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울릉도독도식물탐사’, ‘울릉도독도식물도감’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2003년도 야생화 공부에 처음 입문하면서 야생화와 함께해 온 세월이 16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요. 강산이 한번 하고 반이 더 변했습니다. 매일 다니던 나지막한 길가의 나무는 어느덧 16년의 세월 속에 하늘을 가릴 정도로 키가 커져 있었고, 40대 초반에 앳된(?) 모습으로 입문했는데 어느덧 50대 후반으로 주름살만 늘었습니다.
울릉도독도식물탐사는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탐사 기간만 14년째 횟수로는 60회가 넘었습니다. 횟수는 많았지만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탐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세명고등학교 SMSE(3학년 권나현, 김광민, 김하람, 우승연, 윤정인, 이예지, 이재훈, 이희은, 전현진, 현나진/2학년 김나영, 김민진, 김송원, 신효경, 여민혁, 염혜원, 이다은, 장보희, 지호영, 최유진/1학년 강수민, 김세빈, 김장현, 박시연, 양윤서, 이서영, 이석권, 전유진, 최정우, 홍서연)동아리 학생들과는 2015년 1회, 2017년 2회, 2018년 2회를 포함해서 총 다섯 번이나 학생들과 울릉도 독도의 식물상을 탐사했습니다. 식물탐사 5회 중 4번은 독도에 내릴 수 있었고, 4번 모두 동도 정상까지 올라가서 독도의 식물상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자락이었습니다. 뱃멀미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아 출근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아련한 추억이었습니다.
최근 6년간 본교에서 SMSE(세명과학탐사)와 SM Volunteer 두 동아리 학생들을 지도해 왔습니다. 위 두 동아리에 관심과 사랑을 담아 보았습니다. 관심이 키우고 사랑이 발전시키더군요. SMSE는 2017년 전국 과학동아리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담았습니다.
SM Volunteer는 포항의 대표봉사동아리로 거듭났습니다.
나리분지 원시림 숲속은 계절마다 새로운 꽃으로 뒤덮어 황홀경을 자아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꽃들의 향연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됩니다. “아! 네가 큰두루미꽃이구나, 너는 윤판나물아재비네.” 계절마다 우점종을 만들어내는 꽃들로 나리분지는 분주합니다. 키큰나무인 너도밤나무는 들어갈 때마다 열매만 보고 꽃을 보지 못해 애를 태웠습니다. 2017년도에는 너도밤나무 꽃을 보려고 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여러 번 들어갔지만 너도밤나무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해 울릉도의 모든 너도밤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2018년 봄에는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들어갔는데 이번엔 비가 심통을 부리네요. 온몸을 비로 적시면서 너도밤나무에게 다가가니 애처롭다며 아름드리 예쁜 꽃을 보여줍니다. 관심과 그리움이 이렇게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최근 울릉도는 사동항이 개발되고 일주도로 개통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귀화식물 유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더군요. 과거에는 볼 수도 없었고 기록에도 없던 귀화식물이 일주도로를 따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결과로 귀결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서양금혼초, 서양벌노랑이도 울릉도에 살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너무 괄시하는 것은 아닌가요?
처음 울릉도독도 식물탐사를 시작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배표를 구하는 것도 매번 신경이 쓰였지요. 탐사 초창기에는 대아그룹 황인찬 회장님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기에 탐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릉도독도 식물탐사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본교 전 황현교 교장, 박정웅 교장, 서선우 행정실장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관심을 가져주신 동료 직원들도 많았습니다. SMSE동아리의 울릉도독도 식물탐사와 책 출판에 필요한 예산은 포항시와 경북교육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후포의 JH Ferry호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군요. 더불어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선플라워호 최태열선장, 고재덕선생님과도 탐사 길에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요. 또한 야생화에 입문한 것은 인디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봄과 가을 두 번씩 전국 정모는 전국의 인디칸들을 볼 수 있는 즐거운 탐사 길이었습니다. 전국의 인디칸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영남인디칸들과의 탐사활동은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이병윤과장, 임채은박사)과 한반도식물연구회(회장 이진동) 멤버들도 있네요. 한반도식물연구회 멤버들과는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식물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디카의 어른이신 월류봉 이상옥(전 서울대 영문학)교수님, 노인봉 이익섭(전 서울대 국문학)교수님, 함께 길을 가는 한국숲해설가 경북협회도 있군요. 늘 함께 하는 늘푸른마음회도 있습니다. 울릉도에 가면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나리분지 산마을식당의 넉넉한 인심도 잊을 수 없습니다. 기꺼이 책 출판을 결정해 준 ‘자연과 생태’ 조영권대표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나의 탐사 길에 기꺼이 동행했던 친구, 동료, 그리고 가족도 있군요. 그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참으로 줄기차게 울릉도를 오갔습니다. 울릉도 성인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전역이 내 머릿속에 아련히 그려집니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가보지 못한 곳은 그리움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혹 기회가 된다면 도감과 관계없이 탐사 길 나서보겠습니다. 창밖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습니다. 그 사이로 달과 별이 함께 길 떠나고 있습니다. 눈감으면 들려오는 산사의 풍경소리도 귓전을 맴돕니다.
2018년 10월
세상을 밝히는 세명동산에서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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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9.18 11:30
첫댓글 그렇게 부지런히 다니시더니, 드디어 출간하게 되나 봅니다.
축하드리며, 한 잔할 시간 기다립니다.
아! 네, 이미 다 넘어갔습니다. 출판사에서도 교정을 보니 걱정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