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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야망(野望)의 좌절(挫折)
대황원(大荒原)이었다.
휘이잉!
싸늘한 삭풍이 대지를 휩쓸고,
생기없는 황야는 먼지만을 내뿜으며 사위를 회색의 공간으로 차단시켰다.
한 뿌리의 풀잎조차 보이지 않는 완벽한 죽음의 세계.
<천황대평야(天荒大平野)>
하늘마저 내버린.
그리하여 한 점의 생기조차 있을 수 없는 죽음의 대지가 바로 그곳이었다.
평소에도 철새조차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척박한 무생물의 세계였던 것이다.
콰우우우웅!
미친 듯한 돌개바람이 대황원 전체를 휘감으며 회색의 대지를 뒤덮는다.
츠츠츠츠!
그 사이로 폭발해 오르는
저 미증유의 절대패력도(絶代覇力道)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것은 그대로 하늘이라도 부서 버릴 듯 막강한 살기를 내재하고 있었다.
이 심상치 않은 기운은 무엇인가?
백 년을 인적(人跡)이 끊겼던 천황대평야였다.
그곳엔 지금 엄청난 수효의 인물들이 도열해 있었다.
무려 사천 명에 달하는 인물들…
츠츠츠츠!
고오오오!
그들은 한결같이 막대한 패력을 폭출시키고 있었다.
일인(一人) 하나라도 능히 군단과 맞먹을 정도의 고수자들이
이런 곳에 모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내는 죽음같은 정적이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사천 명에 달하는 인물들은 사방으로 나뉘어
질서정연히 도열해 있었다.
하늘조차 음울한 회색(灰色)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아래의 천항대평야의 북단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묵인군단(墨人軍團)!
전신에 걸쳐진 검은 묵포는 한결같이 거대한 묵인들의 체구를
더욱 크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최하 일 장은 됨직한 거구를 지닌 거인군(巨人軍)의 손에는
보기에도 육중한 중병기(重兵器)가 비껴쥐어져 있었다.
최하 일천 근은 됨직한 거도(巨刀)에 묵철의 육중한 철도끼(鐵斧)였다.
아울러,
츠츠츠!
그들에게서 풍겨지는 기도는 그대로 땅거죽을 뜯어 버릴 듯 굉렬한 패기였다.
묵철거인군단(墨鐵巨人軍團)!
그들의 신위는 곧이라도 폭발할 듯한 굉천뢰를 보는 듯했다.
그에 반(反)하여, 천황대평야의 남단은 지극히 조용했다.
죽음의 세계(死界)를 보는 듯했다.
인적 끊긴 아침의 안개와도 같이 일천 명의 백색인간(白色人間)들은
정적(靜寂)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하얀 백의에 백색의 건(巾)으로 긴 장발을 질끈 동여맨 그들의 손에는
백금강철로 제련된 백색 검이 예리한 검기를 발산시키고 있었다.
쩌쩌쩌… 쩌르르르!
일천 자루의 백색 검은
그대로 곧이라도 내쳐질 듯한 뇌성을 발하며 떨고 있다.
그런 백색검수(白色劒手)들의 좌측,
휘류류류류!
피의 해일인가?
거대한 혈우(血雨)가 내려앉은 듯
혈무를 내뿜으며 본체를 감추고 있는 혈령인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것은 피의 내음(血香)뿐이었다
. 범인(凡人)이라면 닿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파열되어 즉사해 버릴 정도로
막대한 혈강폭류를 내뿜는 그 위용은 가히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천황대평야의 서단(西端),
츠츠츠츠…!
휘리리리릭!
일천 개에 달하는 그림자들은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와도 같았다.
검은 흑영(黑影)들은 야천(夜天)을 가르는 비조(飛鳥)인 듯
날렵하고 육중한 붕조(鵬鳥)와도 같은 잠력을 내재한 인물들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흡사 묵풍의 무리가 모여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조중제왕(鳥中帝王)인 묵붕(墨鵬)의 신위를 내뿜고 있는
일천비영(一千飛影)들에게서도
심상치 않은 암류(暗流)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츠츠츠츠츠!
파파파파팟!
가공할 살기였다.
실로 태산이라도 그대로 붕괴시켜 버릴 듯
거창한 기도가 네 부류의 인물들에게서 폭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십자진형(十字陣形)을 이룬 채
오직 한 명의 인영을 에워싸고 있었다.
화르르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결을 타고 휘날리는 긴 수발(首髮)은
그것은 기이하게도 불타오르는 듯한 노을(血霞)과도 같은
적발(赤髮)이었다.
적발의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얼굴은
놀랍게도 여인의 옥용이 자리해 있는 것이 아닌가?
초생달같이 그윽하게 휘어져 있는 적미(赤眉)에
봉황의 그것인 양 미려한 봉목(鳳目).
거기에, 미답의 설원(雪原)을 보듯 새하얀 피부는 어떤가?
백학의 유려함을 보는 듯한 우아한 목의 곡선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폭발하려는가?
묵빛의 철갑주 속에 감춰진 저 거대한 육봉(肉峯)은
말 그대로 살의 덩어리였다.
그것은 지상에서 가장 강한 철강인
묵철금강모(墨鐵金剛母)로 제련된 갑주를 뚫어 버릴 듯
팽팽하게 솟아 있었다.
그 아래로 급격히 조여지는 허리는 그대로 한 줌의 세류요였고,
만월을 보듯 풍염한 둔부의 곡선조차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여인의 옷차림은 선정적이기조차 한 것이었다.
철갑주로 온 몸을 둘렀으되,
최대한의 운신 폭을 넓히려
그녀는 자신의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정도로
철갑주를 제련한 것이었다.
팔목에서부터 전신을 발목까지 육중한 철갑주로 두른 여인이었다.
파라락!
그녀의 교구는 한 장의 철릭(鐵翼)으로 반쯤은 가리워져 있었다.
뿐인가?
머리에는 역시 같은 묵철의 투구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었다.
신체구조는 분명히 여인이었다.
허나, 천황대평야에 있는 사천 명에 달하는 고수자들 중
그녀를 여인의 눈으로 보는 자는 단 일 인도 없었다.
보라!
츠으으으…!
여인의 몸에서 폭출되는 저 극강의 무적기도였다.
좌중이 이렇게 죽음같은 정적 속에 파묻혀 있는 이유는
바로 여인의 몸에서 폭출해 오르는
저 미증유의 철혈패력도에 짓눌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천 명의 절대고수들의 기(氣)를 단신으로 짓밟고 있는 이 여인이
어찌 인간일 수 있겠는가?
이십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여인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도저히 아니었다.
천년(千年)의 풍상(風霜)을 겪어 내려온 천년거목(千年巨木)이랄까?
그대로 폭발해 천지를 불덩이로 뒤덮어
열화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활화산(活火山)이랄까?
그도 아니라면,
수천, 수만 개의 벽력(霹靂)이 일어 대지를 폭멸시키기 직전의 굉렬함이랄까?
여인은 그런 기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 흡사, 전설에 나오는 전쟁의 여신과도 같았다.
쩌쩡!
여인의 봉목에서는 낙뢰(落雷)같은 섬광(閃光)이 일었다.
그런 시선으로 그녀는 오연히 사위를 쓸어보고 있었다.
무려 칠 척에 달하는 체구를 지니고, 묵철갑주로 싸여 있는 여인의 목젖은
그대로 힘이 폭발하려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오른손!
파라락!
일 장에 달하는 철봉(鐵棒)에 삼척(三尺)은 됨직한 기폭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것은 철사(鐵絲)로 짜여진 철번(鐵幡)이었다.
<무적철혈(無敵鐵血).>
기폭에는 그런 글자가 핏빛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철탑인 듯 오연히 좌중을 돌아보던 여인은 문득, 입술을 열었다.
"오라! 군림야망을 품은 불나방들아!"
목소리는 잔잔했다.
우르르르릉!
그렇지만 그 음성에 실린 힘은 천황대평야 일대를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일 마장 밖,
"으음! 철혈전후(鐵血戰后)! 천 년의 바람같구나."
침음성을 흘리는 인물은 키가 일 장 하고도 삼 척이 더 올라간 초거인이었다.
전신은 묵포로 걸쳐져 있고,
그의 거대한 우수에는 그 자신만큼이나 거대한 철부가 움켜쥐어져 있었다.
능히, 겉모습만으로도 산악을 굽어볼 절대종사의 기도를 지닌 인물이었다.
쩌르르르…!
일순, 그의 전신에 시퍼런 뇌기가 일었다. 그것은 뇌정(雷霆)의 기운이었다.
"천년풍! 저 벽을 넘지 못하는 한 대륙군림의 야망은 뜬구름이다!"
꽈악!
그는 피가 흐르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
부우웅!
그는 수중의 철부를 휘돌려 천중(天中)으로 세웠다.
그 순간, 다른 세 곳에서도 비슷한 행동들이 일고 있었다.
백색검인(白色劒人)!
흡사, 대학사를 보듯 온화한 인상의 백의중년인이었다.
허나, 이 순간 그의 시선은 보검과도 같은 예기(銳氣)를 발산시키고 있었다.
눈빛만으로도 이미 극상승의 검예를 떨친 초극검인임을 한 눈에 알수 있었다.
이윽고,
스르릉…!
스릉!
그의 양 손이 자신의 양 허리로 가며 검을 잡았다.
쌍검(雙劒)에서 새하얀 은빛이 찬란하게 뻗어올랐다.
이어,
쩌어엉!
그는 두 자루 백색쌍검을 교차시켰다.
십자검형(十字劒形)이라는 검세는
검도(劍道)를 추구하는 무도자들에겐 꿈의 동경이었다.
검도의 초극경지라는 십자천검예(十字天劒藝)의 기수식을
이 인물은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깨야만 한다! 천년풍! 저것을 깨야만 군림의 야망을 피울 수 있다!)
츠츠츠…!
그의 눈에서는 더욱 섬뜩한 예기가 폭출되고,
그에 비례하여 그의 십자쌍검에는 필생의 공력이 집중되고 있었다.
혈령인(血靈人),
휘류류류!
형체도 보이지 않은 채 핏빛의 안개 속에 가리워져 있는 신비혈인인
그의 혈안(血眼)으로도 어떤 굳은 결심의 빛이 어리고 있었다.
(천년풍! 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오늘뿐이다.
일 대 일이라면 승산은 전무(全無)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제외한 삼류(三流)를 힐끗 돌아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황금과 여인제국이 빠진 것이 아쉬우나
대륙육합천패 중 넷의 합공이라면 무너지리라!)
그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년풍! 본좌가 아무리 빨라도 바람엔 뒤졌다!
허나, 그 강풍(强風)은 오늘부턴 미풍(微風)으로 바뀌리라!)
스스스!
아지랑이같이 일렁이는 유령 같은 인영(人影)은
지상에서 가장 빠른 인물이었다.
일컬어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우는 위인이었다.
그런 그의 동공 깊숙한 곳은 원한의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
(대륙의 수호신이라 자처하는 천 년의 힘!
저 미풍보다 부드럽고, 폭풍보다 더욱 강대한 천년풍!
이 기회에 부서야 한다!)
츠파팟!
작렬하는 안광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었다.
진정한 천붕왕(天鵬王)이라면 치졸하다 여길 질투 섞인 눈빛…
(불나방들! 대륙무림을 군림하려는 자는
천 년의 바람을 잠재우지 않고는 불가능함을 천하에 천명하리라!)
쩌쩡!
여인은 벽력같은 뇌광(雷光)을 발하며 수중의 철번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츠츠츠츠!
쿠쿠쿠쿠…!
사천명(四千名)에 달하는 절대고수자들이
일시에 폭발시키는 가공할 패력이 활화산이 폭발하듯 요동쳤다.
그리고…
"묵붕천비파(墨鵬天飛破)!"
쐐액!
한줄기 묵영이 빛살과도 같이 대기를 갈랐다.
천공(天空)에서 먹이를 쫓아 폭사해 내려오는 비붕(飛鵬)이랄까?
그뿐이 아니었다.
그 뒤로 도열해 있던 일천조인(一千鳥人)이 일시에 쇄도해 들고 있었던 것이다.
쐐애액!
일대장관(一大壯觀)이었다.
일천 마리의 붕조가 날카로운 부리를 들이밀며
대지를 뚫어 버릴 듯 맹렬한 공세를 떨친다.
그 뒤를 이어,
"뇌정파천황(雷霆破天荒)!"
일 장 삼 척의 초거한의 입에서 벽력같은 뇌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부우웅!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철부가 대기를 쪼겠다.
순간,
꽈꽝!
하늘이 유리와도 같이 박살났다.
번쩍!
빛(光)!
눈으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뇌전광이 섬렬하게 그어지고 있었다.
쩌쩌쩌쩡!
수천, 수만 줄기의 낙뢰가 한꺼번에 터지는 듯했다.
사위는 온통 유성(流星)의 빛줄기로 휘황하게 떠올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천년풍! 부숴져라! 십자천멸폭(十字天滅暴)!"
백색검인의 쌍수가 기묘하게 엇갈리고…
파츠츠츠!
천장을 솟구쳐 오르는 십자검형강!
콰우우우우!
그것은 맹렬하게 휘돌며 대기를 산산조각으로 으깨며 진격해 들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무적의 일천검호군(一千劒豪軍)!
파츠츠츠!
위이이잉!
천라(天羅)--하늘을 뒤덮었다.
지망(地網)--대지를 갈가리 쪼갠다.
일천검호군이 전개시키는 천라검망기류는 사위를 물샐 틈없이 에워싸며 조여들었다.
"천년풍! 무너져랏! 혈광파천참(血光破天斬)!"
한 검의 온기조차 찾을 수 없는 섬뜩한 살음이 대기를 찢어발겼다.
그와 동시,
번쩍!
혈광은 모든 곡선을 배제한 채 오직 일직선으로 폭사되어 날아갔다.
쿠쿠쿠쿠쿠쿠!
피의 해일!
일천혈령인들은 막대한 혈강막으로 자신을 보호한 채 그대로 진군하고 있었다.
땅거죽이 뒤집혀 갈라지고, 대기가 공포(恐怖)에 질려 떨어울었다.
그렇지만…
"호호! 죽음보다 더한 패배의 치욕을 안겨 주리라!"
가소롭다는 듯 철혈의 여인은 미소짓고 있었다.
"비록 천년풍이 본녀의 대에서 단절될 지경이라 하지만 보여 주리라!"
파츠츳!
여인의 봉목에서는 무서운 광망이 폭출되고 있었다.
"대륙사천패! 다시는 야망의 불을 피우지 못하도록 해 주리라!"
꽈악!
여인은 깃봉을 움켜쥐며 서서히 자세를 취했다.
스윽!
무려 일 장에 달하는 철번이 천공으로 치켜올려지고 있었다.
파라라락!
거대한 기폭이 찢어질 듯 펄럭였다.
"무적철혈풍(無敵鐵血風)!"
여인은 철강번(鐵剛幡)을 보며 중얼거렸다.
<무적철혈풍.>
그것이 그 육중한 철강번의 이름인 듯했다.
한동안 그 철번을 바라보던 여인은 문득 눈길을 들어 올렸다.
쩌쩌쩡!
여인의 봉목에서 섬렬한 뇌전이 일백 장을 뻗어 올라가고…
부우우웅!
돈다(旋)!
무적철혈풍은 대기를 박살내며 서서히 휘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천 년이 바람을 막을 수 있는가? 일어나라! 불어라! 파멸시켜라! 무적철혈풍!"
여인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뇌룡의 울부짖음!
콰콰콰콰!
쿠쿠쿠…!
천지가 뒤집히는가?
바람(風)!
미풍처럼 온화했다가 그것은 이내 강풍으로 변한다.
파라라락락!
대강풍(大强風)으로 휘돌고…
쿠아아아아아!
쾅! 콰콰콰콰!
그것은 대폭풍으로 바뀌어 굉렬하게 폭출해 올랐다.
사막의 죽음의 모래바람이라는 용권풍(龍拳風)도…
대해의 저주폭풍(詛呪暴風)과 죽음의 소용돌이도…
지금 천황대평야를 강타하는 미증유의 겁풍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이었다.
콰아작!
검도최극강공(劒道最極强功)이 수수깡 부러지듯 박살났다.
퍼퍼퍼펑!
초거인군단의 뇌정벽강기(雷霆霹剛氣)가
고무공 터지듯 폭발해 버리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쿠우우우!
일천 장을 뒤덮으며 대지를 으깨 버리며 진군해 오던
혈령천인강막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흩날려갔다.
콰콰콰콰콰…!
바람을 부리며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우던 묵붕조인(墨鵬鳥人)들이
제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어찌 저 하늘마저 박살내 버릴
대폭풍강류를 피할 수 있겠는가?
돌개바람에 휘말린 낙엽과도 같이 일천조인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일만 장 허공으로 휘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어찌 이것을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펼쳐진 힘이라 할 수 있는가?
파멸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콰아앙!
콰르르르…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가 박살나 침몰되었다.
"크아악!"
"캐애액!"
그 속에서 인간의 힘이란 그저 비명을 내지르는 것뿐이었다.
바람(風)!
그 천 년을 응축된 대겁풍 속에서 인간의 육신은 분육되어 갈라졌고
그 영혼마저 갈가리 찢겨져 흩날려갔다.
그리고…
후두두둑!
피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회색의 하늘을 혈천으로 물들이며
혈우는 찢겨진 살조각을 우박으로 대신하며 떨구어졌다.
그 때였다.
돌연, 천지를 뒤흔드는 대철후(大鐵后)의 웅혼한 폭갈이 터져올랐다.
"대륙군림의 야망을 품은 자들이여!
천 년의 바람을 잠재우고서야 가능하리라!
철혈은 군림하지 않으나 감히 군림하려는 자는 천년풍에 찢겨 죽으리라!"
우우웅!
천지를 떨어울리는 엄청난 철혈후(鐵血吼)!
그리고,
쐐애액!
그 천 년의 바람을 휘몰며 하늘로 비상해 오르는 철영(鐵影)이 있었다.
철갑의 투구를 깊숙이 눌러쓴 채,
화르르르…!
긴 적발을 휘날리며 육중한 철갑의 속에서 폭발할 듯한 철혈염기를 폭출시키면서
여인은 끝없이 비상(飛翔)하고 있었다.
등천하는 뇌룡(雷龍)과도 같이…
휘이이잉!
천 년의 바람이 사라졌다.
천황대평야는 예의 삭풍만이 을씨년스럽게 불었다. 그와 함께 드러나는 광경.
아수라지옥도(阿修羅地獄圖)!
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뼈조각을 빻아서 가루로 만든 듯했다.
바위도, 죽은 고목덩이도…
그리고, 일각 전에도 살아 숨쉬었던 사천 명의 초극고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조리 가루가 되어 분골(粉骨)로 화해 있었던 것이다
. 흡사, 천황대평야 전체를 맷돌에 넣고 갈아 버린 듯한 참상이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천년풍!
그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가공하단 말인가?
그 때,
"크으! 이토록 강했는가?"
"크흐으! 이 정도였을 줄이야…"
파스스…!
분골(紛骨)로 뒤덮인 천황대평야의 일각이 들썩이며
허우적거리는 사 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미, 그들의 의복은 갈가리 찢겨져 너덜너덜해 있었으며
그들의 피부는 거미줄 같은 상흔(傷痕)에 핏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혈인(血人),
그나마도 보이는 인물들은 불과 몇몇이었다.
"크으! 나 뇌정마벽종이 이토록 허약했는가?"
피를 토하는 거한은 연신 몸을 비칠거리고 있었다. 한데, 이게 무슨 말인가?
--뇌정마벽종!
그 이름은 대륙무계(大陸武界)에서 여섯 하늘 중 하나의 지존명(至尊名)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가 이곳에 있다니…
또다른 음성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본좌 묵붕지존도 그것을 통감하는 중이오!"
날렵한 체구이나 능히 일각에 천리를 나는 대붕을 보는 듯
육중한 기도를 지니 흑의노인이었다
. 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묵붕지존!
역시, 뇌정마벽종과 함께 대륙의 여섯 하늘 중 일천의 종주인 자였다.
그렇다면 다른 이 인(二人)은?
--십자검황!
--신비혈령!
누가 이 사실을 믿겠는가?
대륙무계를 육분하고 있는 여섯 개의 대륙천--대륙육합천패!
그들 중 사대천존이 최정예 수하 일천씩을 이끌고 합공했던 것이다.
그 누가 있어 그들 사대천의 합세를 이토록 간단히 꺾어 버릴 수 있었는가?
"철혈전후! 능히… 우주오대초인의 경지를 넘어선…
초극무성인에 이른 초인지신(超人之神)의 여전사다."
휘르르르…!
약화되어 있으나 여전히 혈무에 가려져 있는 신비혈령은 침음성을 삼켰다.
철혈전후(鐵血戰后)!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천 년의 바람을 안고 다니는 전투의 여신.
과연, 그녀는 얼마만큼 강한가?
그녀의 신분이 무엇이기에
저 대륙의 여섯 하늘 중 사천을 초주검으로 몰아넣었단 말인가?
사 인은 넋이 나가 망연한 시선으로 사위를 돌아보았다.
초토화(焦土化)!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아니, 차라리 학살(虐殺)의 장(場)이라 부름이 옳을 것이다.
단 한 점의 완전한 것이라곤 찾을 수 없는 지옥의 그림(地獄圖)!
그 속에 사인은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
야망의 불길은 이미 사그러진 지 오래였다.
야망을 학살시켜 버린 천 년의 바람!
백년전(百年前)의 일이었다.
돌연, 대륙의 육합에서 일어나 삽시간에 대륙을 육분시켰던 대륙무계의 하늘들은
백 년의 시공 속에 힘을 키웠고,
바야흐로 그 넘쳐나는 잠력을 폭발시켜 대륙군림의 야망에 불타 있었다.
그러나, 좌절은 천외(天外)로부터 불어왔다.
그 미증유의 천년풍에 의해 그들은 삶의 의욕마저 앗겨야 했다.
--철혈전후!
--천년풍!
대륙이여 통곡(痛哭)하라!
여인에게 수호되고 있음에…
대륙이여 경복(敬服)하라!
천 년의 바람이 굳건히 지키고 있음을…
천년풍!
그 무적철혈풍의 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위대한 무적신화는…
<천문(天門)>
하늘의 문이라 불리우는 곳이 있었다.
그 이름은 천하에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세(勢)였다.
대륙천하에 그 이름을 아는 자는 결코 백(百)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중화대륙에서 한 가지 방면의 일가종주(一家宗主)로 군림하는
절대자들이기도 했다.
한데, 그런 그들이 천문의 이름 앞에 완벽한 경의(敬意)를 표하고 있었으니…
뉘라서 알랴?
그 내재된 고금절대의 신비와 잠재력을!
철저히 그 실체를 감추고 있는 구름 속의 용--천문(天門)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나 대륙천하를 움직이는 자들에겐
공포와 경외로 대변되는 대비세(大秘勢)가 바로 천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초유의 신비장막은 지상최고의 황역(皇域)에서 벌어지게 된다.
그 십팔만 리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는
당연히 중원혈(中原血)과 대륙혼(大陸魂)의 것이었다
. 허나, 그 대륙의 내면 속에는 공존하되 절대불가침의 절대율법 속에 있는
두 개의 세계가 있었다.
<대륙무도계(大陸武道界)>
<중원황천(中原皇天)>
중원의 황제(皇帝) 앞에서는 무림의 무인(武人)들일지라도 평범한 신민(臣民)이리라.
<자금성(紫金城)>.
천만 평 대지 위에 일천 개의 고루(高樓)와 일만 개의 거각(巨閣)이 자리해 있는
대륙제일의 성역이자 대명천자(大明天子)가 기거하는 천하권력의 집산지!
아는가?
자금성이 울리면 중원천하가 대지진을 일으킨다.
왕조가 바뀌고, 억겁의 시공이 흘러도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대하만큼이나
더욱 광휘로 더해가는 자금성!
한데, 그 하늘이 붕괴된다 해도 흔들리지 않을 절대성역에
표현할 수 없는 암울한 그림자가 내리덮여 있었다.
그 이유는…?
천자대전(天子大殿).
자금성 내에서도 최대의 금역(禁域)이었다.
그곳은 만상지존(萬象至尊)이 기거하는 곳이었다.
대낮이라 할지라도 천 겹의 매복과 일만 종의 살인관으로 방호된 철옹성이
그곳이었던 것이다.
한 인물,
묵묵히 야천을 올려보는 인물은 화려한 금관(金冠)에
그것만큼이나 휘황한 곤룡포를 두른
장중한 기도의 중년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도(氣道)는
결코 인위적(人爲的)인 것이 아니었다.
츠츠츠…!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저 육중한 제왕의 풍도는
결코 가지려고 해서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악(巨嶽)조차 그대로 아래로 굽어 볼
제왕지존의 힘을 중년인은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인물은 누군가?
--성조(成祖) 영락제(永樂帝)!
그렇다.
지상에 이런 유의 인간은 오직 그뿐이었다.
중원황천(中原皇天)의 만상지존이자
대명제국(大明帝國)의 제 삼대 천자(第三代天子)!
하늘 아래 그 누구도 그의 위에 있을 수 없었고,
그 자신의 머리에 오르려는 자라면 용서치 않는 철혈의 황제!
그는 정난(靖難)의 변(變)을 일으키어 어린 조카를 폐위시킨 후
스스로 대명천자의 위에 오른 철혈제왕이었다.
대명제국이 건국될 당시,
태조(太祖) 홍무제(洪武帝)를 보필하며
전장을 치달리며 용맹을 떨쳤던 용장(勇將)이었으며
역사에 성군(聖君)으로 길이 전해지는 대명제국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황제!
대원제국(大元帝國)의 잔당들을 친히 다섯 번이나 정벌하여
민심(民心)을 안정시켰던 철혈황제이기도 했다.
한데 지금의 그를 보면 웬지 음울한 기운이 뒤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무엇이 이 철혈황제를 번민케 만든단 말인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단지 그가 번민(煩悶)하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은 틀림없는 일이었다.
문득,
"으음! 이제껏 모든 적은 철저히 부숴왔건만…"
영락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식은 병든 노룡(老龍)의 한숨이었다.
예기(銳氣)를 잃어 버린 보검과도 같은…
"누군가? 감히 대명제국의 황권을 찬탈하려는 자가?"
이무슨 말인가?
반역(反逆)의 음모(陰謀)!
그것이 싹트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감히 대명황실을 전복시키고 중원황천의 막강권력을 취하려는
역천자가 있다는 말이었다.
대체, 그 누가 그런 엄청난 야망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처음엔 알지조차 못했었다! 호황천밀군(護皇天密軍)으로도…"
<호황천밀군>
말 그대로 대명황권(大明皇權)을 수호하는 비밀군세(秘密軍勢)였다.
홍무제 주원장이라는 인물은 최저(最低)에서 하늘(天)이 된 위인이었다.
하늘이 되려는 인물은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 있음을 아는가?
일장공성(一將功成) 만골고(萬骨高).
한 명의 장수가 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만인의 뼈가 쌓여야 하느니…
음모의 관문을 넘고, 배신의 강을 건너,
피와 죽음의 살진을 지나야 이룰 수 있는 하늘에의 길.
홍무제는 그런 모든 난관을 극복한 후에야 하늘이 될 수 있었다.
아울러, 그의 말년에 그는 대명의 천년군림을 원했고,
그것을 방해할 만한 모든 강적을 부술
비밀수호천황세(秘密守護天皇勢)를 탄생시켰던 것이었다.
그것이 호황천밀군이었다.
철저히 신비에 가려진 채 오직, 대명황제의 명령만으로 움직이는
대명제국의 수호천세(守護天勢).
그들의 주임무는 대명황권의 수호였고,
그것을 위태롭게 하는 자는 무조건의 척살을 감행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었다.
거의 무한대의 살인면책특권(殺人免責特權)을 지닌
공포의 학살자들이 바로 호항천밀군이었다.
영락제가 정난의 변을 스스럼없이 일으킨 것도
기실은 호황천밀군의 암중비호로 성공된 것이었다.
혜제(惠帝)!
그는 똑똑했으나 문치를 내세우는 유약한 군주였다.
그는 호황천밀군의 가공할 힘에 겁을 집어먹었고,
결국 그 힘을 약화시키려 했다.
허나, 호황천밀군은 그런 그의 낌새를 미리 알아차렸다.
당연한 순리이겠지만 때마침 정변을 일으킨 영락제의 손길에 따른 것이었다.
그 이후, 대명제국의 황권은 미증유적으로 강화되었다.
반대되는 적은 모조리 척살된 상태였던 것이었다.
한데 지금, 자금성 내에는 역모의 기운이 움트고 있었고,
그 발원지(發源地)는 호황천밀군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후후!"
빙그레…
영락제의 노안(老眼)에서 위엄이 사라지고
그 대신 한줄기 뜻모를 온화한 미소가 어리는 것이 아닌가?
"하후미린(夏厚美鱗)이라 했던가?
천세잠룡(千世潛龍)이라 불리는 천문의 숨은 용…"
영락제는 흐뭇한 신색으로 고개마저 끄덕이고 있었다.
천문의 숨은 용--천세잠룡 하후미린!
그가 누구이기에…?
"대충의 윤곽은 잡혔다!
건흥대원수(建興大元帥) 능비(凌飛)! 천학대선생(天學大先生) 우문현(于文賢)!
금릉왕(金陵王) 주천기(朱天奇)! 예조시랑(藝朝侍郞) 천기문(天奇文)…"
영락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름들과 아울러,
츠으으!
그의 눈에서 번뜩이는 안광엔 폭발할 듯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이 믿을 수 없는 현실!
건흥대원수 능비!
대명의 전병권을 장악하고 있는 신화적인 인물,
팔십만의 명친건흥군이 그의 일언에 죽고 산다.
천학대선생 우문현!
황사(皇師)로 칭송받는 대명 최고의 현자였다.
금릉왕 주천기!
그는 명(明)의 황족이었다.
영락제와는 달리 문(文)을 숭앙하는 숭문정책(崇文政策)의 숭배자였다.
전대황제인 혜제(惠帝)를 잊지 못하는 대명최후의 양심이라 불리우는 인물이었고,
영락제가 그를 친벌(親罰)치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유림(儒林)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현인(賢人)이었기에…
예조시랑 천기문!
비록, 그의 지위는 육부(六部) 중 중류급에 속해 있으나
누구도 그를 아래로 보지 못했다.
시(詩), 서(書), 금(琴), 화(畵), 기(碁)…
단 하나의 방면이라도 범인(凡人)이라면 극치를 이루기 위해선
일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었다.
한데, 이 인물은 그 모든 십천예기(十天藝技)를
극정까지 익힌 천하의 예사(喪師)였던 것이다.
아울러, 그는 영락제가 친히 국록(國祿)을 내려 모셔온 귀인이었으니…
한 명 한 명이 대명천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신(重臣)들이었다.
한데 그런 그들이 모반을 획책하고 있었다니 실로 하늘이 경악할 일이 아닌가?
"…!"
영락제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만일 그들이 합심하여 난을 일으켰다면 대명제국은 그대로 무너졌으리라!)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영락제는 그들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울러, 그런 기분이 느껴질수록
그는 한 명의 어린 용에게 무한한 경외지심을 느껴야 했다.
우주를 두 눈에 담고 있으며,
여인보다 더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를 들으면 능히 하늘을 알면서도 누구도 감히 범접치 못할
대자연의 풍도를 지닌 미소년에게…
(천문. 믿지 않았거늘 와호잠룡이 운집해 있는 곳이다.
설아와는 좋은 짝이 되리라!)
영락제의 입가에 맺힌 흐뭇한 미소는
훌륭한 사위감을 보는 장인(丈人)의 온화함이었다.
풍운(風雲)은 시작되었다.
대륙에서 가장 성스런 황역(皇域)은 한 마리의 용(龍)을 품에 안는다.
천세잠룡 하후미린이라는…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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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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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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