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상# 32회 가을 야유회
초등학생들이 소풍가는 기분으로 나섰지만 아침부터 내리는 이슬비로 다소는 걱정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날씨였다.
그래도 낮 익은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파안대소를 지으면서 우울했던 느낌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삭~ 달아나고 관광버스 안은 금방 왁자지껄 해지며 오늘의 야유회 분위기기가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인원점검 결과 만족한 듯 집행부의 밝은 모습에 우리 또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즐거운 하루일정의 출발을 알리면서 동해안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차창 넘어 보이는 가을 단풍들은 이슬비를 맞아 오색찬란한 광채는 덜 했지만 그래도 가을의 운치를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에 도착하자 조병철, 장만호 동기가 벌써부터 마중 나와 모처럼의 만남을 즐거워하면서 안부 인사를 나누기에 바쁜 듯이 보였다.
첫 일정으로 도착한 곳은 포스코 역사관 이였다.
그 때 그 시절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나라를 일으켜 세운 시대의 영웅(박정희 대통령, 박태준 포철회장)들의 발자취와 흔적을 영상으로나마 공감하면서 포스코와 한국의 발전상을 새삼 뒤 돌아 볼 수 있어서 감개무량하였다.
다음 포항제철 공장 견학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안내양의 능숙한 소개로 포철의 생성과 발전상 및 현재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용광로에서 분출된 대형 쇠 물 불덩어리가 로라 위를 타고 압착되는 작업과정은 정말 장관 이였다. 거기서 뿜어내는 열기는 방문객이 다니는 복도에까지 전도되어 살살한 초겨울 날씨에도 뜨거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은 금년 봄에도 다녀온바 있는 이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포항동성고교를 방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교정이며, 아름다운 건물들, 반갑고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교직원과 학생들, 우리 역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아담한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교장선생님과 이중우 이사장님의 열정적인 학교운영에 대한 제반사항을 소상하게 들을 수 있었다. 포항에서도 외곽지에 위치한 동성고교가 어떻게 하여 경북도 고교성적 4위, 전국성적 2400여개 교 중 상위10% 이내에 들 수 있는 우수학교가 되었는지는 이분들의 확고한 교육의지와 미래지향적인 유능한 인재양성을 시켜내고야 말겠다는 각오와 그 실천내용에 의한 것이라고 보여 졌다. 또한 여기에는 학교재단, 선생님, 학생, 학부형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감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실천해나가는 노력이 더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요즈음 일반 대도시에서 많은 비용이 부담되는 사교육이 판을 치고, 공교육이 무력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어, 평소 청소년 교육에 문제와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동성고를 방문해 본 결과 공교육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인교육을 잘 시킬 수 있다는 확고한 현장을 볼 수 있어서 올가을 야유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보람 있고 유익했었다.
다음은 금강산도 식후경, 이회장이 잘 아는 자연산 회를 직송해서 판매하는 어느 식당을 찾았다. 아침에 잡은 생선회, 역시 신선하고 혀끝에 달라붙는 감칠맛과 감쪽이 달랐다.
출출한 배를 고급 생선회로 잘 채우고는 오후 일정으로 포항에서도 유명한 오어사를 향했다. 왜 오어사라고 했는지를 이 회장으로 부터 그 역사적인 배경을 잘 들으면서 오어사에 도착했다.
경내의 이모저모를 이 회장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다음, 이고장의 명소, 오색찬란한 단풍과 오어지를 배경으로 한 수변경관을 감상하면서, 둘레 길(7km) 종주에 나섰다. 새롭게 잘 다음어진 둘레 길로 처음은 출렁다리를 지나 신나게 걸어가면서 주변의 경관에 매료되었으나, 중간지점을 지날 때 즈음, 노익장의 의지는 간곳이 없어지고 모두가 종주 길에 나선 것을 후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2/3지점에 작은 찻길이 나오자 더 이상 걷기를 포기하고,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관광버스를 그곳까지 와야 한다고 저마다 전화로 SOS를 치기에 분주하였다.
왕년에 활달했던 모습은 간곳없고 완연한 노파의 처량한 모습으로 氣가 소진되어 있었다. 오어사 둘레길 정도는 무난히 종주하고 올 줄 알았던 관광버스 기사도 예상외의 콜이 되었는지 좁은 길을 비집고 들어서는 버스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우리, #32기 노인들...
이제 마지막 과정인 포항에서도 맛 집으로 유명한 홍게식당을 찾았다. 둘레길 반 종주에 허기와 탈진이 된 우리들, 홍게식당에 들어서자 웃음이 가득했다.
먼저 무한리필에 입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요구해도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게가 대게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대구에서는 귀한 것으로 먹음직스러운 홍게를 한가득 앞에 두고 뜯어 먹느라 모두가 조용히 그리고 분주한 손과 입놀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먹는 요령이 부족하여 어설프게 먹었으나, 한두 마리가 진행되자 약간의 요령을 터득한 듯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2-3-4→마리 계속 넘어가자 손놀림이 느려지고 슬슬 포기하는 듯 했다. 거기에다 삶은 계란, 라면까지 무한리필, 발 빠른 친구들은 커피까지 뽑아들고 의기양양하게 마시면서 기분은 한껏 좋아 보였다. 화색도 여느 때보다 좋았다.
홍게식당 사장님과 잘 먹고 간다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끝으로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대구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아, 즐거운 올 가을 관광나들이 정말 좋았어!
오늘 나들이를 면밀하게 주선하느라 수고한 이회장과 집행부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차내는 또 다시 원기를 찾은 듯 왁자지껄 해졌다.
그러나 고것도 잠시, 빈 배가 차면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
모두가 곤한 잠속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관광버스는 대구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32 동기생 여러분! 다음 만날 때까지 안녕~~~.
靑岩 金 濟 學 올림
첫댓글 우리의 역사를 남기느라 고생하신 청암선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