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졸업식 준비에 들어갑니다.
여행을 끝내고 온 것이 엊그제같은데 조금 여유를 부리다보니 어느새 졸업식 일정도 코앞입니다.
투표가 끝나 졸업식의 이름 '제2의 졸업식'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나은, 인서, 준아, 채린이만이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우진이는 수학경시대회가 코앞이라 준비하느냐 오지 못했고,
진주는 어제 병원에 간다더니 오늘 몸이 더 안좋나봅니다.
지율이는 아마 늦잠을 자서 못온것 같습니다.
원래 계획은 10시가 되자마자 도착한 친구들과 바로
던에이비씨 카페에 가서 장소대관이 가능한지를 여쭤보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12시부터 카페가 영업을 시작해 카페 문의는 모임시간을 끝내고 다같이 가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여행영상과, 졸업식의 의미가 담기도록 각자의 초등학교시절 과거 사진들을 담아 영상을 만드는건 어떠냐고 제안해
아이들이 여행중 찍었던 사진과, 어제 가져오라고 부탁했던 옛날 사진들 중 보여줄만 한 것들을 각자 고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얼마전에 다녀왔던 것이긴 하지만 다시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추억을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의 과거사진을 보며 지금도 어리고 귀엽지만 더 어릴때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활동을 하던중 11시쯤 채린이가 도착했습니다.
채린이는 미리 단톡에 목이 너무 아파서 말이 하기가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채린이가 쓰면 제가 읽을래요! 통역사 해줄게요!"
준아가 말합니다.
몸이 아픈데도 성실하게 회의에 참여하는 채린이도 대견하고, 그런 채린이를 망설이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준아도 참 대견합니다.
들어오면서 문간에서부터 인사를 핸드폰 전광판으로 합니다.
창의적인 발상 덕분에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목이 정말 많이 아픈지 손짓으로 대화를 시도하는데 정말 준아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통역해주어 신기했습니다.
오랜 친구들끼리는 통하는게 있나봅니다.
채린이까지 도착해, 조금 더 사진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고 난 후
저희가 어제 미리 구상했던 '제2의 졸업식' 식순과 필요한 역할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준아는 사회가 하고싶은데 혼자서는 좀 부담스럽다며 채린이를 꼬셔서 같이 사회를 보기로 했습니다.
우진이와 지율이는 여행에서 카메라 담당이었던 만큼 여행영상을 편집하는 편집담당,
인서는 간단한 샌드위치를 다함께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를 알아오고 요리를 주도하는 요리담당,
나은이는 먹거리를 세팅하고 카페의 의자와 테이블을 어떻게 놓을지 구상하는 세팅담당입니다.
담당이 정해지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각자 자신의 담당 역할 준비를 합니다.
특히 사회를 맡은 준아와 채린이는 벌써 개회사를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진행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대사들을 생각해서 대본을 만듭니다.
아직 둘이서 어떤 파트를 얘기할지, 이런 상세한 것은 짜지 않았지만 초안은 대충 나온 것 같습니다.
요리는 어떻게할지, 장보기는 언제할지 이런저런 세부사항들을 같이 얘기하다가 12시가 되어
자리를 정리하고 서둘러 던에이비씨 카페로 향했습니다.
1시부터 과외가 있어 먼저 집에 가야 하는 준아를 보내고, 나은,인서,채린, 그리고 저와 유리쌤이 던에이비씨 카페 앞에 도착했습니다.
"카페 사장님께 우리 졸업식 얘기 누가 여쭤볼까?" 하고 묻자
아이들이 우물쭈물 합니다.
"저희는 아직 초등학생인걸요! 쌤들이 하셔야하는거 아니예요?"
나은이가 자신이 없는지 저희가 대신 부탁해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다고, 너희가 다 하는 졸업식이니까 물어보는것도 너희가 직접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니 자기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합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나은이는 아까 자신없어하던 것과는 달리 성큼성큼 카페 문을 엽니다.
"저희가 초등학교 6학년들이라 여기서 졸업식을 진행하고 싶은데요, 17일날 카페 대관이 가능할까요?"
카운터 앞에서 망설임 없이 얘기하는 나은이입니다.
평소에 조용한 편이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 있으면 용감하게 해내는 나은이.
오늘 나은이의 또다른 면을 본 것 같았고, 혼자서도 잘 해 역시 내가 해주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던에이비씨 사장님은 대관은 조금 어려울것같다고 하셔서 큰 소득없이 카페를 나와야 했습니다.
혹시 먼저 물어보았던 나은이가 속상해할까,
"괜찮아? 그래도 더 좋은 곳 빌릴 수 있을거야! 용기내서 물어봐줘서 고마워"
하고 말을 건냈습니다.
"괜찮아요~ 거절당하는게 한두번도 아니고"
쿨하게 나은이가 답합니다.
거절 많이 당해봤어? 묻자 별 대답이 없는걸 보니 진짜 거절에 익숙해서 한 말은 아닌가봅니다.
제가 신경쓰는걸 생각해서 해준 말인것같아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저번에 수료식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어 믿고있던 던에이비씨에서 거절을 당하자,
어떤 카페를 들러야할지 대안을 생각해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막막해졌습니다.
그때 인서가 지나다니다 봤다며 한 카페를 추천해줍니다.
빌라를 개조해서 만든 '로드트립'이라는 아기자기한 카페였습니다.
같이 가서 사장님께 대관이 가능한지를 여쭈었더니, 다행히도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아이들 점심때가 늦어질까 먼저 아이들을 보내고 저와 유리쌤 둘이서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했고,
사장님이 카페의 간단한 투어도 시켜주셨습니다.
카페도 참 예뻤고 신림동 토박이라는 사장님이 미국에서 오랜 타지생활을 하다가 돌아와서 차리신 카페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카페가 주택을 개조한 것이라 아무래도 가벽이 많아 20~30명의 인원이 함께 영상을 시청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협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되었습니다.
강감찬에 돌아와서 별쌤께 오늘 한 활동들을 보고드렸습니다.
별쌤께서도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장소가 협소해 활동이 어려울것 같다며 다른 카페들도 알아볼 것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찾아본 카페가 아니어서 아쉽긴 했지만, 별쌤이 추천해주신 카페들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4시에 강감찬에서 신림동으로 가 카페에 방문해서 여쭤보려고 했지만,
과장님께서 미리 전화해보고 가기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조언에 따라 커피지오, 읍천리 382, 디저트문 세 곳에 문의전화를 드렸습니다.
커피지오에서 저희가 원했던 시간인 17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대관이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고,
원래 계획했던 샌드위치를 만들어와 먹는 것도 괜찮다고 하셔서 정말 넓으면서도 저희 조건에 딱 맞는 곳을 대관할 수 있었습니다.
별쌤이 통장님들과 방문했던 곳이라고, 가장 추천해주셨던 곳인데 역시 카페에서도 이를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덕분에 더 수월하게 빌릴 수 있었지 않을까요?
인사의 중요성, 지역사회의 연결성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아직 졸업식까지 준비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할 다른 문제들도 많지만
가장 중요했던 공간이 확정되어 한시름 놓았습니다.
지율이가 단톡에 연락이 없고, 어제 오늘 둘 다 참석하지 않아 혹시 무슨일이 있나 싶어 따로 전화를 해봤습니다.
전화를 받자 수줍은 목소리로 사실 알람을 맞춰놨는데 못들어서 못갔다고 대답합니다.
지율이는 1:1로 만날때 특히 귀여운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있을때는 조금 틱틱거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전화를 걸거나 해서 1:1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모습이 평소의 모습과 달라 더 귀엽습니다.
또 지율이가 영상편집을 하다가 영상을 다 날려 혹시 낙담하거나 하기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는데,
모임에 나오지 않아도 어떻게든 영상을 긁어모아 편집을 하는 중인지
"정확히 어떤식으로 편집을 하면 돼요? 원본영상이 적어서 짧게 나오고 뚝뚝 끊길수도 있을것 같아요..."
"단톡에 아이들 과거사진 얘기도 있던데 그것도 같이 넣어서 영상 만들어야돼요?"
"언제까지 영상을 완성하면 될까요?"
영상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냅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관심없는척을 할 때도 있지만 활동에 있어서 사실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간단하게 영상을 어떤 방향으로 편집해줬으면 좋겠는지 설명해주고, 내일은 꼭 오겠다는 약속으로 전화를 마쳤습니다.
지율이가 만들어 올 영상이 기대되기도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내일은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더 많이 회의에 참석해, 졸업식 준비가 잘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