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검룡소 |
강원 태백시 창죽동 산1-1 |
태백시 창죽동의 금대봉 기슭에 있는 검룡소와 그 일대 계곡은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이며 희귀한 동식물상을 보이고 있다. 검룡은 이무기를 이르는 말이며, 용이 되어야 할 이무기가 마을에 내려와 소를 잡아 먹자, 주민들이 흙으로 메워 버렸다고 하며, 이 곳 바위에 긁힌 흔적은 이무기가 할퀴며 생긴 자국이라 한다. 검룡소는 석회 암반을 뚫고 하루 2천톤 가량의 지하수가 솟아 나오는 냉천(冷泉)이며, 사계절 9℃의 물이 20m이상 계단모양 폭포를 이루고 있다. 폭포 아래에는 깊이1-1.5m, 폭1-2m로 암반이 파여서 그곳으로 물이 흘러 마치 용틀임으로 보인다.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
검은용이 사는 한강의 발원지, 태백 검룡소 백두대간의 중추에 자리 잡은 태백시에서는 동해, 서해, 남해로 흘러가는 세 개의 물줄기가 시작된다. 영남 지방을 휘돌아 남해로 흘러가는 낙동강이 시작되는 황지연못이 있고, 삼척을 지나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의 기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반도 중부 내륙 지방을 굽이돌아 여러 갈래의 물줄기와 합쳐져 서해로 흐르는 한강 또한 태백시에서 발원한다. 태백시를 기점으로 시작하는 한강, 그 발원지가 바로 검룡소다. 검룡소에서 솟아오른 물은 태백을 지나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 충주, 여주를 지나면서 남한강의 큰물을 이루고,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해 서울과 김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간다. 태백시의 북쪽, 백두대간 줄기에 솟아 있는 대덕산과 금대봉의 동쪽 기슭에는 제당굼샘,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관수와 예터굼에서 물이 솟아오른다. 이 샘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나 서해 석회암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따라 흘러간다. 검룡소는 측량을 거쳐 지도를 작성한 후, 한강의 수많은 지천 중에서 하구로부터 가장 긴 발원지로 인정받은 곳이다. 검룡소는 연못처럼 생긴 소에서 사계절 내내 9도 정도의 지하수가 하루 2~3천 톤씩 석회 암반을 뚫고 솟아 나오는 샘이다. 본래는 둘레가 20m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못이었다고 한다. 옛날에 이곳에 이무기가 살았는데, 주변에서 풀을 뜯던 소가 물을 먹으러 오면 소를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못을 메워 버렸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주변 지형의 붕괴로 검룡소가 메워지면서 이러한 설화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검룡소는 1986년 태백시와 태백문화원에서 메워진 못을 복원해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
검룡소의 석관수는 오랜 세월 암반의 경사를 타고 흘러내려 석회암의 사면에 깊이가 1~1 5m, 너비 1~2m의 물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다. 포트홀이라는 이 물구멍을 따라 검룡소의 물줄기가 구불구불 흘러내리는데, 그 모습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신비스러운 발원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암반의 물줄기에는 “서해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한강의 가장 먼 곳을 거슬러 올라와 이 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자국이다”라는 전설이 서려 있다. 검룡소(儉龍沼)란 물이 솟아 나오는 굴속에 검룡이 살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검룡은 신룡(神龍)이라 해서 신성한 용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고생물학이 발전하면서 검룡은 쥐라기 후기의 공룡 스테고사우로스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지만, 검룡소의 검룡과는 거리가 멀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검룡의 검은 ‘검다’는 우리말을 소리 그대로 한자로 바꿔 쓴 것이라는 견해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지명은 조선 후기까지 순수한 우리말로 불리다가 한자 지명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한자 지명은 대부분 한글 지명이 뜻하는 한자 음으로 바꿔 불렀지만, 한글을 그대로 한자로 바꾼 경우도 많다. 따라서 검룡소의 명칭은 ‘검은 용이 사는 못’ 또는 ‘검은 용소’ 등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못이 깊어 소의 물빛이 검다는 것을 뜻하는 ‘검은 못’이라는 의미의 이름이 가장 근접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
조선시대에 한강의 발원지로는 여러 곳이 지목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우통수(于筒水)는 오대산 서대에서 솟아나는 샘물인데, 곧 한강의 근원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증보문헌비고]에서는 “한강의 근원은 셋인데 하나는 오대산의 우통수고, 하나는 금강산의 만폭동(만폭동)이며, 다른 하나는 속리산의 문장대다.”라며 한강의 근원을 다르게 전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지리학자 사이에서는 한강의 발원지를 하구에서 가장 거리가 먼 곳으로 볼지, 아니면 예부터 문헌에 전해내려 오는 장소를 그대로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측량을 토대로 가장 먼 곳을 발원지로 주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고문헌에 기록된 장소를 발원지로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거리를 정확히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당시에도 아마 다른 곳보다 검룡소를 한강의 발원지로 기록했을 것이다. 검룡소는 한강 하구를 기점으로 길이가 514km로, 오대천과 창죽천의 합수 지점인 정선군 북면 나전리에서 재어본 결과 우통수보다 32km 더 긴 것으로 밝혀졌다. |
검룡소는 태백시에서 북쪽으로 난 35번 국도를 따라 삼수령을 넘어 왼쪽으로 산자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서쪽의 금대봉 방향으로 난 계곡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3km 정도 올라가면 명승으로 지정된 검룡소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에는 검룡소란 이름이 새겨진 높이가 4m쯤 되는 큰 입석이 서 있다. 여기서부터는 도보로 걸어서 가야 검룡소에 다다른다. 계곡을 흐르는 물길을 따라 옆으로 난 보행로는 우거진 숲 사이로 계속된다. 활엽수림으로 형성된 천연의 임상은 낙엽송 숲으로 바뀌어 마치 러시아 극동에 있는 반도 캄차카의 한대림처럼 수직으로 곧게 뻗은 수림의 터널을 이루기도 한다. 검룡소로 오르는 길은 기나긴 한강의 발원지에 걸맞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태백시에서 시작하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비교하면 발원지의 순수성과 자연성을 그대로 지닌 곳이다. 황지연못은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해 인공물로 가득 차 있어 발원지의 시원적 풍경을 전혀 느낄 수 없지만 검룡소는 발원지 경관을 잘 보존하고 있다. |
검룡소가 위치한 대덕산과 금대봉 일대는 자연환경이 뛰어나 현재 생태경관 보존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금대봉은 주목을 비롯해 각종 원시림이 빽빽히 차 있는 창죽마을의 진산이다. 하늘다람쥐를 비롯해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있으며, 모데미풀이나 한계령풀 같은 희귀 식물이 많이 생육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물놀이나 취사,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검룡소에서는 매년 음력 6월 15일 유두절에 한강대제를 거행한다. 1997년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태백문화원이 주최해 열기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는 태백상록회에서 주관해 해마다 서해 용왕에게 올리는 제의로 개최하고 있다. 검룡소 주변에 자연유산이 아주 많다.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 태백산에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태백산천제단이 위치하고, 태백시 화전동에는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된 용연굴이 있으며, 원동에는 월둔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태백시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질자원이 풍부하다. 태백 장성의 전기고생대 화석 산지와 태백 구문소의 전기고생대 지층 및 하식 지형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중한 자연유산이다. 이렇듯 소중한 자원은 물론 학술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것이지만, 명승으로 지정된 태백 검룡소와 함께 문화재 활용을 강조하는 요즈음의 문화재 정책에 맞춰 서로 연계해 이용을 활성화해야 할 자원이다. |
검룡소가 유치한 태백시는 고원에 자리 잡은 도시다. 석탄 산업이 황금기를 이르던 30여 년 전만 해도 인구가 12만 명에 가까이 되는 활기찬 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와 가스로 바뀌면서 태백신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면서 지금은 인구가 5만 명 이하로 대폭 줄어들었다. 버려진 탄광은 대부분 폐쇄되었으며 여기에 발생한 검은 분지는 아직도 도시의 색깔을 우중충하게 만들고 있다. 근래에 유가가 오르면서 조금씩 석탄 소비가 증가하여 태백의 몇몇 탄광에서 석탄을 다시 채굴을 하고 있으나, 과거와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태백 사람들은 조금씩 도시가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명승으로 지정된 태백 검룡소를 비롯해 동굴, 지질 등 특별한 천연기념물을 연계해 이용을 증대한다면 태백시는 분명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