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구장 브뤼기에르주교의 활동(2) -8

[가브리엘]

⑥ 이 편지와 조선 교우들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한 내용(內容)으로 보아, 그들이 다른 서양인선교사(西洋人宣敎師)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는 확실(確實)한 증거(證據)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주교(主敎)를 위험(危險) 없이 받아들여 오래 모실 수만 있다면, 몹시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입국(入國)을 가로막고 있는 난관(難關)을 극복(克服)할 수 없지 않을까 하고 겁을 집어먹고 있어, 모험(冒險)을 하기도 전에 나를 먼저 보기를 원하는데, 아무래도 외부(外部)에서 오는 영향(影響을 받은 것 같이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조건부(條件附)로 약속할 뿐이었습니다. 그「아마」라는 상서롭지 않은 말은 나의 희망(希望)을 아주 엷게 만들어 놓습니다.

     왕(王) 요셉이 우리들과 같이 지내는 사흘 동안에 나는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의 회답(回答)을 유방제(劉方濟) 빠찌삐꼬 신부에게 썼습니다.

 「신부님은 남경주교(南京主敎)님께 문의한 모든 사항에 대한 해결책(解決策)을 이 편지에서 얻게 될 것입니다. 신부님에게 1 백량(약 7백 프랑)을 보냅니다.

    나는 내년에 조선(朝鮮)에 들어가겠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있는 젊은 학생들은 내게 검사(檢査)를 받기 전에는 조선 포교지(朝鮮布敎地)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십시오. 신학교(神學校)를 짓기에 적당한 자리를 선정(選定)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責任)입니다. 조선교우(朝鮮敎友)들이 착한 결심(決心)을 북돋아주도록 하십시오. 나와 함께 힘을 합하여, 그들로 하여금 그들이 한 약속(約束)을 지키도록 하십시오.」(유방제(劉方濟) 빠찌삐꼬 신부는 결국 브뤼기에르(Bruguiere) 주교에게 그를 영입하기 위해 밀사(密使)를 파견할 것과 그의 거처를 마련했음을 알렸다.  1835년 11월 29일 서한)

나는 또 조선교우(朝鮮敎友)들의 용기(勇氣)를 북돋아주려고도 힘썼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대강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천주성령(天主聖靈)의 빛에 충실(忠實)하여 마침내 여러분 자신의 이익(利益)을 똑바로 보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쁩니다. 여러분들을 천주의 보호(保護)에 맡기고, 성모님과 천신(天神)과 성인(聖人)들의 도우심을 구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이 한 용감한 결의(決議)를 용기(勇氣)와 자신을 가지고 이행(履行)하십시오.

   우리는 항상 섭리(攝理)에 맡겨야 하지만 때로는 섭리(攝理)를 도와드리기도 해야 합니다. 섭리는 우리의 협력(協力)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하십니다. 여러분들은 천주께서 친히 시작하신 일을 천주께서 다행히 끝내시리라는 것을 확신(確信)하고, 그분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가십시오.

    여러분이 청한 5 백량과 다른 물건들을 보내니, 왕(王) 요셉으로부터 받도록  하십시오. 유방제(劉方濟) 빠찌삐꼬 신부님이 맡은 두 젊은이는 내가 들어 갈 때까지 그대로 있으라 하십시오. 그들이 성품(聖品)을 받도록 준비하기에 적당한 장소(場所)를 선정(選定)하는 것은 내가 할 일입니다. 그들이 내 명령(命令)을 듣지 않고 조선(朝鮮)을 나오면, 절대로 신부(神父)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만일 요동(遼東)의 교우들이, 그 지방에서 아무도 갑사(Capsa) 주교에게 거처(居處)를 제공(提供)하려고 하지를 않기 때문에 조선(朝鮮)에 들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거든,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우리 주교님은 당신들이 아니라도 국경에 오실 수 있습니다. 그분은 당신네들 없이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중국설날인 1월 29일 왕(王) 요셉은 다시 북경(北京)으로 떠났습니다. 우리는 이별(離別)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하마터면 자기의 헌신적(獻身的)인 노력의 희생(犧牲)이 될 뻔 했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 일을 성공(成功)시키려고, 크나큰 열성(熱誠)을 보이고 비상(非常)한 활기(活氣)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디에서도 숙소(宿所)를 얻지 못할 위험(危險)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時期)에는 아무도 여행을 떠나지 않고, 주막(酒幕)들도 모두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왕(王) 요셉이 없는 동안 나는 마카오에서 보낸 편지(便紙)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통킹과 코친차이나의 박해(迫害)와 공경하올 소조뽈리스(Sozopolis)의 주교 플로랑(Florent) 각하의 별세(別世) 소식(消息)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소식(消息)은 내가 아버지처럼 생각하던 이 공경하올 주교님을 떠나야 했을 적에 느꼈던  괴로움을 더욱 뼈저리게 했습니다. 그분의 덕과, 내게 대한 그분의 선심(善心)의 추억(追憶)은, 언제까지나 내 기억(記憶)속에 귀하게 남아 있을 것입니다.

      연거푸 전하여 온 이렇게 많은 비보(悲報)로 생긴 나의 슬픔과, 희망(希望)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계획(計劃) 때문에 생기는 불안(不安)도, 우리의 동료 가 쥴랭(Gagelin) 신부가 영광스럽게 순교(殉敎)했다는 소식(消息)을 듣고, 또 여러분들과 내 자신의 원을 채워, 조선 포교지(朝鮮布敎地)를 우리 회에 결정적(決定的)으로 맡기기로 한 포교성성(布敎聖省)의 답서(答書)를 받음으로 어느 정도 덜어졌습니다.

      2월 7일에 북경(北京)에서는 일이 완전히 끝났습니다. 왕(王) 요셉은 약속(約束)한 돈과 몇 가지 물건을 조선 교우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리고 조선 교우들은 왕(王) 요셉이 국경(國境)에서 입어야 할 조선 옷 한 벌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말한 돈은 중국인 라자리스트 쉐(Sue) 신부가 돌려 주었습니다. 그 돈은 마카오에 있는 라자리스트 경리(經理)에게 갚았습니다.

      15일에 조선 교우들이 아래와 같은 편지를 나에게 보내왔습니다.

※ 조선교우들이 브뤼기에르(Bruguiere) 주교(主敎)에게 보낸 편지(3)

  「왕(王) 선생을 통하여 북경으로 보내주신 편지를 읽고, 저희들은 저희들 나라 에 내려진 특별한 은혜(恩惠)를 천주께 감사드립니다. 조선은 전에는 불신(不信)의 어둠이 뒤덮인 지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40여 년 전에 성교(聖敎)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주문모(周文謨) 신부님이 조선에 오셨으나 순교(殉敎)하셨습니다. 양떼는 30년째 목자(牧者)를 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뜻 밖에도 유방제(劉方濟) 빠찌삐꼬 신부님이 오셔서, 그 뒤를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천만 사람의 구원(救援)을 돌보시려고, 조선(朝鮮)에 오시겠다고 엄숙하게 약속(約束)하신 주교(主敎)님이 한 분 계십니다.

      인력만으로야 이렇게 큰 은혜(恩惠)를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참말이지 서둘러 그 어른을 모셔들여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다. 올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때에 가서는 이 일을 주선(周旋)하겠습니다. 9월에 가서 다시 의논(議論)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계획(計劃)은 분명히 11월 15일이나 16일에서 23일이나 24일 사이로 연기(延期)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時期)도 그저 어림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지 확실(確實)것은 아니옵니다. 일정한 날짜가 없는 까닭입니다. 저희들이 말씀드린 대로, 우선 봉황성(鳳凰城)까지 오시기 바랍니다. 거기에서 저희들은 유리한 시간(時間)과 상황(狀況)을 검토(檢討해 가지고, 사정(事情)이 요구하는 대로 신중(愼重)히 이 문제(問題)를 다루되, 최선(最善)을 다하겠습니다.

      유방제(劉方濟) 빠찌삐꼬 신부님을 위하여 받은 돈 1 백량은 그분에게 전해드리겠사오며, 주교님의 처소(處所)를 준비(準備)하고, 그 어른을 모셔들이는데 쓰라고 보내주신 5 백량도 가지고 가옵니다. 중국물건(中國物件)으로 말씀드리면, 그것들은 저희들이 조선(朝鮮)에 돌아간 뒤에, 팔아서 그 값을 주교님을 위한 물건을 사는 데에 쓰겠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염려마시기를 바랍니다.

      이 밖에 미사 경본(經本)과 성경(聖經)과 다른 성물(聖物)도 받았사온데, 그것들은 왕(王) 요셉 선생을 통하여 받은 목록(目錄)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 할 분들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렇기는 하오나, 주교님께서는 저희 여행 중, 길가는 동안이나 어디에 있거나 또한 주교님을 모셔 들이기 위한 방법(方法)을 마련하는 동안, 줄곧 저희들을 강복(降福)해 주시고 보호(保護)해주시기를 천주께 기도(祈禱)해 주십시오. 천주께서는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의 영광(榮光)과 전파(傳播)를 위하여, 조선(朝鮮)의 모든 영혼(靈魂)을 보호하실 지어다!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보고(報告)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 다음 조선(朝鮮)에 들어오기를 원하시는 서양인(西洋人) 신부님들이 계시면 저희들은 기꺼이 맞아들이겠고, 약속(約束)을 어기지는 않겠습니다. 주교님께서는 만강(萬康)하시기를 천만 번 바라마지 않습니다.

    천주강생 1835년 1월 18일, 북경남당(北京南唐)에서

    유진길(劉進吉) 아우구스띠노, 조신철(趙信喆) 가롤로, 김 프란치스꼬 올림」

[장은숙 (교49)]

무척 더우실텐데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항상 섭리에 맡겨야 하지만 때로는 섭리를 도와드리기도 해야 한다'는 글귀가 마음을 울립니다. 한국의 순교 성인들이여 감사합니다.

[배요셉(교42)]

찬미예수님!...인력만으로야 이렇게 큰 은혜를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