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승 불교, 그 춤과 음악
금강승 불교의 여존(女尊) 또는 호법신장 중에는 '다키니'가 계시다. Dakini는 '하늘에서 춤추는 여신'(Sky Dancer) 또는 '하늘을 날아가는 여신'(Sky Walker)이라고도 부른다. 한자 표현으로는 '공행모(空行母)', 또는 공행모존(空行母尊)이라고도 한다.
이미 깨달음을 얻으신 여존의 에너지를 갖고 수행자들을 돕거나, 또는 아직 그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수행 도상(途上)의 다키니도 계신다. 그러나 외모의 특징 중의 하나는 야성적이며 힘에 넘치는 아름다운 춤이다. 이 춤은 위로는 깨달으신 분들에 대한 공양도 되며, 이때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아름다운 금강무(金剛舞) 여신이 된다.
소승 대승을 거친 불교의 완결적 단계, 금강승 불교 성중(聖衆)의 또 하나인 특징 중에는 춤에 더해 무예(武藝)가 있고, 잘 알려진 무기 중엔 어느 누구도 파괴하지 못하는 최강의 금강저(金剛杵, Vajra)다.
춤이나 무술은 사실 금강승 불교(밀교)의 3밀(三密) 가운데 하나인 몸의 비밀(身密), 금강신(金剛身)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자비상(慈悲相)의 손짓, 춤동작이 일단 분노상(忿怒相)을 띄우면 그것이 무술이 된다. 이 분노의 모습은 성난 파괴를 위한 분노가 아니라 상대의 무지와 잘못을 조복시키기 위한 자비의 또 다른 모습이다.
금강승 불교의 금강역사(金剛力士)들의 동작이 바로 그것이다. 중생을 돕는 불소행(佛所行)의 일부다. 달마대사에 의해 중국 불교에 전해진 소림사 권법이나 쿵푸도 사실은 금강승 불교의 '무드라(手印)'에서 기원했다. 동양무술의 대표적인 주먹쥐기 금강권(金剛拳)이 그 좋은 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전된 태껸은 무술이면서도, 예(禮)와 덕(德)을 갖추고 있어, 여간해서는 좀체로 상대방의 면상(面相)만은 손과 주먹으로 지르기를 피하고 있다. 태권도에서도 이 전통이 승계돼 경기규정에선 주먹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는 일은 삼간다.
이 손이 위로 펼쳐지면, 난폭한 코끼리도 손동작 하나로 제압한 부처님의 Fearless Mudra, 무외인(無畏印)이 된다. 그러나 이 손이 아래로 펴지면, 중생들의 염원(念願)과 기도에 보답해, 기원의 결과를 내려주시는 부처님의 Wish Granting Mudra, 여원인(輿願印)이다.
우리나라 금강승 불교는 신라를 침략해온 당(唐)의 대 해군을 동해에서 스스로 자멸(自滅)해 물러나게 한 명랑대사의 '무드라' 비법 일화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612년(영양왕 23) 고구려 살수를 넘어오는 수(隨)나라 대군을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뒤에서 도와준 일곱 분의 신묘한 금강승 밀교(密敎) 수행자들의 활약을 기리기 위하여 성 밖에 절을 짓고 칠불사(七佛寺)라 하였다고 동국여람승지에 기록돼있다.
사실, 노래나 음악도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 금강승 불교, 신인종(神印宗)의 전통은 이러한 춤과 음악의 대가들로 점철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떠난 누이의 명복을 빌며, 극락왕생(往生)을 도운 노래, '제망매가'(祭亡妹歌)가 그것이며, '도솔가(兜率歌)'를 지어 하늘의 재앙을 물리친 주인공 월명(月明)은 바로 금강승 불교신인종의 법사다.
중국 무협영화에 나오는 악기연주를 무기로 하는 장면들도 사실은 우리나라 월명법사가 대금(大笒)으로 연주해 소리로써 외적의 침입이나 자연의 재해를 극복한 화제의 연주곡 '만파식적(萬波息笛)'에서 빌려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