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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 아니었다.
세 지도자에게서 취합한 생필품과 려한이 필요로하는 물목을 가지고 종찬무도 네 선인과 조원 40명을 데리고, 흥안령을 넘었다.
그렇게해도 방목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부녀자와 열살 이상의 아이들도 남자 못지않은 일꾼인데다, 이웃들이 도왔기 때문이었다.
방목생활 한달 반이 되자 이 생활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겨우내 건초를 먹일때는 별 문제 없던것이, 여름의 싱싱한 풀을 마음껏 먹은 양, 염소, 말, 할것없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우유를 쏟아내니 그것 또한 걱정이었다.
우유라는 놈이 쉬이 상하는 생물이라놔서 식구들 아니 온 부족민들이 전부 배물리 먹고도, 먹는 양 이상을 버려야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려한 이 보고를 접하자 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하루는 단녀를 불러 이러이러한 것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이튿 날.
다 준비 되었다는 보고를 접한 려한은 전 부족민을 자신의 대형 빠오 앞 너른 공터에 불러 모았다. 거기에는 올라서서 연설할 수 있는 단까지 준비 되어있었다.
단에 오른 려한이 부족민들을 한차례 휘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의 빼곡한 시선이 집중되었다.
"내 우유가 많이 남아돈다는 얘기를 듣고 방법을 강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남는 우유를 가공처리 하여 좀 더 오래 보관하여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이 대로 행하셔서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려한 단을 내려와 한쪽에 마련된 아궁이 위의 가마솥으로 향했다.
가마솥에는 이미 팔 할 정도 부어진 우유가 장작에 의해 흰김을 내뿜고 있었다.
옆에서는 단녀에 의해 가르침을 받고있는 예비 호위대원 하나가 대형 나무주걱으로 그 우유가 눌지않도록 휘휘 젓고있었다.
"잘 보입니까?"
"안 보여요!"
"뒤에 분들은 안 보일테니 앞에 분들은 길을 터주시고, 뒷분들은 차례로 나와 구경하세요." 다시 단에 오른 려한이 지시를 하고는 뒤의 사람들까지 다 구경할 때 까지 기다렸다. 그런 후 다음 공정을 설명하는 식 이었다.
"이렇게 김이 나고 어는 정도 끓을때까지 불을 땐 다음, 여기 이 엉겅퀴 즙을 넣고 고루 다시 젓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아시겠지요?"
"네!"
"처음에 끓는데도 젓는 것은 타서 밑바닥에 늘어붙지 않도록 하기위함도 있고, 이 우유가 기름과 물로 되어있기 때문에 겉도는 것을 잘 섞어주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튼 여기에 이 엉겅퀴 즙을 넣는것은 이 우유가 서로 뭉치도록(응고) 하기 위함입니다. 하여튼 이 엉겅퀴 즙을 넣고도 한참 고루 저은 엉키기 시작하는 것들을 이 모판에 퍼붓습니다."
"보여주거라!"
려한의 지시에의해 다른 여타 호위대원들이 직사각형의 나무상자에 엉기기 시작하는 우유를 퍼부었다.
이 동토에도 엉겅퀴는 자라고 있었다.
온대 지방보다는 모든게 작고 볼품없었지만 모진 생명력은 잡초의 한자락으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이 엉겅퀴 즙 대신 서양에서는 무화과 나무즙을 대신 넣기도 한다.
"자, 다들 나와 또 구경하세요!"
잠시후.
"다 보셨조?"
"네!"
우유가 든 모판위에는 무명천에 씌어진 널판이 덮여지고, 그 위에는 큰 돌맹이가 얹혀져 지그시 누르며 수분을 제게하고 있었다.
이렇게해서 완전히 눌려 밀착된 고체가 생기니 곧 치즈였다.
이 치즈야말로 로마 군단의 핵심 전쟁물자로 원정에는 필수 불가결한 음식을, 려한이 미리 대비하여 만들게하고 비축캐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려한은 부락민들에게 완전히 치즈가 되어 그것을 잘라 시식캐하니,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은 발효가 안 되어 담백, 무덤덤한 맛 이었기 때문이었다.
려한 이들을 돌려보내고는 시범적으로 만든 이 치즈를 그래도 가장 보온과 난방이 잘 되는 자신의 빠오에 보관캐 했다.
지금이 최고의 더운 시기임에도 최고의 기온이라야 섭씨 25도 안밖으로 려한에게는 가을 날씨 이므로 참으로 쾌적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열흘 후.
각 세대에 발효된 치즈를 돌려 맛보게하니, 려한의 빠오 앞 공터에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부족민들이 운집하였다.
너도나도 우유를 든 나무통을 든 채였다.
문제는 또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큰 가마솥이 집집마다 있을리 없어, 자신들의 냄비솥에 해먹고(발효 되기전) 남는 우유를 가져오고, 치즈 더 달라는 아우성으로 몰려든 부족민들이었다.
려한 할수없이 이들을 수거키로 하고, 대신 소금으로 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자 종찬무가 생필품을 가득 실은 말과 함께 귀환하였다.
그 뿐만 아니었다. 다른 여타 부족 이백명 가량도 대동한 채 였다.
보나마나 여로에 강제로 끌고온 치들임에 분명하였지만, 려한 아무 말 않았다.
일부러라도 모으는 부족민인데 탓할 성질의 것이 못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이 생필품 속에는 무쇠 대형 가마솥 30개도 포함되어 있었다.
려한 일찍 수거되어 상한 우유는 아깝지만 버리고, 나머지 싱싱한 우유들로만 치즈를 대량으로 만들게 하였다.
여기에 동원된 인력은 또한 부족민들 이었다.
부족민 이라고 다 같은 부족민이 아니었다.
가축이 전혀 없거나, 몇 마리 안되는 부족민도 스무 가구는 되었다.
아니 이번 모은 부족민들까지 하니 삼십 가구 정도 되었다.
이들에게는 당분간 겨우내 말려 가공된 이리의 육포가 배급되었다.
여히튼 려한 이들의 남는 인력을 동원하여 치즈를 만들게하니 인력이 너무 남아돌고 가마솥도 반은 남아돌았다.
매일 매일 처리하니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려한 이를 위해 또 한 방법을 강구하니 두부제조 였다.
이 두부 만드는 공정이 치즈 만드는 방법과 대동소이 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불린 생콩을 맷돌에 넣고 갈아 작은 입자로 만드는 공정과, 응고제로 엉겅퀴 즙 대신 간수를 달리 넣으면 되니, 가르쳐주고 말 것도 없었다.
이 간수라는 것도 알고보면 해수(海水) 즉 바닷물인지라 소금 푼 물을 대신 넣으면 되니, 이를 예상코 맷돌까지 준비해오게한 려한으로서는 이제, 치즈 장사에 이어 두부 장사가 되었다. 공짜는 없었다.
그들의 여타 잉여물자를 받았던 것이다.
여하튼 이들의 식생활에 식물성 단백질이 너무 부족한지라, 이들의 건강과 신장을 키우는데, 앞으로 단단히 한몫 하리라.
이 외에도 려한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때로 도축된 양이나 소 말등의 잔해처분에 이르기까지 관여하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가축이든 위(胃)와 오줌보는 절대 못버리게 했다.
이들을 잘 씻어 응달에 말리면 전쟁시 훌륭한 수통 대용이었다.
이 외에도 여타 쓸모가 많은 것이 이것들 이었다.
내장과 피도 취하여 순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어 살뜰하게 식단으로 자리 잡았고, 가죽은 더더군다나 이를 것도 없었다.
족발까지 해먹는 판 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칠월이 가고 팔월이 왔다.
이제 여름이라야 이 한달 곧 월동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 와중에 연무쌍이 여타 부족민들을 휘몰아 왔다.
대거 오백여명을 이끌고 온 것이다.
기존의 식구와 동수로 이제 부족민들이 일천여 명(一千餘 名)으로 불어났다.
려한은 더욱 바빠졌다.
이들을 기존의 편성대로 100인 당 지도자 하나씩을 세우고 군편성도 다시 하였다.
15세에서 50세까지 만의 남자들을 모으니 370명이 되었다.
이들을 각각 백인대(百人隊) 셋을 만들어 300명을 취하고, 각 대장에는 우득무, 연무쌍, 종찬무를 임명하였다.
또한 여섯 선인들을 50인장 이라하여 10인대 5개를 거느리게 하는 동시에 각각 부 백인장에 임명 하였다.
각 십인장은 그중에서 무예가 가장 출중한 자를 골라 임명하였다.
또한 남은 여섯 선인들과 70명 에게도 임무가 부여되었다.
남은 70명은 특수한 재능을 지닌 자들로 미리 뽑아놓은 자들이었다.
선인들도 그 분야에 가장 가까운 재능을 가진 자들이 선발 되었다.
우선 숙신어는 물론 고구려어, 한어, 심지어 흉노어까지 구사할 수있는 자들은 별도로 뽑았다. 또한 장사 경험이 있는 자들도 별도로 뽑았다.
이들을 혼재하여 각각 10인씩 6개조를 만들어 그 조장에는 여섯 선인들을 각각의 조장으로 임명 하였다.
그리고는 명림려한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도록 자신의 예하에 두었다.
이들의 임무는 상단겸 세작(細作:간첩) 이었다.
려한은 이들에게 별도로 하루에 두 시진씩 매일 별도의 교육을 시켰다.
쉽게말해 간첩교육 이었다.
무예는 선인들이 지도했지만, 려한의 간첩교육은 매일 매일이 달랐다.
첫날 가르친 것은 문간(文間) 이라하여 문서를 이용한 간첩술.
이튿날은 우간(友間) 이라하여 친구를 이용한 간첩술.
셋째날은 내간(內間) 이라하여 내부인을 이용한 간첩술.
이런 식으로 교육을 시키는데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반간(反間):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간첩술.
여간(女間): 아군이나 적의 여자를 이용하는 간첩술.
서간(書間): 적의 편지를 이용하는 간첩술.
생간(生間): 살아돌아오게 하는 간첩.
사간(死間): 죽음을 무릅쓰는 간첩.
인간(因間): 그 마을 사람들을 활용하는 간첩술.
이 외에도 적의 측근을 이용한 환간(宦間), 유혹 수단을 활용하는 유간(誘間), 위협 수단을 활용하는 위간(威間), 이간(離間), 은간(恩間), 뇌간(賂間), ........
여타 등등 심지어는 어린이를 이용한 해간(孩間), 무당을 이용한 무간(巫間), 창작 가요를 이용하는 요간(謠間), 유언비어를 활용하는 언간(言間)에 이르기 까지 매일 매일의 교육 내용이 달랐으며, 인용하는 예화(例話)도 달랐다.
이렇게 두 달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떠나게 되고, 나머지 10인(15~20세)은 단녀에게 배속되어 추가 십인의 호위대가 되니 도합 20인의 호위대가 만들어 졌다.
려한은 이외에도 바쁜 생활로 한가한 틈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문득문득 두고온 우소가 보고팠다.
때로 전생의 미경과 우란의 생각도 스쳤다.
별이 총총한 밤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