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루스>
진한 몽골향이 어디서나 난다. 그것도 이주 서민적인 유목민의 냄새가. 음식 풍미의 진한 향과 함께 넘치도록 푸진 음식의 양에서도 몽골 냄새가 난다. 양이 많으니 주문할 때 유의해야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한 음식여행, 원어민 탐방을 할 수 있다. 그것도 패키지 아닌 자유여행으로 말이다.
1. 식당대강
상호 ; 잘루스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44길 12, 뉴금호타운3층
전화 : 02-2277-5418
주요음식 : 몽골 음식
2.먹은날 : 2023.6.20.저녁
먹은음식 : 우유만두차 소 6,000원, 칼국수볶음 9,000원, 군만두 개당 2,000원, 우유죽(타락죽) 7,000원
3.맛보기
오래오래 전에 방문했던 내몽고 냄새를 불러온다. 통으로 먹었던 양고기 그 냄새가 어디서도 난다. 그냥 러시아 음식 샤슬릭을 먹을 때와는 딴판이다. 양꼬치구이 샤슬릭은 그냥 한정된 냄새만 맡았다면, 이번에는 양고기 파티를 벌이는 기분이다.
낯선 분은 진한 몽고냄새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몽골인 삶의 냄새로 보여 싫지 않다. 고려조에서 느낀 몽고 냄새도 이러했을까. 그때 들여온 순대 등 소 부속물 음식은 우리 음식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일부 냄새는 사실 우리 냄새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냄새가 그리 거부감 들지 않는지도 모른다.
2006년 한국에 들어온 몽골인 바알마 씨가 연 식당이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음식맛만 몽골 드대로가 아니라 가격도 그대로다. 시중 한국음식보다 저렴한 가격 비율이 말이다. 그래선지 식당 안은 몽골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 한국 속의 제대로된 몽골 식당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국내서 하는 몽골음식여행이 가능하다. 더구나 몽골타운 안에 있는 식당이다. 몽골타운 사람들이 음식맛을 몽골로 그대로 잡아두는 일등 공신인 것이다.
타락죽. 조선조 가장 호사스러운 음식 중의 하나다. 궁중에서나 먹었던 별식, 이제 이렇게 저렴한 값으로 푸지게 맛본다. 우유쌀죽이다. 건포도를 넣었다. 단맛이 느껴진다. 간식으로도 좋을 거 같다. 쌀죽은 시간이 좀 지나자 우유맛이 진하게 배여 들면서 더 농축된 맛으로 다가온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한 끼가 될 듯하다. 브런치로 먹으면 효용성 최고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駝酪粥. 우리는 쌀을 갈아 끓이는데, 여기서는 통으로 넣었다. 임금도 특별한 때나 먹었다는 귀한 보양식 駝酪粥, 이제 이처럼 저렴하게 아무때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음식 국적 가려가며 말이다. 조선왕조실록 영조 29년조에는 다섯 주발의 타락죽을 위하여 열여덟마리의 송아지가 젖을 굶게 하는 것은 인정(어진 정치)이 아니라 하였다. 영조 46년조에는 타락죽을 정지하게 하고, 어미소도 송아지와 함께 놓아주어 농사에 쓰게 하였다. 영조가 성군으로 추앙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임금도 먹기 부담스러웠으나, 이제는 젖소가 충분하여 우유가 남아도니 부채감 없이 駝酪粥을 즐길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좋은 시대를 산다.
駝酪粥의 駝는 낙타를 말하지만 낙타와는 무관하다. 말린우유라는 몽골말 '토라크'를 음차하여 駝酪이다.(나무 위키) 돌궐 말인 토락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최남선, 조선상식문답 :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 재인용) 돌궐과 몽고는 국가 존속 시기에 차이를 보이나 문화적으로는 가까운 관계이다. 언어도 서로 다른 계통이나 많은 접촉을 통해 단어와 문법의 공통성을 보이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토라크'가 몽골말이라고도 돌궐말이라고도 하는데 결국 같은 어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군만두. 속은 온통 양고기다. 겉은 바삭거리면서 안은 촉촉해서 식감도 맛도 그만이다. 양고기 부담스러운 사람도 먹기 부담이 없는 음식이다. 와서 하나만 먹겠다면 이 메뉴를 추천한다. 양도 2,3개면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칼국수볶음. 나머지 음식은 모두 부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 음식이 좀 부담스러웠다. 양고기냄새가 진한 편이어서 편하지 않았다. 면도 쫄깃하고 식감은 나쁘지 않았는데. ㅜㅜ
만두우유차. 우유 맛만이 아닌 곰탕 맛도 함께 해서 국물은 이삼중으로 진하다. 우유곰탕 만두, 만두는 속으로 양고기가 들어 있다. 양고기 가득한 만두가 우유곰탕과 어울렸다. 국물에는 양고기도 저민 것이 가득이다. 퍽퍽한 터벅살이 아닌, 식감 제대로 내는 콜라겐 섞인 살이 가득이다. 사치스러운 음식이다. 맛도 그만큼 사치스럽다. 양고기 덕에 몽골풍미까지 진하니 앉아서 하는 세계음식 여행의 일미가 된다.
만두우유차라고 해서 차라고 생각했더니 본격적인 만두국이다. 이거 한 그릇만으로도 충분히 요기가 된다.
손님은 태반이 몽골인같은 분위기. 바로 옆자리는 중국인 남자가 앉았다. 큰소리로 전화를 오래 하더니 밥먹을 때도 일행과 그만한 크기의 목소리를 말한다. 원래 말을 크게 하는 사람인가보다. 중국인들도 내몽고 덕에 몽고음식이 익숙하다. 내몽고에도 태반이 한족이니 말이다.
북경 중앙민족대학 앞 골목은 각종 소수민족 식당이 즐비하다. 대학가인만치 저렴한 식당이 대부분이다. 운남음식, 신장음식 등이 특별했던 기억이 난다. 몽골음식은 왠지 한국음식과 가까운 거 같아서 기왕이면 문화적 거리가 먼 식당을 가보자 했더니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었다.
그러다 내몽고에 가니 온통 양고기 투성이였다. 양고기 수육에 양고기국에 우유차에 등등, 통째로 양을 잡았는지 몽고집 파오는 온통 양고기 냄새, 그 냄새가 여기 오니 그대로 느껴진다. 한족들에게도 그렇게 익숙한 음식으로 여겨질 것이다. 큰소리 대화가 옆자리 사람은 불편해도 몽골음식을 대하는 편한 자세가 느껴진다.
이제 한국 사람들도 몽골음식이 편안해질 것이다. 사실 고려 때는 무더기로 들어오지 않았던가. 고려는 불교국가여서 채식만 고집하다가 몽골 통치로 접어들면서 육식을 다시 하게 되어 음식이 다양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순대도, 타락죽도 함께 들어왔다.
이미 우리 음식 속의 한줄기 몽골 진원의 음식, 이제 다시 수평으로 만난다. 몽골은 몽골 원형의 변화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수용하며 변모한 음식이 만나 어디서 접점을 찾는지 두고 볼 일이다.
4. 먹은 후
몽골타운 구경
이 식당 건물 금호타운이 바로 몽골타운의 실체다. 지도에도 몽골타운을 이 식당 건물로 표기하고 있다. 식당으로 오르는 엘레베이터 옆 게시판은 온통 몽골문자 홍보물 투성이다. 계단 안내 홍보물 또한 그렇다. 근처 중앙아시아식당이 문을 열고, 몽골 휴대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유학생들도 근로자들도 모여들어 타운을 이루었다. 안산 다문화거리 조성과 완전 다른 방식으로 조성된 곳이다.
근처에 다른 몽골식당도 많다. 나란 HAPAH 식당 등도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의 중앙아시아 식당들도 많이 있다.
몽골타운 실체를 알고 나니 이 식당이 왜 싸고 맛있는지 알것 같다. 이곳은 전적으로 몽골인들을 위한 식당인 것이다. 금호타운은 오피스텔, 이들이 세들어 살면서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맛과 값이 몽골 수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는 이런 곳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외국인 유입이 계속되고, 출산율 저하가 이어지면 말이다. 이렇게 문화가 더욱 풍성해지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을 잡아갈 것이다.
2) 몽골타운 주변
3) 11번 입구 커피숍
동대문 거리 구경
#몽골식당 #몽골타운 #동대문역맛집 #몽골음식 #몽골음식맛집 #잘루스 #타락죽 #동대문저렴식당 #몽골만두 #몽골양고기
첫댓글 남양주 몽골문화원은 여러 번 가 보았지만 이곳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자세하게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한 번 가 보고 싶습니다.
볶음국수는 양 냄새와 몽고 풍미가 강해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다 좋습니다. 특히 군만두는 일품입니다. 꼭 한번 가보실 것을 권합니다. 앉아서 하는 세계여행입니다. 댓글로 생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