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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동화 이야기.
미야자키 하야오가 동화 50 개를 골라 짧은 소감을 덧붙였다.
후편은 자신의 동화 읽기와 영화에 관해, 인터뷰 한 것이었는데 편집자가 잘 엮어주었기 때문에 미야자키 감독이 쓴 글처럼 보인다. 말이 문장으로 바뀔 때 편집자의 능력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낀다. 아울러 편안한 문장이 되었기 때문에, 다 읽고 나면 미야자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다.
그의 여러 영화들이 어릴 때 읽고 가슴 속에 두었던 동화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알고 놀랍고 기뻤다.
내가 읽은 동화는 빈약하고, 아들에게는 강제로 읽히는 바람에, 동화를 자신의 인생의 보물로 간직하도록 하는 것에는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P 141.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
효과를 보려고 책을 건넨다는 발상은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은 읽지 않습니다. 부모가 열심히 읽으면 아이가 읽지 않는다거나 오빠가 열심히 읽으면 여동생이 읽지 않거나 합니다.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책만 읽는 아이는 일종의 외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놀면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으니까요.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은 생각하지 말기로 합시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 "역시 이것" 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사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도 한다.
-P145
최근 20년 동안 일본에서는 경제 이야기만 해왔습니다. 마치 터질 만큼 물이 가득한 풍선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상과 게임과 소비에 빠져들면서, 개를 키우고 건강과 연금 걱저으로 하고 조바심을 내면서, 결국 경제 이야기만 했습니다. 불안만은 착착 부풀어 올라 스무살 젊은이와 예순 살 늙은이가 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의 바람이란 상쾌한 바람이 아닙니다. 무섭고 요란하게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죽음을 안고 독을 품은 바람입니다. 인생을 뿌리째 뽑으려는 바람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들 안에 싹트는 값싼 니힐리즘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니힐리즘에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깊은 니힐리즘은 생명의 근원에 대한 물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만, 값싼 니힐리즘은 게으름의 변명이기도 합니다.
-중략-
자포자기한 데카당스나 니힐리즘이나 향락주의는 한층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살벌해지겠지요. 한편 절망의 깊이도 전보다 더 사무치고요. 역사가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는 만드는 것 이상을 소비하는 이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해지기도 하겠지요. 전쟁마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전세계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습니다.
거대한 변동능력이 농락당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마음가짐은 무너지지 말자 다짐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이 책 중에 김소운의 책도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설화를 모아 엮은 것이라 함, 일본어판으로 출판은 1953년도)
파를 심는 사람- 전래동화
아주 먼 옛날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살았다
사람이 소로 보였기 때문이다..아버지고 아들이고 서로를 몰라보는 사람들은상대방이 소로 보일때 때려잡아 먹곤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들판에서 푸른 풀을 먹었다. 매운 맛이 났지만 먹을만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사람들이 어떤 사람 하나를 소라고 하며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렸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그 사람은 그 푸른 풀을 먹으면 사람이 제대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종자를 키워서 그 푸른 풀로 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풀이 크게 자라자 기뻐하며 사람들을 불러모아 말했다.
'이 풀을 먹으면 사람이 제대로 사람으로 보입니다. 우리끼리 잡아먹을 일은 없어요 '
그러나 그 소리는 음메 음메 외치는 소의 소리로 들렸고, 사람들은 그 사람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그 밭의 푸른 풀도 양식으로 같이 먹었다. 그것을 먹자마자 사람들은 서로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되고 그 이후는 사람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 푸른 풀은 파라고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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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그가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었던 하이디에 대한 소개도 나왔는데, 그 책의 일본어판이 궁금하다. 이번 여행의 한쪽은 서점에 들르는 것으로, 서점에서는 <하이디>를 찾아보자고 생각한다.
p50 (<하이디>에 관한 메모)
- 어쩌면 당신이 태어나기 훨씬 전일지도 모르는 우리가 아직 젊던 시절, 이 책을 원작으로 텔레비젼 애니메이션 52편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를 이끈 이는 한 젊은 연출가였지요. 물론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그 사람이, 유명한 것치고는 그다지 널리 읽히지 않던 원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애니매이션보다 원작을 책으로 읽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반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품은 좀 다릅니다. 보고 읽으며 비교해 보세요. 우리 작업이 꽤 괜찮았다고,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