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농사교육에 용케들 참석하셨네요. 방송시스템이 없는 우리 마을은 까막눈이지 뭡니까. 카페를 통하여 알고는 아내와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사람은 쉬 무뎌지는 법이라 같은 내용이더라도 환기교육이 필요합니다.
현감님께서 인사 말씀을 하십니다. 달변입니다. 사회자 이상벽이 방송에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달변이어서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현감님은 다르네요. 농정에 관한 식견과 안목이 돋보이는 달변입니다. 새해 인사하기엔 늦은 때여서 일까, 다른 분들은 나서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교육장에서의 인사는 이 정도가 맞습니다. 이분 저분 배려하다 보면 교육이 부실해 짐은 물론, 어르신들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입니다.
노령화가 계속되는 농촌의 현실입니다. 논밭 머리 도로가 놓이고, 새장비가 속속 공급된다손 치더라도 누가 운용하겠는지요. 문전옥답이면 모를까, 골짜기 논밭은 거저 부쳐 먹으라 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는 요즘입니다. 그런다고 오지랖 넓은 걱정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빨이 없으면 잇몸이 대신하는 것처럼, 순리적으로 대응이 되지 않겠는지요.
벼농사 교육입니다. 아줌마들은 억척입니다. 욕심도 많지요. 종자가 풍부하니 듬뿍 뿌려 파종함으로써 농사를 조진다는 겁니다. 그러지 말자는 지도사를 말 많다 가란다하니, 알만합니다. 4~5묘가 적당한데, 10묘가 넘는다네요. 저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게 되니 잘될 리 만무하지요. 이래서 교육이 필요하겠지요.
제초제 그라목손입니다. 독약이로되, 일손을 크게 도와주지요. 죽는 마당에 눈에 뵈는 게 없는가 봅니다. 매우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다, 는 경고문구가 무색하게 자살 제로 자주 등장하게 되자 아예 생산 금지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3층 이상 건물도 부셔야 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누구의 발상인지, 과잉대응의 표본 같습니다. 저도 몇 병 정도는 확보해 놨는데, 긴 세월에 별 의미가 없는 셈입니다.
상미라, 한자로는 賞味니 맛 좋다는 뜻이네요. 한자를 함께 적으면 이해하기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르신들은 모두 이해하시는지 질문이 없네요. 여름엔 15일이면 그만이라니, 한꺼번에 찧지 말아야겠습니다.
수매장 벼 포대입니다. 넓적 불룩 포대 중에 어느 것이 좋은 품질일까요? 가리지 않고 몽땅 특등으로 책정한 것은 어느 아는 어르신 노고를 생각해서랍니다. 흐뭇한 일화입니다.
우수제품 쌀 현황입니다. 의성황토쌀은 2008년도로 종 쳤답니다. 요즘은 전라도 쌀이 득세한다네요. 그래도 의성황토쌀 맛은 죽이던데, 안타깝습니다.
올해는 고추농사를 좀 해 보려 합니다. 동서네 육묘 장에 씨를 넣을 건데요, 300평에 3,200주 정도면 되겠군요. 종자를 잘못 선택하면 망한다니 걱정됩니다. ‘무한질주’ 가 좋다는 농민신문 기사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촌스러운 식당에 왔습니다. 삼겹살 좋아하지 않는 사람 없을 겁니다. 서울 간 딸내미도 엄청나게 좋아하니 부전여전이랄까요. 아내는 딱 세 개로 땡입니다. 오늘도 슬며시 아내를 무시하고 삼겹살 2인분에 소주 일병입니다.
식당 안주인입니다. 성은 하요, 이름은 점숙이, 내 동생 이름과 같습니다. 목소리와 성격도 비슷합니다. 웃기지요. 음식장사는 힘이 듭니다. 그 한가한 시간 다 놔두고 손님은 한꺼번에 들이닥치기 일쑤니까요. 울고 싶겠지요.
“쉬바꺼, 뒤 주글따.”
죽는소리를 합니다.
“너거는 어예 그리 행복하이꺼?”
사흘이 멀다 하고 들락거리는 우리 부부가 부럽다는 얘기지요. 각양각색 삶에 양파 같은 인생살이, 벗겨보면 아리지 않은 집 있을까요. 장사 잘하는 점숙이 인생이 뭐 어때서요.
진해 해양극장 큰길 가 우묵한 골목 안에 ‘오복돼지집’이 있었습니다. 군용 드럼통 허리를 뭉텅 잘라 그 속에 19공탄 화덕을 앉힌 갈빗집입니다. 어림잡아 일여덟 평이나 될까, 띄엄띄엄 화덕을 중심으로 나무의자 대여섯 개가 놓였지요. 울퉁불퉁 흙바닥은 어지간히도 밟아서 빤질거렸으며, 우중충한 합판 천정은 밤낮으로 구워대는 연기에 찌들어 누리끼리하였지요. 그 도둑놈 소굴 같은 돼지 집은 늦은 밤까지 앉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렇던 ‘오복’이 어느 날인가 자리를 옮겼습니다. 불티날 듯 장사가 잘되니 새 시설로 확장 이전한 것입니다. 새 ‘오복’은 생경하였습니다. 오붓하고도 낭만 어린 골목 안 소굴이 그리운 우리는 딱 한 번으로 발을 끊고 말았지요. 아뿔싸! 그 후진 곳이 명당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이지요.
그 옛날의 그런 '오복'을 닮은 안성식당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참새방앗간이지요. 얼마 전 우리 동네 부녀회 행사 때는 귤 몇 상자와 과자 등을 협찬하기도 했답니다. 장삿속이든 뭐든 간에 고마운 일입니다. 안 하면 그뿐, 돈 많다거나 장사한다고 이웃돕기를 하진 않습니다.
안평면 부녀회장이자 삼춘리 이장 부인입니다. 경우 밝습니다. 우스갯소리 잘하고, 앞장서서 설렁설렁 일 잘합니다. 군 의원 선거 때 함께해봐서 잘 압니다.
학교동창 모임 모습입니다. 별 맛없는 우리 고장에 읍내만 돌면 뭣하나, 이곳에서 한번 모였지요. 문경 산 삼겹살도 별미인데, 기어이 김치찌개 먹겠다는 친구가 있었네요. 듣자하니 그걸 먹으러 일부러 오기도 했다네요. 이 집 삼겹살 맛을 보면 도리원이나 읍내 고기는 좀 싱겁다고 느껴질 겁니다.
밥 몇 그릇은 게눈 감추듯, 소주 몇 병은 저절로 쓰러질 듯합니다.
달력 활용의 진수이자 돈 되는 달력이 걸려있군요.
"고맙구마, 가시데이~"
정겨운 인사를 뒤로하고 시동을 겁니다. 참 좋은 세월이라, 참소주 한 잔 걸쳤으니 아내에게 차를 맡깁니다.
"살살 몰고 가시데이~"
무료한 겨울철에 농사기법과 함께 밥도 얻어먹고, 이웃과 담소할 수 있는 오늘이 좋았습니다.
첫댓글 간만에 글하나 올렸네 상영이는 그마을에선 아직젊은 축에 속하네 열심이해서 마을에 영농후계자가 탄생하길 빌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