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들어 처음 맞는 토요일!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고
장마가 계속되는 ‘소서(小暑)’
절기를 맞습니다.
이때부터가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라고는 하는데,
올해는 때 이른 더위가 일찌감치 찾아와
30도를 훨씬 넘나드는 찜통더위에
열대야까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가게 마련!
얼마 안 있어 더위도 사그라들고
선선한 쾌적한 날이 올 겁니다.
그나저나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음력의 올해 절기도
벌써 11번째를 맞으며
한해 절반이 훌쩍 가버리니…,
이젠 그 세월을
쫓아가기조차도 벅찬 듯싶습니다.
소서 [小暑]
오늘은 '작은 더위'라 불리는 소서(小暑)입니다.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에 드는 소서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로, 양력으로는 7월 6일∼7일 경입니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05°에 왔을 때로, 음력으로는
6월 절이지요,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운 날씨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또 이때 초․ 중복을 맞습니다.
예전에는 소서 입기일 이후 대서까지 무렵의 15일을
3 후(三侯)로 나누었는데,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에
‘소서’는 6월의 절기로
초후(初候)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차후(次候)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붙어 기어다니며,
말후(末候)에는 매가 새를 잡기 시작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됩니다,
또 이 시기에는 장마전선이라는 불연속 전선이 한반도 가로
질러 장기간 머무르며 자리 잡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지고,
오랜 장마철을 이루면서 많은 비를 뿌리고 습도까지 높여
후텁지근한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까지 설치게 합니다.
올해는 이러한 현상의 날씨가 일찌감치 찾아와 우리의
일상생활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때쯤, 한 절기 앞선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낸 모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김을 매거나 피사리를 해 주며,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 김은 매지 않고 있습니다.
가을보리를 베어낸 자리에는 콩이나 조· 팥을 심어 이모작을
하기도 하였으며 또 벼는 출수기를 맞습니다.
예전 모내기는 보통 ‘하지 전 3일, 하지 후 3일’이라고
하는데, 대략 소서 때가 모를 심는 적기였습니다.
두레를 행하던 당시에는 어느 논이나 보리를 심기 때문에
모를 내는 시기가 지금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농가월령가’에서는 ‘소서(小暑)’의 표현을 보면
…“젊은이 하는 일이 기음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어 삼사 차 돌려 맬 제,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라고 읊었으니
이 시기의 김매기는 중요하고 빼놓을 수 없는 일인 듯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에야 다양한 제초제, 기계화로 인해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과다한 제초제와 농약 살포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땅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는 농법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벌레와 지렁이와
공생하는 생태 농법, 유기농법이 활발해져야만 합니다.
또한, 농사에 있어 지켜야 삼 무(三無)의 원칙이 있으니,
그것은 '무농약', '무 제초제', '무화학비료'입니다.
농약을 쓰지 않으려니 메뚜기와 각종 병충해가 들끓어
이를 감당할 농법을 개발해야 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으려니
사흘이 멀다고 김매기와 피사리로 허리 펼 날이 없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려다 보니 퇴비와 유기질 비료를
만드느라 일손을 다 뺏겨야 합니다.
그래서 삼 무의 원칙을 지키며 농사짓는 것은 바람직하나
힘이 들고 엄청난 고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면 이러한 수고를
수고라 여기지 말고 남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할지라도
대대로 물려줄 땅임을 안다면, 묵묵히 삼 무의 원칙에 따라
땡볕 아래 굵은 땀, 진실의 땀을 흘리며 한 뙈기의 논이라도
땅을 정성스레 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무렵은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면서 온갖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고 수확한 보리와 밀도 먹게 되고,
호박이나 각종 계절 과일 나오는 때이며 계절 음식이
제철을 만나 입맛을 돋우는데,
밀과 보리도 이때부터 먹게 되어 음력 6월은 농사철치고는
한가한 편으로 밀가루 음식을 많이 해 먹습니다.
특히 국수나 수제비 등 밀가루 음식이 입맛을 당깁니다.
예전 이맘때 바닷가에서는 민어가 제철이고 많이 잡혀서
이때 잡은 민어로 조림, 구이, 찜, 회를 비롯해 민어 고추
장국 등의 먹거리가 있었습니다.
또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건 듯
띄워 먹는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애호박에서 절로 단물이
우러나고 민어는 한창 기름이 오를 때여서 그 국은 고추장
특유의 매운맛이 나면서도 단물이 흥건히 괴어 맵고 달콤한
맛이 첫 여름의 입맛을 상큼하게 돋우어 줍니다.
또 잘생긴 민어를 사다가 배를 따고 깨끗이 씻어 소금을
치고 볕에 말려 포를 만들면 ‘민어포’인데 그 짭짤하고
쫄깃한 맛으로 해서 찬밥 물 말이 해서 먹는데 반찬으로
최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민어가 귀하고 가격도 워낙 비싸서 선뜻
해 먹기가 부담스러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절기(節氣)에 대한 세시풍속도 모두 흘러간
추억일 뿐 사라져 가니 어쩌겠습니까?
또 한편 농촌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입니다.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낍니다.
-2024년 7월 6일(土요일) 金福鉉 -