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경주(坰洲)의 설날
(1)
태어난지 31개월
손녀 경주는
고운색 한복에 조바위 쓰고
세식구 현관에 들어 서니
온 가족이 반가워 환영하나
"무서워 무서워,
쑥스러워 쑥스러워" 하면서
두손으로 얼굴 가리고
엄마 품에 고개 묻더니
눈치보며 조금씩 낯 익히며 참견한다.
설 차례를 지내기 전인데
차례상에 진설된
생율을 집어 입에 넣는다.
(2)
돌아가신 부모님 영정 모셔
향 올리고 잔 올려
초헌, 아헌, 종헌, 첨작하여 절을 드리니
따라서 고사리 손으로 禮를 올린다.
경건한 분위기 흐름 속에 모두가 기도드리니
그대로 무릎 꿇고
두손 가슴 앞에 모아 함께 한다.
하는짓 마다 영특하니
차례 끝나고
진설된 음식을 탐해서 일까 ?
순서에 따라 세배들 하니
두손 모아 이마에 대고
무릎 꿇고
허리 굽혀
고개 숙여서
그대로 따라 한다.
(3)
그리고는 세배 받은 어른을
양팔로 감싸 안으면서
얼굴을 볼에 대고
"사랑해요." 하고 속삭인다.
세뱃 돈 받을 때 마다
잘 접어 노랑색 미피가방에 챙기고
다음 세배하고 돈 받을 어른 눈치 살핀다.
돌날도 시퍼런 배춧잎만 움켜 잡더니
세뱃 돈 받을 욕심인것 같다.
돈만 받고 "사랑 해요." 하며 포옹하기 싫을 때는
손 사래 치고 고개까지 좌우로 흔들면서
돈 안받았다고 딱 잡아 뗀다.
깜찍스럽게도
어른 소견을 넘어
오히려 꼬박 꼬박 대척까지 한다.
(4)
귀엽고 예쁜짓에
돈을 들고 유혹하며
세배 한번 받아 보고 안아 보기위해
가까이하여 애를 써도
하기 싫을 때는 외면하면서
쌀쌀하게 거부하여
비싸게 값을 올릴 때 보면
어른에게 척척 엉기지 않아
맹랑하여 야속 할때도 있다.
(5)
온가족 둥글게 앉아
살아 움직이는 인형 놓고
말 한마디 몸짓 하나 하나에
웃고 박수 치는 소리 창 밖을 넘는다.
집에서 진외가에서 그리고 외가에서
그 많은 대가족 모인 설날을
어른의 으뜸가는 장난감이 된다.
살아가는 얘기와 덕담은 사라지고
흠뻑 사랑 받는 귀엽고 예쁜 경주가
기쁘고 즐거운 한때를 마련한다.
건강하고 예쁘고 아름답게
그리고 명석하게
내일 너의 행복을 위해 자라다오.
2004. 01. 23.(음력 설날 : 양력 01. 22.)
대전에서 할아버지 李明鍾
![](https://t1.daumcdn.net/cfile/cafe/187215504F6287080F)
위 사진 설명 :
-. 2001년 10월, 손녀 경주(坰洲)의 백일 사진
-. 본 서재실 167번, 183번 글과 동일인입니다.
첫댓글 붕촌님의 지난번 사진과는 대조적으로 훌쩍 성장한 손녀를 보시노라면
더없이 대견 하시갰습니다,,,
지영이아빠(김천회)님 !
세상 사람들 누구를 막론하고
어린아이들을 좋아하지요.
더욱이 제자식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것이 너나 구분 없는 마음이겠지요.
나이들어 가면서
자식 키울때 보다 더 예쁜 것이 손주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식 사랑 내리사랑이라는
어르신님들의 말씀이 생긴것 아닌가 합니다.
2004년도 사진이면
경주(坰洲)가 많이 컷네요
지금은 초등학교 다니겠네요
쑥쑥자라는 손주를 보시면 대견하시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