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새학기에 맞춰 발간 예정인 단편동화집 '자전거를 타는 물고기'를 잠깐 소개할게요.
'자전거를 타는 물고기'는 6학년 2학기 읽기 교과서에 실린 작품입니다.
완성된 책의 모습은 갖춰지지 못했지만 우리가 읽는 책이 어떤 과정으로 나오는지
궁금한 어린이가 있을까 하여 미완성 책의 모습을 올려봅니다.
비록 2% 부족한 책의 모습이지만, 완성이 된다면 멋진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걱정하는 저에게 편집자가 '그림은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했으니까요.
동화책 맨 뒷부분에 들어가는 '작품해설'은 30년지기 친구 동화작가 원유순이 써 주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멋진 작품 해설을 쓸 기회가 있었음 좋겠네요.
<책 표지와 책의 맨 뒷 페이지>
<작가의 말- 지글지글 이야기가 샘솟는 마법의 교실>
<차례.......>
<작품 해설>
누구나 남 모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요
안선모 작가는 오랫동안 초등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온 선생님이며 동화작가입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상처 받은 아이들의 아픔을 잘 보듬어 주는 분이지요.
동화작가들이 한데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가 있습니다. 그 곳에 안선모 작가는 사진과 함께 아이들의 이야기를 올려놓곤 합니다. 사진 속에는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도 있고, 엉뚱한 아이도 있고, 똑똑하고 영악스런 아이도 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적어 놓는 맛깔스런 글을 읽노라면 어느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합니다.
'안선모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
이 동화책 속에는 모두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데, 알콩달콩 정을 나누며 티격태격 아옹다옹 다투며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표제작인 <자전거를 타는 물고기>는 초등 학교 6학년 읽기 책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주인공 효성이는 반항기가 뚝뚝 흐르는, 소위 문제아입니다. 백내장을 앓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효성이는 물건을 훔치고, 경찰서에까지 들락거립니다. 담임선생님은 그런 효성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며, 숨겨진 마음을 읽어내려 애씁니다.
<메뚜기가 된 꼴뚜기>는 체육 시간에 남들이 다 넘는 뜀틀을 넘지 못하여 망신을 당한 준영이가 나옵니다. 준영이는 뜀틀 대신 이불을 쌓아 놓고 남몰래 연습하지만, 뜀틀 앞에서 결국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머뭇거립니다. 그 때 선생님은 뜀틀을 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며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
이 두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늘 말썽을 부리는 효성이의 마음 속에는 사회에 대한 반감이 쌓여 있습니다. 부모 잘 만나 호강하며 사는 애들은 날치처럼 원래 날개를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하게 태어난 자신은 바닥을 기어다니는 물고기라고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자전거를 타는 물고리로 변신할 것을 꿈꿉니다. 선생님은 그런 효성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유일한 분이지요.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우리를 너무나 몰라.'
그러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은 선생님은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몰라 주어 너무 속상해.'
<가위 소리>는 시샘하는 여자 아이들의 심리가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수연이는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못하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은 수연이를 퍽 부러워하면서도 시샘합니다. 알고 보니 매사에 완벽한 수연이는 엿장수 아빠를 둔 가난한 집 아이입니다. 게다가 엿장수 아빠가 부끄러워 길에서 아빠를 보고도 모르는 체합니다. 또 가난한 집안 형편이 친구들에게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이런 남모르는 아픔을 간직한 아이, 수연이는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죄책감에 괴로워 합니다.
그런 수연이를 이해하고 감싸 주는 은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지요. 공부도 그저 그렇고 얼굴 생김도 그저 그런, 별 특색이 없는 아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부드럽고 따스한 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대부>와 <내 짝 영남이>에 등장하는 아이들 역시 돋보이는 재주 하나 없이 평범합니다.
자폐아 찬이의 대부 노릇을 하는 기훈이는 괄괄하고 맺힌 데가 없는 성격입니다, 얼핏 보면 분별력 없는 개구쟁이라고 잘못 판단할 수 있지만, 기훈이는 찬이를 괴롭히는 친구들로부터 찬이를 감까 줍니다. 그래서 자폐아 찬이는 위급할 때 기훈이를 찾습니다.
가정불화로 잠시, 아빠와 단 둘이 살았던 민경이는 울보 떼쟁이입니다. 그러나 짝꿍 영남이를 만나고부터는 누구보다 영남이의 아픔을 잘 알아 주는 친구가 됩니다. 영남이가 아빠와 단 둘이 살기 때문에 도시락 반찬조차 챙겨오지 못하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없이 아빠와 둘이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 보았기 때문에 영남이를 잘 이해하는 것이지요.
이 두 작품 속에는 모두 도시락 사건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모두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지만, 십여 년전만 해도 학생들은 모두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도시락 세대는 추억이 어린 도시락을 퍽 그리워한답니다. 글을 읽으며 예전에는 학교생활이 어떠했는지 상상하며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다섯 편의 동화는 학교에서 거의 날마다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늘 주변에서 본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공부가 뛰어난 것도 아니며 별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참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습니다. 또한 말썽을 피우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역시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남모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안선모 작가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런 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따스한 시선으로 붙잡아 글을 썼습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잘 살펴보고 그렸기 때문에, 여러 어린이들고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 유 순 (동화작가)
첫댓글 최종 교정지네요. 제목이 정말 특이해요. 두 분의 우정이 부럽습니다.^^
최종 교정지.....책 나오는 과정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겐 이 말도 신기할 것 같네요.
나리님과의 우정(?)도 참 소중하답니다. 남들이 엄청 부러워하지요!
책은 곧 자식이나 다름없지요.또 새 아기가 태어나게 되다니 대단하셔요. 축하 드립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해요. 지난 청량 2학년 3반 아이들이 그랬고, 지금 연수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그렇지도 못해요. 노력은 하지만 얼만큼이나 다가갈 수 있을까요?
선생님, 제목이 아주 멋져요. 저도 원유순 선생님과의 오랜 우정이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