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린 눈은 그야말로 눈이었다.
그러나 이날. 2월 15일에 내린 눈은 재앙이었다.
울산기상대의 기상관측이래 가장 많은 눈이 왔단다.
평균 적설량 21,8센티미터...바람이 몰고가서 쌓아놓은 눈에 덮인 곳은 어땠을까?
세 번을 털어낸 뒤에 찍은 내 차.
작은 몸에 덩치 큰 주인을 싣고 다니기도 버거운 98년산 아토스.
눈까지 뒤집어 쓰고도 무게를 견디는 것이 대견하다.
점점 쌓이는 눈.
벌써 나무들을 다 덮고도 계속 내리는 눈.
펑펑펑...팦콘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꽤나 통통한 꽃망울을 머금었던 백동백나무도 꽃망울보다 큰 눈송이에게 꽃망울의 자리를 비워주었다.
아직은 차량 통행에 큰 불편이 없는 아침시각.
부지런한 주민이 리어캉로 눈을 치우려는 모양이다.
조금씩 경계를 허무는 눈송이들.
사람들이 그어놓은 금쯤은 작은 눈송이들에게도 속절없이 지워진다.
방충망에까지 한 송이 두 송이씩 내려앉은 눈송이가 마치 구름 같다.
화분 받침대에서 흘러내린 눈이 고드름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려나 자연은 인공구조물의 딱딱함을 한결 순화시켜주는 건 사실이다.
눈에 덮이니 방범창도 삭막함이 덜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드디어 바퀴와 바닥의 경계까지 허물어버린 눈.
겨우 자동차 번호판만 털어내고 찍은 나의 애마, 아토스.
경북 어디에서 왔을까?
이날은 속절없이 울산에 갇히고 말았을 거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거의 색상은 물론 형태까지도 비슷해지고 있다.
눈이 만든 평등함이다.
사람들이 다니기 위해서 계단과 인도에 쌓인 눈을 쳐서 한쪽으로 몰아놓으니 작은 산이 되었다.
회양목처럼 작은 나무는 눈에 덮여서 마치 화단의 경계처럼 보인다.
잔가지에까지 속속들이 얹힌 눈은 나목의 쓸쓸함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포근함까지 느끼게 한다.
인도와 주차장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자동차 위에 얹힌 눈더미가 저 자동차가 지고 다녀야 할 십자가려니....
경비실 지붕에는 30센티미터는 좋이 될 만한 눈이 쌓였고,
잘 다듬은 나무에도 눈이 덮여서 마치 애기무덤 같다.
첫댓글 겨울이 안겨다 준 선물을 보니 맘은 행복합니다.
이날부터는 두려움이었습니다.
행복이 아니라 공포의 하루 또 오나 아이구 ~ 벌벌 떤 눈 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