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앞
천상(川上)으로 이사한 지 십 년째
초저녁 한가한 시간이면 산책하던 길
산허리를 잘라 4차선 도로가 나면서
마당이 반쯤 잘려나간 시멘트기와를 올린 삼 칸 집은
여름에는 샤시 문과 방문을 열어 놓아
방 안이 다 들여다보였지
몇 해 동안은 노부부가 밥상을 마주하더니
언제부터인가 그 앞에는 남자만 보이는데
반팔런닝에 베잠방이를 입은 모습 너머로는
TV 화면만 그저 어른거리고 있었네
그러다 이태 전부터인가 방안 불빛도 아예 비치지 않고
섬돌 위 검정 슬리퍼 한 켤레만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샤시 문짝 유리에 덩그랗게 붙은 종이 위엔,
CCTV 촬영 중
- 주인 백 -
(202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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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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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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