은 천월방과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안개 속으로 우뚝 솟아오른  고색창연한 마고성(魔古城)을 보고 있었다.
'아아, 나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 무정검이 나를 끌었듯이, 저 성도 나를 부르고 있다.'
뇌옥린은 기이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천월방은 듣지 못할 묘한 울부짖음 소리

, 그 소리는 운명의 부르짖음처럼 덮쳐 들고 있었다.
일순, 뇌옥린은 천월방을 바라봤다

. 그의 눈에선 맑고 부드러우나 매우 강한 빛이  떠오르고 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소, 월방!"
"무… 무엇인지요?"
"나를 위해… 목놓아 울어 주시오!"
"예?"
"월방을 흠모하여 추종하는 십천회의 구대화(九大花)이자

 백도인들이  다 듣게끔 울어 주시오. 그들이 이 근처로 모이게끔!"
"어… 어이해?"
"하여간 그렇게 해 주시오.

나는 저  안에 다녀오겠으니, 그 사이 이곳에서 나를  위해 울어 주기나 하시오!"
스으으…!
뇌옥린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지 않고 위로 떠올랐다.
그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사라졌고,

 천월방은 불현듯 가슴이  텅 비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토해 냈다.
"이것이 꿈이라면… 깨지 말기를…!"
그녀는 위대한 무림고수가 아니라, 아주 작고 섬세한 한 명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애틋한 여심의 소유자.

 그녀는 뇌옥린을 삼켜 버린 안개의 바다를 바라보며

 야속한 눈빛을 흘릴 뿐이었다.

계  속

재미없는 무협도 아닌데 어째 반응이 시원찮습니다

응응이 없어서 그런가..?

카페--좋은벗약초나라

//

   

[메아리]

옥수무정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느게
즐독중 입니다. 오늘은 이만
내일또 달리고~~~

[독불장군111]

즐감입니다 감사합니다

[석종화]

즐거이 잘봅니다, 감사

즐독! 늘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즐감요.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ㅈㄷ

감사합니다

dmd
응 응 해줘요

잘봤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참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잘보고갑니다

재밋네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방랑자

^*^

잘보고갑니다

즐감 합니다

[이윤희]

즐감윤.

[알토란]

즐감요,~~

[십분만]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