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의 말
운우 최정숙
가을이다
쉬는 날 없이 달렸다
과부하로 머리 지끈거려도
휴가도 없이 견뎌냈다
지금부터 휴직이다.
에어컨 나타날 때 떨었다
용도 폐기되지 않고
내 자리 간수해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기상천외한
친구들의 장기자랑
시시각각 세상이 변하니
방심하면 큰일 난다
엄마의 요강
운우 최정숙
노인께 요강 버리라
말 하지 마라
코로나 환자되니
딸이 주는 선물
요강
누구나 늙으면
구만리 같은 화장실
모두 잠든 새벽
분주한 아침
든든한 해결사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파트니
요강 버리란 말 한 지
얼마 후 천국 가신 친정어머니
유품 정리하며
울먹이는 바보
당당하게
보란 듯 웃고 있던
엄마의 요강
이별
운우 최정숙
아파트 뒷마당
풀숲에 던져진
알로에와 군자란
의지하며 죽지말자
천신만고 끝에
누운 채 뿌리 내리며 있었네요
지나가던 행인
또 뽑아서 말라갈 때
죽을까 봐 무서웠는데
3시간 기차 타고 와
예쁜 화분에 앉으니
눈 내리기 전 죽기는 면했네요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어릴 적에는 귀한 신분이었어요
서로 의지하던 군자란
누가 데려가서 얼지 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치지 말고 달려서
꽃대 올리게 해달라고
테라스 창 너머 별들 보며 기도하는 밤이에요
점심시간
운우 최정숙
코로나19 견디고
안심하려는 틈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모한 땅따먹기로
치솟는 물가
내리막 치기 선수 된
코스피 코스닥
민생보다 밥그릇 싸움
더 열심인 정치판
어릴 적 집안 어른들
손들 모아놓고
겨울 밤 화롯불 앞에서
효도 예절 학문 언행일치
옛날이야기 재미있었다
그렇게 사는 게
복 받고 잘 사는 줄 알았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점심값 치솟았다
멸치조림
뼈해장국이라도 먹자
그래도 뼈대있는
가문이라는데...
손톱을 깎으며
운우 최정숙
다 쓰고 휙 던지니
작다고 깔보지 마라
작은 고추 맵다는 말 모르니?
덩치 작고 힘 없어
모두 깔 봐도
맡은 일 깔끔히 잘했다
너는 일등 해봤니?
작다고 무시하는 동안
조용히 땀 흘려 국위선양
누구나 알아주는
쓰리 쎄븐
제일 많이 팔리는
손톱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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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문학20집 회원원고
보령문학20집 최정숙 원고올립니다(선풍기의 말 외 시 4편)
운우 최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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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13:5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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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아직 핸드폰에서 한글 파일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그냥 포스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